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급진적 생물학자 (2008-2011), 아카이브 (2002-2013)

과학은 정치에 중립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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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으로부터 야기된 작금의 사태를 보고 있노라면 이 놈 저 놈, 이 집단 저 집단 맘에 드는 게 하나도 없다. 하나씩 짚어 보자. 동의 따위는 구하지도 않는다. 어차피 정치판에 진실 따윈 없으니까.

하나만 솔직히 하고 넘어가자. 광우병이 조류독감이나 에이즈 따위의 병이었던가? 아니다. 광우병은 인류를 멸망시킬 정도의 위력을 가진 병이 아니다. 누군가는 전염병이 아닌 전달병이라는 표현도 쓰던데 뭐 대충 그렇다고 치자. 시사인에서 이미 내 입장을 밝혔지만 난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어도 소곱창을 맛있게 먹을 것이다. 그거 먹고 광우병 걸려 죽을 확률은 비행기 타고 가다 죽을 확률보다 낮다. 물론 걸리면 확실하게 죽는다. 그게 문제인거다.

그럼 국민들이 우매하여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는가? 아니다. 브릭
몇몇 똘마니들이 광우병에 걸릴 확률을 운운하면서 무지몽매한 국민을 계몽하시겠다는데 내가 보기엔 걔네들이 계몽 대상이다. 황교주를
구타하면서 유명세 좀 탔다고 얘네들이 요즘 눈에 뵈는게 없다. 실험실에서 파이펫 좀 잡아봤다고 과학이 어쩌느네 논문조작이
어쩌느네 호들갑 떠는 모습이 내 눈엔 그리 달갑지 않다. 한마디로 말해서 얘네들은 황우석 사태 이후 지네가 과학으로 국민을
선도하는 선도부 쯤으로 착각하고 있다. 건방진 놈들이 아닐 수 없다. 유전자 클로닝 좀 해봤다고 과학과 세상의 경계선을 그리 막
넘어다녀도 되는 줄 아나? 세상이 얘네 생각처럼 과학으로 간단히 선도될 대상이었으면 세계 대전이나 이라크 전쟁 같은 건
일어나지도 않았다. 세포레벨의 복잡성 쯤은 이미 인간 사회와 인터넷이라는 창조된 유기체가 거뜬히 넘어간 지 오래다. 지네들이
다루는 복잡성을 넘어서는 조직을 만났으면 응당 겸손부터 떨어야 되는 것이다. 과학자는 자존심도 세야 하지만 감히 반박할 수
없거나 모르는 사실에 직면했을 때 겸손한 태도를 견지할 수 있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다. 진짜 과학자가 어떤줄 아나? 자신이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자다. 그래야 공동연구도 하고 더 배우고 튼튼하게 자라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하튼
얘네들은 과학이 가치중립적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리 믿으라 하자. 그러면 내가 아주 가치중립적인 사실을 몇 가지 알려주어야
겠다. 쇠고기 협상에서 광우병의 위험이 과장되었다며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자고 지랄을 하는 얘네들에게 몇 가지 비극적인 사실을 좀
알려주어야 겠다.

이 세상에서 가장 지능이 높은 인종은 백인종이다. 과학의 가치중립성을 침범하지 말고 한번
반박해 봐라. 만약 확실한 데이터만을 기반으로 지능을 논하고자 한다면 IQ를 찾게 될 것이고, IQ 테스트만으로 따지면 백인종이
세상에서 가장 우수한 인종이 맞다. 또 있다. 남자가 여자보다 우수하다. 이것도 과학의 가치중립성을 침범하지 말고 반박해 봐라.
못한다. 이 두가지 이슈는 과학적 가치중립성을 침범하지 않고는 아직 깰 수 없는 장벽이다. 왜냐하면 과학이 서양에서 탄생했고
주로 남자들에 의해 연구되어 왔기 때문이다. 편향확증이라는 게 있다. 인간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본다. 데이터를 보고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어떤 때는 결론을 이미 마음 속에 그려 놓고 데이터를 보는 것이다. 이런 데이터를 깰 때는 과학적
가치중립성에 호소하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정황 속에서 합당함을 찾아야 한다. 과학이 시대정신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내가 시사인에서 논했듯이 광우병이던 인종간 지능 차이건 남녀의 생물학적 불평등이건 모조리 과학적 해석의 문제와 결부되는
것이다. 과학적 해석의 문제는 열려 있고, 그것이 과학과 비과학의 뚜렷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지 않다면 모조리 토론의 대상인
것이다.

