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Woo Jae Kim (2014-)

하인쯔의 자살, 서울대, 그리고 DNA 레이저 프린팅: Austen Heinz

시작은 The Scientist의 한 기사였다. 합성생물학의 유망한 창업가였던 31세의 CEO가 죽었다는 부고였다. 그의 이름은 어스틴 하인쯔 Austen James Heinz(1982-2015)다.

Austen James Heinz, 31, died Sunday, May 24, 2015, in San Francisco. *소스: Austen J. Heinz – The Pilot Newspaper: Obituaries

Austen Heinz, who founded Cambrian Genomics to custom print DNA and had grand ideas about designing organisms, has passed away at age 31. *소스: Synthetic Biology Entrepreneur Dies | The Scientist Magazine®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고 했는데, 기사 중간의 이력이 눈에 띄었다. 그는 듀크(Duke)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마치고, 다시 미국 실리콘 밸리로 건너와 ‘캠브리안 제노믹스 Cambrian Genomics’라는 스타트업을 세웠다. 링크드인의 프로필을 보면, 분명 듀크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를 마치고 캠브리안 제노믹스를 세웠다. 실리콘밸리는 애플과 같은 IT기업들 외에도 최근 많은 의생명과학 스타트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데, 하인쯔도 그런 스타트업 창업자 중 한 명이었던 것 같다. 그는 DNA laser printing 이라는 기술의 최초개발자로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다. *소스: Austen Heinz | LinkedIn

그의 꿈은 다른 여느 젋은 합성생물학자들의 숨겨진 꿈보다 조금 더 대담했다. DNA laser printing으로 DNA 합성 비용을 줄여, 누구나 쉽게 자신이 원하는 생물을 만들 수 있는 세상을 꿈꿨다. 아마 100년 전에 태어났으면 프랑켄슈타인 박사라고 불렸겠지만, 꿀 수 없는 꿈은 아니다. 그는 자신이 ‘창조를 민주화 democratize creation’하고 있다고 믿었던 것 같다.

Heinz “worked to change the world by democratizing access to synthetic DNA through cost-effective, accurate DNA laser printing.” 소스: Controversial DNA startup wants to let customers create creatures – SFGate

이력이 확실히 특이하다. 듀크 같은 명문대를 나온 학부생이 뜬금 없이 서울대에 와서 석사를 하고, 다시 실리콘 밸리로 돌아갔다는 것은 정상적인 궤적은 아니다. 확실히 괴짜거나 뭔가 말할 수 없는 사정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쓸 데 없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서울대에서 석사학위를 했다고 알려진 한 청년 과학자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테리다.

시작부터 이상한 문서들이 걸려나오기 시작한다. 유엔미래포럼이라는 정체를 알 수 없고 박영숙이라는 사람이 그를 인터뷰했다는 기사가 나온 것이다. 인터뷰에서 하인쯔는 박영숙 대표에게 서울대 재학 당시 이대를 다니던 여자친구가 있었다는 자랑까지 했다고 한다 (부고 기사에 따르면 현재의 여자 친구는 노소연 Seoyeong Noh 씨로 알려져 있다). 이게 한글문서로 된 거의 유일한 기사다 (그 외에 이코노믹 리뷰에서 싱귤레러티 대학이 키운 성공적 창업기업의 하나로 하인쯔의 회사가 뜨는 정도다. *소스: 이코노믹리뷰, 캠브리안 제노믹스가 연구하던 악취 제거 박테리아 이야기도 있다.) 서울대 석사학위를 마친데다가 무려 실리콘 밸리에서 1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는 자랑스러운 졸업생을 다룬 국내 기사가 없다는 것이 말이 될리 없다. ‘두 유 노 싸이’의 나라 한국에서 이건 뭔가 이상한 일이다.

Cambrian Genomics, which has created a promising DNA-printing technology, has raised a sizable $10 million round of funding, by far the largest in the company’s history. *소스: Cambrian Genomics CEO says his company just raised $10M to ‘print more DNA’ | VentureBeat | Health | by Mark Sullivan

영어 문헌들을 뒤지기 시작하면서 뭔가 이상한 낌새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서울대 졸업을 의심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국내에서 ‘DNA 레이저 프린팅’으로 검색을 하면 모든 언론을 장식하는 과학자는 한 명, 서울대학교 권성훈 교수다. 국내에는 그가 DNA 레이저 프린팅의 개발자처럼 인식되어 있다. *소스: 동아사이언스

하인쯔가 서울대를 졸업했고, 권성훈 교수가 서울대 교수다. 그렇다면 하인쯔는 권성훈 교수의 제자였을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권성훈 교수의 실험실 홈페이지 졸업생 명단엔 Austen Heinz가 없다. *소스: BiNEL | Biophotonics and Nano Engineering Lab. Seoul National University

그렇다면 하인쯔는 권성훈 교수와 아무런 관계가 없을까? 아니다. 하인쯔는 권성훈 교수를 교신저자 Corresponding author로 4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이 논문들은 하인쯔의 링크드인 페이지에도 (저자들의 이름을 지운채) 기록되어 있다. 링크드인에는 7편의 Publications이 기록되어 있는데, 권성훈 교수의 실험실에서 연구했던 4편을 제외하고 한 편은 학회발표같은데 구글학술검색에서 찾을 수 없고(LASER based release of sequenced DNA, The Fifth International Meeting on Synthetic Biology (SB5.0), Stanford University, CA, USA, June 5, 2011), 나머지 두 개는 특허다. *소스: BiNEL | Biophotonics and Nano Engineering Lab. Seoul National University 그 4편의 논문 서지정보는 아래와 같다.

