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가지 사건에 대한 단상들

1. 황우석 박사의 장영실상 수상

민간주도로 이루어지는 이 상의 실체는, 과학기술자에게 주어지는 상이 아니라 과학기술계의 발전에 기여한 이들에게 주어지는 상이라는 점이다. 초창기부터 주로 권력기관에 있었던 이들에게 이 상이 주어진 것은, 장영실상이 결국 과학기술자들과는 동떨어진 그들만의 리그에서 치루어진 경기였음을 반증한다. 초기 과기부 장관이나 전직 국회의원이 타가던 이런 권위 있는 상이 만들어진 배경에 진정 과기부와 과기총의 후원이 없었는지는 조사해볼 일이다.

더 웃기는 건, 박교수 박사라는 작자가 상을 타면서부터 연말 코미디대상 쯤으로 변질되어버렸다는 사태다. 아마도 과기총과 교과부에서도 이런 점을 눈치채고 후원을 중지한 듯 싶은데,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저질 코미디가 되기 이전에 과연 교과부와 과기총이 아무런 관여도 하지 않았냐는 점이다. 여하튼 이런 코미디상이 장영실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권위 때문에 황우석 박사의 부활이라는 논란을 불러일으킨 사건 또한 코미디가 아닐 수없다.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을 보고 과기총에서 강력하게 자신들의 이름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하는데, 나는 교과부와 과기총의 후원여부를 조중동에서 인용한 것 뿐이었다. 문제는 이번 수상을 후원했느냐 아니냐의 여부가 아니라, 과학기술계의 발전에는 별 관심 없이 개인의 영달만을 바라는 이들이 장영실상의 주위에 너무 많다는 것이다. 특히 행사장에는 선진당의 심대평 의원까지 참석했고, 진행은 이상희 전 의원이 했고, ‘사단법인과학선현장영실선생기념사업회’라는 곳의 이사로 현 한림원 원장의 이름이 올라가 있다는 점은 웃어 넘길 일이 아니다. 코미디가 더러운 활극으로 보이는 순간이다.

덧: 황우석 박사라는 표현으로 송고를 했는데, 황우석씨 라고 편집이 이루어진 모양이다. 시골피디라는 분께서 이점에 분노하신 모양인데, 기자의 편집권에 대해서는 내가 뭐라 할 수 없는 사안이라 양해를 구한다. 나는 황우석 박사를 황우석씨라고까지 부를 생각은 없는 사람이다. (참고: 한토마 프레시안에 실린 김우재 연구원의 글을 읽고)

덧2: 한겨례 블로그엔 바이러스가 심어져 있는 것 같다. 도대체 왜그럴까.


2. 릴레이의 힘

이누잇님에게서 시작한 [나의 독서론] 릴레이가 철학자 김영건 선생님에게까지 넘어갔다. 반가운 일이다. 누구보다 강직하고 학자다운 그 분의 독서론을 직접 들어볼 수 있다는 점은 학문에 갈증을 느끼는 분들에게는 가뭄의 단비와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요즘 들어 블로그에 많은 애정을 느끼시는 학자 김영건 선생님의 블로그에 많은 이들이 찾아주시길 기원한다.

3. 회의주의적 좌파의 치정

개인적으로 관심있게 지켜보던 회의주의적 좌파(Skeptical Left)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진중권-변희재 논쟁을 두고 감정싸움에 돌입한 듯 싶다. 많은 회원들이 탈퇴를 감행했고, 운영자는 여전히 스스로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는 듯 싶다. 나와는 관계 없는 일이지만 안타까운 일이다.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한 민족은 반드시 그 역사를 반복한다고 했다. PC통신 시절부터 한국 회의주의 세력은 치졸한 감정 싸움으로 그들이 내세우는 합리성의 문턱에도 가보지 못하고 좌절과 암투를 거쳐왔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얘기일 듯 하니 그만하겠다. 결국 아무리 합리성을 내세워봐야 인간은 감정적인 동물에 불과하다는 것을, 우리는 제한적 합리성 혹은 욕망의 동물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 땅의 회의주의자들은 참으로 적나라하게 까발려준다. 중요한 건 상식이다. 상식보다 더 중요한 건 지식인의 의무에 대한 성찰이다. 누가 옳다 그르다를 가리기 전에 먼저 토론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고, 토론하기 전에 먼저 자신이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양신규는 죽어서도 참 고생한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겠지만, 자신이 그 사람의 환생이라도 되는양 떠들어대는 것이 스스로의 발전에 어떤 도움이 될까. 나는 양신규가 그런걸 원하리라 생각하지 않는데, 여기에 또 딴지를 걸텐가. 예수던 공자던 부처던 맑스던, 그 원조들에게는 별 문제가 없다. 항상 그 후대의 아류들에게서 사상의 굴절과 왜곡이 나타난다.

4. 진중권-변희재의 사랑싸움

이제 갈때까지 가는 것 같다. 진중권은 법무부 장관에게 “왜 변희재 따위를 정책위원으로 뽑았냐”며 변희재와 똑같은 방식의 싸움을 걸고, 변희재는 진짜로 소송을 걸면서 법치주의의 화신임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권력을 낀 싸움이라 법리공방이 오갈 수 밖에 없을테지만, 조속히 마무리 되길 바란다. 그리고 변희재는 논객이면 논객답게 조금 더 건설적인 일에 몰두하기 바란다. 비판은 그만하면 됐다. 이제 변희재는 성장할 만큼 했고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그런 인물이 되어버렸다. 꿈을 이루었으면 그 꿈에 보답해야 하는 법. 두분다 역사에 좀 멋지게 기록되고 싶으시면 인신공격과 비방에서 벗어나 사안과 정책으로 치열하게 다투시길 바란다. 정말이지 더 이상은 못봐주겠다.

