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하는 몇 가지 글과 시도들

회의적인 관점만이 세상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건설적인 대안들에(아무리 그것이 완벽하지 않다 해도) 대한 응원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이 땅의 진보들은 생산적인 일에 쉽게 착수하지 못한다. 그것이 정권을 잡아보지 못한 울분 때문인지, 언제나 소외되어 있었다는 우울증 때문인지는 몰라도, 비판보다 건설적 제안이 세상을 바꾸는 더욱 건강한 방법이다. 대안이 없다는 말에 익숙해질 때도 된 것 같은데, 여전히 진보세력들에겐 독설만이 남아 있다. 독설은 확대재생산된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누굴 탓할 일도 아니다.

진중권와 정재승의 크로스

<과학콘서트>의 저자 정재승 박사가 <21세기에는 지켜야 할 자존심>이라는 진중권의 기획에 동참했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한겨례21에 진중권 교수와 연재를 하고 있다는 건 몰랐다(진중권과 정재승의 크로스). 여러가지 이슈들에 관해 진중권과 정재승 두 필자가 각각 글을 쓰는 형식인데, 두 글을 묶어 줄 다리가 없다는 것은 조금 아쉽다. 좋은 시도인데 그냥 서로 다른 분야의 지식인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존심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진중권 (한겨레출판사,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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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아쉬움은 뒤로 하고, 진중권과 정재승을 동등한 입장에서 다루고 있는 한겨례의 시도에는 좋은 평가를 내리고 싶다. 진중권은 미학자의 입장에서 HCI를 비롯한 기술과 예술의 융합에 관심을 키워가는 와중에, 정재승은 <과학콘서트> 이후 <크로스로드> 등의 잡지를 만들면서 통섭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경우다. 이 둘을 하나로 묶는 ‘통섭’이라는 개념은 생물학자 최재천 교수의 작품이다. 나는 이념을 떠나 과학자들이 진중권과 같은 논객들과 자주 글을 섞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 시도들만으로도 대한민국이라는 과학의 불모지에서 과학자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최재천-도정일 교수의 <대담>도 그런 시도 중의 하나였는데, 개인적인 바람은 조금 더 수준을 높여달라는 것이다. 지식인은 아무나 할 수 있는 말들보다는 조금 더 심각한 고민의 흔적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박동천 교수의 집중탐구

프레시안이라는 매체에 가장 먼저 감동했던 이유는,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를 보았을 때였다. 프레시안은 다양한 분야의 진보적 지식인들로부터 논문과 에세이의 중간적인 형태의 글들을 인터넷 매체라는 특성을 이용해 분량에 제한 없이 시도하고 있다. 프레시안의 논조와는 관계 없이, 나는 인터넷 신문이 꼭 해주어야할 일들 중 하나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장대익 교수를 비롯한 지식인들이 참여했던 종교와 진화론 논쟁도 헤묵은 것이기는 하지만 의미는 있었다라고 생각한다. 더욱 다양한 시도들을 거치면서 우리도 언젠가는 뉴욕타임즈리뷰 처럼 심도 있고 학문적으로도 의미있는 논쟁과 글들이 나타나게 될것이라 믿는다.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
카테고리 과학
지은이 최무영 (책갈피,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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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천 교수의 <집중탐구>는 한 정치학자의 치열한 고민을 보여주는 좋은 글쓰기의 한 예다. 저급하지도 않고, 학자적 글쓰기와 대중적 글쓰기를 잘 조화시킨 훌륭한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요즘엔 그의 글들을 읽으며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오늘도 뉴스를 읽는 시간은 최소화하고 이런 생산적 글읽기에 몰두할 생각이다. 특히 박동천 교수의 글과 같은 오아시스를 발견하고 차분히 그런 글들을 읽을 때에는 머리가 차분해지고 맑아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라도 그리해야겠다. 반대로 다음아고라나 뷰온을 보고 있자면 머리가 혼탁해지고 어지럼증을 느낀다. 개인적이니 취향인가. 알수 없는 일이다.

추천하고 싶은 필자들

  • 홍기빈 박사는 여러 매체를 통해 칼 폴라니의 경제관을 쉽게 대중에게 전달하고 있다. 최근엔 한겨례21에 <홍기빈의 돈보다 밥>이라는 칼럼을 연재중인데, 나는 그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는 생각이다. 그나저나 홍기빈씨는 어여 <거대한 변환>을 번역하라! 번역하라!
  • 하재근은 참 재미있는 논객이다. 그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엇갈리는데, 나는 아주 흥미롭게 하재근씨의 행보를 추적하고 있다. 그의 블로그엔 재미있는 글들이 많이 올라온다. 개인후원을 받아야 할 정도로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은 모양인데, 현실적 고민으로 변희재의 뒤를 잇지 않으시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홍종학 교수는 성장과 진보가 공존할 수 있다라는 신념을 가진 경제학자다. 최근엔 프레시안에 글들을 기고하고 있는데, 그의 대안을 주목함과 동시에 그의 행보를 눈여겨 볼 일이다.

