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Flyandbee, 김우재 (2014-)

과학의 봉건주의와 지식의 인클로저: 국제 학술지의 지리적 패권과 과학 주권의 새로운 지형

서론: 지식의 커먼즈를 유린하는 거대독점출판사의 사유지1

현대 과학은 보편성과 객관성이라는 신화 아래 맹목적인 진보를 거듭해 온 것처럼 포장되어 있지만, 그 화려한 장막 이면에는 소수의 서구 선진국과 거대독점출판사들이 지식의 유통과 평가를 철저히 통제하는 공고한 학문적 카르텔이 자리 잡고 있다.1 과학 지식은 본원적으로 인류 공동의 자산, 즉 ‘커먼즈(Commons)’로서 기능해야 마땅하다.1 그러나 지난 350년간 맹목적으로 계승되어 온 낡은 출판 전통은 과학 논문을 지식 공유의 매개체가 아닌, 학계에서의 생존과 승진을 담보하는 화폐로 전락시켰다.1 이러한 ‘논문의 화폐화’ 현상 속에서 연구자들은 극단적인 적자생존의 생태계에 내몰리며, 진정한 진리의 탐구자라기보다는 고영향력 학술지(High-Impact Journal)의 입맛에 맞게 연구를 포장하는 ‘논문의 노예’로 전락하고 말았다.1

오늘날 과학적 검증과 지식 생산의 글로벌 구조는 지적 가치의 최종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는 소수의 학술지에 의해 좌우되는 ‘명성 경제(Prestige Economy)’로 완벽하게 포획되었다.2 대규모 계량서지학 분석에 따르면, 세계 5대 의학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의 교신저자 소속 국가 중 단 32개국이 전체의 98.9%를 독점하고 있으며, 이 중 미국과 영국의 비율만 64%에 달한다.2 소위 ‘엘리트 저널’이라 불리는 매체들은 공통적으로 글로벌 노스(Global North, 북반구 고소득 국가) 중심의 지리적, 언어적, 학문적 편향성을 체계적으로 노출하며 일종의 ‘과학적 봉건주의(Scientific Feudalism)’를 구축하고 있다.2 이 기형적인 평가체계 내에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의 연구자들은 가혹한 진입 장벽에 부딪히며, 과학자들의 헌신적인 ‘열정페이’로 유지되는 동료심사(Peer Review) 제도는 낡은 권위를 보호하는 방어벽으로 전락했다.1

본 보고서는 방대한 계량서지학적 데이터와 심층적인 현상학적 문헌들을 바탕으로, 국제 학술지에 만연한 지리적·문화적 편향성과 이들이 자행하는 ‘인식론적 문지기(Epistemic Gatekeeping)’의 실체를 낱낱이 해부한다. 나아가 지식의 사유화를 통해 글로벌 사우스를 착취하는 논문 게재료(APC) 모델의 모순을 지적하고, 이에 대항하여 ‘과학 주권(Scientific Sovereignty)’을 선언하며 거대 출판 생태계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는 중국과 인도의 최근 전략적 반격을 심층 분석한다.

인식론적 문지기와 지적 식민주의: 엘리트 학술지의 해부

과학 지식이 어떠한 경로로 ‘가치 있는 것’으로 승인받는가를 살펴보면, 학술지의 편집 위원회가 과학적 담론의 권력을 어떻게 중앙화하고 있는지 명확히 드러난다. 세계적인 생물학 학술지인 Cell Press 생태계의 핵심 저널 Current Biology에 대한 최근의 다차원적 분석 보고서는, 단순한 연구비 격차를 넘어 학술지의 운영 유전자(DNA) 자체에 각인된 서구 중심적 편향성을 폭로한다.2

편집 위원회는 무엇이 영향력 있고 획기적인 과학인지를 규정하는 지적 전위대다. Current Biology의 경우, 편집 리더십과 자문 위원회의 90% 이상이 미국, 영국, 유럽연합(EU)의 명문 기관에 극도로 집중되어 있다.2 글로벌 사우스 출신의 위원은 인도의 학자 1명 등 철저히 상징적 수준에 불과하며, 실질적인 권력은 예일, 하버드, 옥스퍼드, 막스 플랑크 협회 등 소위 북반구의 ‘명성 기관’ 소속 학자들에 의해 독점된다.2 이 학술지의 현 편집장인 제프리 노스(Geoffrey North)는 Nature에서 10년간 근무한 후 1992년에 합류하여, 앵글로-유럽 과학 전통에 깊이 뿌리를 둔 특정 편집 철학을 학술지 전반에 이식했다.2

