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회 국제 생명과학 심포지엄(ISLS 2026)이 남긴 학술적 세렌디피티
하얼빈공업대학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ISLS 2026의 개막
2026년 7월 22일, 중국 하얼빈공업대학(HIT) 국제합작캠퍼스 내 국제지혜센터(Global Wisdom Nexus)에서 ‘제3회 국제 생명과학 심포지엄(The 3rd International Symposium on Life Sciences, ISLS 2026)’이 개최되었다. 올해로 설립 30주년을 맞이한 하얼빈공업대학 생명과학기술학원은 최근 세계 최고 수준의 학술지에 획기적인 연구 성과를 연이어 발표하며 글로벌 생명과학계의 신흥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 심포지엄은 하얼빈공업대학이 한국, 프랑스, 독일, 싱가포르, 홍콩, 러시아, 태국 등 세계 각국의 정상급 연구진과 맺고 있는 활발한 학술적 교류의 장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심포지엄의 오전 세션은 종양 생물학, 생체 재료, 그리고 혁신적인 생명과학 분석 기술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특히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김경태 교수의 예쁜꼬마선충(C. elegans) 유전자 분석 발표와 홍콩의 명창 초우(Ming-cheung Chow) 교수의 종양 약물 저항성 연구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선도적인 생명과학 과제들이 다루어졌다. 오후 세션에서는 하얼빈공업대학 생명과학센터의 유일한 초파리 유전학자인 내가 무려 “Spatial Confinement Reprograms a Synthetic Peptide to Enforce Tumor-Selective Death in vivo“라는 주제로 종양 선택적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합성 펩타이드 연구 성과를 발표하여 큰 주목을 받았다.
| 시간 (Time) | 발표 주제 (Topic) | 연사 (Speaker) 및 소속 |
| 09:10 – 09:30 | Decoding TGF-β Signaling: Friend or Foe in Cancer | Prof. Xin-Hua Feng (Zhejiang University, 중국) |
| 09:30 – 09:50 | Characterization of Putative Generative Genes in Caenorhabditis elegans | Prof. KyongTai Kim (POSTECH, 한국) |
| 09:50 – 10:10 | Application of Flavonoid Dimers in the Treatment of Cancer Drug Resistance | Prof. Ming-cheung Chow (홍콩) |
| 10:30 – 10:50 | Human Resources Landscape of Life Sciences Industries: Present and Future | Prof. Natalya Pyatigorskaya (Sechenov University, 러시아) |
| 10:50 – 11:10 | Data Storage with Proteins | Prof. Zhongping Yao (Hong Kong PolyU, 홍콩) |
| 11:10 – 11:30 | Bacterial Amyloid Proteins: Biological Functions and Roles in Pathogenesis and Symbiosis | Prof. Anton Nizhnikov (St. Petersburg State Univ, 러시아) |
| 11:30 – 11:50 | Microalgae Biotechnology: from Mechanisms to Bioprocesses | Prof. Filipa Lopes (CentraleSupélec, 프랑스) |
| 13:30 – 13:50 | TBD | Prof. Yuri Kotelevtsev (Skoltech, 러시아) |
| 13:50 – 14:10 | Expanding the Functional Repertoire of Type V CRISPR-Cas Systems in Yeast Synthetic Biology | Prof. Mario Marchisio (HIT, 이탈리아/중국) |
| 14:10 – 14:30 | Spatial Confinement Reprograms a Synthetic Peptide to Enforce Tumor-Selective Death in vivo | Prof. Woo Jae Kim (HIT, 한국/중국) |
| 14:30 – 14:50 | From Cellular Heterogeneity to Spatial Metabolism: Uncovering Adipocyte Subpopulations and Tissue-Level Organization in Adipose Tissue | Prof. Tongtong Wang (HIT, 중국) |
| 15:10 – 15:30 | PROTNC: A Modular Nanobody Platform Degrading Undruggable IDPs to Inhibit Microtubule Nucleation in Cancer | Prof. Xi Chen (HIT, 중국) |
| 15:30 – 15:50 | From Waste to Biorefinery: Optimizing Ultrasound-Assisted Alkaline Pretreatment of Sugarcane Bagasse for Biobutanol Production | Prof. Vorapat Sanguanchaipaiwong (Kasetsart University, 태국) |
| 15:50 – 16:10 | The Impact of Light/Dark Regimes on Structure and Physiology of Chlorella vulgaris Biofilms | Dr. Yan Gao (HIT, 중국) |

야오 중핑 교수의 단백질 기반 데이터 저장 기술과 그 한계
이번 심포지엄의 가장 독창적인 기술적 화두는 홍콩폴리텍대학(PolyU)의 저명한 단백질 과학자인 야오 중핑(Yao Zhongping) 교수가 발표한 “Data Storage with Proteins” 세션이었다. 흔히 디지털 데이터를 생체 고분자에 저장하는 기술은 4진법 기반의 DNA 정보 저장 기술을 중심으로 연구되어 왔다. 그러나 야오 교수는 한 단계 더 나아가 20가지 표준 아미노산 서열을 활용해 디지털 데이터를 단백질에 직접 저장하고 해독하는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야오 교수 연구팀이 최근 학계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이 기술은 디지털 정보를 아미노산 서열로 매핑한 후, 이를 안정한 콜라겐 유사 단백질 템플릿(collagen-like templates)에 이식하여 대장균(E. coli) 내에서 인공 단백질로 발현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저장된 데이터를 복구할 때는 트립신 분해(tryptic digestion) 과정을 거쳐 생성된 펩타이드 단편들을 액체 크로마토그래피-탠덤 질량분석기(LC-MS/MS)로 정밀 스캔하고, de novo 서열 분석을 통해 원래의 디지털 데이터를 100% 오류 없이 복구해 낸다. 이 기술은 기존 DNA 저장 매체에 비해 환경적 안정성이 극도로 높고, 친화성 태그를 통한 암호학적 데이터 보안 및 무작위 접근(Random Access)이 가능하다는 압도적인 강점을 지닌다.