11 thoughts on “주목하는 몇 가지 글과 시도들

  1. 안녕하세요? 저는 도서출판 느티나무아래의 편집장 옥지인이라고 합니다. 지금 저희 출판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원고공모와 관련하여 김우재님께 제안드리고자 댓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도서출판 느티나무아래에서는 현재 < 내가 만일 대통령이라면>이라는 주제로 원고를 공모하고 있습니다. ‘내가 만일 우리나라 정책의 최고, 최종 결정권자인 대통령이라면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떤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한자리에 모아보자는 기획으로, 응모한 원고 중에 좋은 내용을 추려 책으로 펴낼 계획입니다.
    저희가 이런 기획을 하게 된 출발점은, 우리사회의 문제점과 정책 대안에 대해 정치인이나 전문가 집단, 유명한 학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직접 목소리를 내고 사회 전체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었습니다. 여기에 덧붙여, 작년부터 언론통제가 심하여 현 정부의 정책에 비판적인 의견은 공개적으로 표명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지금과는 다른 정책, 다른 사회, 다른 미래를 갈망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표출할 장을 제공해보자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유월말로 예정된 원고 마감일이 다가오고 있는 지금,주로 메일을 통해 응모원고가 꽤 들어오고 있기는 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기대했던 만큼은 못됩니다. 아마도 ‘원고’라는 말로 표현된, 정식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 아닌가 짐작합니다.
    그래서 블로그 등 인터넷에서 다양한 글을 쓰시는 여러 네티즌들께 직접 원고공모를 권유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김우재님의 블로그는 5월에 쓰신 ‘말을 하라, 우리의 말을’을 읽고 백배 공감하여 즐겨찾기로 등록해놓은 후 가끔 찾아와서 읽고 있습니다. 특히 이 글에서 지적하신 ‘학문적 식민주의’에 대해 저 또한 비슷한 문제의식을 느껴 오랫동안 생각해왔습니다. 이런 이유로 특히 이번 저희 원고공모에서 김우재님의 원고를 한편 받을 수 있기를 간곡히 희망합니다. 예컨데 아래 글에 쓰신, 비영리재단 운용 방식에 대한 의견을 원고로 작성해 보내주시면 어떨런지요?
    저희 원고공모의 기획의도는 애초에, 너무 전문적이거나 이론적으로 빼어난 글보다는 자유로운 발상에 주안점을 두고자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문제점과 그에 대해 생각해본 대안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보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더욱, 김우재님의 글처럼 차분하면서도 진지한 글이 중간중간에 들어가 무게중심을 잡아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것이 이번 원고공모와 그 다음에 이어질 단행본 출간에 대해 제가 기대하고 있는 사항입니다. 원고 공모에 대한 기획안 등 자세한 내용은 다음 카페 ‘내가 만일 대통령이라면(http://cafe.daum.net/namuArae)이나 티스토리 블로그 ‘내가 만일 대통령이라면(http://namuarae.tistory.com)에 오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저희의 원고공모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주십사 부탁드리며, 만일 원고를 주시지 않는다 하더라도 블로그를 통해서 또는 다른 방법으로 자주 교류할 수 있다면 기쁘겠습니다.

  2. 좋습니다. 말일까지 원고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좋은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3. 홍종학 교수는 얼마 전에 100분토론에도 나왔었지요. 주목할만한 발언을 몇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경쟁하는 진보’라는 개념은 좀 흥미로웠죠.

  4. 저도 평소에는 이런저런 몽상을 많이합니다만 결국에는 스스로에 의해 반박되길 반복하죠. 그러고 보면 저도 골룸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답니다. 물론 쪽팔려서 글로는 쓰지 않습니다. ㅎㅎㅎ

  5. 읽어보면 재미있을 듯 합니다. 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책값이 비쌉니다. 호구가 웬수라 책을사기가 무섭습니다.

  6. 박동천 선생은 비트겐슈타인을 참 잘 읽으신 듯 하다는. 아니 왜 이 나라 출판계에는 니체같은거나 유행하고, 비트겐슈타인은 안보는건지..

  7. 제가 유일하게 존경하는 왕님이 유일하게 다 읽은 철학자의 저작이 비트겐슈타인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일천하게도 저는 여전히 한권을 끝내 못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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