이러한 편중은 소수의 엘리트들이 여러 주요 학술지의 위원회에 중복 참여하는 ‘편집진 연쇄 결속(Interlocking Editorship)’을 야기한다.2 이들은 생물학 전반에서 무엇이 ‘중요한 연구’인지에 대한 기준을 사실상 표준화하며, 자신들에게 익숙한 지리적 및 제도적 네트워크 내에서 리뷰어를 충원함으로써 평가 단계로 진입하는 관점의 다양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2 특히 Current Biology는 현직 연구자가 아닌 전임 편집자(Professional Editor)들이 초기 ‘데스크 결정(Desk Decision)’을 내리는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2 30-45일 이내에 이루어지는 이 신속한 결정 과정에서, 전임 편집자들은 논문이 동료심사에 회부되기도 전에 앵글로-유럽 과학 전통에 뿌리를 둔 주관적 잣대를 들이댄다.2

인식론적 문지기의 폭력성은 글로벌 사우스 학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최근 발표된 나이지리아 문헌정보학(LIS) 학자들에 대한 현상학적 연구는 아프리카 학자들이 겪는 노골적인 학문적 배제를 입증한다.5 이 연구에 참여한 한 나이지리아 교수는 아프리카의 공동체적 지식 공유 체계를 설명하기 위해 아프리카 고유의 철학인 ‘우분투(Ubuntu)’를 이론적 틀로 삼은 논문을 제출했다.5 그러나 서구 학술지의 편집진은 이 논문이 “충분히 이론적이지 않다”며 즉각적인 데스크 거부를 통보했다.5 이는 학술적 깊이의 부족이 아니라, 서양의 지식 체계와 일치하지 않는 타 문화권의 인식론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충분히 서구적이지 않다”는 오만의 발로다.5 기술적, 방법론적 요건을 모두 충족한 아프리카 소속 학자의 원고가 모호하고 무시하는 듯한 코멘트와 함께 거부당하다가, 서양 학자와 공동 저자로 약간 수정하여 재제출했을 때 즉시 승인되는 기만적인 현실은 출판계에 뿌리 깊게 박힌 인식론적 패권을 증명한다.5 이처럼 구조적인 차별에 직면한 비서구권 학자들은 자신의 고유한 방법론을 묵살당한 채, 편집자의 입맛에 맞춘 ‘유로센트릭(Eurocentric) 연구 방식’을 강제로 채택하도록 종용받으며 학문적 정체성을 거세당하고 있다.5

마태 효과와 지식 생산 파이프라인의 독점

서구 중심의 인식론적 통제는 연구 성과의 극단적인 빈익빈 부익부, 즉 ‘마태 효과(Matthew Effect)’로 직결된다.2 기득권을 가진 소수 기관이 불균형적으로 많은 크레딧과 가시성을 확보하여 그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현상은 고영향력 학술지의 출판 통계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2

순위기여 기관 (2021-2024 분석)국가추정 총 논문 수 (과거 누적)최근 연간 게재 수 (평균)
1Max Planck Society독일72041
2Harvard University미국65120
3University of Oxford영국56330
4University of Cambridge영국55211
5University College London영국49019

위 표에 제시된 Current Biology의 최근 데이터는 지식 생산의 파이프라인이 얼마나 좁고 폐쇄적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2 2021년 분석을 기준으로 글로벌 상위 10개 기관이 학술지 전체 출판물의 20.70%를 차지했으며, 상위 50개 기관이 50% 이상을 독점했다.2 이는 전 세계 연구 조직의 1% 미만이 학술지 콘텐츠의 절반을 통제하고 있음을 뜻한다.2 제1저자와 교신저자가 모두 고소득 국가 소속일 경우 승인 확률은 유의미하게 상승하며, 아시아나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의 원고는 과학적 엄밀성과 무관하게 더 높은 데스크 거부율에 직면한다.2

이러한 마태 효과는 신흥 연구 강국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의생명 과학 분야에서 전례 없는 투자를 단행하여 2006년에서 2015년 사이 글로벌 논문 점유율을 4배나 끌어올린 중국의 경우조차, 고도로 선택적인 엘리트 학술지에서의 존재감은 연구 산출량에 비해 턱없이 낮다.2 아시아 지역의 학자들이 이 견고한 장벽을 뚫기 위해서는 미국이나 영국의 명성 기관 소속 연구자와 의도적으로 협력하여 북부의 ‘승인 도장’을 확보해야만 하는 종속적인 구조가 고착화되어 있다.2 과학의 세계는 능력주의를 표방하지만, 실상은 소속과 지리적 위치에 따라 출발선 자체가 다르게 설정된 세습 자본주의와 다를 바 없는 봉건적 지형을 띠고 있는 것이다.6

참신함의 제국주의와 학문적 배제

과학적 객관성은 종종 ‘참신함’이라는 주관적 서사의 틀 안에 갇혀 왜곡된다. 거대 학술지들은 논문의 품질을 평가할 때 이른바 ‘놀라움의 요소(Surprise factor)’를 집요하게 요구한다.2 Current Biology 내부에서 “허, 이거 이상한데(huh, that’s weird)” 팩터로 불리는 이 기준은 비서구권 연구에 대해 철저히 인식론적 폭력으로 작용한다.2 무엇이 놀랍고 획기적인가는 런던이나 캠브리지에 앉아 있는 편집자의 기존 지식 체계와 문화적 배경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2

