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급진적 생물학자 (2008-2011), 아카이브 (2002-2013)

죽창을 위한 변명

명박시대에 정부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가치는 법치주의뿐이다. 법치라는 틀을 강조하면 할 수록, 그것이 절대적이라는 의식이 퍼져나가면 나갈 수록 민중과 시민의 괴리는 더욱 멀어질 수 밖에 없다. 법치주의라는 틀 속에 갇힌 정부가 기다리던 사건이 터졌다. 시민들에게 폭력은 법치주의의 필요성을 동의하게 만드는 암묵적 공감대가 된다. 죽창은 그 폭력의 상징으로 표현된다. 이 사건을 빌미로 정부는 도심에서의 대규모 집회를 원천적으로 금지시킨다. 대다수의 시민들은 암묵적으로 이에 동의한다. 이는 우리네 역사 속에서 지겹도록 반복된 패턴이다.

그러나 폭력에 질겁하는 우리네 시민들의 무의식은 민중들의 폭력에 의해 구성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6.25 전쟁을 거치며 형성된 폭력에 대한 일종의 공포, 나아가 심정적으로 광주민주화운동과 군부독재를 경험하면서 개개인에게 각인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반영한다.

폭력을 어쩔 수 없는 수단으로 삼는 민중과는 달리, 시민들에게 폭력은 용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시민들은 정부의 폭력에도, 민중의 폭력에도 저항한다. 시민들이 어떤 종류의 폭력적 형태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것은 그들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다. 이 땅의 시민들은 외세의 침략이 있기 전까지는 언제나 폭력이 아닌 대화의 방법을 선호해왔다. 심지어 외세의 침략에 대항해서도 이 땅의 시민들은 뭉쳐 폭력을 행사하기 보다는, 만세운동을 벌이는 것으로 스스로의 의지를 표현했다.

나는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이, 동학군이 죽창을 들었던 그 상황처럼 절박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그 절박했던 상황에서도 이 땅의 시민들은 동학의 정신을 3.1 만세운동으로 승화시켰다. 그들은 결국 같은 민족끼리 살생해야만 하는 사태를 원하지 않았다. 그들에겐 그들을 막아서는 관군에 대한 따뜻한 온정이 항상 존재했었다. 우리는 이러한 전통을 전경에 대한 촛불의 온정에서 다시금 확인했다. 시민들은 폭력이 동원되기 전에, 그 목소리를 들어줄 지도자를 원한다. 그런 지도자가 부재할 경우에도 시민들은, 좀처럼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다. 폭력으로 비치는 그 어떤 행동들도 시민들을 움직이지 못한다. 시민들을 움직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폭력은, 그 시민들을 움직이는 데 언제나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이명박 정부의 문제는, 폭력과 결부되지 않은 시민운동조차 용인하지 않는 그 비열함에 있다. 촛불처럼 민중운동보다는 시민운동의 성향으로 나타난 그 사태조차 명박은 용인하지 않는다. 지도자에게 반대하는 목소리를 모두 폭력으로 규정하는 몰지각함이 명박을 둘러싼 헤게모니다. 그럴 수록 시민들은 폭력적으로 변한다. 시민들은 잘 참지만, 그 임계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우리는 6월 항쟁으로부터 그러한 임계점을 보았고, 시민의 위력을 체험했었다.

오체투지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명박은 이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오체투지는 조용히 명박의 숨통을 죄는 밧줄이다. 명박은 그걸 모르는 것 같다. 화물연대의 총파업에 동의하지 않는 시민들도 오체투지의 결과로 나타날 파장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밖에 없다. 오체투지엔 그 어떤 폭력성도 존재하지 않았고, 시민들은 그러한 비폭력성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명박은 그걸 모른다. 오체투지가 시민혁명의 도화선이 될 것임을, 명박은 모른다.

법치주의라는 정부의 간사한 계략에 시민들의 동의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그 이념에 동조하기 때문이 아니다. 시민들은 폭력에 질려 있다. 우리가 겪은 역사 속에서 폭력은 시민들에게 일종의 용인 될 수 없는 무엇으로만 남아 있다. 법치주의는 그 폭력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시민들이 용인한 최소한의 무엇일 뿐, 시민들이 전적으로 찬동하는 신념이 아니다. 오히려 시민들은 법의 공명정대함을 불신한다. 법치주의 아래서 모두가 평등하지 않다는 것을 시민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몸으로 체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보가 시민들을 끌어 안을 때, 순간적인 격정을 이기지 못하고 폭력에 대한 시민들의 불편함을 강화시킬 때, 진보는 시민의 편이 아니다. 우리가 촛불에 동의하고, 명박을 지지했던 시민들이 명박으로부터 돌아선 것은 촛불이 보여준 그 평화로운 모습 때문이었다. 진보는 이를 과장했고, 정부는 이를 축소했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민중보다는 시민이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구한말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고, 대부분의 시민들은 못먹고 못사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잘 먹고 잘 살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명박이 그런 시민들의 소극적인 욕구를 무시한다는 것이다. 수백만원 때문에 자살하는 이들이 늘어날 수록, 정부의 정책들이 결국 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었음이 드러날 수록, 오체투지에 동조하던 시민들은 죽창을 용인하게 될 것이다. 지금은 아니다. 동학농민전쟁이 3.1 운동으로 승화하는 데에 걸린 그 시간은 현대에 있어서는 조금 더 단축된 형태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시민들의 연대는 이미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이미 우리는 촛불을 통해 그 속도의 무서움을 체감했다.

