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항(桑港) 선언

산호세 진보적 한인그룹 ‘열린사람 좋은세상’이 한국 국정원 부정선거개입사건에 대한 성명서 발표를 도우려 쓴 글. 관련 오마이뉴스 기사 


합법적 이념선동세력으로 전락한 국가정보원이 국정의 기강을 흔들고 있다. 이미 지난 대선기간 동안 국정원 수장을 위시한 국방부 사이버사령부, 국가보훈처 등이 명백히 국내 정치에 개입했던 시도가 폭로되었다. 적발의 과정 내내 경찰과 검찰의 수사가 방해받았고, 박근혜 정권은 이를 사실상 방관해 왔으며, 합당한 국민적 의심을 종북몰이로 덮으려 했다. 국정원, 국방부 모두 자국민의 보호를 위해 정보력과 총구를 국가 밖으로 돌려야 할 조직임에도, 이들은 정의를 외치는 민중, 합당하게 의심하는 시민, 국가를 걱정하는 국민에게 총구를 돌렸다.

국가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 권력의 정당성은 국민의 지지로부터 시작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권력의 대표성은 절차적 정당성을 통해 획득된다. 국가기관의 국내정치 개입은 그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했다. 훼손된 절차적 정당성은 권력의 정당성에 대한 의심을 정당화하며, 그 의심을 해소할 수 없는 정권은 국민으로부터 권력의 대표기관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지난 대선의 절차적 정당성을 의심하는 국민 모두를 적으로 돌리는 정권의 정통성은, 그 의심이 해소되는 시점까지 끊임없이 흔들릴 수 밖에 없다.

국가기관은 개인의 이념을 통제하는 권력이 아니다. 국가기관이 합당하고 다양한 개인의 의견을 억압하고, 국가주의라는 폭력적 이념의 나락으로 국민을 추락시킬 수 없다. 종북이라는 꼬리표엔 국가주의의 폭력이 결합되어 있다. 건강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행해지는 합당한 의심과,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그 건강성을 재확인하는 절차이며, 종북이라는 꼬리표는 그 건강성을 해치는 심각한 질병이다. 훼손된 민주주의의 절차적 정당성을 의심하는 행동이 종북이라면, 그 합당한 의심마저 통제하려는 집단의 행동은 파시즘이다. 국민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집단이 대표하는 것은 대다수의 국민이 결코 아니며, 자신들의 권력을 수호하는 특권층일 뿐이다. 단언컨데 대한민국은 특권층의 국가가 아니며, 제헌의 그 순간부터 오로지 국민의 나라일 뿐이다.

우리 미주 재외동포의 역사는 올해로 110년을 맞이했다. 백 여년이 넘는 동안 우리는 고국에 대한 자부심으로 이민 생활을 이어왔다. 재외국민의 국내정치에 대한 관심이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져야 함은 비극이다. 우리 재외국민들은 사랑하는 조국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절차적 정당성이 훼손되었음을 심각하게 우려하며, 하루 속히 그 모든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될 것을 기대한다. 우리의 분노는 해외에서 자국에 대한 긍지로 하루하루를 생활하고 있는 삶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의 합당한 의심은 연평도 포격으로 무고한 주민을 학살한 북한의 지령 때문이 아니며, 다만 민주를 향한 민중의 오랜 염원일 뿐이다.

민중은 우리 선언의 대본영이며, 분노는 우리 선언의 유일한 무기이다. 우리는 한국 민중 속에 가서 그들과 손잡고, 절차적 정당성이 훼손된 한국 정치의 근간을 바로잡고, 특권층으로서 민중을 압박하지 못하며, 국가가 개인을 수탈하지 못하는 이상적 대한민국의 안녕을 기원한다.

2013년 12월 한국의 정치적, 경제적 발전을 염원하는 북가주 시민과 학생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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