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급진적 생물학자 (2008-2011), 아카이브 (2002-2013)

주류경제학이라는 권위

생물학에서 주류생물학계라는 표현은 들어본적이 없는데, 아마도 사이비과학에 대한 비판을 할 때나 내가 가끔 사용했던 것 같다(소넷의 글 참고). 이 세계는 Pubmed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생물학자들의 세계를 뜻한다. 아마도 VOX(그나저나 왜 여기는 안들어가지는건지)가 그런 곳보다는 조금 전문성이 덜하지만 전문적인 논의가 펼쳐지는 곳인가 본데(어차피 경제학계에도 저널은 존재할터), 뭐 들어가지지도 않지만 어차피 그 곳의 논의는 이해할 역량이 안되므로 패스한다.

그러니까 결국 주류경제학계라는 권위를 빌려 거대담론을 깔아뭉개겠다는 건데, 이미 첨언을 통해 밝혔듯이[footnote]결국 이런 거대담론은 주류경제학자들, 소위 선수들은 제기하지도 않는다는 말인데, 그럼 그 바닥 좀 문제가 있는건 아닌지 묻고 싶다. 제 아무리 아인슈타인이라 해도 계속해서 양자역학의 결과들이 쏟아지는 데 대해서 한 말은 투정 뿐이었지 않은가. 위기가 근본적인것인지, 아니면 지엽적인 것인지를 결정하는 정량적 기준이 없다면, 체제에 대한 문제제기는 정당한 것이고 필요한 일이다. 자본주의 체제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게 쥬류의 태도라는 건 패러다임 안에서 문제나 풀고 있는 과학자들의 태도를 생각했을 때, 그럴만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문제풀기에만 집중하는 태도는 문제가 아닌가. 문제는 경제학 같은 사회과학이 패러다임의 변화를 감지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지의 문제겠지만 말이다. 주류경제학이라는 말 속에는 결국 경제학이 과학보다 더한 방식의 권위와 경제학자들이라는 집단의 심리학적 요동에 불과하다는 것의 다른 말 아닌가? 주류경제학에서는 끝난 얘기다. 참 편한 얘기다. 폴라니를 떠드는 학자들은 죄다 나가 뒤져야 할 듯.[/footnote] 좀 웃기는 일 아닌가. 지금의 위기가 근본적인 것인지 지엽적인 것인지에 대한 일치된 견해가 존재해야 체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려를 하던지 로드릭 말처럼 ‘한마디로 딱’ 잘라 말할 것인지 결정할 것 아닌가 싶은데 말이다.

소넷이 추천한 장하준과 이창용의 토론을 보니, 장하준이 재미있는 예를 들던데 말이다. 그 소위 주류경제학계라는 곳은 노벨상 수상자들을 배출하는 그런 터전일테고 그럼 ‘로버트 머튼(Robert Merton)과 ‘마이런 숄스(Myron S. Scholes)’도 그런 주류경제학자들이 아닐까 하는데. 크루그먼 같은 사람도 있지만 이런 헤지펀드로 엄청난 참사를 불러 일으킨 이도 섞여 있는 주류경제학계라면 그 주류라는 말에 좀 딴지를 걸어도 되는 것 아닌가 싶은데 말이다. 경제학이 실험이 가능한 자연과학도 아니고, 어차피 주어진 데이터들을 가지고 모델을 만들고 열심히 시뮬레이션하는 그런 학문이라면 말이다. 물리학도 이론만 가지고 주절거리는 초끈이론을 문제삼는 판에, 경제학은 주류라는 이름으로 참으로도 오만불손한 듯 하다. 이건 인문학자들의 ‘촛불담론’과는 차원이 좀 다른 문제 아닌가 싶은데, 그 소위 주류경제학자들의 이론이 우리의 실생활에 매우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뭐 경제학의 학문적 지위나 전통을 무시하자는 말은 아니고, 다만 경제학과 같은 사회과학이 자연과학에 비해 그닥 엄밀한 것은 못된다고 주장하던 분의 입에서 ‘주류경제학’의 권위에 기대는 발언이 나온 것이 좀 신기해서 그런다.

