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급진적 생물학자 (2008-2011), 아카이브 (2002-2013)

명박기업 과잉충성자들의 심리상태

황상민 교수가 재미있는 농을 던졌다. 명박의 죽창발언에 대한 심리학자의 분석은 ‘자부심의 부족’으로 표현되었고, 금융회사 발언은 공적이익보다는 사적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경향으로 분석된다. 더 재미있는 것은 명박보다 카리스마가 압도적이었던 윗분을 모셔야 했던 그 스트레스가 결국은 암묵적으로 행정관료 사회에 그대로 전염되고 있다는 불행한 사태다. 용산사태도 결국은 자의적으로 대통령의 뜻을 해석하려했던 과잉충성, 신용철 대법관 사태도 명박에게 과잉충성하려 했던 관료사회의 주식회사화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재미있지 않은가. 경제를 살리겠다고 일국의 대통령으로 CEO출신을 뽑아 놓으니, 결국 대한민국 행정부 전체가, 아니 나아가 행정부에서 그닥 독립적이지 못한 사법부까지 몽창 거대한 대기업이 되고 말았다. 이말인즉슨, 대한민국의 거대기업들이 지닌 위계적 문화가 지닌 위험성의 치부를 그대로 드러낸다. 어차피 현재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국가경영과 회사경영을 동일한 척도에서 바라보는 것 같고, 또 국민들이 그것을 뒤늦게 후회한다 해도 어차피 우리의 선택이었으니 할 말은 없겠다만, 현대사회의 기업들이 점점 그 융통성 없는 권위적 문화를 청산해나가는 마당에 우리는 그 덫에 걸려 앞으로 4년을 고생해야 한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황상민 교수의 발언이 급진스러워 좀 뒤져봤는데 그는 ‘주관성 학회’라는 곳에 속해 있고, 이 곳은 외국어대학교 신문방송학과의 김흥규 교수에 의해 설립된 학회다. 황상민 교수가 그런 발언을 할 수 있는 전문가인 것이, 이 주관성 학회가 방법론으로 삼고 있는 ‘Q 방법론’이라는 것 때문이다.

Q방법론이라는 것은 기존의 사회과학 분야에서 사용하던 요인분석과 같은 통계적 분석법(소위 R방법론)을 뒤집은 것인데, 1953년 물리학자 출신의 심리학자이자 신문방송학자인 윌리엄 스테펜슨(William Stephenso)에 의해 개발되었다. 재미있는건, 스테펜슨이 찰스 스페어만(Charles Spearman)의 제자라는 사실이다.

굴드의 <인간에 대한 오해>를 읽은 독자들은 잘 알겠지만, 스페어만은 바로 일반지능 g 를 주장한 인물이다. 그는 “칼 피어슨(Karl Pearson)의
상관계수를 이용한 통계적인 정신 검사 기법을 발전시켰으며 요인분석(factor analysis)이라는 통계기법을 통해 여러 정신
검사 결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개인들의 일반적인 특성으로서의 일반지능(g 요인, genenral intelligence)의
존재를 검증하려
” 했다. 스페어만의 연구에 대한 평가는 갈릴수 있는데, 굴드의 비판이 주로 아서 젠센의 연구에 몰려 있던 이유도, 일반지능이론의 원작자 스페어만이 가지고 있던 열린 해석의 가능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여하튼, 스페어만은 골턴에서 피어슨으로 이어진 전통속에 있는 통계학자로 시작했고, 빌헬름 분트의 문화에서 심리학을 접했고, 결국 지능을 양화시키기 위한 노력 끝에 최초의 작은(하지만 큰 파장을 미친) 성공을 했던 인물이다.

스테펜슨이 바로 이 전통에 있다. 전통적으로 무작위적으로 추출된 표본집단으로부터 상관관계를 도출하고 요인분석을 통해 널가설을 기각하는 과정을 거치는 R방법론과는 달리, Q방법론에서는 아주 작은 집단(1명이라도 상관이 없다)의 취향, 성향 등을 바로 변수로 놓고 가설을 찾아나가는 방식을 취한다. 전통적인 R방법론을 뒤집은 셈인데, 이에 대해 끊임없이 논란이 제기되어 왔고, 여전히 논쟁이 진행중인 것으로 안다.

재미 있는건 이들이 퍼스의 가추 개념에 의지한다는 것이고, 가설을 검증하는 것이 아니라 가설을 발견해나간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내 전문분야도 아니니 많은 것을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이런 식의 접근 방식이 주관성이 중요시되는 분야들에 매우 빠른 속도로 접목되었다는 것은 과학의 도구와 이론 사이의 복잡한 상관관계의 단면을 보여주는 한 예라고 생각하고 있다.

각설하고, 황상민 교수가 명박의 심리상태를 분석할 만한 나름의 전문가라는 것이다. .Q방법론의 적합성을 둘러싼 논란을 뒤로 하고, 전통적인 R방법론을 뒤집은 Q방법론이 필연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영역은 어떤 가치를 공유하는 소집단의 취향이나 성향 같은 것을 분석한다거나, 더 나아가 정치인 개개인의 성향분석이라는 점은 자명하다[footnote]논문을 뒤져보면 386세대의 정치인식이라던가 기타 정치적인 연구에 Q방법론이 많이 응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표본이 작아도 아무 상관이 없다는(오히려 많으면 불리한) 점은 이럴 경우 엄청난 장점이 된다.[/footnote]. Q방법론이 주관성연구학회 라는 곳에서 연구되는 것은 필연적 결론으로 보인다. 자연과학처럼 인과관계를 밝히는 실험이 가능한 경우에 있어 Q방법론은 필요 없는 도구이지만, 주관성이라는 우리의 심리기제에서 깊이 감추어진 것을 드러내는 도구로서는 위력을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명박을 둘러싼 우리네 정부는 거대한 대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나보다. 주군의 모호한 말씀에 알아서 반응하는(남자 이야기의 채도우 종복이 시장을 죽인 것과 같은) 부하들의 존재는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고, 결국 우리는 그 부하들의 우두머리를 개조하거나 끌어내리거나 혹은 끊임 없이 문제를 제기하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결정적인 순간에 폭발하는 민중을 기대하거나 해야할 것 같다. 아니 적어도 다음 대선의 향방을 뒤집을 어떤 대책이라도 마련해야 한다. 4년은 어찌 버틴다지만, 9년은 못버틸 것 같다.

  1. 제 블로그에 트랙백 보내주신 덕분에 이렇게 와서 좋은 글 읽어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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