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급진적 생물학자 (2008-2011), 아카이브 (2002-2013)

텐프로의 욕망과 제국의 멸망

제국의 쇠퇴는 언제나 경제적 양극화에 의해 가속화된다는 이야기를 처음 접한 것은, 안드레 군터 프랑크의 <리오리엔트>에서였다. 당시 막장으로 치닫던 미국과 로마를 비교하던 진보적 지식인들도 미국이 몰락할 것이라는 추측의 근거로 가장 먼저 무자비한 소득의 양극화 현상을 거론했다.

경제적 양극화, 즉 소득의 불평등이 심화되는 현상이 한 국가의 운명을 인과적으로 결정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양한 원인 중의 하나인 것인지는 밝히기 어렵다. 그러나 역사속에서 반복되는 패턴은 인과관계의 효력을 지닌다. 그것이 산타야나 리뷰의 핵심이다.

<성장친화형진보>라는 책을 번역한 홍종학 경원대 교수는 진보가 대안세력으로 서기 위해서는 유럽식의 리스본 모델이나 이를 받아들인 미국의 개혁세력처럼 ‘진보적 성장’ 전략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글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건 그건 읽는 이들의 마음이고, 나는 그가 프레시안에 기고한 <신자유주의 대안은 ‘성장친화형 진보’>라는 글에 실린 도표에 주목했다. 사실 이 글을 쓰는 건 이 도표 때문이다.


소득분배율을 구하는 방법은 다양한데, 소득계급을 10등분해서 상위 ~20%와 하위 ~40%의 비를 구하는 소득 10분위 분배율부터, 로렌츠 곡선, 지니 계수 등등이 있다고 한다. 이 도표는 미국 상위 10%가 벌어들이는 소득이 전체 소득의 몇 %를 차지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상위 10%가 미국 소득의 절반을 가져가던 순간에 대공황이 왔다. 그리고 다시 그런 일이 반복되었을 때 현재의 경제위기가 왔다. 우리나라엔 이런 식의 도표가 없는데, 대충 찾아본 바에 의하면, 소득불균형은 지속적으로 나빠지고만 있다. 10분위율과 지니계수는 2003년 이후 한 해도 나아진 적이 없다.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건 경제학자들 모두가 동의하는 사실인 것 같다.

미국의 사례가 소득불균형과 경제위기의 세렌디피티적 조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경제학이나 심리학에서 인과관계를 밝히는 건 통계적으로 매우 복잡한 절차, 예를 들어 널가설을 제거하거나 혹은 회귀분석을 사용하는 식인데, 이런 사안처럼 복잡한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는 분석 자체가 거의 불가능해 질 수도 있다. 따라서 풍부한 역사적 사례들로 대신하는 우회로를 택하자. 사례 분석엔 상식적 신뢰가 존재한다.

14세기에서 15세기에 걸쳐 해상제국을 건설했던 스페인과 포르투칼은 지속되는 봉건체제로 인해 경제적 양극화가 심각해지는 17세기를 거치며 무너진다. 대영제국의 몰락에도 경제적 양극화의 징후가 강하게 드러났다. 군터 프랑크는 청의 멸망을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된 결과로 보았고, 이미 고대 그리스 시절에 플라톤이 양극화의 심각성을 <공화국>에 남겼다는 말도 있을 정도다.

현재의 경제 위기의 근본원인은 실물경제와는 상관 없는 금융자본들의 무차별적인 도박 때문이었지만,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해진 소득 불균형이다. 경제적 양극화는 정치적 불안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이 모든 것의 결론은 한 국가의 몰락이었다.

문제는 세계가 어느 때보다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몰락이 동시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대공황 이후의 세계대전을 유심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제국의 심각한 소득 불균형, 6월이면 천안문 공포에 떠는 중국과 역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은 미국. 그 결과가 세계대전일 것이라고 예측하는 학자들도 많다.

10%의 부자가 자본의 절반을 소유하는 사회는 위험한 사회다. 역사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 세계화가 진행된 지금, 텐프로들의 욕망이 더더욱 위험한 이유는 경제적 양극화 이후 반드시  발생하는 정치적 불안이 전세계적인 형태, 곧 전쟁과 포화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남북의 긴장관계도 예외는 아니다.

  1. 추후 포스팅을 할까 말까 말성이고 있는데 관심 있으신 분들은 프레시안에 연재중인 박동천 교수의 [집중탐구]를 읽어보세요. 글이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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