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며 대통령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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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애국자라
하면 민족주의자라는 딱지가 붙는것 같아 언젠가부터 이 땅의 진보라 하면 언제나 국가라는 단위에서의 생각을 거두어버리고야 말았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래 만약 우리가 마르크스의 이상을 따른다 해서, 인터내셔널의 기치를 높이 걸고 전세계 인민의 단결을
외친다고 해서, 그 세계의 인민이 아무리 우리의 민중을 포함하는 집합이라고 해서, 우리가 민족국가라는, 그래 근대 이후에야
비로서 성립되었다는 그 민족국가라는 단위를 무시할 수 있는 것인가. 우리 민중이 전세계 인민보다 하위개념이라는 암묵적인 동의를 민족주의라는 어떤 이념때문에 내가 포기해야만 하는가.

단연코 그렇지 않다. 비록 내 국가의 민중에 대한 사랑이 도가 지나쳐 타국가에 대한 배타적 감정으로 치달을 때 그것을 경고할 지언정, 내 나라의 국민이 타국가에서 살해당할 때, 그것이 잘못된 종교의 광신으로 인한 포교행위 때문이었다 하더라고 나에겐 분노할 자격이 있는 것이다. 민족주의라는 잘못된 교조가 자민족 중심주의로 흘러 세상을 혼돈으로 이끈 것은, 해당 민족이 주변 민족에 의해 설움과 압박에 시달렸을 때, 그 분노가 그대로 흘러 복수의 칼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치의 독일은 지금은 잘 먹고 잘 사는 서구 열강의 식민지 땅따먹기에서 신나게 철을 공급하다가 아무것도 얻지 못한 독일이 세계를 향해 휘두른 칼이다. 일본의 제국주의는 서구열강의 포화로부터 엄청난 착취를 당했던 섬나라 위정자들이 그 적개심을 자신보다 조금 약한 조선에 퍼부은 복수의 칼이다.

그렇다고 그들의 잘못이 희석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얻는 결론은 하나다. 민족주의가 교조로, 비극으로 흐르지 않기 위한 유일한 방비책은 해당 민족이 잘 먹고 잘사는 그 하나의 행위 뿐이다. 그렇지 않다면 정부를 향한 국민들의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위정자들의 선택은 단 하나, 전쟁 뿐이기 때문이다.

고구려 이후, 민중의 고초가 크던 그 어떤 시기에도 별반 그 분노를 외부로 표출하지 않았던, 그것이 무식한 위정자들의 외교력 부족인지, 아니면 민초들의 선량함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그런 역사를 살았던 이 땅을, 그러므로 나는 사랑한다. 나는 애국자요 민족주의자다. 나는 대한민국을 사랑하며 또 그 대한민국을 위해 무엇인가 이루고자 한다. 허나 그 나의 애국주의는 국가라는 추상적인 실체가 아닌 살아 숨쉬는 이 땅의 민중 또는 시민들이다. 그들의 삶을 지키기 위한 나의 피난처가 애국주의이며 그 이상의 그 이하의 애국주의도 존재할 수 없다. 나의 애국주의가 발산하지 않는 것은 민중에 의한 제한, 그들의 상식 덕분이다.

이제 잠시 아니면 꽤 오랜 기간 나는 이 땅을 떠난다. 작금의 촛불을 바라보며 민중의 한 사람으로서 많은 것을 느끼고 말했지만, 결국 그 책임은 모두 위정자들의 것이다. 민중을 보살피지 못하는 것은 위정자들의 탓이다. 법치주의의 만민평등사상이 무너진 지금, 우리는 ‘덕불고필유린’이라는 소박한 상식을 되찾기 위해 싸워야 한다. 제아무리 독재자라 하더라도 민초의 고달픔을 보듬어 안는 이라면 덕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크게 미워하기는 힘든 것이다. 그리고 그 민초들 가운데에는 나의 아버지 나의 어머니가 계시다.

내가 오늘 울었다. 나의 어머니가 우시는 모습을 보고 내가 오늘 울고야 말았다. 내가 왜 울었는지 과학자인 나는 그것을 정합적으로 설명하기 힘들다. 평생을 뒷바라지로 살아 오신 나의 어머니가 우셨다는 그 사실 하나가 나에겐 중요하다. 그리고 난 나의 어머니를 작게는 나의 가족, 크게는 이명박 당신에게 맡기고 떠난다. 내가 평생을 한 국가의 중산층과 빈곤층을 전전하며 살아 오신 나의 어머님을 당신에게 맡기고 떠나도 되겠는가. 묻고 싶다. 당신에겐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이 서민의 목소리가 들리기는 하는 것인가. 나는 떠나며 또 떠날수 밖에 없는데, 당신에겐 나의 어머니가 평생에 걸쳐 이루신 이 작은 슬픔이 보이기는 하는 것인가.

