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기와 집모기에 의한 가려움증의 차이에 대하여

산모기에 물리면 더 가렵고 엄청 크게 부어오른다는 말을 듣고(아마 오래전에도 들었던 것 같은데, 당시에는 과학적 호기심을 강하게 느끼지 못했다. 블로깅을 안하던 당시여서 그랬나보다. 확실히 블로깅이란 글쓰기에 대한 동기를 제공하는 툴이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엠파스 지식인에 물어보았는데 시원한 답을 얻지 못했다. 엠파스 버젼네이버 버젼이 있었는데 훈훈하게 정감이 가는 이야기들 뿐이었다. 사실 과학자라고 궁금증이 생겼을 때 바로 논문을 뒤적이는 것도 아니고, 해결책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예전에 “왜 인간의 적혈구에는 핵이 없을까”라는 문제를 가지고 몇주를 씨름했던 기억이 난다. 낙타까지는 적혈구에 핵이 있다는데, 이게 영장류로 넘어오면서 조금씩 사라진다는 것이다. 대충 “적혈구의 유전체가 개체라는 시스템에 필요에 의해 완전복종! 엎드려 뻗쳐!”하는 경향으로 진화해 온 것은 아닐까라고 결론내렸었는데,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사실 진화론의 대부분의 이론들이 이런 식으로 답보 상태중이거나 논쟁중인 것이 많다. 내가 항상 말하지만, 이론위주의 과학에서 해당 이론이 가지는 수명은 실험과학의 그것보다 짧다(내글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차이> 혹은 시사인에 기고했던 원제 <광우병과 진화론>의 해당 설명을 참고).

내가 도대체 왜 이렇게 강하게 의무감을 느끼게 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이 글은 모기에 대한 적절한 과학적 이해를 도모하고(인터넷에 떠도는 조금은 사실에서 벗어난 글들이 있다), 나도 소설을 한번 써보려는 의도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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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모기에 물리면 왜 가려운가

“산모기에 물리면 도대체 왜 더 가렵고 고통스러운가”라는 것이 내 궁금증의 시작이었다. 한글로된 정보들 중에 그럴싸한 글이 하나 있었는데 산모기와 집모기 사이의 궁금증을 풀어주지는 못했지만, 아마추어로서 상당한 수준에 오른-<과학에 미치다>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한 딴지일보에 실린 안동진씨의 글, <모기와 말라리아에 대해 알려주마!>가 있었다. 모기에 물렸을때 나타나는 가려움증이 실은 히스타민에 의해 촉발되는 우리 몸의 면역작용에 의한 것이라는 설명은 정확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면역작용이 모기의 침샘분비물인 항응고제 성분(anticoagulant)에 의한 것이라는 점도 맞다. 안동진씨의 글이 기초적인 과학상식에 대한 명쾌하고 쉬운 설명이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가 모기의 항응고제라고 설명한 ‘히루딘(Hirudin)’때문에 고생좀 했다. 우리몸의 대표적인 항응고제인 헤파린(Heparin)과 거머리의 히루딘은 작용기작은 같지만 성분은 다르다. 이것도 안동진씨의 설명이 정확하다. 문제는 모기의 항응고제가 히루딘이 아니라는 데 있다.

펍메드를 한두시간 뒤져서 찾아낸 결과로는 우선 황열병(Yellow fever)를 유발하는 매개체인 황열병 모기(Yellowfever Mosquito, 학명:
Aedes aegypti)에서 발견된 Anticoagulant-factor Xa (AFXa)’ 라는 것이 있다. 415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단백질이며, 세린 프로티에이즈 저해제(serine protease inhibitor)일 것으로 추정되는 기능을 가진 효소다. 전문적인 이야기는 건너뛰자. 뭐 혈액의 응고 작용에 관여하는 효소들이 대부분 단백질 분해효소(protease)들의 연쇄작용으로 이루어지고, 이들 중 상당수가 세린 프로티에이즈들이니 그걸 막는 저해제가 항응고제일 것은 자명하다는 정도만 해두자.

