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급진적 생물학자 (2008-2011), 아카이브 (2002-2013)

꿀벌도 생각한다

초파리 유전학이 강력한 것은 사실이지만, 초파리를 이용해 할 수 없는 연구도 있다. 사회성 연구가 바로 그것이다. 초파리는 독립적인(solitary) 곤충이다. 진사회성(eusociality)을 지닌 꿀벌사회에 대한 연구에 유전학이 접목되기 시작하는 현재의 생물학계의 동향은 행동유전학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사실 초파리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연구가 내가 지금 연구하고 있는 실험실에서 발표되었지만, 꿀벌은 일종의 언어체계를 지니고 있고, 초파리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사회성을 가진 매력적인 모델동물이다. 꿀벌은 정말 똑똑하다. 상상을 불허할 만큼.

재미있는 연구가 많이 발표되고 있는데, 꿀벌이 숫자를 센다던가[footnote]http://news.hankooki.com/lpage/it_tech/200809/h2008092712365723760.htm 도 참고[/footnote], 꿀벌의 방언에 관한 연구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연구의 중심에는 미국보다는 독일 연구진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데, 기초과학에 대한 독일의 과학정책이 그 기저에 놓여 있다. 물론 양봉업과 관련된 꿀벌 연구는 미국에서도 관심의 대상이다.

꿀벌 유전체가 해독되면서 이제 막 꿀벌의 유전학이 시작되는 모양이다. 기초과학자들은 사회성을 연구하는 모델로 꿀벌에 매력을 느끼고 있고, 실제로 초파리를 통해 밝혀진 많은 연구들이 꿀벌의 사회성을 분석하기 위해 동원되고 있다.

칼 폰 프리슈(Karl von Frisch)가 꿀벌에 관한 연구로 콘라드 로렌츠, 니코 틴버겐과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지 36년이 흐른 지금, 초파리를 통해 급성장한 유전학과, 점점 더 쉬워지고 있는 유전체학의 성과들이 동물행동학에 접목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실용적인 연구만을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우리는 이러한 흐름에 편승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그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꿀벌 연구의 최근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독일의 위르겐 타우츠(Jürgen Tautz) 교수의 책이 최재천 교수의 감수로 출판되었다. 그나마 행동학의 꿈을 꾸는 독자들에게는 위안이 되는 소식이다.

 

 

  1. 조가 좋아하는 네그리가 swarm intelligence를 <다중>에서 다중 이론의 논거로 끌어들였던게 기억난다는. 자세한 건 잘 모르니 나중에 시간나면 뒤집어 달라는

  2. 진사회성 곤충에게서 나타나는 지능처럼 보이는 현상을 아무 비판 없이 다중이론에 적용할 수는 없지만, 메타포는 가능할 듯 합니다. 진사회성 곤충의 사회성은 유전적으로 강력한 기반에 의해 묶여 있어서 상대적으로 느슨한 인간사회의 그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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