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급진적 생물학자 (2008-2011), 아카이브 (2002-2013)

학문 공동체: 대한민국 지식인들의 소모임과 만월회

우측 사이드바에 대충 대한민국에서 경계를 가로지른다는 지식인들이 만든 조직들을 배너로 나열해 보았다.  강유원 박사의 사이트는 배너가 없어서 링크로 달아놓았다. 모아놓고 보니 참으로 다양하고 또 부럽기도 하다. 과학을 진지하게 다룰 것이라 생각되는 곳은 백북스와 통섭원 뿐인데, 얼마나 과학이 진지하게 다루어지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고전아카데미는 동의과학연구소를 만들었던 박석준 원장과 철학계의 이단아라 불리는 이정우 선생이 만든 곳인데, 이 두분에 관해서는 오래 전에 왕님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의외로 이 곳에 왕님의 이름이 들어가 있었다. 치고 받으실 분인데 이름만 걸어 두시고 활동은 안하시는 듯 하다.

철학아카데미는 이정우 선생이 만든 곳으로 일반인과 대학원생 등을 대상으로 철학강좌를 여는 곳으로 역사가 오래되었다. 예전에 기웃댄 적이 있는데 지금은 활동이 어떤지 잘 모르겠다.

한철연은 김교빈 선생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철학진영의 진보적 중심점으로 이 곳에 최종덕 교수님도 포함되어 있다. 이 곳은 학문 공동체라기보다는 학회의 성격이 강하다. 최근 20주년을 맞이했다. 왕님 사이트에서 자주 보던 김시천 선생은 고전아카데미와 철학아카데미 및 한철연 모두에 걸쳐 계신 듯 하다.

아트앤스터디라는 곳은 인터넷으로 인문학 강좌를 하는 곳인데 이 곳도 공동체라기보다는 그냥 방송대학 같은 곳이다. 패스.

다지원은 최근 촛불논쟁의 주역인 조정환 선생이 꾸린 곳으로 아주 오래전 연구공간 수유+너머에 대해 들었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 수유+너머는 다들 잘 아시듯이 고미숙 선생의 학문공동체로 유목주의를 표방한다. 고전아카데미와 다지원이 연결되어 있고, 다지원과 수유+너머가 연결된다. 신비주의적인 성격이 강해서 그닥 탐탁지 않지만 그들의 진지함과 열정은 존경하고도 남을 듯 하다.

백북스는 최근에 박문호 박사와 고원용 선생을 중심으로 꾸려진 독서모임인데,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되었다(그 지인은 저 아래 링크에 걸린 이들 중 한 명이다. 본인이 워낙 실명공개를 꺼리니 신비주의로 가자. 그와는 노스모크때부터 인연이 있었다). 최근에 백북스로부터 초청제의를 받았는데 한국에 들르게 되면 한번 찾아뵈야할 듯 싶다. 백북스에 가끔 들르는데 참으로 다들 즐겁고 열심이신 듯 해서 보기가 좋았다.

통섭원은 다들 잘 아시다시피 최재천 교수의 야심작이다. 오늘 들어가보니 문국현씨도 일원으로 포함되어 있던데, 이 곳은 다른 곳들과는 달리 돈으로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해서 나도 걱정은 접는다.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한다.

장미와 주판은 ‘우리 철학하기’라는 주제로 모인 철학자 김영민 교수의 공동체다. 이 곳은 오래 전에 알았는데 느낌으로는 아주 오래된 우리네 서원을 보는 듯 해서 인상이 깊었다. 성향은 대충 짐작은 가는데 내가 범접할 수 없는 분야인 듯 하다. 종교적 냄새도 좀 나고.

강유원 박사가 새로 연 사이트는 강좌와 번역 등으로 분주한데, 유명한 곳이니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을 듯 하다. 강유원 박사는 수유+너머 쪽이랑은 사이가 좀 좋지 않아 보인다.

대충 이 땅에서 경계를 넘나드는 지식인들이 만든 공동체, 혹은 소모임들을 나열해 봤다. 그렇게 한 이유는, 학풍이라는 것이 이런 소모임들로부터 기원하기 때문이다. 학풍의 냄새를 피우고 있는 곳도 보이고, 그냥 오파상 역할만 하는 곳들도 있고, 아예 돈이나 벌자는 곳도 있지만 시도들은 모두 가열차다. 어떤 곳에서 대한민국의 학풍을 만들어내게 될지, 내가 죽기전에 가능할지 한번 지켜 볼 일이다.

대충 열거한 곳만 해도 이리 많은데, 여기다가 내가 또 하나를 만들면 참으로 일이 복잡해 질 것 같다. 성격 같아서는 하나 만들고 싶은데 돈도 없고, 후원자는 있을리도 없고, 또 대충 존재하는 공동체들이 가진 성격이 워낙 이미 다양해서 여기다 뭘 더 추가하기가 겁날 지경이다.

그렇다고 어디 껴들기도 민망한게, 이미 여기저기 다 씹어놔서 나를 반겨라 할 곳도 없을 듯 하다. 그냥 독립군으로 살아야 할 팔자인가 보다. 운이 아주 좋아서 착한 부자를 한 명 만나게 되면, 좋은 사람들과 작은 소모임을 하나 만들어 보고는 싶다.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가장 큰 이유는 대한민국엔 그런 자본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은 좋은 사람들이나 많이 알아 볼 일이다. 이미 뇌가 굳어버린 이들 말고 젊은 사람들에게서 그런 희망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저리도 나름 학풍이 다양한데 왜들 논쟁을 안하는지 모르겠다. 다들 인문학과 과학을 아우르고 나름 최고라고 자부하는데 말이다. 나만 싸우다 등 터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강해져야지. 안 그럼 욕만하다 죽은 수가 있겠다.

사진은 영국왕립학회의 기원이 된 버밍엄의 만월회다. 실험과 발명에 미쳐있던 이 사람들(찰스 다윈의 할아버지도 여기 멤버였다)로부터 루나틱(lunatic)이라는 말이 기원되었다. 우리도 이런게 필요한 건 아닌지 생각해본다.

 

  1. 저도 어느 작가분을 통해 백북스를 알게 되었는데, 그보다 먼저 박문호 박사의 불교TV 강좌를 먼저 들어야 겠다 생각했더랬죠.

    위에 올리신 모임들, 사이트들, 모두 좋은데, 저도 제가 들어갈 곳을 찾지 못했달까… 그러네요.

    아직 학문이 깊지 않아, 나의 앎을 먼저 쌓고 그 후에 무언가 집단에 들어가거나 만드는게 낫다는 생각때문이겠죠.

    그리고 지금 학문공동체들은 통섭원을 제외하고는 철학 편향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우재님이 만드는 학문공동체가 있다면, 학문하는 사람들에게는 공동체 선택지를 늘려줄테니, 괜한 기대 한번 해봅니다.

    첫 코멘트를 여기에 달게 되네요.

    피드 등록해 놓고 게시하시는 글 읽고 있는 Lain입니다. 반갑습니다.

    엘렌 오 번역 계속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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