만약 글로벌 사우스의 연구자가 글로벌 노스의 과거 선행 연구가 현지의 생태적 데이터를 무시했기 때문에 발생했던 심각한 오해를 바로잡는 치밀한 데이터를 제출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는 북부 편집자의 관점에서는 자신들의 주류 서사에 균열을 내는 불편한 진실이거나, 기껏해야 ‘지역적으로만 관련 있는(locally relevant)’ 좁은 지식, 혹은 ‘점진적(incremental)’인 데이터 수정으로 치부되어 전혀 ‘참신하지 않은’ 것으로 폄하된다.2 그 결과, 보편적 진리를 향해야 할 과학이 서양의 지적 취향을 만족시키는 지적 유희거리로 전락한다.

학문 분야의 분자화와 ‘기전적(Mechanistic)’ 필터

이러한 서사적 요구는 학문 생태계 내부의 심각한 쏠림 현상을 초래한다.2 특정 방법론과 학문 분야에 대한 암묵적 지지 현상은 수치로 명백하게 입증된다.

주요 주제 영역추정 백분율학술지가 선호하는 전형적 방법론
세포 생물학29.59%분자 유전학, 세포 이미징
유전학 및 유전13.18%시퀀싱, 후성유전학
뇌과학12.82%전기생리학, 통제된 행동학
생화학약 11%단백질체학, 효소 역학
생태학 및 진화8% 미만현장 관찰, 계통 분류학

“생물학의 전 범위”를 다룬다는 학술지의 주장이 무색하게, 생태학과 진화 연구의 비중은 8% 미만에 불과하며 세포 생물학 등 환원주의적 접근이 절반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2 이는 편집 위원회가 현상에 대한 세밀한 관찰을 넘어, 완벽한 분자적 메커니즘이 규명된 ‘완성된 스토리’를 노골적으로 요구하기 때문이다.2 변수 통제가 실험실 내에서 완벽하게 이루어지는 분야는 이러한 기준을 충족하기 쉽지만, 복잡성 그 자체가 학문의 본질인 생태계 현장 연구에는 치명적인 불이익이 가해진다.2

이러한 기전적(Mechanistic) 필터는 연구 대상이 되는 생물종의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북부 실험실에서 수십 년간 연구되어 유전적 조작 도구가 고도로 발달한 모델 생물체(C. elegans, 초파리, 애기장대 등)에 대한 환원주의적 연구는 쉽게 우대받는다.2 반면, 글로벌 사우스의 척박한 환경이나 생물 다양성 핫스팟에서 채집된 비모델 종, 야생 생태계 연구는 메커니즘 규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예비적”이거나 “생리학적 영향력이 부족함”으로 재단되어 거부된다.2 동물 게놈 시퀀싱 데이터베이스가 서구에서 선호하는 척추동물 위주로 과잉 대표되고, 무려 10개의 거대 동물 문(Phyla)에 대한 유전 데이터가 전무한 현실은 이러한 분류학적 편향이 낳은 지식의 맹점(Blind spot)이다.2 카리스마 있고 의학적으로 돈이 되는 종만이 편집자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동안, 지구 생태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거대한 야생의 지식은 체계적으로 삭제되고 있다.2

낙하산 과학의 실체: 생물 다양성 수탈의 현대적 변용

글로벌 사우스의 지식 생산이 겪는 배제는 역설적으로 북반구 학자들의 착취적인 ‘낙하산 과학(Parachute Science)’을 통해 완성된다.2 낙하산 과학, 혹은 헬리콥터 과학이란 서구의 연구진이 거대한 자본과 첨단 장비를 앞세워 남반구의 생물 다양성 보고에 헬리콥터처럼 착륙하여 핵심 데이터와 희귀 표본만을 채취한 뒤, 현지 연구자들의 기여를 철저히 배제하거나 단순 가이드 취급하고 본국으로 돌아가 일방적으로 성과를 독식하는 관행을 말한다.2

최근 20년(2003~2022년)간 전 세계에서 진행된 육상 연체동물 신종 발견 논문 3,200여 건에 대한 대규모 계량 분석은 이 기만적인 구조를 정확히 고발한다.10 해당 연구에 따르면 전체 ‘낙하산 발견’ 사례의 무려 88.6%가 아프리카, 중남미 등 글로벌 사우스에서 자행되었다.10 자국의 영토 내에서 이루어진 연구임에도 불구하고, 현지 연구자가 논문의 저자로 단 한 명이라도 포함된 비율은 전체의 33.3%에 불과했다.10 철저히 소외된 현지 인력의 보이지 않는 땀방울 위에서 오직 북반구 연구자들만이 제1저자의 영예를 독식한 것이다.

