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의 49퍼센트 앞에서 초파리 방의 감사 인사를 생각하다

TL;DR
- 인용이 화폐가 될 때. 한 이집트 류마티스 학술지에서는 2011년 이후 실린 논문의 49%가 편집장의 논문을 인용했고, 그 비율은 2020년 73%까지 올랐다. 편집장은 인용 강요 의혹과 데이터 오류 조사 속에 물러났다. 인용이 평가의 화폐가 되면, 화폐를 찍어 내려는 사람이 생긴다.
- 벌점도 순위표 안에서 움직인다. 인도는 대학 순위(NIRF)에서 철회 논문에 감점을 주기 시작했고, 올해는 상습 위반 기관을 순위에서 빼는 방안까지 검토하며 발표를 미뤘다. 숫자로 생긴 병을 숫자로 고치려는 시도다.
- 초파리유전학자의 결론. 초파리 방에서 인용과 감사의 글은 본래 빚을 갚는 방식이었다. 인용을 다시 ‘받은 것을 기억하는 말’로 돌려놓지 않는 한, 인용 조작은 처벌만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초파리 논문을 쓰다 보면 마지막에 꼭 거치는 일이 있다. 방법 부분에 계통 목록을 정리하고, 그 계통을 어디서 받았는지 적고, 감사의 글에 스톡센터와 계통을 나눠 준 연구실의 이름을 쓰는 일이다. 누구도 그것을 성과로 세지 않지만, 그 몇 줄을 빼먹으면 어쩐지 빚을 갚지 않은 기분이 든다. 〔필자 경험: 논문 감사의 글이나 계통 출처를 정리하던 장면, 혹은 다른 연구실에서 받은 계통에 얽힌 기억을 넣을 자리〕
오늘 저녁 메일함에 도착한 Retraction Watch 뉴스레터는 그 몇 줄과 정반대의 세계를 보여 주었다. 한 학술지의 편집장이 인용 조작과 데이터 오류 의혹 속에 물러났고, 인도는 철회 논문을 이유로 대학 순위 발표를 미루고 있다. 그리고 네덜란드에서는 편집장이 자기 논문의 심사를 직접 관리했던 사건이 다시 이야기되고 있다.
셋은 서로 다른 나라의 이야기지만 같은 질문을 던진다. 인용이 감사의 말이 아니라 화폐가 되면 무슨 일이 생기는가.
49퍼센트의 학술지

Retraction Watch가 10월 6일 전한 사건의 주인공은 카이로대의 류마티스내과 교수 타메르 게이타다. 그는 엘스비어가 펴내는 학술지 The Egyptian Rheumatologist의 편집장이었다. 익명의 제보자들은 그가 투고자들에게 자신의 논문을 인용하라고 요구했고, 제대로 된 심사 없이 논문을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숫자는 꽤 노골적이다. 보도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6년까지 이 학술지에 실린 논문의 49%가 게이타의 논문을 인용했다. 2011년에는 0%였던 비율이 2020년에는 73%까지 올랐다. 루푸스를 다룬 한 논문은 그의 논문을 적어도 열 번 인용했다. 투고 당일이나 사흘 안에 게재가 확정된 논문들도 있었다.
인용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심리학자 닉 브라운은 이 연구 그룹의 논문 13편에서 불가능한 p값과 수학적으로 맞지 않는 수치들을 찾아냈다. 2021년 Lupus에 실린 한 논문에서는 계산상 나올 수 없는 값이 43개였다고 한다. 이집트 류마티스학회는 6월 조사에 착수했고, 게이타는 7월 편집장직에서 물러났다. 엘스비어, 스프링거 네이처, 테일러앤프랜시스도 문제 논문들을 조사하고 있다.
게이타는 인용 강요를 부인했다. 참고문헌은 저자들이 문헌을 보고 정하는 것이며, 투고 날짜만으로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공동연구자도 지적들이 제한된 기술적 문제라고 반박했다. 조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으니, 지금 단계에서 개인의 부정을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나는 한 사람의 의도와 별개로, 한 학술지의 절반이 한 사람을 인용하게 되는 구조 자체가 무엇을 말해 주는지에 더 관심이 있다.
순위표가 벌을 줄 때

같은 날 인도의 ThePrint는 올해 국가 대학 순위(NIRF)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는 2025년부터 철회된 논문 수만큼 대학의 논문·인용 점수를 깎는 감점제를 도입했는데, 올해는 걸러진 철회 논문이 워낙 많아 심사 기관이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이다. 상습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기관을 순위에서 아예 빼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기사가 인용한 수치에 따르면 2025년 인도의 논문 철회는 887건으로, 1701건인 중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였다. 철회가 급증한 배경에는 논문 수와 인용 수를 순위의 재료로 삼는 평가 체계가 있다고 많은 이들이 지적해 왔다. 순위가 논문을 부르고, 논문이 공장을 부르고, 공장이 철회를 부른 셈이다. 이것은 나의 해석이다.
그래서 인도의 감점제는 흥미로운 실험이다. 숫자로 생긴 병을 숫자로 고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철회 논문을 빼는 것은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순위표 안에 머무는 한, 대학들은 이번에는 철회를 피하는 법을 최적화할 것이다. 문제 제기를 막거나, 조용히 정정으로 처리하거나, 들키지 않는 쪽으로. 나는 측정이 목표가 되는 순간 측정이 망가진다는 오래된 경고를 떠올린다. 이것도 나의 해석이다.
심사대 위의 저자