최근에는 말라리아 모기들(Anopheles Mosquitos)에서 ‘anopheline’이라는 새로운 항응고제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단백질이라기엔 조금 작은 펩타이드인데 6.5kDa정도 된다고 한다. 혈액응고의 연쇄작용에 필수적인 우리 몸의 효소인 쓰롬빈(Thrombin) 저해제라고 하니 항응고제로 기능할 것임엔 틀림 없다. 1999년에 클로닝이 되었고 논문이 5개밖에 없으니 모기의 항응고제 연구는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이것도 말라리아와 관련되어 있으니 이정도지, 내가 던진 질문처럼 순수하게 학구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연구비가 지원되기 힘들지도 모른다. 최근엔 말라리아 모기의 침샘에서 전사체(transcriptome)와 단백질체(proteome)을 분석하려는 시도도 있었고, 생화학적 운동학(kinetics)도 연구하는 것 같아 다행이다.

모기에서 헤파란 설페이트(Heparan sulfate)가 발견되기도 했다. 안동진씨의 글에서 설명된 것처럼 우리 몸의 항응고제인 헤파린은 탄수화물인데, 모기의 침샘에도 그런 물질이 있다는 것이다.

여하튼 중요한 사실은 모기들이 우리를 물었을 때 우리를 가렵게 하는 물질이 ‘히루딘’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사실, 우리가 물렸을 때 모기의 침샘으로부터 기어들어오는 물질이 항응고제 성분인
Anticoagulant-factor Xa (AFXa)’‘anopheline’ 만 있는 것도 아닐테고, 오믹스(-omics)의 시대에 맞춰 무려 암모기의 침샘체(sialiome)에 관한 연구도 진행중이니, 향후 다양한 모기 침샘의 항원(antigen)과 우리몸 면역계의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가 등장할 것이다.

요약하자면, 모기가 우리를 물었을 때 모기의 침샘으로부터 피부로 스며든 다양한 모기의 침샘성분이 우리 몸의 면역계에 의해 항원으로 인식되어 면역작용을 촉발하고 이로 인해 마스트세포(mast cell)에 의해 분비되는 히스타민에 의해 가려움증이 야기된다는 것이다. 모기와 가려움증에 관한 상식은 대충 이정도의 상식적인 선에서 마무리하자.

도대체 왜 산모기가 물면 더 아픈걸까?

여기서부터는 일종의 소설이고, 더불어 진화학계의 오래된 논쟁을 다루어야 한다. 1995년부터 시작했던 없어진 내 홈페이지에서 이런 소설을 많이 쓰곤 했는데, 역시나 지금도 소설에 불과하겠지만 그래도 많은 자료들이 보강된 그러 소설이지 싶다. 어차피 실험적 자료가 불충분한 수리적 모델과 이론들의 세계에선 권위와 논쟁과 짧은 주기가 횡행하게 되는 것이다(이전 글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차이>를 참고).

전염병학(epidemiology)에는 전염병의 독성과 관련해서 오래된 ‘일반적 통념(Conventional wisdom)’ 혹은 ‘속된 지혜’가 있다. 숙주와 기생체의 상호작용이 오래되면 오래될 수록, 숙주에게 독성이 강한 기생체의 비율이 줄어들게 된다는 통념이다. 예를 들어, 인간과 오랫동안 함께 해온 허피스(Herpes virus)나 현재 독성이 많이 감소한 B형간염(Hepatitis B virus)가 좋은 예가 된다. 진화학적 관점에서 바라보자면, 처음 숙주와 만난 기생체들 중 독성이 강하고 따라서 전염력이 강했던 형질들이 승리하지만, 그 상호작용이 오래되면 오래될 수록, 숙주를 죽이지 않고 오래 살리는 형질들이 오히려 유리해진다는 것이다. 기생체와 숙주간의 일종의 ‘공진화(coevolution)’가설이다. 독성이 강한 기생체일수록 숙주를 일찍 죽게 할테니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나도 대충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왔다. 어차피 대규모의 실험이 존재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꽤 강한 상관관계가 있는 이론이라 해도 무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이론이 최근 논쟁 중인 듯 하다.