더욱 뼈아픈 수치는 학술적 협력의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혼합 협력(Mixed collaboration) 연구를 주도한 글로벌 사우스 소속 연구자의 약 90%는 연구의 완성도나 영어 교정을 위해 북부 파트너를 저자에 포함시켰으나, 반대로 글로벌 노스가 주도한 연구에서 남부 현지 파트너가 포함된 경우는 단 8%에 그쳤다.10 고도의 분석 인프라가 요구되는 분류학적 개정(Taxonomic revisions) 연구의 89%를 글로벌 노스가 독점하고 있다는 사실은, 데이터 채집은 남반구에서 이루어지되 부가가치가 높은 지식의 가공과 패권은 철저히 북반구로 수렴된다는 것을 의미한다.10 국립공원 등 보호구역의 현지 관리 기관조차 배제하는 ‘공원 낙하산 과학(Park parachute science)’ 현상도 보전 생물학 전반에 만연해 있다.12 이는 과학적 지식 생산의 불평등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16세기부터 자행된 식민지 시대의 물리적 자원 수탈이 현대 학계의 교묘한 ‘데이터 수탈’로 진화한 것임을 명백히 입증한다.11

언어적 문지기와 알고리즘 폭력: ’30초 룰’과 기계의 편향

영어는 현대 과학의 링구아 프랑카(공용어)로 기능하며 전 지구적 지식 공유에 기여한 표면적인 공로가 있다. 역사적으로 31,000여 개에 달했던 인류의 언어 시스템은 현재 7,000여 개로 줄어들었고, 그중에서도 오직 10개의 지배적 언어만이 살아남아 지식을 유통하며 영어가 그 정점에 군림하고 있다.13 그러나 이 패권적 언어의 독점은 비원어민 연구자들에게 가혹한 인식론적, 경제적 세금을 징수한다.2 비원어민 연구자들은 단순히 제2외국어를 배우는 인지적 고충을 넘어, 그들의 학문적 성과 자체가 언어적 유창성이라는 자의적인 잣대에 의해 저평가되고 거부당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14

’30초 룰’과 서사적 압축의 감정 노동

Cell Press 생태계를 위시한 고영향력 학술지들은 논문이 “고도로 접근 가능”해야 하며 “일반 독자가 이해할 수 있는 우아한 서사”를 갖추어야 한다고 명시한다.2 실제로 Current Biology 등 명성 높은 저널의 편집자들은 비원어민이 작성한 논문의 초록을 읽을 때 문장이 매끄럽지 않아 해독에 과도한 노력이 든다고 판단되면 단 30초 이내에 데스크 거부(Desk Rejection)를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2 이 ’30초 룰’은 과학적 데이터의 엄밀성이나 통찰력과는 무관하게 오직 앵글로색슨 중심의 수사학적 표현력만을 질적 평가의 핵심 대리 지표로 삼는 지독한 ‘언어적 문지기(Linguistic Gatekeeping)’의 전형이다.2

획기적인 데이터를 가진 비서구권 학자라 할지라도 북반구 학술 훈련을 받은 것처럼 보이기 위해 150단어 분량의 초록 안에 데이터를 유려하게 ‘성형’해야 한다.2 편집위원회의 입맛에 맞는 특정 영문 스타일을 맞추기 위해 값비싼 전문 영문 교정 업체의 서비스를 자비로 부담해야 하며, 이는 과학을 수행하는 데 있어 철저히 낭비되는 불필요한 비용이자 심리적 장벽이다.2 언어적 형식이 내용의 진위마저 압도하는 시스템 속에서, 뛰어난 학자들은 지적 열등감과 싸워야 하는 무의미한 감정 노동을 강요받고 있다.16

생성형 AI 탐지기가 낳은 이중의 폭력과 언어적 식민주의

최근 비원어민 연구자들은 이러한 언어적 장벽을 극복하고 불필요한 교정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ChatGPT와 같은 대형언어모델(LLM)을 활용하여 영문을 윤문하고 있다.17 AI는 언어의 단층선을 메우며 과학적 아이디어 자체로 경쟁할 수 있게 해줄 희망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수집된 심층 연구 결과들은 이러한 기술적 도약이 오히려 비원어민에게 씌워진 치명적인 알고리즘 올가미가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2

스탠포드 대학 연구진(Liang et al., 2023 등)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학술지와 교육 기관들이 도입하여 남용하고 있는 GPT 탐지기 등 ‘AI 생성 탐지기’들은 심각한 내재적 편향성을 지니고 있다.2 비원어민이 직접 작성한 고유의 영문 에세이를 AI 탐지기에 돌렸을 때, 탐지기가 이를 기계가 쓴 AI 생성물로 오인하는(False Positive) 비율이 무려 61%에 달했다.2 반면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원어민이 작성한 글에 대한 오인 비율은 극히 낮았다.2

