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아카이브 (2002-2013), 취어생 (2002-2008)

황교수 논문 있는그대로 보기!

http://heterosis.egloos.com/773083 원문


2005년 5월 21일, 황교주님의 과대포장에 대해 우려로 쓴 글. 이 당시 국내의 반응은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윤리적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세력의 무지한 반대, 둘째, 국가 경쟁력에 눈이 먼 꼴통들의 무지한 찬성. 나는 그 둘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과학은 있는 그대로 바라볼 때 그 진정한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인연합등에 퍼날라지며 꽤나 읽힌 글이다. 이 글을 읽은 민노당의 과학기술 자문이 메일을 보내오기도 했다. 몇마디 나누어 보다가 서로간의 의견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글의 타이밍 –도올과 인터뷰 중에 그가 이런 말을 했었다. 당시는 탄핵과 관련해서 그가 오마이뉴스사상 최고의 원고료를 받았던 때이다-이 얼마나 중요한 지 이때 절실하게 알았다. 어쩌면 인터넷 시대의 에세이란 타이밍의 예술일 것이다. 관련 논의는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축제기간이기에, 간만에 실험실에 들어온 어린 아이의 눈에서 미친 눈빛을 보는 것이 꽤나 즐거웠기에 술 한잔을 걸치러 외출한 동안 일은 터져버렸다. 새벽부터 뉴스에서는 황우석 교수의 엄청난 발견을 대서특필하고 있었고, 나는 그저 조용히 사태를 관망할 수 있는 인내심이 생겼음에 감사하고 있었다. 이젠 그 인내심도 한계에 이르렀는지 모르지만.. 사실 이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떠벌릴 일이 있다면 그것은 놀라운 속도일 뿐이지 않은가. 

도대체 이번엔 어떤 연구를 했는지에 관해 뉴스나 기타 선정적인 언론을 통해 일반인들이 알 수 있는 사실은 다음과 같다. 

1.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양한 환자들로부터 핵치환을 통해 (치료용) 줄기세포를 만들어 내었다. 

2. 지난 번 연구보다 더 향상된 복제 효율(15배)을 얻을 수 있었다. 

3. 이는 난치병 치료에 한걸음 다가설 수 있게 해주는 엄청난 사건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고 논문을 설명하도록 한다. 1과 2는 부분적으로만 참이고 3은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분분할 것이 분명하다. 

1은 치료용이라는 말에 괄호를 치면 정확히 맞는 보도다. 

2는 15배가 아니라 정확히는 10배정도(3.3% 에서 35.4%)로 고치면 정확하고, 단순한 복제효율이 아니라 발달과정에서 살아남은 비율까지 합하면 효율은 더욱 줄어든다. 3.3%에서 ~24%로. 

3은 연구자들의 의견을 종합해서 말해야 할 것이다. 

논문이 밝히고 있는 것은 언론에서 떠드는 것처럼 매우 획기적인 과학적 도약은 아니다. 이미 인간의 체세포로부터 복제된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된 시점에서, 어쩌면 이 보고는 첫째, 이러한 복제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가능하다는 것과 둘째, 기술향상이 이루어졌다는 것 외에 밝혀주는 바가 없기 때문이다. 복제기술 향상은 중요한 진전이기는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들도 산적해 있다. 사실 실용화는 요원한 일이다. 이 점은 내가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진이 ‘자신들의’ 논문에 ‘자신들의 입’으로 쓴 것이다. 

논문은 다음과 같은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서론부분에는 연구의 목적과 사전연구, 연구계의 동향, 연구결과의 간단한 요약등이 실려 있다. 

쥐에서는 이미 이 논문에서와 비슷한 사례가 보고되었다고 한다. 사실 많은 이들이 놀란 것은 작년 세계를 놀라게 하고 올해는 기껏해야 여성의 핵이 아닌 남성의 핵을 이용해 복제를 성공하지 않겠느냐는 관망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연구진들도 남녀의 차이에서 복제효율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를 조사하기 위해 (어차피 실용화를 위해서는 당연한 수순이지만) 연구를 시작했다고 말한다. 