위선스럽게도 형편도 안되는 집안에서 태어나 학자가 되겠다고 설치던 나의 경제 성적표는 감가상각 제로다. 나는 가끔 아버지의 자존심 꺽이신 목소리에 몇 십만원을 부쳐드리고는 며칠을 김밥으로 살아 보았고, 또 필요할 때에는 집에서 후원을 받기도 했지만, 등록금을 내 능력으로 내는 것 외에는, 남들은 집에서 척척 잘도 사대주는 컴퓨터를 어떻게든 내 능력으로 구걸해 얻는 것 외에는, 집안에도 국가에도 별반 해준 것이 없는 그런 무능력자다. 알량한 학문적 자존심에 그래도 책을 읽으시겠다고 틈만 나면 헌책방을 뒤지며 책들을 사모았고, 그렇게 모은 책을 미국으로 가져가려니 짐값이 아까워 안타까움을 삼켜야만 하는 그런 비겁한 지식인이다. 나는 분명 나보다 어려운 사정의 사람들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에 알바도 뛰지 못한 겁쟁이지만, 그래도 이명박 당신, 아니 국가에 빛진 기억은 없다. 세금을 꼬박고박 낸 것은 물론이려니와 내 어떤 논문은 한국을 빛냈다는 소리도 들었으니 서로 빛진 것 없는 공편한 게임을 시작할 준비는 된 셈이다.

통장을 어머님께 넘기면서 일주일에 한 두번 글을 써서 그 통장으로 용돈을 부쳐드리겠노라 약속을 하면서, 나는 주먹을 불끈 쥔다. 어려운 형편에 기껏 자존심은 세어서 세상과 타협하지 못하는 자신을 끊임없이 원망하면서도 나는 주먹을 불끈 쥔다. 내가 나의 어머님을 당신에게 맡기고 가기 때문이다. 내가 당신을 믿어도 되겠는가.

촛불에 대한 당신의 태도는 이해할 만 하다. 시작도 하지 못한 정책들에 대한 당신이 , 지난 정권의 향수가 남은 사람들의 반발이라고 여긴 그 촛불이 참 증오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음을 또한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신은 조선으로부터 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역사상 가장 민주화된 국민들, 또한 그 역사로부터 뼈저린 반성을 했고 그것을 네트워크의 힘으로 각성한 민중을 상대하는 최초의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그런 역사의식을 가진 민중이 당신을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시켰을 때에는 먹고 사는 그 문제에 대한, 생존에 대한 본능 그 이외의 이유는 없었던 것이다. 당신은 이념에 의해 당선된 대통령이 아니다. 당신에게 국민은 어떤 정신적인 위안도 바라지 않는다. 당신이 해야할 일은 당신을 뽑아준 국민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그 무엇도 마지 않는 것이다. 당신은 국민의 의식으로부터가 아닌 생존으로부터 탄생한 최초의 대통령이며 따라서 국민을 의식적으로 개조하거나 이기겠다는 파렴치하고 무지한 사고를 처음부터 하지 말아야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언론에 대한 이처럼 노골적인 장악 시도로부터 국민의 대다수가 별반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으로 보여도, 그것은 이미 각성한 민중의 여유일 뿐 당신에 대한 지지가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민주화된 이 땅의 국민들의 집합적 의식에서 당신은 단 한발도 자유롭지 못하다. 국민의 마녀사냥식 광기와 가끔씩 벌어지는 비합리적인 행동들은 지나치게 뜨거운 민중들의 삶에서 비롯된 현상일 뿐, 곧 스스로 정화하고야 마는 그런 웃어넘길 그런 일이다. 대통령으로서 당신은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뛰어난 국민들과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감정적이고 말도 안되는 글을 씨부려 놓고 나는 내일 후회할지도 모르지만, 이제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다시 묻는다.

정말 내가 당신을 믿어도 되겠는가. 내가 당신에게 나의 어머니를 맡기고 떠나도 되겠는가.

17 thoughts on “떠나며 대통령께

  1. 떠나면서도 미덥지못한 현 정부와 우리나라 앞날에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는 안타까운 마음이 전해져 오는것 같습니다.
    한가지, 압도적인 지지라는 말은 잘못됐습니다.
    50%도 안되는 투표율.. 국민의 절반이 기권한 상태에서 나온 결과치에서 압도적이라고 하면 절대 안됩니다.
    처음부터 국민의 절반도 지지받지못한채 시작한 mb입니다.

