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급진적 생물학자 (2008-2011), 아카이브 (2002-2013)

정치과학자를 꿈꾸며: 나는 가끔 황우석이 그립다

여기저기서 돌이 날아와도 어쩔 수 없다. 나는 정말 가끔 우리 황교주가 그립다. 정파에 상관없이 언제나 과학의 발전은 국가의 장래라며 정치인들이 던져주는 당근을 순진하게 믿기만 하는 이 땅의 순진무구하고 힘없는 과학자들을 볼때마다 그가 그립고, 정파에 상관없이 한결같은 과학정책들 속에 한없이 망해가는 이 땅의 과학을 볼 때마다 그가 그립고, 영향력 있는 과학자의 뼈있는 한마디가 필요할 때마다 그가 그립고, 과학계가 어렵다 해도 아무도 그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을 때 또 그가 그립고, 과학계라면 무슨 소리를 한다해도 전혀 듣지 않을 정부를 볼 때마다 그가 그립다.


생각해보면 과학이 탄생한 근대의 유럽에서 과학자들은 자신의 정치색을 분명히 하고, 내놓고 정치를 하던 것이 전통이었는데도, 어찌된 일인지 우리네 현실에서 과학자는 연구에나 매진해야 하는 초로의 선비여야만 하는 것이다. 다윈의 할아버지가 만든 만월회로부터 생겨난 영국의 왕실학술원뿐 아니라, 궁정과학자를 자처하던 라부아지에와 리비히까지도 모조리 정치와는 무관하지 않았으며, 그들의 정치적 행보가 곧 과학의 발전과 맞물려 있었던 것인데 우리네 현실은 그런 과학자의 월권을 용납하지 못한다.


이 땅에서 과학자란 사회현실에 무지한 순진한 초로의 서생일 뿐이다. 그래서 정치인들 뿐 아니라 우리네 국민들도 과학자가 정치한다 하면 웃을 뿐이다. 그것이 문화일진데, 과학자들 스스로도 울타리를 만들어 두고 한발도 사회로 기어나오지 않는다. 잘못은 모두에게 있다. 울타리를 만든 과학자들에게도, 과학자의 정치를 용납하지 못하는 사회에도 모두 책임이 있다.


그러니 과학자는 연구에나 매진하라는 명박의 말이 나올법도 하다. 하지만 이 말을 좀 뒤집어 주어야 겠다. 나는 과학자가 연구에나 매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연구에만 매진하는 과학자가 너무나 많다. 이젠 과학자들도 좀 정치를 하던 공무원을 하던, 무엇을 하던 좀 여러 분야로 진출해주었으면 좋겠다. 특히 과학자들이 좀 정치를 해주었으면 좋겠다. 과학의 ‘과’자도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학부출신의 과학자들이 아니라, 실험실에서 제대로 과학을 배운 박사급 인력들이 이젠 좀 정치무대로 뛰어들어주었으면 좋겠다. 그건  학부출신을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라 과학자들의 현실에 대한 인식은 대학원을 거친 후에야 비로서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나라당을 가던 민주당을 가던 민노당을 가던 그것도 아니면 창조한국당이나 선징당을 가던, 거기서 좀 높이 높이 올라가주었으면 좋겠다. 지금부터 준비하면 20여년 후에나 과학자 출신의 대통령을 기대할 수 있을일이다. 그러니 나는 과학자들이 절대로 연구에만 매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차피 우리의 희망이던 황교주님은 본의 아닌 실수로 돌아가신 셈이니 그에게 기대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러니 우리 모두 과학자들의 청치참여를 독려하고 그들의 혁명을 지지하도록 하자. 우리 모두 정치과학자의 탄생을 독려하고 또다른 황교주가 나타나면 그를 국회로 보내도록 하자. 어차피 과학의 현장에서 과학자들이 내지르는 소리는 모두가 묵살해버리니, 이제 우리 연구는 젬병이지만 정치엔 꽤나 소질 있는 이공계 박사급 인력들을 착출해 그들을 국회로 등원시키도록 하자.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과학기술을 이 땅에 뿌리내리고 과학자가 과학자답게 살 수 있는 독립적인 유일한 활로인 듯 하다.


누구에게도 기대할 수 없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조선의 당쟁으로부터 언제나 정치가 국가의 중심이었던 이 땅에, 과학자였으나 누구보다 더욱 정치인다운 노련한 인물들을 보여주는 방법 뿐이다. 자 누가 총대를 매겠는가. 박사이긴 했으되 과학이 싫은 인물, 그라면 족하다. 그동안 못났다 욕을 먹던 인물들, 그들이면 족하다. 자원의 재활용이며 과학의 사활이 걸린 일이다. 대한민국의 과학자들이여 단결하라. 우리에겐 정치과학자가 필요하다.

