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급진적 생물학자 (2008-2011), 아카이브 (2002-2013)

나는 꿈이다!

한영키를 바꾸고 RNA를 한글로 타이핑해보자. “꿈”이 된다. 웃긴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가끔은 이런 우연으로 행복에 넘쳐 볼만도 하다. 그래 나는 RNA가 좋다. 게다가 난 RNA를 무려 8년이나 연구하고 있기도 하다. RNA에 대한 글도 쓴다. 재작년인가 내가 만든 연구그룹의 홈페이지에 이런 글을 올린 적이 있다. 내 소개글이랍시고 만든 거였다.

이것 저것을 합니다. 미친듯이 실험을 할때도 있고 미친듯이 책을 읽고 있을 때도 있습니다. 물론 미친듯이 놀때가 더 많습니다.하는 일에 제한을 두지 않습니다. 머리 속에 과학이라는 두 글자를 새겨 두고 제가 하는 행동 모두가 그것을 위해 나아가리라 믿고삽니다. 때론 사랑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고 술도 잘 마십니다. 노래하는 걸 좋아해서 술만 마시면 노래방에 가자고 조르다가모두에게 찍혔습니다. 연구내용을 적으라는데 제게는 이런 모든 것이 연구의 주제라고 생각됩니다.

DNA를 싫어합니다. 정보를 독점하고 세포의 생사권을 쥔 것처럼 까부는 이 땅의 상류층 같아 보여서 전 DNA가 싫습니다.

Protein을 사랑합니다. 묵묵히 제 할일을 하며 정보의 소유권에서 벗어난 그들의 운명을 감싸안아주고 싶어합니다.

RNA가 되고 싶습니다. 정보의 소유자이지만 DNA처럼 놀지 않고 자신의 일을 하는 그들의 다리 역할은 제가 꿈꾸는 ‘실천적 현자’, 또는 행동하는 지식인의 모습입니다.

이땅은 조선의 인문주의로부터 한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과학은 경제부강책으로 수입되었고, 과학이라는 문화가,그 전통이 이 땅에 스며든 것은 이제 십여년도 채 되지 않았다고 여깁니다. 따라서 19세기 과학자들의 생애에 집착하며 항상그들의 이상 속에서 삽니다. 그리고 이 땅을 그렇게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지금은 희망을 가질만한 가치가없는 땅이라 여깁니다. 하지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이 땅에서 과학자들에 의한 혁명을 이루어보고 싶습니다. 사농공상의 가장밑바닥에서 여전히 사회의 천한 계층임에도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그들에게 혁명의 불꽃을 심어주고 하직하고 싶습니다.

또 웃기는 말들을 하고 있습니다. 무시하시길.

분자생물학 강의를 위해 의인화 좀 해보자. 도킨스도 유전자가 이기적이라는 의인화로 유명해졌는데 나라고 못할 거 없다. 약간의계층화가 시도될 것이다. 발끈할 이들을 위해 미리 말해두자면 이미 사회에 존재하는 현상이라는 거다. 발끈할 이유 없다. 게다가목표가 착하니 태클 걸지 마라.

DNA를 이 사회의 한 계층에 비유하자면 권력층이다. 정보를 독점한 무리다. 정보는자본으로 변환 축적된다. 정보를 독점한 이들은 편하게 그 정보를 굴려 계속해서 복제를 주도한다. 더 웃기는 건 스스로는 아무일도 못하는 존재라는 거다. 정보를 독점하고 있으면서도 그 정보를 표현하려면 단백질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정보를 읽어 들이고수선하고 유지하는 모든 일은 단백질이 한다. 노사관계다.

단백질은 이 땅의 민중이요 서민들이다. 정보에서 동떨어진이들은 자본에서 동떨어져 있다. 돈 번 놈들은 죄다 부동산으로 돈을 벌었다는데 우리네 서민들은 부동산을 살 자본이 없다. 그래서권력이 시키는 데로 권력을 유지시키기 위해 별 수 없이 하루하루를 산다. 참으로 열받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유일하게이러한 권력의 폭거를 막을 수 있는 존재가 있다. RNA다. 얘네들은 DNA와 사촌지간이다. 따라서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또얘네들은 스스로 몇 가지 단백질의 기능을 할 수 있다. DNA와는 다른 당구조의 하이드록실 그룹이 RNA에 촉매의 기능을부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RNA에게 부여된 촉매의 기능은 그들을 불안정한 물질로 만들어 버린다. 물이 그들을공격하여 분해시킨다. 따라서 정보를 소유한 RNA들은 잠정적이고 순간적으로 존재하는 물질이 된다. 라이보좀이니 뭐니 하면서태클걸지 마라. 나도 그 정도는 안다. 그냥 대충 의인화하면 그렇다는 거다.

굳이 RNA를 비유하자면 그리고그래야만 한다면 이들의 역할은 지식인이다. 지식인이자 실천하는 자들이다. 정보를 소유할 수 있으니 이들은 마음만 먹으면 자본에근접할 수 있다. 서울대 출신들이 이 땅을 움켜쥐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하지만 DNA의 정보를 나눠 가진 자의 책임은막중하다. 그들만이 그 정보를 옳게 사용할 수 있다. DNA는 뚱땡이다. 배부른 돼지다. 복제할 생각 외엔 아무것도 없는무뇌아다. 천민자본의 대표주자다. 그러니 RNA의 책임은 막중하다.

RNA가 아름다운 것은 그들이 실천적이기때문이다. 또한 그들이 잠정적이고 희생적이기 때문이다. 태생적으로 불안정한 그들은 정보를 전달하고 기꺼이 희생을 감수한다.지식인들의 이상형이다. 지식인의 실천이 항상 화두에 오를 때 나는 RNA를 생각한다. 정보를 소유하고도 실천적인 그들의희생정신을 떠올린다.

나는 꿈이다. 꿈이고 싶다. 그래서 나의 짧은 생을 아름답게 마감하고 싶다. 아 지나치게 감상적이다. 비가 와서 그런가보다. 그래서 이 글은 안래디컬 바이올로지의 첫 글로 올리련다.

  1. RNA.. 잘몰랐는데 멋진 녀석이네요. 한글로 치면 꿈이라는것도 재미있고.

  2. 몰렉셀 공부하다 들어와서 읽으니 이렇게 신선한 글이 ㅠ_ㅠ

    강의중에 이런 이야기해주는 교수님 저희 학교에 있어쓰면 좋겠네요..ㅎㅎ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