도킨스가 대세인 대한민국에서 도킨스의 스승격인 조지 윌리암스의 다윈의학 개론서 <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도 출판되었고, 인터넷에도 이러한 시각을 담고 있는 많은 글들이 존재한다. 사실 세기 힘들 정도로 많다. 이러한 시각을 비판하는 창조과학자들의 논리로부터 나름 진화론자인 사람들의 글까지. 하긴 나도 이와 관련된 논문을 쓰기까지 했으니 이런 대세에 한몫했음은 분명하다. 사실 전공과는 동떨어진(아니 전공이 생물학이니 동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생물학이라는 분야가 워낙 넓다보니 너무나도 분자생물학자들에게는 생소한) 첫 논문이자 지금까지는 마지막 논문이었는데, <과학과 철학>이라는 잡지에 발표되었었다. 지금도 이 잡지가 출간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변명 비슷한 것을 하자면, ‘다윈의학’이라는 이름으로 유행된 ‘진화적 관점의 의학’에 구체적인 사례를 덧붙혀 설명하면서, 분자생물학과 진화생물학 그리고 의학 사이의 긴장관계를 설명하려는 시도였다. 단순한 진화의학에 대한 소개글은 아니었다.




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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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네스 외 지음 |
사이언스북스 펴냄

의학의 가장 큰 미스테리는 인간의 몸에 질병의 대부분을 유발하는 결함.약점이 있다는 사실.다윈의학은 우리의 몸과 마음이 오랜 진화의 산물임을 강조함으로써 질병의 원인들을 재분석하고 합리적인 치유법을 찾아보도록 권유ㅎ고 있다.



최근 션 캐롤등에 의해 유행되는 진화발생학(Evo-devo)를 보아도 그렇고이제는 분자생물학적 전통을 마스터하고 진화학과 때로는 복잡계 과학에까지 두루 능통한 과학자들이 그동안 파편으로만 존재하던 지식들을 엮고 있음을 보게 된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고 나에겐 불행한 일이다. 강적들이 너무나 많아지기 때문에..

오늘도 이 글을 쓰려다가 너무나도 멋진 한 명의 학자를 만나게 되었는데, 그 이름 기억하자. 브루스 레빈(Bruce R. Levin) 되시겠다. 인터넷에 올려져 있던 그의 논문 <The Evolution and Maintenance of Virulence in Microparasites>에서 최근 전염병학이 분자생물학과 유전학 및 집단유전학과 결합에 진정한 종합학문으로 탈바꿈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네이쳐 지네틱스에 발표된 그의 논문은 압권인데, 독성과 전염병 사이의 최근 동향을 이해하고 싶은 전공자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우선 소개된 레빈 교수의 첫번째 논문의 결론 부분에 다음과 같은 말이 인상적이다.

At this time, these predictions are based almost entirely on general theory and retrospective interpretations of epidemiologic and other observations about specific microparasites. Although this theory and these interpretations may be appealing, in a formal Popperian sense, almost all the mechanisms postulated for the evolution of virulence of specific microparasites are no more than untested hypotheses. However, unlike most evolutionary hypotheses, those about the evolution of microparasite virulence can be tested and rejected with prospective, experimental studies with laboratory animal and plant hosts. These tests could be at two levels; first, tests of the validity of the assumptions behind these models of the evolution of virulence and second by tests of the predictions made from the consideration and analysis of these models.


현재까지 등장한 진화학의 전염병에 관한 이론들이 시사해주는 바는 많지만, 포퍼적 관점(뭐 그래도 상관 없다고 본다)에서 보자면 테스트 되지 않은 가설에 불과하다는 것이고, 이를 실험으로 증명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단락이 등장하는 절의 제목이 “실험적 진화론이 실험적 전염병학을 만나다(Experimental Evolution Meets Experimental Epidemiology)”이니 할 말 다했다. 좀 멋지다 이분.

두번째 논문에는 이런 글이 있다. 진화의학을 언급하는 대목인데, 재미있게도 조지 윌리암스와 랜돌프 네스의 책이나 논문이 아닌 스턴스(Stearns, S.C)의 1999녀녿 책 <Evolution in Health & Disease>를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게 나한테는 충격인데, 이 바닥 아시는 분들에게도 좀 충격이었으면 한다. 여하튼 실험과 이론의 복잡한 역학적 관계를 그리는 이 단락을 보자.