18 Comments

  1. 왠지 돌이 날아오기를 바라시며 쓰신 글 같네요. 제가 첫번째로 낚인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정치에 좌우되는 연약한 과학자들이여 정신차리자!’는 주장을 신선하고도 역설적으로 하셨네요. 맞습니다. 실험실에만 틀어박혀 세상과 소통하지 않는 과학자들, 정책에 따라 연구비에 따라 이리저리 좇아가기에 바쁜 우리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과학자들도 정치적 발언권이 높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집니다. 그래서 앙겔라 메르켈 같은 실험과학분야의 박사출신을 총리로 둔 독일이 부럽습니다. 가끔 들어와 글만 보고 가다가 오늘은 거침없는 글에 낚여 봅니다. 근데 이글 읽으며 술 생각이 나는 건 왜지요? ^^

  2. 정근모씨인가? 대통령 후보로도 나오셨었잖아요. 그 분 꽤나 과학자 아닌가요? (과학자의 지지보다는 기독교계의 지지로 나오셨기는 했지만…)

    전 괜찮은 과학잡지나 하나 생겼으면 좋겠어요. (신동아 나오는 데서 나오는 과학동아 말고.) 그래야 과학자 정치가도 생기고, 과학이야기를 하는 국회의원도 생기고 그러죠.

  3. 200년이 뒤쳐졌는데도 여전히 우리는 배울 생각조차 하지 않으니까요. 여전히 대한민국은 조선의 인문주의로부터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한 상태.

  4. 맞는 말이지요.
    인문계가 정,관계를 휘어잡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현실인식을 저도 갖고 있습니다.
    어느 조직이건, 구성원의 다양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그때부터 끊임없는 소멸의 길을 걷는다고 생각합니다.

  5. 우재씨께서 지금 당장이라도 마이크를 들고 연설하는 듯한 글이네요.
    목소리의 격정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그 당위랄까 취지에는 찬동합니다.
    과학을 아는 정치인, 과학자 출신의 정치인 필요하겠지요.
    다만 황우석을 끌어온건 뭐랄까..ㅎ 좀 적절한 사례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황우석이 전범이라고 하기엔 좀 삐리리하잖아요. ㅡ_ㅡ;

  6. 비밀글입니다.
    사소한 오타를 발견해서요.

    “선[징]당을 가던… ”

    추.
    그리고 사소한 아쉬움을 더불어 적자면, 원내정당은 아니지만…
    진보신당이 빠졌습니다. ㅎ

  7. 10년뒤에 우재 오라버니를 정치판에서 뵈올듯합니다….ㅎㅎ

  8. 동감합니다. 과학하는 사람들이…그것도 학부 수준이 아니라 적어도 석사, 박사까지 제대로 고민하고 공부하고 연구했던 사람들이 기자도 하고 국회의원도 하고 방송국 PD도 하고 연예인도 하고 했으면 좋겠습니다.

  9. 말씀하신 바 취지는 알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가 과학 발전에 기여할 수 있었을까 하는 점은 회의적입니다.
    그러니 그리워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구요.

  10. 말씀의 취지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한국에서 소위 ‘백면 서생의 신화’는 깨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배지에서 집필에 여념이 없었던 다산 정약용 선생도 죽기 직전에 자식들에게 유언으로
    간곡하게 ‘절대로, 절대로 중앙에서 밀려나지 말고 말직이라도 얻으라’ 고 말했다고 합니다.

    전 과학이나 과학계에 대해선 전적으로 문외한입니다.

    다만 제 생각으론 과학자가 정치인이 되는 것 보다는 (과학자나 정치인이나 각기 전혀 다른 전문 분야니깐요)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는, 그러니까 정부 정책에 대항해서 자기 목소리를 현장에서 내는 과학자가 더욱 많아져야 한다고 봅니다. 다만 그 방법이 정치인과 친분이나 다지고, 술이나 같이 먹고, 회식 같이 하고, 소위 ‘밤문화’를 같이 즐기고, 룸 같이 가는 구태가 아니어야 하겠지요.

    암튼, 바쁘신가 봅니다만, 언제 술이나 한 잔 같이 하시지요.