과학이 가치중립적이라고? 광우병이 걸린 소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리는지 아닌지를 현재 나와 있는 데이터로
확정지을 수 있다고? 천만에. 사전예방의 원칙이라는 고상한 나부랭이를 들이 밀 필요도 없다. 이건 처음부터 과학에 의해 해결될
성질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이 우리보다 과학을 못해서 20개월 미만의 소를 수입하는 게 아니다. 유럽이 우리보다 못해서
그러는 게 아니다. 국가간의 통상이란 힘의 전쟁이다. 힘의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국의 이익이다. 자국의 이익이라 함은
주권을 가진 자국민의 이익을 말한다. 그런데 이명박은 국민을 개무시하고 협상을 진행했다. 지금 국민들이 광우병에 걸릴까봐 거리로
나섰다고 보나? 아니다. 정부가 국민을 개무시하는 꼴을 못보겠다는 것이다. 이미 알 건 다 알 정도로 산전수전 다 겪은
국민들에게 정부가 선도부처럼 훈계하는 꼬락서니가 못마땅한 것이다. 그리고 이 따위 선도에 짜증난 국민들을 브릭의 똘마니들은 또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선도하려 하고 있다. 분명히 말하지만 계몽주의는 실패했다. 과학은 계몽이라는 이름으로 전도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일반인의 상식을 무시하는 과학자 집단은 반드시 타도해야 한다. 상식이 과학보다 항상 우선한다.

나도 예전엔
과학이 가치중립적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래서 유전자는 이기적이며 우리는 그걸 인정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뭔가 허전했다.
그래서 그 다음엔 무어의 자연주의적 오류를 믿었고, 사실로부터 가치를 도출해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과학의 역사를
살펴보다가 웃기는 걸 발견했다. 혁신을 이룬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사실로부터 가치를 도출해내거나 미리 결론을 내어 놓고 실험을
진행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었다. 뭐냐 이건. 나는 과학은 굳게 가치중립적이므로 과학자는 절대로 정치 따위에 휘둘리거나 함이 없이
과학적 사실만을 객관적으로 서술할 줄 알아야 한다고 믿었는데, 왜 내가 아는 유명한 과학자들은 죄다 그걸 비껴가는 거냐.
그제서야 알았다. 과학이란 애초에 가치중립적인 학문이 아니라는 걸. 과학이란 지식 습득 활동의 아름다움은 현상에 정량적 신뢰를
부여하는 작업에 있을 뿐이다. 그로부터 얻은 모든 이론들은 항상 잠정적이고 해석에 열려 있다. 그것이 과학의 또 다른
아름다움이다. 물론 이러한 열려 있음이 과학자 사회 내부에서 논의 될 때에 건강하다. 안 그러면 창조론자들이나 초능력자들에게
과학이 악용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우리가 창조론과의 논쟁에서 이미 배웟듯이 과학은 가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창조론을
과학계로부터 몰아내려고 할 때 우리는 딜레마에 빠진다. 논쟁을 한다는 것은 이미 그것을 하나의 과학적 이론으로 인정하는 것이며
논쟁을 하지 않는다는 것 또한 그 미친 광신자들의 이론을 반박하지 않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 침묵이 합리적일 때도
있지만 과학계에서 침묵은 졌다는 뜻이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나는 내 신념을 바꿨다. 어차피 과학이 가치중립적이지
않다면 시대를 잘 살펴 그 옭고 그름을 가리고 그 시대정신에 과학적 가치를 실어주겠다고. 그리고 시대정신이라는 상식을 알려줄 수
있는 유일한 교과서는 과학도 정치도 아닌 역사뿐인 것이다. 인간은 미래를 예측 할 수 없으므로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인류사라는
거대한 실험을, 진화의 산물로 우리에게 주어진 두뇌를 이용해 판단하는 수 밖에 없다. 그것은 정량적인 작업은 아니며 따라서
과학이 될 수 없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고 그것이 내가 아는 가장 큰 겸손이다. 자연보다 역사에
겸손한 인간만이 과학을 제대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1. 오늘 이곳을 발견하고 여러 글을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과학학이라는 것의 풍토에 대해 그렇게 열심히 “까는”글들을 본 적이 없어 무척 신선했습니다.