Recent interest in ‘evolutionary medicine’ represents a potential starting point for developing these ideas. But most evolutionary biologists tend to work at the population level and pay little attention to the molecular basis of infection and disease, whereas most biomedical scientists tend to work at the molecular and cellular level and pay little attention to population processes. A fuller understanding of the biological and biomedical implications of co-evolution demands closer links between these disciplines than exists at present, but will be greatly to the benefit of both.


이런게 학제간 연구고 종합학문을 하는 대가급 학자의 태도다. 개인적으로는 어느 학문이건 학제간 연구에 있어 일종의 역할분담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위험한 발언은 훗날을 기약하도록 하자.

그러니까 도대체 왜 산모기가 물면 더 아픈거냐구

글 하나 쓰려고 너댓시간을 공부하고 있다보니 항상 삼천포에 빠지기 일쑤다. 그래도 내가 품었던 궁금증에 대해 스스로 내린 대강의 답은 하고 자야겠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지만, 결론은 조지 윌리암스도 브루스 레빈도 네이버 지식인도 내 일상적 호기심에는 전혀 만족할 만한 답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선 문제를  두가지 관점으로 나누어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다. 생물학의 원인이 항상 근접인(proximal)과 궁극인(ultimate)으로 나뉘기 때문이다. 근접인과 궁극인의 구분도 실은 생물철학자들에 의해 탄생한 것인데 이에 대해서도 할말은 많지만 우선 참자. 대신 현재 이러한 구분이 분자생물학의 눈부신 발전에 의해 통합되어가고 있다는 말만 전한다.

산모기가 물면 더 아프다는 것을 산모기의 독성이 더 강하다고 대충 단순화해보자. 논리적 비약인데 뒤에 이에 대해 설명한다. 전염병학의 ‘일반적 통념’에 따르면 숙주와 오랜 시간을 보낸 기생체일수록 독성이 약해진다고 했다. 따라서 집모기보다 인간과의 접촉이 뜸했을 산모기가 가지는 독성이 더 강할 수 있다. 여기서 과연 모기에 물렸을 때 인간이 느끼는 가려움증이 모기의 독성을 ‘자연선택’할 수 있는 선택압이 될 수 있느냐는 문제가 발생한다. 소설이니까 끝까지 소설을 써보자.

사람이 어떤 모기에게 물렸다. 그런데 엄청 간지럽다. 열받는다. 쫓아가 죽이겠다는 동기가 부여된다. 물렸을 때 강한 간지럼증을 유발하는 모기의 개체수가 줄어든다. 집모기의 약한 독성은 이렇게 자연선택된 결과다. 산모기는 이와는 반대로 인간보다는 자신을 끝까지 추격해 몰살할 수 없는 동물들의 피를 빨아왔음으로 여전히 독성이 강하다. 아 정말 소설이다. 여기까지가 진화론적, 즉 궁극인적 설명이다. 원래 진화학의 설명들이 이런 류의 가정에 기반하는 경우가 많다. 수식으로 포장되어 있기는 하지만.

근접인적인, 즉 분자생물학적인 설명을 해볼까? 산모기의 침샘에서 나오는 항원은 집모기의 그것보다 인간 면역계에 낯설은 물질이다. 왜냐하면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계속해서 마주쳐온 모기의 침샘물질은 집모기의 그것이고 따라서 일종의 적응면역반응(adaptive immune repsonse)이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모기의 항원은 우리 몸의 면역계에 의해 그닥 큰 위협으로 느껴지지 않고 따라서 면역계의 활성화도 상대적으로 금방 멈춘다. 면역계는 익숙한 것은 빨리 그리고 낮은 강도로 정확하게 처리해버리는 기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산모기는 집모기처럼 인간이 어릴때부터 자주 접촉해온 항원이 아니기 때문에 면역계가 좀 놀란다. 그래서 크게 부어오르고 더 간지럽다. 새로운 적이라는 신호가 면역계에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건 거의 개체발생수준의 전염병학의 ‘일반적 통념’ 축소판이다. 개체발생(Ontology)와 계통발생(Phylogeny)의 차이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하지 않겠다. 개체발생은 아이가 성인이 되는 발생학적 변화를, 계통발생은 물고기가 사람이 되는 진화적 변화를 뜻한다. 개체발생 관점에서 (물론 진화적 변화의 시간보다 그 시간은 엄청 짧지만. 100년과 100만년의 차이) 면역계와 모기침샘 항원의 관계가 진화적 관점에서 숙주와 기생체의 관계와 유비되기 때문이다. 전자는 근접인적 설명인데 후자의 궁극인적 설명과 닮았다라는 점이 재미있다.