뭐 결국은 내가 경제학에 대한 구체적인 토론을 진행할 만한 역량이 안되니, 학문의 성격이라는 또다른 거대담론으로 화두를 바꾸자는 것인데, 내가 봐도 나는 참 한심하다. 그런데 자본주의라는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주류경제학의 권위에 기대 끊어버리는 태도도 참 한심하다. 작금의 문제해결이야 구체적인 분석 속에서 행해져야 하는 것이겠지만, 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지 않은지 고민해봐야 하지 않겠나 말이다. 뭐 보수주의자의 입에서 기대할 수 없는 발언이기는 하다.

그리고 좀 비겁하지 않은가. 무식한 비경제학도의 진실한 글에 대고 비비돌려 ‘VOX도 안들어가는 주제에 뭔 말이 많아’라는 식으로 말하는 건 말이다. 아마 나도 이제부터는 Pubmed도 안들어가는 주제에 참 말들이 많아 따위의 말을 지껄이고 다니지 싶다.

  1. “내가 봐도 나는 참 한심하다” 여기서 뿜었습니다. ㅋㅋㅋ 절대 한심하지 않으십니다요.

  2. 한심합니다. 실험은 안하고 맨날 이러고 앉아 있으니. ㅋ 삘받으면 안정적인 직업 잡고나서 경제학 석사나 따볼까 생각중입니다.

  3. 안녕하세요. 눈팅은 종종 하지만 딱히 제 생각을 보탤 엄두는 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좀 지나서 이제서야 제가 답글을 올린다고 피드백이 될지는 자신이 없지만, 제 생각을 정리하는 계기라도 되지 않을까 해서 용기를 내었습니다.

    경제학 박사과정을 이제 막 1년 끝냈을 뿐이지만, 일반적인 – 저의 경우 미국의 일반적인 대학 – 경제학 전공자들이 어떻게 경제현상을 다루는지에 대해 말씀드리기에는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자본주의라는 단어는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물론 민주주의라는 개념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제학이 과학이냐는 논쟁은 아직도 술자리에선 유효하지만, 개인적으로 미시경제학의 일부 분과는 김우재님의 정의에 비추어봐도 과학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거시경제학은 실질적으로 공학에 가까우나 과학이 되고 싶어합니다.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대다수 경제학도들은 학부 1학년때부터 상당한 수학적 훈련을 받도록 되어있어 정확히 그 의미가 정의되어 있지 않은 개념을 사용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대신 잘 정의되는 – 합리적이라는 표현은 많은 경우 다르게 오해되는 것 같습니다 – 의사결정체계, 자산의 사적 소유, 자유로운 시장 등을 시작점으로 하여 다양한 제약 – 시장구조,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 을 추가합니다. 물론 많은 경우 아주 사소해보이는 제약 하나를 추가해도 문제를 깔끔하게 풀 수 없는 경우가 수두룩하죠. 염두에 두신 패러다임의 변화가 간단하게 특정 변수 – 예를 들면 소득세율 – 를 조정하는 정도로는 절대 도달할 수 없는 차원의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주류경제학의 방법론이 특정 지역의 국가에는 적용되지 못한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고, 저 스스로도 그렇게 판단합니다.

    쓰고나니 굉장히 건조한 글이 되었습니다. 경제학이 좀 건조하긴 합니다. 수학이나 통계학 전공자들과 비슷한 정서를 공유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덧붙이자면, 경제학 석사과정보다는 박사과정을 권해드립니다.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많은 경우 석사과정은 박사과정 코어과목의 절반정도만 수강하는데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4. ‘주류’라는 표현 자체는 생각하기 나름일것 같아요.
    주류라는 권위에 기대려는 의도로 쓰인다면 그건 부정적이지만…
    자연과학처럼 경제학과 유사경제학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주류경제학과 비주류 경제학으로 나눈다는 것은,
    주류 경제학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긴 하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으니까요.

  5. 경제학도 실험 경제학이라고 해서 실험한다

  6. 실험을 자연과학만 하냐 사회과학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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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oog.com 2010/11/16

    다음은 저명한 경제학자 Dani Rodrik 이 Business Standard에 기고한 글 중 일부다. 전문은 sonnet님이 번역해주셨으므로 여기를 참고하시기 바란다. 자본주의의 몰락을 예견했던 이들은 중요한 역사적 사실 하나에 대해 논박해야 할 것이다. : 자본주의는 스스로를 재창조하는데 있어 거의 무한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진정으로 이 유연성이야말로 자본주의가 몇 세기 동안 주기적인 위기를 극복하고 칼 마르크스를 비롯한 비평가들 보다 오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