뉴스레터는 또 하나의 이름을 소개했다. 네덜란드 라드바우드대의 경영·조직심리학자였던 야닉 흐리프다. Retraction Watch의 7월 보도에 따르면 그는 2024년 말 해고되었고, 대학은 최소 한 편의 연구에서 데이터 조작을 포함한 매우 심각한 연구윤리 위반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가 편집장을 맡았던 세이지의 학술지 Group & Organization Management는 그가 공저자인 논문들의 심사를 그 자신이 관리해 객관성이 훼손됐다며, 여러 편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선수가 심판을 겸한 셈이다. 게이타 사건과 흐리프 사건의 공통점은 학술지의 문지기가 동시에 그 학술지에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사람이었다는 데 있다. 동료 심사라는 제도는 서로를 믿는다는 전제 위에 서 있는데, 그 믿음을 지키는 일은 대개 무보수로 편집을 맡은 몇몇 사람의 양심에 맡겨져 있다. 이번 뉴스레터가 소개한 한 에세이가 이 사건을 두고 왜 과학의 부정행위는 이토록 끈질긴가를 묻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나는 여기서 개인의 일탈만 보고 싶지 않다. 편집장 자리가 이력서의 한 줄이 되고, 학술지의 영향력 지수가 대학과 국가의 순위에 들어가고, 그 순위가 다시 연구비와 승진을 정하는 세계에서, 문지기에게 주어지는 유혹은 구조적이다. 이것은 나의 해석이다.
인용은 빚이지 세금이 아니다

초파리 방의 전통에서 인용과 감사의 글은 원래 빚을 갚는 방식이었다. 모건의 방에서 시작된 계통 공유 문화는 지금도 스톡센터와 공용 데이터베이스로 이어진다. 계통을 받아 간 연구자는 대가를 치르는 대신 논문에 그 출처를 적고, 데이터베이스를 쓴 사람은 그 데이터베이스를 인용한다. 그 인용은 누군가를 높이기 위한 표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받았는지 기억하는 말이다. 〔필자 경험: 스톡센터나 다른 연구실에서 받은 도움을 논문에 적었던 경험을 넣을 자리〕
게이타의 학술지에서 일어났다고 의심받는 일은 그 반대다. 인용이 받은 것을 기억하는 말이 아니라, 게재의 대가로 내는 세금이 된다. 세금을 걷는 사람에게 인용은 쌓이는 재산이고, 그 재산은 다시 순위표와 연구비로 바뀐다. 인용이 화폐가 되면 화폐를 찍어 내려는 사람이 생기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한국도 이 이야기에서 멀지 않다. 논문 편수와 학술지 지표를 중심으로 짜인 평가 체계 아래서, 우리 역시 인용을 성과의 단위로 세어 왔다. 인도처럼 철회에 벌점을 주는 것도, 학술지가 편집장의 이해충돌을 막는 규정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나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본다. 평가가 숫자를 세는 일을 줄이고 연구를 읽는 일을 늘리지 않는 한, 사람들은 늘 숫자를 만드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반론도 있다. 수천 명의 연구자를 공정하게 평가하려면 숫자 말고 다른 도구가 없으며, 정성 평가는 결국 학연과 인맥의 평가가 된다는 시각이다. 일리가 있는 걱정이다. 다만 숫자로 평가하는 체계도 결국 편집장 한 사람의 양심 같은 정성적인 것에 기대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번 사건들은 보여 준다. 숫자는 사람의 판단을 없애지 못하고, 다만 그 판단을 보이지 않는 곳으로 옮길 뿐이다.
다시 논문의 감사의 글로 돌아간다. 계통 하나에 붙은 연구실 이름, 데이터베이스 하나에 붙은 인용 한 줄은 아무 점수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백 년 동안 초파리 연구를 지탱한 것은 아마 그 점수 없는 줄들이었을 것이다.
인용이 다시 감사의 말이 될 수 있을까. 과학을 문화로 가진 사회란, 인용을 세는 사회가 아니라 인용을 읽는 사회일 것이다.
보통 과학자
출처
- Editor-in-chief resigns amid probes of alleged citation manipulation, data errors. Retraction Watch (2026.10.6). https://retractionwatch.com/2026/10/06/egyptian-rheumatologist-tamer-gheita-editor-in-chief-resigns-citation-manipulation-data-errors/
- Slew of retracted research papers flagged in NIRF assessment puts academic institutes under govt lens. ThePrint (2026.10.6). https://theprint.in/india/education/slew-of-retracted-research-papers-flagged-in-nirf-assessment-puts-academic-institutes-under-govt-lens/3062852/
- Exclusive: Sage to retract multiple articles by dismissed rising star for ‘compromised’ peer-review process. Retraction Watch (2026.7.8). https://retractionwatch.com/2026/07/08/exclusive-sage-to-retract-multiple-articles-by-dismissed-rising-star-for-compromised-peer-review-process/
- The RW Daily (10월 7일 자 뉴스레터, 웹 보기). Retraction Watch (2026.10.7). https://us12.campaign-archive.com/?e=d5e110f435&u=4f35c1f2e9acc58eee0811e78&id=6fb4fdc5a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