하지만 산모기에 물리면 더 아픈 이유는 근접인적 설명에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인간이 집모기와 접촉한 시기가 진화적 변화를 위한 몇백만년의 시간보다 훨씬 짧기 때문이다. 아마도 문명화가 시작된 시점정도부터일텐데 이 기간은 진화적 변화를 위해서는 지극히 짧은 시간이다. 게다가 독성이 강한 모기는 산으로 쫓겨나고, 약한 집모기는 인간 주변에 남고, 그러한 형질들이 인간과 모기의 유전체 속에 자리잡을 정도로 인간과 모기의 관계가 생존에 필수적이었나 하는 의문이 든다. 물론 말라리아와 겸상적혈구빈혈증을 생각하면 모기의 존재가 아프리카에서부터 우리 조상들에게 강력한 위협이 되었으리라는 생각도 할 수 있지만, 그걸 현재 모기들이 가진 독성과 연관짓기에는 정황적 증거가 부족하다. 사실 연결시켜보려고 논문을 좀 뒤져봤는데, 이런 연구는 아무도 하지 않는다. 아마 한다면 Ig노벨상이나 받을지도.

결국 결론은 개체발생적 시간대에서 우리와 접촉이 뜸한 산모기의 항원이 면역계에 더욱 자극적이기 때문에 산모기가 물면 더 가렵다는 것이다. 나중에 누가 네이버 지식인에 “왜 산모기에 물리면 더 가려운가요?”라는 질문을 하면 이 글을 좀 퍼날라 주시기 바란다.

18 thoughts on “산모기와 집모기에 의한 가려움증의 차이에 대하여

  1. 멋진 글입니다.
    제가 지금 무쟈게 바쁜(이 늦은 시간에? 네. -_-;) 관계로 정독 못하는 게 아쉬운데요.
    나중에 와서 다시 찬찬히 읽어 보겠습니다.
    하여간 어느날 갑자기 폐쇄하지 마시고 이 블로그는 오래오래 유지하시길 바랍니다.
    간만에 정말 마음에 드는 블로그 하나 발견한 것이기에 더욱 간절합니다.
    건필하시길…

  2. 핑백: YY
  3.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집 모기와 산 모기에 대한 비교 연구가 행해지지 않는 한은 물리기 전에 냅다 때려잡는게 상책일 성 싶네요.< ..응?>

  4. 제가 이렇게 방문한 것이 폐가되지나 않을런지,,,이제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셨을 것 같기도해서…여하튼, 여전히 혈기왕성한 글을 쓰시고 계시군요. 서두를 읽고 근접인이 아닌가 했는데, ㅎㅎ 어쩔수 없나봅니다. 본래 이대에 아노펠리스 실험실이 생길 예정이었었는데(실험실을 짓기도 했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왠일인지 결국에는 무산되었다고 합니다. 뭐 돈때문, 규정때문, 이런저런 이유였겠죠.
    저는 실험을 떠나 생물정보학으로 풍덩 뛰어들고 보니, 이전에 우재님이 말씀하시던 김창준씨도 어쩌다 보니 뵙게 되고, alankang님의 홈페이지에서는 프로그래밍하는 소스를 많이 얻고 있습니다. 세상 정말 좁네요. agile이라는 것을 배워보자고 이대+서울대 워크샵을 했는데 김창준씨가 떡하니 코치로 오셨는데, 처음에는 왜이리 이름이 낯이 익나 했었습니다. 여하튼, 정말정말 가기 싫어하시던 미국도 가시고, 좋은 결과 있으시길 빌겠습니다. UCSF와 UC Berkeley에 제 친한 친구들이 많이 있는데 그곳으로 가셨더군요. 사람일은 참 모를 일입니다. 행동유전학이라고 하셨나요? 진정 원하던 분야를 하고 계시겠군요. 계속 이렇게 왕성한 활동 기대하겠습니다. 언젠가 학회에서 스스럼없이 discussion 할 수 있게 되기를 빕니다.