이는 거대언어모델 자체가 서구 중심의 방대한 영어 문헌을 바탕으로 학습되었기에, 화려하고 복잡한 어휘를 구사하지 않고 명료하고 정형화된 단어를 사용하는 비원어민의 작문 스타일을 ‘기계적’이라며 오판하는 것이다.20 이 ‘학문적 진실성(Academic Integrity)’을 수호한다는 맹목적인 명분 아래 남용되는 알고리즘은 비원어민 학생과 학자들에게 극심한 정서적 고통을 안겨준다.20 서양 학계의 유려한 표현 방식을 강요받는 이들은 AI의 조력 없이는 ’30초 룰’을 통과할 문장을 쓰기 어렵다. 그러나 AI를 사용하여 문장을 정제하면 표절범으로 낙인찍히고, 본인의 제한된 어휘력으로 직접 글을 써도 AI 탐지기가 이를 기계 글로 오판하여 처벌받는 기막힌 모순에 갇히게 된다.2 결국 기술적 도구조차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문지기로 전락하여 비원어민의 목소리를 체계적으로 색출하고 삭제하는 언어적 식민주의의 최전선 무기가 되어버렸다.20

동료심사의 기만과 권력의 대물림: PNAS 보고서가 폭로한 동종선호

학술지가 거드름을 피우며 내세우는 ‘공정하고 엄격한 평가’의 최후 보루는 동료심사(Peer Review) 제도다. 과학자들의 순진한 ‘열정페이’에 기대어 운영되는 이 폐쇄적 사전심사제도는 동료 과학자들에 의해 자정 작용이 일어난다는 환상을 심어주었다.1 그러나 최근 저명한 학술지 *PNAS (2025년 8월)*에 게재된 둠라오와 테플리츠키(Dumlao & Teplitskiy)의 대규모 계량 분석은, 동료심사가 결코 가치 중립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기존 패권국의 지배력을 맹목적으로 대물림하는 기제로 작동하고 있음을 치명적인 통계로 입증했다.21

해당 연구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IOP(Institute of Physics Publishing) 소속 60개 STEM 저널에 제출된 무려 204,718건의 심사 데이터를 정밀 분석했다.21 저자들은 논문의 품질이나 주제에서 오는 교란 변수를 통제하기 위해 동일한 논문에 대한 여러 리뷰어의 평가를 비교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 결과, 지독한 ‘지리적 동종선호(Geographical Homophily)’ 현상이 수치로 낱낱이 드러났다. 교신저자와 동일한 국가 출신의 리뷰어(SCR, Same-Country Reviewer)는 다른 국가 출신의 리뷰어보다 해당 논문에 긍정적인 평가(게재 승인 권고)를 내릴 확률이 4.78%p 더 높았다.21 과학적 엄밀성이 국적이라는 비과학적 연대에 의해 심각하게 오염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이 우호적인 ‘자국 리뷰어’를 배정받을 수 있는 기회의 극심한 불평등이다. 압도적 과학 생산국인 미국(30.27%), 중국(26.59%), 인도(13.69%) 소속의 저자들은 비슷한 소득 수준의 타 국가 저자들에 비해 자국 리뷰어에게 평가받을 확률이 무려 8~9배나 높았다.21 고소득 국가(HIC) 저자들이 동일 국적 리뷰어를 만나는 빈도는 저소득 및 하위 중소득 국가(LLMIC) 저자들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았으며, 인도를 제외한 LLMIC 저자들이 자국 리뷰어를 만날 확률은 **단 2.66%**에 불과해 사실상 동종선호의 혜택에서 완벽히 소외되어 있었다.21 편집자들은 기존에 자신들의 학술지에 성공적으로 논문을 게재한 명성 있는 학자들을 주로 리뷰어로 초빙하는 휴리스틱을 사용하며, 이는 리뷰어 풀 자체를 선진국 출신으로 편중시켜 지리적 대표성의 불평등을 그대로 세습한다.21

이중맹검(Double-Blind) 제도의 환상과 실패

과학계는 이러한 편향을 수정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저자의 이름과 소속을 가리는 ‘이중맹검(Double-Blind)’ 제도를 도입하며 자정 능력을 과시해 왔다. 그러나 PNAS 연구진이 익명화 정책 도입 전후를 통계적으로 도구 변수 분석(Instrumental variables analysis)한 결과, 저자의 신원을 가린다고 해서 자국 연구에 대한 동종선호 편향이 사라지지 않음이 확인되었다.21 익명화 조치는 긍정적 평가 확률을 불과 0.67%p 감소시키는 데 그쳤으며, 이 수치조차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P=0.0742).21