  2. 그동안 눈팅만 해오다 리플 남깁니다.
    건강히 잘 다녀오시기를 빕니다.
    가시는 일이 잘 되시기를…그리고 앞으로도 좋은 글 기대하겠습니다.^^
    제국에서 통하면 구세계에서도 통하리라 봅니다.
    잠깐 돌아가는 길에서도 평안하시기를….

  3. 뭐 이미 아시겠지만 한인커뮤니티(교회)와 타협하지 않는다면 그곳은 피난처가 아닌 전쟁터..
    일단 어디서든 행복하세요

  4. 이 글을 읽으니 지금은 없다고 생각한 선비의 모습을 보는 것 같네요.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겠지만 잘 이겨내실거에요.

    귓가에 햇살을 받으며 석양까지 행복한 여행을.
    (아 너무 마니아적인 인용인가; )

  5. 웃으며 떠나갔던 것처럼 미소를 띠고 돌아와 마침내 평안하기를. ^^ 공항입니다. 이제 진짜 떠납니다. 모든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잘 다녀올 것이고, 또 치열하게 살겠습니다. 명박이 잘 부탁드립니다.

  6. 아참, 저 소설을 잘 안 읽지만, 근저에 읽은 감동저인 소설이라고는 드래곤라자 뿐입니다. 영도형이 대통령 한다 그러면 팍팍 밀어드릴 겁니다. ^^

  7. 미국까지 흘러들어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제게 “자존심은 세어서 세상과 타협하지 못하는 자신을 끊임없이 원망”하신다는 말씀이 가슴에 비수처럼 박힙니다. 저도 나름대로는 처음의 생각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보겠다고 다짐하고 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세상과의 타협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것 같아 등골이 서늘해 지는군요. 부디 무사히 오셔서 처음 생각 잃지 마시고 좋은 연구 많이 하시길 빕니다. 텍사스 근처로 오신다면 언제 술이라도 한잔 함께 하고 싶군요.

  8. 먼 곳에 가시니 제일 중요한 것은 건강입니다.
    꼭 몸조리 잘 하시기 바랍니다.

    이억만리 물리적 거리가 아무 것도 아닐 때도 있지만,
    무엇보다 거대할 때도 있지요.

    아무토록 공부부터 모든 것이 잘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건투를 기원합니다.

  9. 지금 당장에 “오냐 잘 돌봐드리마”라는 대답을 이명박 대통령에게서 들을 수는 없을겁니다.
    좀 더 시간이 지나서 행동으로 보여준다면야 춤이라도 출 듯 기쁘겠지만…
    글쎄요…

    뭐…

    제가 지키지요! ^^
    이 나라까지는 체급차이로 좀 힘들수도 있겠으나
    어머니는! 까이꺼 제가 지킬 수 있어요!!
    믿으삼!!! 으하하하하하
    (근데 내가 누군지는 아시겠지라?? 응?? ㅡ.ㅡ; 아니 이 시동생님이 형수도 못알아보고…;;;)

  10. 가시면, 블로깅도 쉬시는 건가요?
    아무튼 몸성히 잘 다녀오시고, 국위선양(?) 많이 하시길. by 가끔 기웃대는 독자

  11. 걱정해주신 모든 분들께/ 덕분에 잘 도착했습니다. 도착하고 바로 인터넷에 접속은 됐는데, 블로깅은 아직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곳은 소중한 곳이고 또 아무글이나 올리지 않고자 하는데, 현재 글을 쓸 어포던스가 크질 않습니다. 테이블을 하나 구입하던가, 아니면 식당이 무선 인터넷이 되던데 그곳을 블로깅 장소로 쓰던가, 실험실에서 저녁시간을 이용하던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게다가 소셜 시큐리티부터 해서 하루종일을 돌아다녀야 하는 일이 다반사네요. 여튼 당장 내일부터라도 블로깅 재개합니다. 가끔은 어포던스가 없으면 노가다를 해서라도 ^^

    걱정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제국은 평화로워 보입니다. 너무 깔끔해보여서 가끔 꽁초로 더렵혀주고 있습니다. ㅎㅎ

  12. 뭔가 다들 제가 영영 안올거라 느끼셨던 듯 해요. 방문자수 줄어드는 것좀 보소.ㅋ 웹에서 계속 대화를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갑자기 포스팅을 토해내시내요. ^^

  13. 마지막에 그림 너무 멋있네요. 하시는 일 열심히 하셔서 반드시 좋은 결과 보시기를 바랍니다.

  14. 고맙습니다. 잘 다녀 오시고 원하는데로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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