  5. 우연히 초파리에 관한 글을 따라서 왔다가 좋은 글을 읽고 갑니다.
    저는 생물학에는 문외한이라 아주 새롭게 느껴지는군요.
    그런데 모기와 관련해서 제 경험을 몇 자 남깁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시골에서 자랐고, 집이 산에 연접해 있어 볼 수 있는 모기는 까맣고 배에는 흑백 줄무늬가 있는 것이었지요.
    그러다 대학에 진학하면서 도시로 오게 되었는데, 모기 색이 누르스름(?) 하더군요.
    ‘그놈 독하게 생겼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낯설어서 그랬던 것 같네요.
    그런데 실제로 도시에 있는 모기에 처음 물렸을때 굉장히 많이 부었습니다. 거의 예전 십원짜리 동전 크기만큼 부풀더군요.
    요즘은 많이 물려서 그런지 콩알 정도로 붓고 맙니다만…
    제 몸이 모기한테 적응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6. 저도 나그네인데요… 우연히 방문해 재밌는글 잘봤습니다. (이글 뿐만 아니라 다 재밌어요.)

    님글을 읽다 보니 어떤 동일한 사안을 놓고 직업에 따라 다르게 분석하거나 국가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던 유머가 생각나네요. 같은 사안을 놓고 생물학자는 진화론적인 관점으로 이걸 바라보기도 하는군요.ㅋ

    만약에 님의 소설(?)이 사실이라면 이건 Ig노벨상이 아니라 진짜 노벨상깜이죠.ㅋ

    왜냐면… 그렇다면 이건 진화론의 관점에서는 정말 대단한 발견 아닌가요? 모기때문에 진화한 인류와 그 증거가 될수 있으니…

    저도 위 나그네님과 견해가 동일한데요.

    산모기와 집모기의 차이는 단순히 익숙함이 아닐까요?

    그럼 이런 질문도 해볼수도 있겠죠? 나그네 당신의 주장대로라면 왜? 도시에서 태어난 갓난아기는 집모기에 더 익숙한가?

    그건 아마도 세대에 걸친 유전의 흔적이라기 보다는 엄마로 부터 물려받은 항원 항체반응이라고 소설을 써보고 싶네요.

  7. 안녕하세요. 이전 관련 글을 통해 인사드린적 있는 byontae라고 합니다. 제가 최근에 한국에서 기생충 관련 책을 출판하게 될것 같은데 모기와 가려움증에 관한 이야기를 실으려 합니다. 그 안에 김우재님이 쓰신 이 글을 간단히 요약하여 소개할까 하는데 괜찮을런지요.

  8. 잠못자고 표류하다 찾아왔습니다
    앞서 댓글을 쓰신분들처럼, 여기 굉장히 친하게 지내고싶은 블로그네요

    이상의 이야기 뿐이라면 방명록이나 최근의 글에 다는게 좋겠지만, 서너개의 제목에 낚여서 여기도 들추고 저기도 찍어보고 하던 끝에 제일 흥미로운 글을 마침내 찾게 되어서 말이지요
    일단 작년에 쓰신 글이지만요
    이단은, 저도 어렸을적 언제부턴진 모르겠는데 여름만 돌아오면 같은주제에 대해 고뇌를 해왔었습니다
    마침 지난가을이 끝날즈음 뇌리에서 떠났던 바로 이 모기에대한 생각이 몇일전에 다시 되살아났구요
    하여간 혼자 이런저런거 하는 한편으로 궁리를 하면 제 결론은 항상 그랬습니다

    “산모기는 청정한 대자연에서 구김살없이 자랐기 때문에 억세고 강인한 능력(?)을 유지하는 것이고, 집모기는 [생물학적으로 모기의 생태에도 유해한 구정물]에서 태어나 매연과 소음(진동), 밤낮없이 밝혀진 불빛등에 시달리며 속병을 앓아 비리비리 허약한 체질이 되었다”

    가만 생각해보면 날아다니는 속도와 그로인한 포획난이도, 날개소리의 박력과 섬찟함, 덩치의 평균치, 스프레이모기약을 버티는 시간이 많이 차이가 납니다
    그리고 도시모기는 찔려서 덜아프기도 하지만 잘 꽂지도 못하더라구요
    게다가 밤새 자면서 실컷 시달린 다음에 아침에 깨서 눈에띄는 몇놈(년?)을 잡아보면 몸집도 작은놈이 뱃속에 담아놓은 핏물도 얼마 없구요
    시골모기는 뭐 아시다시피…. 그게 다 저한테 빨아간건진 알 수 없지만 손바닥 사이에서 정통으로 눌려죽은애들 보면 빨간자국이 동전만하게 퍼져있구요

    그건그렇고 제 블로그에 링크해도 괜찮을까요?