동학의 폭력성 이면에는 분명 시대 속에서 불가피했던 역사가 녹아 있다. 동학의 4대 강령 중 첫번째는 “불살인(不殺人), 불살물(不殺物)”, 즉 “사람을 죽이지 말고 물건을 해치지 말라.”였다. 진보는 우리가 처한 상황의 절박함을 과장했고, 명박은 이를 이용해 시민의 목소리를 원천봉쇄했다. 이로부터 야기될 결과는 분명하다. 오체투지가 그 해답이 될 것이다. 시민들은 모든 것을 보고 있다. 그리고 명박은 시민들의 행동을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기다리는 것은 단 하나의 사건이다.


추신: 죽창을 바라보는 쿨게이들의 시선은 여전히 참으로 역겹다. 나는 여전히 그들을 증오한다. 진보가 실패할 지라도 거기엔 어떤 수정의 여지가 있는 것이지만, 쿨게이들은 그 무엇도 변화시키지 못한다. 그들은 그 누구보다도 무능한 족속들이다.

  1. 글 잘보고 갑니다.. 트랙백를 하나 걸었습니다.

    진정한 쿨가이는 촛불이나 죽창을 그냥 흘려 보내지 않습니다.

    쿨가이가 잘못쓰인것 같아요..일반적으로..

  2. 어느날 강도가 집으로 침입해 돈을 훔치고 있는데

    갑자기 그집 아이가 일어나 소리를 지르려고 하자

    강도는 옆에있던 죽창이 아닌 대나무로만들어진 젓가락으로

    눈깔을 후벼 파서 각막을 손상시켰습니다

    그런대 사람들은 눈깔을 후벼파 각막을 손상시킨 도구가

    죽창이 아니라 젓가락이였다는 이유로

    그리고 강도범이 강도짓을 할수밖에 없는 이유가 이명박이 정치를 잘못해서 라는 이유로

    강도범을 무죄로 판명시켜주었슴니다

    이후로 그 강도는 범행을 할때 항상 대나무로 된 나무젓가락을 들고다니면서

    사람눈깔을 후벼 팠담니다

    그걸본 다른 강도들도 칼대신 대나무 로 된 젓가락을 들고다니면서

    전경이든 경찰이든 앞을 가로막는것은 뭐든지 젓가락으로 눈깔을 후벼 팠습니다

    결국 경찰들은 다 실명되거나 죽고 대한민국에는 경찰이 사라졌습니다

    강도는 이명박에게 찾아가서 너때문에 내가 사람들 눈깔을 후벼팔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내잘못이 아니라 전부 니잘못이다 라고 말하면서

    이명박도 눈깔에 젓가락 찔러 죽어버렸습니다

    강도는 주한미군에 가서 너떄문에 남북한이 통일이 않되는거야 이 양키새끼들아 라고 말하면서

    주한 미군도 젓가락에 찔려 모두 죽거나 미국으로 도망가버렸습니다

    북한은 올커니 하고 남한을 침공했고 남한 군인들이 북한군을 막으려고

    총을겨누고 있는데 뒤에있던 강도가 젓가락을 들고 오더니

    너죽이는거 총알아깝다며 젓가락으로 군인의 눈을 후벼 팠습니다

    남한군인들이 강도들에게 모두 젓가락에 찔려죽자

    북한의 김정일은 남한으로 내려와

    강도에게 잘했다면서 너를 남한에 보내길 잘했다고 임무 성공을 외치며

    드디어 조국분단의 아픔을 잊고 통일이 됬다고 외치면서

    강도와 북한군과 김일성은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조국통일 만세 !!! 조국통일 만세!!! 조국통일 만세!!!

    그런데 엎에있는 사람들이 임금 올려주세요 미디어법 반대요 안그럼 파업할꺼에요

    라고 말하자 다음날 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공산국가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담니다~~

    죽창이고 죽봉이고 일단 사람찔러ㅓ 실명위기 만들면 무기가 되는거에요 -ㅅ-

    강도가 과일칼로 사람찌르고 이건 사시미가 아니므로 전 죄 없습니다 라는거는 누구생각인지 원..

  3. 내가볼땐 전경들이 국민들을 다 때려죽여서 국민없는 나라가 만들어질것같은데?
    전경가면 뇌꺼내는 수술먼저 받나보지?
    생각하는 수준이 딱 犬일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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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꾸는 것은 산다는 또 다른 이름 2009/05/24

    이명박은 화물연대 파업에서 사용된 만장 대나무 작대기를 보고 ‘죽창’이라고 선언을 했다. 선언을 한다고 대나무 작대기가 죽창이 되지는 않는다만, 이왕 선언을 했다면 뒤처리를 잘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 예…

  • Season ii. Was 2009/05/24

    하민혁님이 이명박과 죽창, 그리고 야만과 독재의 시대 라는 글을 쓰면서 나같은 아해들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맞는 말이다. 독재는 어렴풋한 이미지로 받아들여 지는 것이, 현재의 아해들(나를 포함한)의 인식이다. 심플하게 인정한다. 나는 이 부분에 있어서 인정하고 들어가는 이유가 딱 하나다. 시대가 그래서다. 제 2 독재 시절을 사는 한 청춘으로서 이 부분 인정하고 들어가지 않으면 토론 안 된다. 그래서 인정하는 거고, 각설하자면, 뭐 눈깔 찌르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