in 아카이브 (2002-2013), 취어생 (2002-2008)

사이비와 그렇지 않은 것

http://heterosis.egloos.com/773158 원문


2004년 10월 8일, 박천권 선생님의 자료들을 보고관련 논의는 이곳을 참고

올려두신 자료가 어떤 의도로 남기신 것인지는 모르지만 일단 읽어보았습니다. 신비(?)롭게도 제겐 아주 이상한 능력이 하나 있는데, 과학이나 종교, 사상등을 가지고 장난치는 사이비들을 가려내는 직관같은 겁니다. ^^ (물론 반은 농담입니다) 

인터넷을 시작하고 나서 얼마간은 (벌써 6년이 넘어가는군요) 저도 엄청난 서핑을 했었고 그때 텍스트로 된 것들은 무지하게 읽어댄 적이 있습니다. 국내 스켑틱스 진영도 그 때 알았고 엄청난 사이비 잔당들이 인터넷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도 그때 알았습니다. 일단 직감적으로 올리신 글의 출처가 되는 사이트는 사이비 종교단체라고 보시면 됩니다. 

첫째, 사이트의 디자인이 여타 사이비 사이트들의 전형이고, 둘째, 저자들이 어두운 세계에 사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고, 셋째, 수행이나 깨달음을 강조하고, 넷째, 고대사에서도 민감한 단군을 다루면서 이걸 신화가 아닌 역사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많습니다. 

일단 고대사를 다룬 사이트들중 사이비가 아닌 것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전 고대사 관련 사실들은 역사학계의 논의만 믿겠습니다. 단이니, 한사상이니, 한사군이니 하면서 한단고기를 들고 나오는 족속들 대부분이 증산도 계열의 사이비 신자들입니다. 믿지 마세요. 

송희식이라는 사람에 관해서는 평가를 유보하겠습니다. 그래도 유일하게 밝은 세계에서 저술도 하고 로펌도 운영하는 사람 같더군요. 사시와 행시도 통과한 천재라고 하는데 모르겠습니다. 사시와 행시에 통과하긴 한 것 같은데 정신문명 어쩌구에 빠져서 허무하게 살다 돌아가실듯. 개인적으로 이 사람의 책에 고대 이승환 교수가 서평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지만 동양적인 것을 엄청나게 강조하는 저자에게 한번쯤 속았다고 치겠습니다. 송희식이라는 사람은 사이비는 아니지만 사이비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한 사람입니다. 조만간 해탈했다는 둥 깨달았다는 둥 할지도 모름. 

황제내경 부분은 제가 모르는 분야입니다. 사실 별로 관심도 없습니다. 황제내경이 우리 한의학에 영향을 미쳤건 아니건 그게 한의학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전 잘 모르겠습니다. 뉴턴이 미적분학을 발견했던 아니건 물리학과 수학은 잘 돌아갑니다. 한의학이 조직화된 학문이라면 황제내경과 동의보감 없이도 굴러갈 수 있을 겁니다. (그냥 제 생각입니다). 한의학이라는 분야는 인문학적 구조와 실용학적 구조가 뒤섞여 있는데, 이걸 사상으로 접근할 것인지 아니면 의학으로 접근할 것인지를 잘 결정하고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토인비나 송희식이나 뭐그런 사상가들에게 환자를 맡길 수는 없으니까요. 몸철학이 중요하다고 해도 몸철학 한 사람이 한의사일 수는 없듯이, 한의학의 인문학적, 역사학적 구성이 중요하다고 해도 그것이 현대 한의학의 향후 발전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황제내경과 독립적인 우리 한의학의 역사적 계보를 찾는다고 쳐도, 그건 사상사적으로 의미있는 작업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이런 작업은 역사학이나 동양철학 하시는 분들이 더 잘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한의학을 전공한 분이 직접 한다면 더더욱 의미 있겠죠. 

하지만 누가 만약 저보고 한의학을 위해 지금 뭘 할수 있겠느냐고 묻는다면(만약 제가 박선생님의 입장이라면), 즉 이론가로서 후배들에게 뭘 줄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면, 전 상식적이고 과학적인 정신을 한의학에 불어넣어야 한다고 대답할 겁니다. 한의학의 사상적 측면이나 역사적 측면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알지만 그것이 한의학이 나아가야할 어떤 정신을 담보해 주지는 않습니다. 한의학을 연구하는 데 있어서 왜 통계학이나 수학적 마인드가 중요한지. 생리학적 지식 없는 의학이 도대체 가능하다는 것인지. 해부학이 도대체 왜 한의학에 필요한 것인지. 이런 문제들을 후배들에게 이론적으로 상기시켜줄 수 있다면 아마 저는 만족할 것 같습니다. 

건방지게 들렸다면 죄송합니다. 모임때마다 계속 말씀을 드렸었던 것 같은데 박 선생님께서 살아오신 궤적이 저와 많이 달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저희 모임에서 과학자 집단이 어떻게 사고하는가를 배워가실 수 있다면 저로서는 행복하겠습니다. 저는 한의학에 관심이 많지만 현재 저희 모임의 논의들이 한의학에 국한되어흐르는 것을 원하지는 않습니다. 저희는 아직 과학도 잘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물론 논의 자체가 금지되어야 한다는 게 아닙니다. ^^ 일단 저희 모임의 취지대로 과학사상에 관한 논의를 하면서 저희 내공이 쌓이면 한의학을 다뤄보자는 겁니다. 

일단 올리신 글에서 한사군 논쟁과 황제내경이 왜 연결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아마도 황제내경이 우리 한의학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 한사군 논쟁과 연계되나 봅니다) 김용옥의 문헌학적 연구 (그 책은 저도 읽었습니다)를 제외한 나머지 두 글은 그냥 무시하세요. 한사군에 관한 글을 쓴 임 머시기라는 사람은 국내 논문이 딱 하나 있는데 국민윤리학회에 기고한 글이고 이후 저술은 하나도 없습니다. 유래윤이라는 사람은 뭐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사람은 확실한 사이비 같습니다. 

아마도 상고사에 관해서는 윤내현 교수를 비롯한 여러학자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만, 솔직히 말해서 전 문외한이고, 문외한일 때 전 보통 전문가 혹은 대가라 불리는 사람들의 저작을 보는 편입니다. 우리나라 고대사 전공자가 얼마 안된다고 들었습니다. 윤내현 교수도 전 잘 모릅니다. 민족주의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하고 뭐 그렇다는데 평가내리기엔 제가 부족합니다. 윤내현 교수의 논문 하나와 고대사의 제문제들을 다룬 논문 몇개 찾아 훓어본것 올립니다. 도움되셨으면 합니다. 

추신: 인터넷 검색하실 때 사이비들 조심하세요. 전에 말씀드렷듯이 미내사 클럽이나 명상, 수행, 의식수련, 뇌호흡, 단학, 단군, 파동의학, 양자의학, 초능력, UFO 기타등등 인터넷은 위험한 지식들로 가득찬 곳입니다. 물론 상식적인 시각을 익히면 건질 자료들이 널린 풍요의 보고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