Zhou, Y., Ng, C. C. A., Liu, C., Tam, W. M., Lau, F. C., & Yao, Z. P. (2026). Data storage and retrieval with unnatural proteins expressed via E. coli. Nature Communications, 17(1), 3320.
그러나 야오 교수가 이 데이터 베어링 단백질(data-bearing proteins)을 보존하고 유지할 최종 물리적 저장소로 제안한 매체는 다름 아닌 ‘식물의 열매나 씨앗’과 같은 천연 식물 조직이었다. 이는 상온 질량분석법(Ambient MS)을 이용해 한약재, 버섯, orchid 식물 및 edible oil 등의 천연물 유래 성분을 신속 검출해 온 야오 교수 고유의 연구적 배경에서 비롯된 발상이었다. 그러나 생명과학자 김우재 교수의 시각에서 볼 때, 살아있는 대장균이나 복잡한 천연 식물의 열매를 정보 저장 매체로 삼는 것은 다음과 같은 치명적인 한계를 내포하고 있었다.
- 지속적인 돌연변이와 정보 왜곡: 대장균이나 식물 세포와 같은 자연계의 살아있는 숙주는 끊임없이 분열하며 자연 선택과 무작위 돌연변이(mutation) 과정을 겪는다. 이로 인해 세대가 거듭될수록 서열 내에 축적되는 유전적 왜곡은 저장된 디지털 데이터의 원형을 파괴할 수밖에 없다.
- 분석적 배경 노이즈(Background Noise)의 극대화: 자연 상태의 식물 조직이나 대장균 내에는 수천 가지 종류의 자체 단백질(host proteins)이 혼재되어 존재한다. 이 복잡한 단백질 매트릭스는 대규모 질량분석(LC-MS/MS) 해독 시 극심한 분석 방해 요인으로 작용하여 데이터 해독의 감도와 속도를 떨어뜨린다.
- 복잡한 정제 단계: 표적 데이터 단백질만을 선별적으로 추출하고 정제하는 분리 공정이 추가되어야 하므로, 정보 저장 및 회수 시스템의 효율성과 간결성이 현저히 저하된다.
SpudCell—단백질 데이터 저장에 최적화된 차세대 인공 세포 플랫폼
야오 중핑 교수의 발표를 경청하던 내 머릿속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스쳤다. 불과 몇 주 전인 2026년 7월 1일, 미네소타 대학교 트윈시티 캠퍼스의 케이트 아다말라(Kate Adamala) 교수 연구팀이 프리프린트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하여 바이오 테크놀로지 진영을 뒤흔든 화학적 합성 인공 세포 스퍼드셀(SpudCell)이 떠오른 것이다.

스퍼드셀은 기존의 복잡한 살아있는 세포를 조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비생명 물질인 DNA 플라스미드, 정제된 효소, 외부에서 공급된 리보솜, 그리고 지질 막(lipid membrane)을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정밀하게 조립해 만든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합성 세포 시스템이다. 이 인공 세포는 스스로 에너지를 대사하고, 독자적인 게놈 복제를 수행하며, 연구실 내 인위적인 통제 하에 성장을 거쳐 물리적으로 분열할 수 있는 등 생명체의 최소 요건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
스퍼드셀의 구조적 특성은 다음과 같다:
- 극도로 단순화된 미니멀 게놈: 스퍼드셀의 인공 게놈은 단 7개의 플라스미드 상에 설계된 90kb 크기의 유전자 36개로만 구성된다. 자연계의 대장균이 약 4,000개 이상의 유전자를 가진 것에 비하면 분자생물학적 노이즈가 완벽하게 배제된 수준이다.
- 통제된 단백질 합성 공장: 스퍼드셀은 유전자 수준에서 리보솜을 생산할 수 있는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으나 자체적으로는 조립해 내지 못하며, 외부에서 주입된 대장균 유래 리보솜을 사용하여 일시적으로만 번역 시스템을 작동시킨다. 즉, 연구자가 원하는 시점에만 표적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완벽한 번역 통제권’을 쥔 플랫폼이다.
