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급진적 생물학자 (2008-2011), 아카이브 (2002-2013)

생물학의 역사와 철학 연구모임?

창조과학을 신봉하며 반다윈적 사상에 대한 공격이 현대 진화론을 반박하는 것이라 여기고, 역사학과 과학을 헷갈리는 종교적 무리들이 모인 초광신적 집단. 내 이 또라이들이 다 한통속인 줄 예전에 알아봤다. 이 사람들이 번역했거나 감수라도 한 책을 사신 분들은 절대 이 블로그에 얼씬도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위 단체에 속한 분들도 길거리에서 안 마주치길 바랍니다.
  1. 이런 이런…의도하지도 않았는데 RNA와 진화관련 논문을 뒤지니 굴드가? 굴드가? 굴드가?

  2. 다행히 저 그룹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고, 또 번역하거나 감수한 책은 한권도 가지고 있지 않네요. 생물학 내의 지적설계 지지자들인가 보죠?

    그런데 저는 창조’과학’까지는 몰라도 지적설계’설’에는 개인적으로 호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 블로그에 들어와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크리스찬이니까요. 하지만 과학으로서가 아니라 철학의 영역에서 생각을 하지요. 창조’론’이나 지적설계’설’이나 과학은 될 수가 없지요. 과학을 떠나 곰곰히 생각해봐야 할 문제인데, 과학이 아닌 걸 과학이라 우기니 이야기의 진전이 안되나 봅니다.

  3. 일단 저는 창조과학을 과학으로 생각하지 않으며 기독교도도 특정 종교의 신자도 아님을 밝혀 두고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블로그의 주인과 싸울(?) 의도도 전혀 없습니다. 다만 의문을 제기하고자 몇 자 적습니다. 불행히도 저는 ‘생물학의 역사와 철학 연구모임’에 모인 사람들의 면면을 전혀 알지 못한 상태에서 이들이 번역한 <현대 생물학의 사회적 의미>를 읽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저자나 역자들이 반진화론자들일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보기엔 이 책은 사회생물학에 대한 비교적 균형잡힌 비판을 하고 있을 뿐, 진화학 자체에 대한 부정이나 창조과학에 대한 옹호는 전혀 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역자들이 속한 모임이 번역한 책은 아마도 이 책이 최초인 듯싶은데 그렇다면… 블로그 주인께서는 역자 모임이 그들의 정체를 감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연막을 깔았다고 보시는 것인지, 아니면 제가 과문한 탓에 이 책에 깔려있는 의도를 전혀 짐작조차 못한 것인지 블로그 주인되시는 분의 관점을 알고 싶네요. 제가 로렌츠의 나치 전력을 지적하자 그런 관점으로는 학문하기 매우 어렵다고 말씀하셨는데, 번역자들의 성향이야 어찌됐든 진화학을 사회학적으로 면밀하게(제가 보기엔) 분석해 놓은 개괄서를 읽었다 해서 이 블로그에 얼씬도 하지 말라고 일갈하시는 것은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이신 듯해서 말입니다. 혹 불쾌하셨다면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길…

  4. 아이고..이거 적을 때는 좀 흥분했던 측면이 있습니다. 사회생물학에 대한 균형적인 비판과 창조과학이 전혀 별개의 문제로 보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자면 정말 예전에 모아둔 자료 끄집어 내고 이야기가 길어집니다만, 말씀하신 ‘연막’은 제가 보기엔 사실입니다. 연구회의 몇몇은 명지대의 창조과학회 소속이고 ‘창조과학지’라는 저널?에 논문도 발표하는 사람들입니다.

    과학을 공부하시고자 한다면(이미 어느정도의 내공은 넘으신 듯하니) 과학의 사회적 의미보다는 우선 과학 그 자체를 공부하시는 편이 좀더 진실에 가까이 가는 지름길이 될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과학사회학보다는 과학사를 먼저, 그리고 그보다는 과학책을 먼저, 그리고 그보다 더욱 권장하는 것은 며칠이라도 실험실에서 생활해 보는 겁니다.

    연막…제 오래된 직감?은 연막이라고 말합니다. 전혀 과학적이지 않으나..