5. 6.10 범국민결의대회

한국에 있었으면 시청광장에 나갔을 테지만, 너무 멀리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87년 나는 이제 막 중학교에 입학한 꼬맹이였다. 내가 6.10의 의미를 알게 된 것은 대학원에 들어간 이후의 일이었다. 직선제로의 이행을 얻어낸 그 사건을 나는 의미있게 평가한다. 그리고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분노가 응집되었던 그날의 경험을 기념하는 것은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또 시국선언들이 봇물치듯 터져나오는 이 시점에, 수 만의 사람들이 광장에 모였다는 것 자체로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시민들에게 직접적이고 물리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도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는 기껏해야 민주당, 그리고 진보신당과 민노당에게 희망을 걸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대통령 사과나 대대적 쇄신만을 강요하고 있을 뿐이다. 조금 더 건설적이라는 것이 MB악법의 상정을 막는 일이다.

조금 더 멀리 보는 것은 정치인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선거구제를 뜯어 고치고, 개헌을 논의하는 일에 착수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진보시키기 위한 발판이라고 생각한다. 중대선거구제는 지역주의로 점철된 이 땅의 정치문화를 바꿀 수 있는 대안이다.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고 권력간의 견제로 건강한 정치체제를 만들어 내는 일과, 검찰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일. 내게는 이러한 일들이 이번 노무현의 서거를 계기로 진보세력이 얻어내야할 가치다. 시국선언의 힘을 제대로 이용하려면 민주당은 스스로의 이익을 넘어 노무현처럼 사고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을 버리면, 민주당이 살 것이다. 국민들은 진의를 파악할 만큼 충분히 성숙했다. 민주당만 그걸 모른다.

6. 태터앤미디아

어느날 밤에 태터앤미디아의 파트너 가입 페이지에 “과학 블로거가 한 명도 없어서”라는 이유로 그냥 신청을 했는데 승인이 되어버렸다. 뽑아주셨는데 거절하기도 힘들고, 몇몇 블로거들이 태터앤미디아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지만, 일단 그냥 가본다. 그렇다고 내가 상업블로거가 되어버린다면 뭐 그건 할 수 없는 일이겠다. 배신을 느낀 분들이 계시다면 내가 보상할 수 있는 방법이 뭔지 좀 생각해 봐야겠다. 근데 이게 배신까지 가는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광고수익이 나온다면 나는 그걸 어머님께 용돈으로 드릴 작정이고, 정말 그게 다이기 때문에. 뭐 그렇다는 얘기다.

12 thoughts on “몇 가지 사건에 대한 단상들

  1. 프레시안 기사쪽에 달린 댓글들을 읽으니 기분이 찝찝해지네요;

    박 박사님의 히스톤 단백질론 이야기만 듣고도 대충 그 분과 장영실상, 나마키스 씨까지 대강 어떤 분이구나 하고 감이 왔었는데..

  2. 5월 촛불논쟁때는 자기들끼리는 신나서 싸우더니 내가 주장질하는데에는 저 사람들은 왜 저리 조용할까 궁금해지는군요. 이번에도 조용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여간 저 친절한 글을 이해 못하는건 말이 안되는거고, 진짜 신기하다는.

  3. 역시 프레시안은 용감하군요. 언론계의 진정한 용자.ㅎㅎ

    10년을 지켜온 변희재의 짝사랑이 파국을 맞고있더군요. 변희재 지못미…

  4. 프레시안 가서 기고하신 글 봤습니다. 댓글들도 봤구요. 보니 황우석교 교도들이 많더군요. 교주 편드는 것까지야 뭐라 못하겠지만… 기사가 이야기하는게 뭔지 제대로 이해라도 하고 비판하면 좋을텐데, 참 한심하더군요.

  5. 그 감이라는게 오려면 경험이 필요하기도 하고, 그렇지 못한 분들을 마냥 비난할 것도 아니고. 문제는 알만한 언론이 그런 농간에 놀아난다는 겁니다.

  6. 무려 좋게보던 김원웅 전 의원까지 그 시상식에 참가했다고 하니 황우석은 정말 대단단 사람인겁니다. 그건 인정해야되요.

  7. 가서 블로그를 죽 보다보니 황우석 박사 만만세 국제 음모론을 펴는 분이던데.

    별로 상대하실 필요없는 것 아닐런지. ^^;;;;;;

  8. 방명록에 남겨두었듯이, 저는 그런주장을 하는 분들의 정서를 이해합니다. 공감까지는 못해도.

  9. 저 시골피디 못쓸 사람입니다. 차후 두고본 뒤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던지 할 겁니다. 황빠들과 대화를 하겠다고 나선 내가 못난놈이지..

  10. 별 희한한 놈이 다 있더군요.
    황우석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듯한;;;
    아주 망신을 대놓고 주세요. 어이가 없네요.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다음의 HTML 태그와 속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 <strike> <st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