  9. 재미있게 잘 읽고 갑니다.지적자극도 되고, 좋은 글 이군요^^

  10. 도시인은 산모기에 대한 면역 체계가 완전하지 못하여 격렬하게 반응하고, 자연인(시골인인가?)은 집모기에 대한 면역 체계가 완전하지 못하여 격렬하게 반응한다 정도일까요?

  11. 결론에 대한 내용을 직접 몸소 체험을 하고 있지요.

    2년전 귀농한 직후 숲모기(산모기)에 물렸을때의 고통이란…
    수십군데 물린자리가 손바닥만하게 부어올라 병원까지 갔던 기억이 있네요.
    정말 모기에 물려 죽을수도 있겠구나 싶더라구요.

    2년이 지난 지금은 언제 물렸나 싶을 정도로 금방 가라 앉습니다.
    가려움은 조금 더 심하긴 하지만 붓기 정도가 너무 차이가 나더라구요.

    이제 몸이 산모기에 적응이 되고 있는것인지…

    모기에 대해 찾아보다가 여기까지 오게되어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12. 답은 간단합니다..자연에서 생활한 모기는 몸이 건강해서 찌르는 힘이나..바늘의 두깨가 도시모기보다 크고 세기때문입니다..당연한거아니겟어요…도시모기는 각종 스트레스에 찌들어서 별힘을 못쓰니 별로안아플수밖에요…파닥거리는 고기와 다죽어가는 고기의 차이랄까..

  13. 뭘 그렇게 어렵게 얘기해. 모기도 공생하는 걸 아는 생물인지라 도시에서 너무 세게 물면 살아남기 힘들거든. 사람의 가죽은 얇야서 세게 찌를 필요가 없어. 짐승처럼 두꺼운 가죽이 아닌데 세게 쑤시다간 거의 사람들이 씨를 말리려고 들거야. 근데 산에선 짐승피를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짐승가죽이 워낙 두꺼워야지. 그래서 짐승 가죽에 맞게 모기바늘이 셀 수밖에 그렇게 해야 두꺼운 동물가죽의 피를 뽑을 수 있거든. 도시모기와 산모기는 다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산에서 사람처럼 짐승에 바늘을 밖다간 굶어죽기 심상이거든. 바로 윗글의 사람의 말은 틀리다. 환경에 맞게 모기는 생존방식을 아는 것이다.

  14. 재미있는 발상이군요… 바람이 불어 나뭇잎이 흔들리는게 아니라…. 나뭇잎이 흔들려…바람이 분다는….발상과 비슷하군요… 윗분들 말씀처럼… 간지러움의 강도는…적응의 차이겠죠… 어린 신생아들은 모기에 물리면… 집모기,산모기에 관계없이… 많이 부어오릅니다…적응력이 떨어져서 이겠죠… 모기때문에 부어오르는것은 알러지 처럼 면역력과 관계된 것인데… 사람에 따라 다르고..적응력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또.. 모기란놈은… 원래는 풀즙 같은것을 빨아먹고 사는 놈들인데.. 산란기때 영양 보충 측면에서 동물의 피를 빨아먹습니다… 사람의 피를 구지 안빨아먹어도… 굶어죽진 않는다는것이죠…. 특히 산모기 중에는… 피맛을 못보고 풀잎만 빨다가 생을 마감하는 모기도 많겠지요…특히 숫모기는…동물의 피를 빨지 않는다고 합니다

  15. 지나가던 행인입니다. 모기에 관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찾아보다 글을 발견했습니다. 맨날 쓸데 없는 것에 관심이 많다고 주위에서 타박만 받다가 이런 글을 보니 정말 오아시스처럼 반갑습니다 :) 앞으로도 쭉 글 많이 써주시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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