또한 복제된 줄기세포를 쥐의 Feeder Cell(줄기세포에 양분을 공급하는 양분공급세포)에서 키우기 때문에 치료에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 외에도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배양액에 들어간 Calf Serum(소의 혈장액)등과 남아있는 인간에게서 유래되지 않은 오염원들의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줄기세포라인으로는 반드시 치료용 목적뿐만이 아니라 해당 질병 연구가 가능하다. 선천적 질병일 경우 그 유전적 결함을 가진 줄기세포가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줄기세포로 약개발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런 선천적 결함을 가진 세포는 꼭 복제를 통하지 않아도 얻을 수 있으므로 이 말은 과학저널에 등장하는 약간 억지스런 표현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문제는 이것이다. 세포핵을 제공한 환자의 질병이 선천적이 경우, 이렇게 복제된 세포는 어찌보면 무용지물일 수 있다. 복제된 줄기세포는 공여자의 유전정보를 그대로 복제했기 때문에 유전적 결함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당 질병에 관한 생물학적 연구가 항상 동반되어야 한다고 이들은 말하고 있다. 또한 사고로 인한 질병일 경우 오염원의 제거와 분화과정을 조절하는 방식에 대한 세심한 연구가 있어야 치료용으로 사용가능할 것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복제된 11개의 세포주에 대한 분석은 별다른 오염 없이 실험이 잘 진행되었음을 말해준다. 또한 이들 세포를 분화시켜서 피부세포 등등으로 분화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개개의 환자들에게서 핵을 공여받아 복제를 해야하는 번거로움은 장기이식이나 줄기세포 주입시 일어날 수 있는 ‘면역거부반응’이라는 것 때문이다. 일란성 쌍둥이라도 급성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면역거부반응에 관여하는 MHC분자들이 Somatic mutation을 통해 다양성을 획득하기 때문이다. 즉, 이들의 다양성은 DNA의 배열을 바꾸는 엄청난 모험을 감행하면서까지 얻어야 하는 일종의 진화적 압력이었던 셈이다. 따라서 같은 유전정보를 가진 사람이라도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연구진은 MHC HLA로 면역거부반응을 확인했다. MHC-HLA는 면역학계에서는 실제로 가장 중요한 면역거부반응 인자로 알려져 있다. 또한 실제 치료에서도 이 물질에 대한 분석으로 장기이식등을 결정하는 수가 많다. (물론 장기이식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관련 분자들이 테스트된다). 그러나 연구진들도 밝히고 있지만 이들이 Science에 발표한 면역거부반응에 관한 데이터의 진실은 in vivo(생체 내)가 아니라 in vitro(시험관 내)실험이라는 것이다. in vitro에서, 즉 MHC HLA 분자의 동일성 여부를 관찰한다는 것이 면역거부반응에 대한 차후실험 없이 바로 치료용 복제를 실용화 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예를 들어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정보가 면역반응에 관여한다는 보고가 있으며 환자의 미토콘드리아까지 복제할 수 있는 기술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복제된 모든 미토콘드리아의 정보는 난자제공자의 것이다) 이를 해결할 방법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실제로 이식실험을 해보지 않고는 확신할 수 없다. 인간을 대상으로 in vivo실험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이므로, 일단 MHC-HLA type matching정도로(물론 사실 이건 당연히 예측되는 결과다. 만약 MHC 정보가 달라진다면 귀신이 씌였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만족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복제의 효율성은 통계적으로 아직 향상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 (이거 중요하다. 편차가 엄청나게 크다. 자세한 것은 논문 찾아보시길. 어떤 경우는 상당히 효율성이 낮았고 연구진은 난자공여 산모의 나이와 이를 연관시키기도 한다). 즉, 효율성은 평균적으로 10배정도 높은것이지만(35.4% vs 3.3%) 발달과정을 고려하면 더 낮아진다( ~24%뿐). 

어쨌든 효율성이 증가했다 치고, 이들은 효율성의 증가를 가져온 5가지 실험과정의 발달을 나열한다. 

1. 휴먼 피더셀을 사용 
2. 핵 채취과정의 발달 
3. 난자채취과정에서 cumulus 세포 제거과정의 향상 
4. immunosurgery 과정을 거치지 않고 ES 세포 구축 
5. 손기술의 비약적 향상 (실제로 기술된 원문은 이렇다 Scientist-specific micromanipulation improvements during the most exacting steps of the oocyte’s enucleation, and NT-injection and fusion): 이건 잘 아시듯이 젓가락질 운운하는 것을 말한다. 

연구결과는 이게 전부다. 이 후 연구진들은 다음과 같은 전망을 제시한다. 

우리가 이 복제기술을 실용화하려면 기술전과정에 걸쳐 모조리 사람에게서 나온 물질들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치료에 드는 돈은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다. 또한 후생적 epigenetic한 요소들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한데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유전적 각인 현상의 제거, 미토콘드리아 정보, 정자에 의한 스핀들 폴 극체 형성, 소마틱 센트로솜의 유입, X-inactivation과정이 방해 받을 수 있음 (쥐에서 보고되었음), 유전체의 안정성, 분화과정의 정교화, 텔로머레이즈의 문제등등등. 

복제인간연구는 절대 안한다는 말도 덧붙이면서 논문은 마무리 된다. 

이제 이 논문의 실체를 보셨으니, 이 연구결과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과연 이 연구결과가 황교수가 런던(도대체 거긴 왜 갔을까. 논문은 미국에 발표하고 발표는 영국에서 하고..저러다 왕따 당할라..)에서 발표할 만큼 대단한 것인지의 문제와, 정말 난치병 환자들이 희망을 가지고 살아도 될지의 문제등은 여러분의 판단에 맡긴다. 내 말은 이 연구가 난치병 치료를 위한 기술개발에 도움이 되지 않는 뜻이 아니다. 이 연구가 정말 이렇게 대서특필될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묻고 있을 뿐이다. 그것도 난치병 치료가 문턱에 다가온 것처럼 보도될 가치가 있는지에 관해 묻고 싶을 뿐이다. 어찌보면 과학적으로는 예측되었던 일들을 검증한 것에 불과한 논문이, 단순히 기술개발의 비약적 향상이라는 이유로 화제가 되고 있는 것 뿐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처럼 예측된 사실을 확인하는 절차상의 실험설계로는 절대 Science지에 논문을 실을 수 없다. 논문이 실릴 수 있었던 이유는 다소 정치적이고 복잡한 사안이 걸린 치료용 복제기술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연구비에 관한 황교수의 언급, 언론의 종교적 보도태도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그 정도는 모두가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