- 자가 조절 및 환경 위해성 부재: 스퍼드셀은 스스로 유전적 대사를 통제하거나 노폐물을 자율 배출하지 못하며, 자발적인 무제한 분열 역시 불가능하다. 이는 외부 환경 유출 시 돌연변이를 일으키며 무한 증식해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는 생물학적 오염 위험을 원천 차단함을 뜻한다.
내 머릿속에선 야오 교수의 단백질 저장 템플릿을 이 스퍼드셀 시스템 내부로 이식한다면, 야오 교수가 직면한 모든 기술적 장벽을 일거에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빠르게 결론으로 치달았다.
| 비교 분석 항목 | 기존 제안: 식물 열매 및 천연 세포 저장소 | 대안 제시: 합성 인공 세포 SpudCell 플랫폼 |
| 시스템 내 단백질 배경 복잡도 | 수천 가지 이종 단백질 혼재 (극심한 분석 노이즈) | 36개 유전자 기반의 극도로 단순한 백그라운드 (노이즈 제로) |
| 장기 보존 및 서열 돌연변이율 | 자연 도태, 진화 및 돌연변이로 인한 데이터 소실 위험 상존 | 돌연변이 및 진화 기전 결여로 완벽한 서열 무결성 유지 |
| 전사 및 번역 제어 성능 | 숙주 세포의 생리 작용에 의존 (능동 제어 불가) | 외부 리보솜 및 자원 피더 주입을 통한 물리적 정밀 온/오프 제어 |
| 분석 정제 단계 (Mass Spec 전처리) | 복잡한 균질화 및 수동 추출 단계 필수 | 간단한 지질막 용해 및 단백질 원스톱 질량분석 가능 |
| 생물학적 환경 위해성 | 복제 및 확산에 의한 생태계 오염 가능성 존재 | 환경 유출 시 스스로 생존 및 증식 불가능 (자가 제한성) |

학회의 진정한 묘미—세렌디피티가 쏘아 올린 초학제적 협력
발표 직후 이어진 질의응답 세션에서 나는 단백질 정보 저장의 고유 효율을 극대화하고 검출 한계를 낮추기 위해, “수천 가지 노이즈 단백질이 혼재하는 식물 열매 대신, 최소한의 유전 물질과 번역 기구만을 갖추어 백그라운드가 거의 비어 있는 합성 인공 세포 SpudCell을 저장 섀시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 보았는가?”라는 질문을 야오 교수에게 던졌다.
야오 교수는 발표 당시 불과 수 주 전에 아다말라 교수팀의 프리프린트로 긴급 공개된 SpudCell의 구체적인 스펙과 메커니즘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내 예리하고 구체적인 질문을 받은 야오 교수는 큰 영감을 얻은 듯 매우 놀라워하며 깊은 흥미를 보였다.
세션이 끝나기가 무섭게 야오 교수는 직접 나를 찾아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단백질 기반 데이터 저장 기술의 상용화를 가로막던 최대 난제 중 하나인 ‘분석 스펙트럼의 혼잡함’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를 찾았다며 기뻐했고, 공동 연구를 제안하며 내 연락처를 챙기는 등 학회 현장은 순식간에 뜨거운 교류의 열기로 가득 찼다.
이것이 바로 국제 학술 심포지엄이 인류 지성의 진보에 기여하는 가장 아름다운 방식이자 진정한 묘미인 ‘학술적 세렌디피티(Serendipity)’이다. 서로 다른 독립된 연구 분야에서 일해 온 두 학자의 우연한 만남이, 융합 학문의 관점에서 완전히 새로운 솔루션을 도출해 내는 순간이었다.
맺음말
이번 제3회 국제 생명과학 심포지엄은 단순히 하얼빈공업대학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 실제적인 초학제적 공동 연구의 불씨를 당긴 기념비적인 행사가 되었다. 나와 야오 중핑 교수와의 지적 교류 외에도 이번 컨퍼런스에 참여한 프랑스의 필리파 로페스(Filipa Lopes) 교수, 싱가포르의 생명과학 연구진 등과 다각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하게 되었다. 특히 태국에서 참가해 바이오 부탄올 생산 공정 최적화 발표를 진행하고 플래시 톡 세션을 주재한 보라팟 상완차이파이웡(Vorapat Sanguanchaipaiwong) 교수를 비롯한 태국 학자들은 깊은 유대감을 표명하며, 다음 심포지엄에는 하얼빈공업대학 생명과학대학 교수진 전원을 태국으로 공식 초청하겠다는 약속을 전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안톤 니즈니코프(Anton Nizhnikov) 교수 및 유리 코텔레프체프(Yuri Kotelevtsev) 교수 등과의 교류는 향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어지는 학술적 여정의 든든한 가교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은 정해진 경로만을 따라 걷는 경직된 과정이 아니다. 고립된 실험실을 벗어나 낯선 도시의 학회장에서 던진 질문 하나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젖히듯, 열린 마음으로 타 영역의 아이디어를 포용하고 융합할 때 지식의 지평은 비로소 확장된다. 하얼빈의 여름날 밤, 단백질 데이터 저장 기술과 인공 세포 SpudCell의 조우가 그려낼 생명공학의 미래는 이제 막 흥미진진한 서막을 올렸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