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지에 흥미로운 사설이 실렸다. 제목을 대충 번역하면 “가짜 논문이 ‘연구 종합 research syntheses’ 분야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많은 연구에서 광범위한 결론을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체계적 문헌고찰 systematic reviews’은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가짜 논문이 인터넷에 너무 많아서, 체계적으로 문헌을 종합하고 분석하는 기존의 연구방법론 자체가 위기에 처했다는 뜻이다. 그럴만도 하다.
학교 이메일 스팸의 대부분이 해적학술지에서 오는 이메일이고, 페이스북에서 mdpi 같은 해적학술지 광고를 버젓이 볼 수 있으며, 한국의 연구재단이라는 곳에선 mdpi 관계자들을 데려다 행사를 열기도 하며, 심지어 5억원 이상 연구비를 받은 연구자들의 18%가 부실학술지에 논문을 실었다고 하니, 가짜뉴스로 몸살을 앓고 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처럼, 과학출판생태계 역시 가짜논문으로 이제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다고 진단할 때가 되긴 했다. 사실상, 십여년 전부터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누구도 바꾸지 않았던 것 뿐이지만.
사이언스지에 실린 사설의 내용 중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쓰레기 논문은 주문에 따라 가짜 과학을 생산하는 기업인 제지 공장에서 생산된 것일 가능성이 큽니다.문제의 규모는 명확하지 않지만 9월에 Center for Open Science의 OSF 사전 인쇄 서버에 게시된 원고에 따르면
출판된 논문 7개 중 1개가 조작되거나 위조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뇌졸증에 관해 출판된 논문 7편 중 한 편이 조작되거나 위조되었다고 한다. 암생물학 분야는 어떨까? 의생물학 분야 전체로 확대한다면? 십년전 쯤에 네이처지는 유전체학 논문의 절반 정도가 재현되지 않는다고 발표했었고, 재현성 위기 reproduction crisis라고 명명된 이 위기는, 십여 년이 넘도록 거의 아무런 대책 없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기본적으로 해적학술지와 가짜논문, 논문조작과 데이터부정 등의 사태들을 관통하는 핵심은, 과학연구에 대한 공정한 평가과 관련되어 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포르노 사이트처럼 과학출판생태계를 가득 메우고 있는 이 거대한 사기의 늪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