이 결과가 내포한 진실은 서늘하다. 리뷰어들이 자국 논문을 맹목적으로 밀어주는 것은 단순히 저자의 이름이나 국적 표기를 보고 얄팍한 내셔널리즘이 발동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특정 국가의 연구 커뮤니티가 긴밀히 공유하는 ‘연구 주제의 우선순위’, ‘문장 및 서사적 구조’, ‘방법론적 익숙함’을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지지하는, 훨씬 더 깊은 층위의 **인식론적 편향(Epistemic Homophily)**이기 때문이다.21 따라서 이름표를 가리는 얄팍한 기술적 땜질로는 이 견고한 패권을 무너뜨릴 수 없으며, 리뷰어 인력 풀 자체를 글로벌하게 분산시키고 완전히 재편하지 않는 이상, 고소득 국가 저자들에게 주어지는 구조적 특혜와 ‘출판된 지식의 맹점(Blind spots)’은 영원히 지속될 수밖에 없다.21

오픈 액세스(OA)의 역설과 약탈적 APC: 자본주의적 착취의 진화

인식론적, 지리적 구조의 불평등은 출판 시장의 기형적인 경제 구조를 통해 극대화되고 노골적인 착취로 진화한다. 과거 지식을 사유화하여 독자와 대학 도서관을 파산으로 몰고 가던 ‘구독료(Paywall) 장사’에 대한 과학계의 거센 반발로, 지식의 완전한 민주화를 표방하며 ‘오픈 액세스(Open Access, OA)’ 운동이 등장했다.24 그러나 이 숭고한 철학은 비극적이게도 거대독점출판사들의 교활한 수익 모델 진화에 의해 완벽히 포획되었다. 출판사들은 지식을 독자에게 무료로 푸는 대신, 지식의 생산자인 과학자들에게 직접 ‘논문 게재료(APC, Article Processing Charge)’라는 명목의 새로운 통행세를 징수하기 시작했다.2

거대 출판 카르텔의 폭리와 고액 APC의 실체

논문의 실제 심사 및 플랫폼 유지 관리, 기술적 편집에 들어가는 출판 원가는 보통 한 편당 $1,000를 넘지 않는다.27 그러나 글로벌 평균 APC가 약 $2,000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서구 거대 출판사들이 명성을 볼모로 장악한 엘리트 저널들의 요금은 이미 학계의 상식을 넘어선 ‘약탈적’ 수준으로 폭등했다.2

고영향력 엘리트 학술지 (2026년 기준 추정)출판사명시된 APC 요금 (USD)
Nature CommunicationsSpringer Nature$7,350
Advanced ScienceWiley$6,730
Cell ReportsCell Press (Elsevier)$5,790
Science AdvancesAAAS$5,450

(자료: 2026년 각 출판사 공시 자료 및 중국과학원 규제 보고 기준 2)

10,000달러에 육박하기도 하는 이 거대한 청구서는 철저히 낭비되는 비용이다. 무급 동료심사를 수행하는 학자들의 ‘열정페이’를 착취하여 만들어진 이 막대한 차액은 과학 인프라에 재투자되는 것이 아니라, 지난 10년간 30~37%라는 기형적 영업이익률을 기록해 온 Elsevier나 Springer Nature 등 다국적 상장 기업 주주들의 배당금으로 직행한다.27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단 5년간, 6대 주요 거대 출판사가 전 세계 과학계로부터 빨아들인 APC 수익만 무려 **89억 달러(약 12조 원)**에 달하며, 2019년 9억 달러 수준이던 연간 APC 지출액은 2023년 25억 달러로 약 3배나 폭증했다.25

글로벌 사우스의 경제적 엑소더스와 ‘명성 격차’의 고착화

이 잔혹한 경제 모델은 연구비가 턱없이 부족한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 일부 지역의 독립 연구자들과 신진 과학자들에게 재앙이다. 수백만 원에서 천만 원에 달하는 APC는 이들에게 자신의 월급이나 1년 치 연구비를 몽땅 쏟아부어도 감당할 수 없는 절망적인 족쇄다.2 출판사들은 저소득 및 중소득 국가(LMIC)를 대상으로 요금 면제(Waiver)나 할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자비로운 척 홍보하지만, 이는 복잡한 자격 요건과 투명하지 않은 승인 절차로 인해 실효성이 극히 떨어진다.2 더욱이 대부분의 기관 소속 저자들은 출판사와 맺은 포괄적 전환 계약(Read & Publish)의 혜택을 받지 못해 독자적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2

최근 엘스비어(Elsevier)의 ‘미러 저널(Mirror Journal)’ 프로젝트 기간에 출판된 37,000여 건의 논문을 분석한 대규모 실증 연구(Bruna et al.)는 이 비참한 현실을 증명한다.34 완전 동일한 편집 및 심사 기준을 가진 OA 저널과 구독형 저널을 비교했을 때, 요금 면제 혜택이 주어지는 조건 하에서도 글로벌 사우스의 저자들은 평균 $2,600 수준의 APC를 요구하는 OA 저널을 포기하고, 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유료 구독형(Paywalled) 저널에 논문을 투고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34 미러 저널의 OA 논문 중 약 80%는 미국, 동아시아 등 북반구 부유국 학자들의 차지였다.34