    제 전공은 물리학이고..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양자역학” 중에서도, 과학학 한다는 사람들이
    집착하는 양자역학의 근본적 문제를 연구하고 있습니다.물론 과학학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믿는 양자역학의 결론은 엉터리지요.

    많은 글들이 직접 과학 연구를 하는 분이라 그런지 비교적 균형이 잡혀 있는 편이라 재미있게 봤는데,
    이 글은 뭐랄까 좀 개념적으로 불분명하게 혼동이 되어있는 글이네요.

    과학자가 정치에 중립이어야 하는가, 과학 이론의 결과가 어떤 정치적 결론을 가져올 수 있는가,
    과학의 연구 과정은 정치적 성향에 휘둘리는가, 과학자가 결론을 끌어내는 과정은 객관적이고 과학자의
    선입견을 벗어날 수 있는가.. 이것은 모두가 다른 문제인데,그것들을 뒤죽박죽 섞어놓은 경향이
    보입니다.

    글쎄..이렇게 말씀드려 죄송하지만..여기에 나온 결론은 사실은 과학의 문제라기 보다는 생물학이라는
    학문이 다른 과학 분야에 비해서 개념적으로 보다 애매하고 인간 사회의 가치들과 겹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가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듭니다.

    위에 말씀하신 IQ얘기도 그렇고요. 사실 “백인종이 우수한가” 하는 문제는 우수하다의 과학적 정의부터
    문제지만(지극히 인간적인 개념이죠..물리학에선 도저히 정의할 수 없는 개념입니다), “통제된
    실험과 관찰”의 결과가 아니기 때문에 데이터로부터 그런 단일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이 잘못된
    것입니다.그러니까 결코 “과학적 결론”에 속하지는 않는 것이죠. 백인종과 황인종이 같은 미국
    사회에서 이루는 교육적 성과의 예를 보면 황인종이 우수하다는 결론으로도 얼마든지 갈 수 있죠.
    물론 그것도 잘못된 결론입니다. 많은 경우에 가족의 교육열 자체가 다른 방향이니까요.

    남녀의 문제도 마찬가지고요.
    여자는 교육을 받을 기회 자체가 주어진지 얼마 되지 않는데..그간의 결과로부터 비교를 하는게
    말이 안 되는 거지요.이건 “과학적”으로 얼마든지 부정할 수 있는 예인 겁니다.

    생물학과 사회학이 만나는 지점에서 생기는 수많은 논란을 보고 있으면.. 과학의 문제라고 하기 어려운
    많은 부분들이 보이곤 합니다.. 제가 보기엔 “너무 많이 나간” 그러니까 실험실의 결론보다 너무 많은
    걸 결론을 낸 분들이 나머지 사람들과 충돌을 하고, 갑자기 그 갈등이 과학 전체와 바깥의 갈등으로
    결론이 나곤 하는 걸 보며 당황하곤 합니다.
    (왜 우리보고 그래? 하는 약간 억울한 심정)

