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Creative Geneticist (2013), 아카이브 (2002-2013)

과학자가 되기까지의 여정: 토마스 쇼필드의 ‘과학자가 되기까지의 네 가지 단계’에 관한 이야기

https://medium.com/science-scientist-and-society-korean/e9dfe744eb4b 원글

과학자가 되기까지의 여정

토마스 쇼필드 (Thomas M. Schofield)

과학이 진리에 관한 것이 아님을 깨달았을 때, 비로서 나는 과학자가 되기를 바랬다. 내가 어떻게 이런 결론에 이르게 됐는지 좀 더 명확한 설명이 도움이 될 듯 하다. 아마도 그 깨달음을 제외하고는 내 이야기엔 특별한 것이 없을 듯 싶다.

2000년대 초반에 나는 런던의 채용회사에 근무중이었다. 어느날 여동생이 뇌출혈을 일으켰고 매우 심각하다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부랴부랴 짐을 싸서 집에 도착했을 때 여동생은 막 수술을 마치고 나온 후였다. 의사는 그녀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고 말했다. 수술은 매우 까다로웠고 동생이 깨어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했다. 그녀는 며칠동안 혼수상태였다.

하루종일 계속 여동생 옆에 머물렀다. 내가 전혀 쓸모가 없다는 건 알았지만, 잠들지 않고 버티기에 입원실은 꽤 괜찮은 곳이었다. 입원실을 지키며 계속해서 생각했다. 당황스러웠다. 왜 아무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자세히 이야기해주지 않을까? 누군가는 나에게 여동생의 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여동생 뇌의 문제엔 분명 타당한 설명이 존재할 것이고, 만약 더 많은 심리학자나 신경학자가 있다면 일반인들에게 그 문제들을 설명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나는 믿었다. 내가 5년이나 몸담았던 직업은 이런 종류의 일에는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나는 돈을 잘 벌었지만 일은 지루하고 반복적이었다. 내 인생 전체를 걸만큼 가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항로변경

여동생은 점점 나아지기 시작했고 두 주 정도가 지나자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나는 다시 런던으로 돌아왔고, 안도했지만 한가지 결심을 했다. 신경심리학 석사학위를 시작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그 후에 임싱심리학자가 되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뜻밖에도 나는 과학자가 되어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과학자가 되는 길에는 네 가지 단계가 있다. 나는 그 과정을 모두 기억한다. 과학자가 되는 길을 시작하기 전에 누군가는 당신에게 진실을 이야기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먼저 당신은 교과서를 읽고 강의를 듣고 얼마나 모든 것들이 잘 들어맞는지를 위압적으로 배우게 된다. 실험실에서 몇 가지 간단한 실험들을 하게 될 것이고, 예상했던 결과도 얻게 된다. 당신이 원하는 답은 이미 모두 나와 있는 것처럼 생각되고, 교과서를 충분히 읽고 더 많은 강의를 수강하면 이해하고 싶은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지도 모른다. 이 단계가 내가 막 첫 학사학위를 마칠 때의 일이다. 그리고 나는 그 대답을 찾아 석사에 진학했다.

충돌하는 이야기들

두 번째 단계는 과학자들이 무엇이 진실인지에 관해 자주 대립하고 서로 동의하지 않음을 깨달았을 때다. 이 단계는 짜증나고 심각한 에세이나 논문을 쓰면서 벌어진다. 수업과제로 “브로카 영역은 뇌에서 어떤 기능을 담당하는가?”와 같은 질문을 받을 것이고, 이에 답하기 위해 ‘갑’이라는 교수가 자신의 주장을 요약한 긴 논문을 읽어야 할 것이다. 그 논문을 읽은 후 당신은 “물론 확실하지. 그건 문법 처리 과정을 조절한다고. 누가 다르게 생각할 수 있겠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 다음 당신은 ‘을’이라는 교수가 쓴 또 다른 종설논문을 읽게 될 것이고, 을이 반대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당신은 “음.. 아마 이 교수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것 같군”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또 다시 ‘병’이라는 교수의 논문을 읽고 혼란에 빠진다. 이들 중 누군가는 진실을 말하고 있을 것인데 그게 누구일까? 결국 당신은 세 명의 다른 교수들의 이론을 잡탕한 에세이를 쓰고 “의견은 분분하다.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마무리 짓게 된다. 이게 내가 막 석사를 마쳤을 때의 단계였다. 나는 내가 그런 연구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박사학위를 시작했다.

세 번째 단계는 아무도 진실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을 깨닫는 때다. 이 단계는 정말이지 소름끼치고 연구의 와중에 벌어진다. 내가 진짜 실험이라는 것을 시작하고, 데이터들을 모으고 내 가설을 시험해보고, 다른 아이디어들을 반박하고자 했을 때, 상황이 내가 읽어 온 논문들처럼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끔씩 내가 알고 있는 어떤 이론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결과들이 나타났다. 언제나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했다. 나는 이게 문제라고 여겼고, 내 작업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나는 아주 든든한 지도교수를 두고 있었다.

박사과정으로 과학을 시작할 때, 당신은 진짜 과학자들과 일하고 교류하기 시작한다. 가끔은 당신이 진짜로 감동먹은 논문을 쓴 과학자들을 만날 때도 있다. 전문적인 과학자가 되면 이 사람들은 아주 기쁘게 업계의 중요한 비밀들을 알려준다: “바로 누구도 그 어떤 것에 대해 확신하지 못한다는 사실 말이다.” 과학논문은 더 크고 못생긴 암석의 예쁘게 잘린 일부일 뿐이다. 그 아름다운 그래프들과 영민한 논증들 뒤에는 얽혀버린 엄청난 의심들과 추측들, 그리고 모순들이 놓여 있다. 느슨한 실타래 하나를 잡아당기는 것만으로도 그 논문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 내 지도교수가 가르쳐준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이게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점점 나아지기

몇몇 과학자들은 4단계로 들어선다. 그건 과학은 진실을 발견하는 것이 전혀 아니며, 잘못되는 좀 더 나은 방법을 찾는 과정임을 깨닫는 단계다. 가장 좋은 과학이론은 진실을 밝혀낸 것이 아니다. 그건 불가능하다. 가장 좋은 이론은 우리가 이미 아는 세계를 최대한 가장 단순하게 표현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내가 언제든 틀릴 수 있음과 내가 가장 선호하는 이론조차 불가항력적으로 다른 이론에 의해 교체될 수 있음을 깨달았을 때, 나는 정말 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느꼈다.

이론은 절대로 완벽해질 수 없다. 이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이전의 이론보다 나아지는 정도일 뿐이다. 나는 뇌의 작동박식에 관한 더 나은 이론을 만들고 싶었다. 만약 내가 그걸 할 수 있다면, 누군가는 내 아이디어를 가지고 더 나은 이론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론이 나아질 수록 우리는 실제 세상의 작동방식에 관한 더 유용한 예측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예측들로 우리는 더 나은 처방을 개발할 수 있다. 나는 이런 진보의 일부가 되고 싶다. 이는 즉, 내가 운이 좋다면 내 인생 전부를 내가 설명할 수 없었을 무언가를 찾는 데 바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 이것이다. 두뇌에 대한 내 관심은 호기심보다는 실용적으로 시작되었다. 나는 과학자가 되길 원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었다. 내가 그것을 해야만 했기 때문에.

토마스 쇼필드는 뉴욕대의 신경과학 박사후연구원이었다. 그는 2010년 컬럼비아에서 버스 사고로 숨졌다. 작가 스테판 홀 (Stephen S. Hall)이 그를 대신해 이 에세이를 퇴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