결과적으로 북반구의 풍족한 기관 학자들은 막대한 펀딩을 통해 엘리트 저널에 OA로 논문을 출판하여 전 세계적인 가시성과 높은 인용 횟수(명성)를 독식한다. 반면, 남반구 학자들의 연구 성과는 여전히 값비싼 유료 장벽 뒤에 갇혀 읽히지 못한 채 인용 빈도가 추락한다.2 독자의 장벽을 없애려다 출판 기회 자체를 박탈하는 저자의 장벽을 세워버린 것, 이것이 OA가 창조해낸 가장 치명적인 역설이자 자본주의적 분리의 완성이다.2

거대 카르텔의 균열: 중국의 과학 주권 선언과 글로벌 사우스의 반격

서구 독점 출판 생태계의 기형적 착취 구조에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묵직하게 칼을 빼든 것은 역설적이게도 현재 세계 최대의 논문 생산국으로 부상한 중국이다.26 수십만 편의 논문을 쏟아내며 막대한 국가 연구비가 서구 출판사의 주머니로 흘러 들어가는 비정상적인 자본 유출을 막고 지식의 종속을 타파하기 위해, 중국은 단순한 방어를 넘어 ‘과학 주권(Scientific Sovereignty)’ 확보를 위한 급진적인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2

고비용 APC 저널에 대한 지원 전면 중단 (2026년 3월 발동)

2024년 기준 31만 3,500여 편의 OA 논문을 쏟아내며 APC로만 무려 9억 900만 달러(약 1조 2천억 원)를 지불한 중국은 더 이상 서구 출판사들의 호구가 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35 약 100개 산하 기관과 5만 명의 연구원을 거느린 세계 최대 연구기관 중국과학원(CAS)은, APC가 **$5,000를 초과하는 30여 개의 고비용 ‘순수 OA(Pure OA) 저널’**에 대해 국가 연구비 및 중앙 펀딩(NSFC, MOST 등)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을 2026년 3월 1일부로 시행했다.2

규제 타겟이 된 명단에는 Nature Communications($7,350), Science Advances($5,450), Cell Reports($5,790), Advanced Science($6,730) 등 거대 출판사들이 자랑하는 간판급 엘리트 학술지들이 모조리 포함되었다.2 반면 APC가 2천 달러 대 이하인 PLOS One이나 Scientific Reports 등은 제재를 피함으로써, 이 정책이 서구 과학 자체를 거부하는 맹목적인 국수주의가 아니라 탐욕스러운 거대 자본의 폭리에 대한 전략적 정밀 타격이자 재정적 합리화 조치임을 명백히 했다.30 이와 동시에 CAS는 수년간 글로벌 학계에 논란과 파장을 일으켰던 자체 ‘CAS 저널 랭킹(Journal Ranking)’의 발표마저 2026년부터 중단하며, 서구 중심의 서지학적 지표 체계와의 완전한 결별을 시사하고 있다.36

KeAi 모델의 폭발적 성장과 ‘담론 권력(Discourse Power)’의 무기화

중국의 억제책 이면에는 자체적인 플랫폼 구축을 통해 글로벌 과학 무대에서의 주도권, 즉 ‘담론 권력(Discourse Power, 话语权)’을 온전히 탈환하려는 거대한 야심이 숨어있다.2 서구 저널의 까다로운 잣대에 맞춰 데이터를 상납하는 ‘지식의 하청 기지’에서 벗어나, 지식의 규칙을 제정하고 평가하는 ‘지식의 중재자’로 도약하겠다는 강력한 국가적 의지다.2

이러한 전략의 핵심 교두보가 바로 중국과학출판미디어(CSPM)와 네덜란드 출판 거인 Elsevier의 전략적 합작으로 설립된 출판사 **’KeAi(科爱)’**다.2 자국 중심의 철저한 편집권을 확립하면서도 글로벌 플랫폼(ScienceDirect)의 압도적인 유통망을 영리하게 활용한 KeAi 모델은 단기간에 폭발적인 성과를 거두며 서구 엘리트 저널들의 턱밑까지 추격했다.

주요 KeAi 학술지 (2024-2025 현황)주요 분야최신 JIF (Impact Factor)분야 내 성과
eScience융합과학, 배터리 기술36.6상위 10% (Q1)
Nano-Micro Letters나노과학, 재료공학36.3상위 10% (Q1)
Bioactive Materials생체소재, 의공학20.3상위 10% (Q1)
AI Open인공지능, 컴퓨터 과학14.8상위 10% (Q1)
Journal of Future Foods식품 공학7.2상위 10% (Q1)

(자료: 2024-2025 Journal Citation Reports 및 KeAi 성과 지표 39)