  5. 그렇군요… -_-; 하지만 그럼에도 -이해해 주신다면- 몇 자 더 의문을 제기해 보고자 합니다. 설사 역자들 모임의 몇몇이 창조과학회의 회원이자 기독교도라 할지라도(저는 기독교도가 아니라면 창조과학자가 절대 될 수 없을 것이라 ‘단언’합니다.) 그 모임 전체까지 창조과학 신봉 집단으로 단정짓는 것은 좀 성급하신 결론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지울 길이 없습니다. 그리고 역자 모임이 아닌 저자 자신이 창조과학 신봉자이자 기독교도라는 증거도 없지 않습니까? 만약 그렇다고 할 것 같으면 책 자체에 대한 정당한 평가도 해 주어야 할 성싶은데 말입니다. 사실 사회생물학의 창시자인 윌슨에 대한 저자의 비판은 제가 보기엔 올바른 것이라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윌슨을 그리 높게 평가하지 않습니다. 로렌츠 같은 주도면밀한 위인은 못 되겠지만, 그의 환원주의적 관점은 제가 서구인이 아닌 이상 매우 못마땅합니다. 그의 제자이자 윌슨 찬양자로 판단되는 최재천 교수 역시 개인적으로 못마땅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어찌 됐든… 그렇다면 블로그 주인께서는 책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역자들 모임의 책에 대한 오용이 더 문제라는 지적이신 듯한데요, 만약 그렇다면 스펜서의 <종의 기원>에 대한 오용을 다윈의 탓으로 돌릴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가 아닐까 싶은데 말입니다…

  6. 정확한 지적이십니다. 책을 읽지 않았으니 이따위 비판은 정말 말그대로 감정싸움에 지나지 않는거죠. 제대로 보셨습니다. 제가 가끔 이런 못난짓을 합니다.

    윌슨은 1류학자로 보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퓰리쳐상을 탔으니 뭔가 있어보이기는 하지만 과학이라기에도 좀 그렇고 철학이라고 하기에도 좀 그런..여하튼 뭔가 어정쩡한 그런게 있습니다. 물리학에도 프리초프 카프라라는 사람이 있었죠. 뭐 그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최재천 교수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한 적 있으니 여기서 찾아보시면 되구요. 그나저나…뉘신지 심히 궁금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렇게 뭔가에 대해서나 사상으로나 쿵짝이 맞는 분을 찾기는 쉽지 않은 일인데…정체를 드러내고 한수 가르침을 주심이?

  7. 너무 솔직하게 속내를 드러내 보이시니 오히려 제가 민망한 감이 없잖습니다. 공평하게 저 역시 저를 노출시킴이 마땅하겠으나, 저는 블로그 주인이신 김우재 선생님만큼 강한(제가 보기엔 그렇습니다) 사람이 못 되다 보니 이렇게 익명 뒤에 숨어서야 하고 싶은 말을 그것도 댓글도 몇 자 끄적이고 말게 되네요. 아무쪼록 저의 소심함을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기 바랄 따름입니다. 말씀하신 최재천 교수에 대한 글을 찾아 읽었습니다. 우연히 흘러들어와 오히려 제가 몇십 수 더 배우고 갑니다. 갔다 또 오겠습니다만… 아무튼 저로서는 이 블로그와의 조우가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

  8. 기왕 얘기가 나온 김에 몇 자 더 적어 보자면… 제가 최재천 교수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매우 가치 경도적인 학문을 하고 있으면서도 자기 스승 윌슨처럼 정치적 사고가 매우 유치(무식하다는 얘기가 아니라 글자그대로 미숙하다는 의미에서)하기 때문입니다. 윌슨이 굴드 등에 두들겨 맞은 것은 윌슨 자신의 진술처럼 정치적 자각이 없었기 때문인데, 제자인 최재천 교수는 그러한 윌슨의 과거에서 배운 게 거의 없는 듯 보입니다. 과학자가 황우석 같은 방식으로 정치적이 되어선 곤란하겠지만, 최소한 정치적으로 올바른 감각, 즉 justice에 대한 자각은 있어야 일류 과학자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늘 합니다. 제가 보기에 최재천은 굳이 분류를 하자면 정치적 우파입니다. 우파가 나쁘다거나 좌파가 항상 옳다는 그런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정치적 자각이 없을 때 우파 딱지가 붙는 것은 거의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게 아니냐는 얘기를 하려는 것뿐입니다. 우파란 자신을 ‘정상’이라고 여기는 자들, 그러니까 태생적 한계를 전혀 한계로 느껴본 적이 없는 자들에 대한 정치적 수사라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굴드의 과도한 정치성에도 나름 거부감을 느끼는 저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굴드 같은 사람이 하나쯤 있어야 최재천 같은 우파들이 그나마 윌슨처럼 조금은 더 성숙해지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됩니다. 그건 그렇고 도대체 ‘뉴라이트’들을 우파로 봐 줘야 하는 것일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들을 도착 증상을 보이는 환자로 생각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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