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너드 코헨과 빨치산


조일투의 명령으로 쓰는 감상문 (제목은 낙시다).

그러니까 나는 예술, 그것도 고급예술쯤 되는 것들을 감상할 능력과 감수성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은 것 같다(고 전에 말한 것 같다). 나의 음악은 유재하에서 시작해서 그로 끝났다. 가끔 베토벤을 듣긴 하지만 클래식을 찾아 듣는 축은 아니다. 태어나서 씨디라는건 거의 사본 일도 없고, 그냥 지나가다 어떤 노래가 얻어걸리면 백만 무한 반복을 즐기는 그런 귀가 얇은 평범한 사람이다. (사실 고급예술이라는 말에 강한 혐오감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예술은 그냥 취향이지 거기 무슨 고급을 결정할 객관적 지표 따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있다면 근거를 대봐라!)

콘서트장 앞에는 백인들 투성이였다. 암표장사는 흑인이었고, 콘서트홀 내부에서 음료를 파는 사람도 흑인이었다. 황인종이라는게 자랑스러울 정도였다. 미국 어디서나 느끼는 것이지만, 나름 고급문화라는 곳들에는 언제나 백인 부부들로 즐비하다. 과학자들의 학회도 마찬가지. 인종차별이라는 게 아니라, 이 사회에는 누구도 꺼내 말하지 않는, 그런 기형적인 구조적 몰락의 징후가 있다. 이런거나 정신분석하면 좀 칭찬해줄 것 같은데 말이지.

그의 음악은 비슷비슷한데, 그래서 젋은 사람들에게는 크게 어필하지 못할 듯도 하지만 젋은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예술은 취향이라니까. 

바로 뒤에 앉은 백인 여자 둘이, 우리가 나누는 한국말을 듣더니 한국에서 강사로 일을 했다며 아는 척을 하더라. 이런 저런 이야기 하다가 연평도 얘기를 했더니 자기 남편은 아직 거기 있지만 자기는 별 걱정 안한다고. 그러니까, 현장경험이 중요한거라니까. 한국경험이 좋았던 건지, 내가 자세히좀 보려고 앞으로 숙일때마다 자기 쌍안경을 빌려주더라. 갈때도 어깨를 치면서 구경 잘하라고 이야기해주고 가더라. 한국만쉐이~

참 멋지게 늙은 사람이었다. 시인이기도 하다는데, 중간중간 시를 읆는 것이, 마치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음유시인같은 느낌이었다. 멋진 늙은 사람이었다. 음.. 이런 평가밖에 못하는 나도 참 버겁다.

중간에 코헨이 이런 말을 하더라. 자기를 안좋게 비평하던 비평가들이 이젠 거의다 죽었다고. 시니컬한 이야기였는데 다는 못알아 들었다. 코헨 같은 가수는 사실 좀 독특한 존재임엔 틀림이 없다. 중저음에 고음도 없고, 가창력이 있다고 말하기도 어렵고. 하지만 대중이 좋아하는데 비평가들이 뭐라 할 여지가 없다. 예술은 그런거 아닌가? 그래서 나는 디워 논쟁때도 진중권 편이 되기 어렵더라. 대중이 좋다는데, 그게 애국심이건 뭐건 지가 뭔데 대중을 비난하고 나선단 말인가? 뭐 예술이 과학이야? 진리값을 가지나? 

코헨의 노래중엔 ‘빨치산’이라는 노래도 있다. +_+ 티켓을 끊어주신 분이 이노래 가사를 번역해 주셨는데, 그 글을 링크하며 마친다. 코헨처럼 늙고 싶다. ㅠㅠ

추신: 아 맞다. 인상깊은 장면들이 있었다. 무려 두 번이나 연주자들과 코러스를 소개하면서 한참 동안 고개를 숙이는 모습. 감동이었다. ㅠㅠ 35년을 함께했다고 한다. 이런게 문화적 저력이 아닐까 한다.

5 thoughts on “레너드 코헨과 빨치산

  1. 원래 시인이라서 가사가 좀 난해하긴 하지요. 그나마 가사가 쉬운 편에 속하는 ‘Famous Blue Raincoat’ 같은 노래의 가사는 정말… ‘슬픔이 묻어나는 편지’라고 할 수 있지요. 공연 가셨다니 부럽습니다.

  2. …이젠 ‘조일투’로 굳힌 거야? (한숨) 어감이 너무 안 예쁘잖아. ㅠㅠ

  3. 여동생 둘이 클래식을 전공했고
    친인척 중에 클래식 전공자들이 많아서
    어릴 때부터 클래식에 익숙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나이가 들수록 클래식을 안듣게 되더군요.
    여동생들도 클래식을 안좋아하는 것 같고.
    몇몇 대표적인 명곡,수작을 제외하면
    억지로 발굴된 곡도 많고 한심하고 시시하고 허접한 클래식 뮤직들 엄청 많아요.
    저는 다수의 대중이 클래식을 지겨워하고 지루해 하는거 충분히 이해합니다.
    형편 없는 멜로디도 워낙 많아서 가끔 들을 때마다 머리가 아프기도 하고…
    클래식이라고 결코 특별한 음악이 아닙니다. 그냥 유럽 옛날 음악이죠.
    주변 사람들에게도 클래식 대표곡 몇 곡만 추천해 주고는
    유명한 곡이 아닌 이상 일부러 들을 필요가 없다고 조언해 주곤 합니다.
    멜로디에만 귀를 기울이면 클래식 좋아하기 힘들지요.
    우수하고 매력적인 멜로디 라인을 가진 클래식 뮤직은 그리 많지도 않고.
    근데…화현 음악에 있어 캐치하고 매력적인,인상적인 멜로디는 음악의 모든 것.
    음악에 있어 가장 중대한 문제라고 봅니다.
    대다수(절대다수)의 사람들이 귀에 잘들리고 인기있는 대중음악,클래식 대표곡 정도만 듣고
    만족해 하는거 별로 이상하지 않지요.
    유재하씨의 멜로디 라인도 참 우수하고 단아하지요. 편곡도 뛰어나구요.
    유재하 음악을 사랑하는거 하나도 부끄러울 것이 없습니다.
    저는 소녀시대 삼촌팬 중의 한명인데요 뭘…
    한국 대중음악은 그 우수한 멜로디에 비해 편곡,사운드가 부실한 단점이 있었는데
    요즘 아이돌 뮤직은 사운드,편곡도 뛰어난 곡이 제법 많더군요. 전반적으로 사운드는 참 많이 발전했어요.
    멜로디는 예전 곡들보다 못하지만요.
    80,90 년 음악 중에 뛰어난 멜로디가 많지요.

    모든 음악은 “실용음악”으로 존재한다고 봅니다.
    모든 음악은 실용적인 목적에서 만들어지고 실용적으로 소비,향유되고 있지요.
    저는 “순수,예술음악” 이런게 뭔 소리인지 모르겠어요.
    순수,예술이라고 할만한 장르의 음악은 존재하지도 않는거고
    그냥 “매니아””실험””마이너””전자””포스트모던”….음악 정도로 분류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음악 예술의 가치는 대중의 사랑,관심을 받을 때 가장 빛난다고 보고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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