구글 학술 검색에서 Austen James Heinz 혹은 AJ Heinz로 검색을 해봐도 나오는 논문은 위의 4편 뿐이다. 자 이제, 위에 굵게 하인쯔의 이름을 보자. 하인쯔가 제1저자로 등록된 논문이 단 한 편도 없다. 링크를 타고 4편의 논문 전부를 뒤져봐도 2저자로 등록된 논문조차 공동제1저자 논문이 아니다. 즉, 그는 석사학위 동안 1저자 논문을 한 편도 내지 못했다. 보통의 경우 그런 학생은 석사학위를 받지 못하는 것이 한국 이공계 대학원의 현실이지만, 확실히 하기위해 한국교육학술정보에서 서울대학교 석사학위논문에 하인쯔의 이름이 걸리는지 확인해보았다. 없다. *소스: RISS 통합 검색 더 확실히 하기 위해 서울대학교 학위논문 검색을 해보았다. 역시 없다. *소스: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 통합검색(신규) 검색결과 ::Austen Heinz 그는 서울대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것이다. 그럼 듀크 대학은? 그는 정말 듀크 대학을 졸업했을까?

확언할 수는 없지만, 듀크대학의 졸업생들에 대한 흥미로운 기사 가운데 하인쯔의 이름이 거론된다. 이 기사가 2008년에 작성되었고, 하인쯔의 프로필에는 그가 듀크대를 2002년-2008년까지 다녔다고 했으니, 이 사람이 하인쯔일 가능성은 높다. 놀랍게도, 이 기사에서 하인쯔는 경찰기록에 노숙자로 기록이 되어 있었고, 술에 취해 이 가게 저 가게에서 자주 발견되어 나중에는 정신병원에 실려갔다고 한다. Ethium bromide(ETBR)이라는 DNA 염색제를 제거하는 시술까지 받아야 했다는 걸 보면, 학교를 졸업했는지 안했는지는 모르지만, 분명 뭔가 기괴한 사람이었음에는 분명하다. 그는 확실히 괴짜였던 것 같다. 듀크대를 졸업하고 서울대로 간 선택도 아래 신문의 내용을 보면 그다지 이상한 선택은 아니다.

Fourth, we have a sobering example of where my ass will be if I don’t figure out what I’m doing next year pretty soon: Austen Heinz is a former Duke student who according to police records has been living as a homeless person in CIEMAS.What do you think?Despite being banned from Duke’s campus, Heinz reportedly hangs out in Bostock, Twinnie’s and McDonald’s, and his file includes a note that he may need to be decontaminated from exposure to ethidium bromide (thought to be a highly toxic carcinogen) before he can be transported to the psych ward.What do you think?Surprisingly enough, Heinz is far from the only wayward alum still living on campus. Former student Jayanth Magar went a similar route after being dismissed from the University for academic problems. Today, he is occasionally seen wandering the halls of the Divinity School (and sometimes stealing stuff, police think) wearing a long beige trench coat and a beige ball cap. Yet another former student, Ross Prinzo, has been living in Duke buildings to avoid being served with a warrant by Durham police.

소스: Notorious… Trustees? | The Chronicle

합성생물학은 국내에는 이제야 막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DIY 생물학 혹은 BioHackers 라는 그룹의 등장과 차고에서도 GMO 생물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와 우려 속에 성장하고 있는 생물학의 매우 유망한 분야다. 이 분야야말로 진정한 통섭의 달인들이 모이는 곳인데, 생물학은 기본이고, 엔지니어, 프로그래머, 해커, 디자이너 등등이 모두 모여 하나의 문화를 구축하고 있다. *소스: 사이언스온 미국 뉴욕에 최초의 독립실험실 ‘제 스페이스 Gene Space’를 공동으로 만든 임성원의 (필자의 친한 친구이기도 하다) 인터뷰를 보면 합성생물학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소스: 사이언스온 – [수첩] 뉴욕 ‘젠 스페이스’ 공동설립 대학생 임성원씨 인터뷰

결론을 말하자면, 어스틴 하인쯔는 듀크대를 졸업했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문제가 있는 학생이었고, 한국의 서울대학교 권성훈 교수 밑에서 분명 석사학위를 했던 것은 맞지만 졸업을 하지 못했으며, 실리콘 밸리로 건너와 캠브리안 제노믹스를 2011년 창업하고 100억에 가까운 투자까지 받았으나, 자살한 것으로 추정된다. 자살의 이유는 확실하지 않다. 그가 창업했다는 캠브리안 제노믹스의 회사 홈페이지는 프론트 페이지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회사의 운명을 지켜볼 일이다.

소스: Cambrian Genomics, 캠브리안 제노믹스의 링크드인 페이지엔 좀 더 자세한 정보들이 있다.

어찌 됐든 소중한 생명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현재 하인쯔의 가족들은 iGem이라는 대학생들의 합성생물학 세계대회에 하인쯔를 기리는 기부를 촉구하고 있다.. *소스: In Memory Of Austen – ung.igem.org 그가 자살하기 한달 전쯤 했던 인터뷰가 유튜브에 올라와 있다. 그는 3D프린터로 살아 있는 공룡을 만들고 싶어하던 과학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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