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급진적 생물학자 (2008-2011), 아카이브 (2002-2013)

실험실의 대학원생

Ph.D 코믹스라는게 있어서 꽤나 인기를 끌었던 것 같은데(한국에는 분자생물학자가 그린 ‘포닭블루스’라는 만화가 있었던 것 같다. 이 만화 보면 정말 비참해진다), 또 언젠가는 카이스트의 공대 대학원생들이 장기하의 싸구려 커피를 패러디해서 대학원의 일상을 표현하기도 했던 듯 한데, 여하튼 이 바닥의 대학원생들의 현실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그리 다르지 않다. 그는 영국에서 매우 힘들게 공부를 했다고 적어놨던데, 그게 어떤 종류의 고통이었는지는 인문사회계열 대학원 생활을 안해봐서 잘 모르겠다.
이 동영상은 참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는데, 엑스트라로 나오는 동양계(아마도 포닥들일 것이다)들을 보면 짐작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미국내의 생명과학 관련 대학원은 거의 절반쯤 아시아계에 의해 점령당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미국은 이제 저개발국의 원조 없이는 과학이라는 활동을 유지할 수 없다. 물론 가진 인력의 풀보다 엄청난 양의 돈을 투자하고 있으니 가능한 일이겠다만.
실험실의 일상이 적나라하게 펼쳐지는데, 분자생물학 실험실에서 손에 물좀 묻혀보지 않은 사람은 절절히 공감하기 어려울 것 같다. 예를 들어, 웨스턴 블랏에 대한 저 애절한 표현이란. 그나저나 라투어는 솔크 연구소에서 <실험실 생활>을 썼는데 그곳 실험실에서 좀 굴러봤는지는 의문이다. 그런 이야기는 들어본적이 없어서.
 

요즘 쓰는 글 때문에 다시금 양신규-홍성욱 논쟁을 들춰보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데, 양신규도 실험실 생활 했으면 저렇게 책 못읽지 않았을까 싶은 질투심도 들고, 그에 비하면 나는 참 초라해보이기도 하고. 홍성욱은 뭐, 그냥 번지르르한 것 빼면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는 인문학자다. 과학자인척 하지만. 이건 그냥 궁시렁이다.
  1. 동영상에 나오는 실험과 장비들을 다 알아보는게 왠지 슬프네요ㅠ
    취업이 안되 지금은 다른길로 왔지만..

  2. 저 길을 뚫고서 이른바 ‘job’이란 걸 가진 사람의 입장에서 봐도 서글프네요. 제 lab의 학생들은 또 어찌 생각하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조금 부끄럽기도 하고…

  3. 맙소사.. 바이오해저드 봉투로 만든 토끼복장에서 몸에 두른게 뭔가 봤더니 디스포저벌 파이펫이군요>ㅅ< 창의성&철판 대박이에요ㅋㅋ 일전에 ucsf학생들이 리트릿발표용으로 찍은거 보고 뒤집어졌었는데(http://www.youtube.com/watch?v=8k_WgseFy6Q&feature=youtube_gdata_player)-원본은 성차별적요소가 있다는 무뇌아들의 주장을 존중해서 지웠네요- 이건 그것보다 하드코어군요ㅋㅋ 제 머리에 남는 최고의 대학원생’까’는 만화 심슨에서요 (http://www.youtube.com/watch?v=XViCOAu6UC0&feature=youtube_gdata_player) 엄마가 한 말.. “they just made a terrible life choice”.. 털썩. 
    웃을일이 아닌게, 모처럼 날씨좋은 일요일, 다음날 랩미팅 발표 준비하느라 학교에 나와있는 제 인생인듯해서요ㅠㅠ 

    대학원생에 대한 처우에 관해, 한국 미국 둘다 생활해본 저로선, 상대적 빈곤감은 비슷할지 모르나 절대적인 대우는 미국이 월등히 좋다고 느낍니다. 물론 랩 재정사정에 따라 TA를 해야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학비 고민없이 집세내고 인간답게 살 정도의 월급은 주니까요. 실험자체로 받는 스트레스는 비슷하다고 느끼고, 교수님들의 수준이나 수업의 질도 한국이 아주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경험한 두 학교만 놓고 자꾸 비교하자니 좀 그런데, 실험기자재도 한국 전혀 뒤지지 않고요. 다만 한국은 보수, 펠로쉽, 보험, 하우징, 학과운영참여권 등에서 개선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아 실험실 구성원사이에서 벌어지는 쓸모없는 신경전도요!
    결국 박사과정은 이 일이 미치게 좋아서 하는 게 아니면 정말 힘들다는 생각입니다. 5년넘는 긴 시간동안 한가지 질문을 붙잡고 아주 조금의 전진을 하는 것, 길게보면 숨차고 질리지만 하루하루의 일상이 즐거우면 그게 또 가능하니까요. 그 길 중간에 있는 사람들이 이런 동영상들 만들고 ‘just kidding..(almost)’ 자조하면서 또 웃으면서 나아가는 것 아니겠어요? 헤헤

    마지막으로 상큼하게 노래도 잘하고 좀 더 희망적인 동영상 링크요..’havent published yet’ (http://www.youtube.com/watch?v=3XTxLpKkX4A&feature=youtube_gdata_player)

    + 동양사람 정말 많죠.. 우리랩만해도 미국인교수 한명에 동양사람 일곱명..ㄷㄷ 근데 이건 우리교수가 좀 특이한 걸 수도요.
    + 작년, 인터뷰 보러 다니면서 ‘합격만 한다면 내 심장이라도 내놓겠어’했던 각오가 많이 사라졌는데 어느새 일년이 흘러 신입후보생들이 학교에서 보이니까 긴장도 되고 ‘그토록 원했던 이 삶에 벌써 지친게냐’하는 스스로에 대한 질책의 마음이 들어서 이렇게 긴 댓글을….민폐가 됐다면 죄송합니다. 쿨럭;;

  4. 이학계열 박사학위자들 취업문은 더 좁아질 예정입니다… ㅠㅠ

  5. 실험실 생활없이 어떻게 과학을 논할수 있으리 ㅠㅠ 무엇이 실험실을 이렇게 만드는 걸까요? 돈? 지위? 사회적 인식? -.-a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