  11. 황우석이 사기꾼이라고 욕하는 사람이 이해관계에 놓인 황까가 아닌 일반인이라면 언론에 놀아난 바보멍청이일뿐이란 걸 자신들은 까마득히 모르고있겠지… 심지어는 생물학전공자니 줄기세포에 대해 좀 아는 사람들조차도 언론, 서울대, 검찰이 발표한것이 사실인줄 알고 그대로 믿고 사건의 실체에 대해 완전 까막눈이더군… 그래서 수개월간 모은 자료를 건네주니 자기가 잘못 알고있었다고… 고백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이런게 한국의 <언론>과 서울대, 검찰, 정부등 <기득권>과 <권력>의 실체고 현실이다… 이렇게 거짓과 사기와 음모와 부정부패가 난무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실체고 현주소란 것이다.. 개새이들,,, 멍청이들아…

  12.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다른 분야의 학도이지만 동감합니다. 과학자… 정치해야 합니다. 밀어드리겠습니다.

  13. 빙산의 일각이란 생각은 안드시나요?
    얼마나 알고 계신지 묻고 싶네요. 모르거나 무지해서 저지르는 오류 역시 알고 저지른
    악행에 못지 않다는걸 아셔야 할듯… 황우석을
    따르는 대중이 불치병환자가족이
    중심이 된다는 그 인식 또한 자신이 얼마나 큰 착각속에 살고 있는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님도 생물학쪽에 몸을 담고 계시는듯 한데… 황우석사태의 본질을 얼마나 아신다고 보십니까? 그를 따르는 사람은 전체의 소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를 따르는게 아니라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자! 오직 한사람에게만 뒤집어 씌우는 마녀사냥을 두고볼수 없다는게 그들의 생각입니다. 님처럼 과학속에 몸숨김 하신 분들이 이사태를 엉키게 만드는데 일조를 한겁니다.
    그걸 바로잡으려는 사람들에게 미안함을 가지시지요.

  14. 황우석이 사기꾼이라고 믿거나 주장하시는 분들 누구라도 좋습니다.
    인터넷이나 언론보도가 아닌,패거리즘에 갇혀있는 학계,언론계 사람이면 더욱 좋습니다.
    제발 한번만이라도 소위 황우석공판이라 불리우는 서초동중앙지법 417호법정에 참관하시기
    바랍니다. 그곳에서 목격하고서도 변함없는 생각이 들 자신들이 있을지… 황까로 작정하지 않는한 반드시 자신들이 그동안 얼마나 이상한나라의 앨리스로 살아왔는지 절감하실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황우석을 아니 그를 구제하려는 이들을 함부로 판단하시지 마십시요.

  15. ㅉㅉ
    본인이 과학자라고
    겨우 쓴다는게 과학자들의 정치적 무능력을 탓하면서
    황우석 그립다 헛소리를 지껴대는 것이라니.
    세상이 다 네것인데 빼앗겨서 억울하니?

  16. 좋은 글 잘 봤습니다. 과학자들이 현실을 인식하고 방향성을 가지고 움직인다면 가능할 수 있을 겁니다. 문제는 말씀대로 누가 총대를 매느냐겠지요. 근데 시장논리로 모든 것이 평가되는 세상이 만만치는 않을 겁니다. 더럽고 욕나오지만 돈이 지배하는 세상이니까요. 과학자들이 돈을 지배하지 않는 이상… 과학자나 공학자(저는 공학 출신입니다)나 이용만 당할 뿐입니다.

    아… 추가로 황우석이라는 이름만으로 글도 안읽어보고 댓글 다는 난독증환자들이 참 많네요… 저도 제 블로그에 황우석이라는 이름을 써봐야겠습니다. 어떻게 되나 궁금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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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림노트2☆ 2009/01/13

    나는 가끔 황우석이 그립다

    과학자 다음으로는 예술인들이 정계로 진출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정치를 좀 미학적으로 해 주면 좋겠다. 한데 이 놈의 나라는 정치가 예술을 양동 뒷골목 창녀 정도로 알고, 예술계 자체에도 예술인의 가면을 쓴 정치가들만 판을 치고 있다…

  • 서울비 2009/01/13

    Re: 정치과학자를 꿈꾸며: 나는 가끔 황우석이 그립다 내 생각엔 과학자가 정치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정치적인 과학을 하고 있는 과학자가 아닌 척 하는 게 문제될 뿐이에요. 그건 마치 목사가 정치를 해야 하는 게 아니라, 자기 설교는 절대 정치적인 면은 없다고 우기는 게 문제되는 것과 같습니다. 대부분의 대중이 아니꼽게 생각하는 과학과 종교의 정치색에 대해, 황우석을 표본모델로 삼아 정치무대로 꼭 선동해야 하는지.. 직업적 정치인, 행정적..

  • dolgam's me2DAY 2009/01/13

    정치과학자를 꿈꾸며 말도 안 되는 제안서/보고서들을 어루만지다 보면 저 말이 더 가슴에 와 닿는다.

  • minoci's me2DAY 2009/01/13

    나는 가끔 황우석이 그립다 (김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