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급진적 생물학자 (2008-2011), 아카이브 (2002-2013)

과학계의 보수화, 과학의 질적 쇠퇴

두 가지 뉴스가 눈에 띈다. 박근혜가 왜 이공계 출신인지는 잘 모르겠다. 학부를 공대나왔다고 다 이공계출신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학부 철학과 나오면 철학자인가? 면면을 보면 이공계출신이라는 정치인/CEO들이 대부분 보수적인 성향의 인물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이건 참 오래된 현상인데, 한국에 특이한 것인지 세계적으로도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적어도 얼핏 공부했던 바로는 미국 과학자들의 대부분이 민주당 지지자라는 정도다. 미국의 아류국가로서도 참 부끄러운 현실 아닌가 싶다. 좌파까지는 아니더라도 리버럴인 성향의 과학자들을 볼 수 없다는 것은 한국이라는 맥락에 특수한 것 아닌가 싶다.공직자부터 정치인까지, 과학기술계 리더가 된 그들, 

[과학기술인공제회 공동기획] 과학자, 지도자가 되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그들을 과학계의 리더라고 부르고 자시고 다 좋은데, 한국 과학이 양적으로는 성장하는 듯 보이지만 지적으로는 답보상태라는 게 걸린다. 논문수는 가파르게 증가하는 듯 보이지만, 논문 피인용지수는 제자리걸음이거나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대학들도 논문수로 연구자의 질을 평가하는 곳이 여전히 많고, 이런 상황에서는 그저 그런 과학자들로 가득찬 2류 혹은 3류 과학국가가 되겠지. 여하튼 내 알바는 아니다. 잘들 해보시라. 가카를 믿고 줄기세포에 열심히 투자도 하시고, 한림원이 주축이 되어 박근혜 대통령을 ‘과학대통령’이라고 지원도 하시고. 뭐 한국 과학계는 그렇게 처절하게 보수화된 상상력이라고는 전혀 없는 그런 불모지가 되겠지.

PubMed를 통해 본 한국 바이오-의학 10년(2001~2010년) 논문 분석

 

  1. 과학기술계의 리더가 됐다기보단, 그냥 고위직 공무원이나 대기업 임원으로 전향했다는 말이 더 적합해보이네요…쩝쩝

  2. 걱정하실 부분은 전혀 없어 보입니다. 질적 성장이란 것도 어느 순간에는 양적 성장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 것일테니까요. 둘 사이의 균형을 맞춰가며 성장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이상은 이상일 뿐. 본격적인 근대 과학에 대한 교육과 연구가 시작된지 불과 60여년 지난 나라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할 수는 없는 듯 합니다.

    그리고 논문수의 급격한 증가에 따른 논문 인용횟수의 제자리걸음, 혹은 하락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지요. 오히려 논문수는 급격히 증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논문 인용횟수가 제자리 걸음까지나 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최소한의 질은 유지하는 상황에서의 논문수의 증가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요.

    생명과학이나 의학쪽은 어떤 상황인지 모르겠지만 제가 속해 있는 수학분야는 과거 어느 때보다 질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세계적인 수준이라 불릴만한 분들이 과거 어느 때보다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니 과학계의 보수화된 상상력을 걱정하실 필요 없으십니다.

    그리고 국내 학회 가보시고 여러 분들과 이야기를 나눠보시면 느끼시겠지만, 제가 만나는 수학자들의 대부분은 “리버럴”한 분들입니다. 정치 일선에 나서는 소수와 이면에 있는 수많은 다수를 혼동하면 안되겠지요.

  3. 근데 어폐가 좀 있어보이네요. 일단, 양적성장이 질적성장을 보장하진 못하죠. 양적성장이나 질적성장이 상호적으로 밑거름이 될 수는 있겠지만, 필연적으로 양적성장이 질적성장 또는 질적성장이 양적성장으로 넘어가야하는 법은 없으니깐요.그리고, 근대 과학에 대한 교육과 연구가 불과 60년 밖에 안됐다는건 다른나라의 과학 연구 역사와 비교하시는건데 여기에도 어폐가 있어요. 다른나라가 근대 과학의 연구를 하면서 거쳤던 환경과 우리나라가 거쳤고, 거치고 있는 환경들이 다르거든요. 기준이 다른데 과연 비교가 가능할까요? 환경들이 가진 의미에 따라 60년이 빠른 것일 수도, 느린 것일 수도 있는데말이죠.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