    과학이 객관적인가..뭐 저야 그렇다고 믿으며..제가 아는 과학사의 짤막짤막한 지식들을 총동원해도
    그렇습니다.세상 많은 인간이 자기 보고 싶은대로 보는 경향이 있는 거야,세상에 치여본 사람들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거지만(내 머릿 속에 뭐가 있는지까지 상상해서는 내 말을 멋대로 해석해서,빨리 자백하라고
    떽뗵거리는 인간까지 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경향을 극복하는 장치를 내부에..제일 중요하게는
    자기 내부에 가지고 있는가지요.
    그리고 그런 능력을 얼마나 제대로 가지고 있느냐가 뛰어난 과학자와 그렇지 않은 과학자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일 것이고요.
    과학사에는 실험자가 보고 싶은 것과 정반대의 결론이 튀어나온 수많은 사례가 있고(혹시 물리학만 그런 건가요.물리학이랑 천문학..거기 더해서 잘해야 약간의 화학만 좀 알아서),
    볼 생각조차 없던 걸 발견한 경우도 참 많이도 있지 않습니까..

    (자기에게 전해진 데이터와 자기 이론의 사소한 오차 때문에 자기의 기존 이론을 포기해서 대단한 업적을 쌓은 대표적인 인물이 케플러지요. 그는 그 데이터를 얻은 사람의 관측에서의 성실함을 믿었죠.
    티코 브라헤의 관측. 케플러가 보고 싶은 것만 봤다면 그 오차는 그냥 무시했을 겁니다.
    그리고 행성의 운동은 원운동으로 남았겠지요.

    보려고 했던 것과 정반대의 결론을 낸 사람 중에는 데이비스가 있고요..
    그는 태양 구조의 표준모델이라는 것의 결론을 입증하려고 실험했다가, 예측과 아주 다른 결과를
    얻었지요.입자물리와 태양 표준모델이 모두 맞다면 불가능할 결과였지요.
    물론 수십년이 지나 표준모델은 맞고 입자물리에 결함이 있다는게 보여졌죠)

    생물학 전공이 아니라서 생물학자들은 주어진 현상으로부터 어떻게 결론을 이끌어내는지 잘 모르지만, 피크가 있다는 것만이 아니라,그 피크가 어떤 수식을 따르는지까지도 이론의 검증의 기준이 되곤 하는 물리학에서는 그렇게 보고 싶은 대로 보기가 쉽지 않은 편입니다.

    계산하고 있는데, 수식이 내 기대를 배반하는 경우도 봐야하고, 내부의 검증 장치가 “내 가설은
    작동 안 해”를 자꾸 보여주는데 어쩌겠습니까..

    밤에는 별걸 발견했다고 기뻐하다가 다음날 낮에 그렇게 안 되는 걸 알고 실망하는 상황이 오는 걸
    어쩌겠습니까.

    그리고 생물학 이외의 과학에 대해서는 정치에 영향을 받는가 는 물론이요..정치적 결론이 나오는가
    조차 문제가 많은 부분입니다.다루고 있는 개념들 자체가 인간 사회의 정치적 개념들과 아주 다른
    차원의 문제인데,이걸 자꾸 정치랑 함께 생각하면 아주 이상해지는 거지요.

    저는 물리학이 정치 사회적 영향력이 없어도 상관없으니,제발 물리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정치적으로
    해석들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양자역학하고 인간 사회의 역학 관계 같은 건 아무 상관이 없는데,
    그걸 자꾸 억지로 해석을 하는 바람에 짜증이 확 밀려오죠(제가 과학학이라는 것과 악연을 맺게 된
    계기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과학자가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지 않은 건 아무 문제가 될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그 사람이 과학자기 때문이 아니라..어찌 되었건 인간 종족의 일원이기 때문인 거지요.

    중앙대에서 서명한 과학자 중 한 명은 제가 잘 아는 분인데.. 서명까지 한 건 좀 의외였네요.헤헤

  2. 조언 감사드립니다. 말씀하신대로 뒤죽박죽된 글입니다. 정리된 글이 아니거든요. 비판 지속적으로 부탁드립니다. 계속 들러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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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텅 빈 해방공간 2009/07/02

    줄곧 있는 기독교에 관한 비난, 비판 이슈를 우리 주변에 있는 ’순수한’ 기독교 신도들에게 비춰보자. 금새 그런 비판 담론은 기독교의 ‘정통성’에서 벗어난 이단을 향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