2024~2025년에만 15개의 새로운 저널이 최초로 임팩트 팩터를 획득했으며, 83개 저널 중 무려 32개의 저널(39%)이 해당 분야 상위 10% 이내에 진입하는 무서운 성장세를 보였다.39 중국 정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국가 펀딩 프로젝트(NSFC)에서 산출된 대표 논문의 최소 20%를 자국 주도 저널에 의무적으로 게재하도록 정책적 지침을 내려, 자국 학술지의 인용 지수와 권위를 인위적으로 펌프질하며 서구 자본에 종속되지 않은 독자적인 명성 경제 생태계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있다.2

인도와 라틴아메리카의 비상: 연대의 확산

이러한 반격은 중국만의 외로운 싸움이 아니다. 인도는 국가 차원의 교육 자원을 무기 삼아 ‘원 네이션 원 서브스크립션(One Nation One Subscription, ONOS)’ 정책을 전격 발표했다.43 7억 5천만 달러(약 1조 원)라는 막대한 중앙 정부 예산을 투입해 상위 30개 거대 출판사와 일괄 협상하여, 6,300여 개 기관 소속 1,800만 명의 학생과 연구자들이 어떠한 장벽 없이 지식에 접근하도록 출판사를 압박하고 있다.43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지역 역시 공공 자금이 투입된 비영리, 학자 주도의 거버넌스(Scholar-led governance) 모델을 확립하여 다국어 출판을 지원하는 등 커뮤니티 주도의 지식 연대를 가속화하고 있다.24 심지어 글로벌 노스의 중심축인 미국 국립보건원(NIH)조차 OA 출판 비용 상한(Cap)을 $2,000 수준으로 강제하려는 논의를 본격화하며 출판 카르텔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44

중국 발(發) 고액 APC 철퇴와 자체 생태계 육성 모델, 인도의 국가 주도 협상, 그리고 제3세계의 비영리 플랫폼 연대는 파편화된 저항이 아니다. 이는 그동안 서구 엘리트 대학과 다국적 기업이 양분해 온 글로벌 학술 출판의 식민지적 질서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거대한 지정학적 지진이다.2

결론: 기형적 평가체계의 해체와 진정한 지식 커먼즈로의 혁명

국제 학술지의 화려한 표지와 매끄러운 영어 문장 뒤에 겹겹이 숨겨진 지리적·문화적 편향성은 일개 저널이나 깐깐한 소수 편집자의 윤리적 일탈이 아니다. 그것은 지난 수 세기 동안 서구 중심의 학문적 담론이 설계하고 유지해 온 견고한 ‘식민지적 구조’ 그 자체다.2

유럽 명문대의 시각에서 규정된 “내러티브의 놀라움”을 강제하는 오만한 편집자들 2, 비원어민의 연구 성과를 30초 만에 쓰레기통에 처박는 언어적 폭력 2, 기계의 편향성으로 다문화 학자들을 표절범으로 모는 AI 탐지기 2, 현지 생물 다양성을 약탈하며 제1저자를 독식하는 낙하산 과학 9, 이중맹검이라는 눈가림으로도 숨기지 못하는 동종선호의 맹목적인 기만 21, 그리고 무급 동료심사를 수행하는 동료 학자들의 헌신을 수탈하여 30%가 넘는 막대한 영업이익을 주주들에게 바치며 글로벌 사우스 연구자들의 입을 틀어막는 기형적인 고액 APC 카르텔은 25 현대 과학의 심장부가 철저히 썩어 들어갔음을 증명하는 처절한 병리학적 징후들이다.

이 거대독점출판사들과 지적 기득권층의 폭압을 끝내기 위해 우리는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근본 패러다임을 혁명적으로 뒤집어야 한다. 더 이상 ‘임팩트 팩터(IF)’라는 신기루에 목을 매며 대학의 상업화가 요구하는 지표 달성에만 급급할 수 없다. 무급의 열정페이에 기대어 작동하면서도 오히려 부패한 권위만을 수호하는 현재의 ‘폐쇄적인 사전심사제도(Review then publish)’는 그 수명을 완전히 다했다.1 저널이 권위를 부여한 소수의 문지기(Gatekeeper)에게 과학의 생살여탈권인 출판 결정권을 강제로 위임하는 것은 디지털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낙후된 고집에 불과하다.1

과학자 개인의 독립성을 복원하고 학문적 식민주의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논문 출판의 의사결정권을 오만하고 편향된 서양의 편집자에게서 현장의 연구자에게로 즉각 탈환해야 한다.1 프리프린트(Preprint) 생태계가 이미 그 가능성을 훌륭하게 증명했듯, ‘출판 후 심사(Publish then review)’ 체제로의 전면적인 전환이 필수적이다.1 연구자가 스스로 언제 어떤 형태의 언어로 자신의 발견을 세상에 공개할지 독립적으로 결정하고, 그 이후에 전문 분야 동료들의 투명하고 지속적인 사후 평가가 논문과 함께 게재되어 커뮤니티 자체의 검증을 받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1 낡은 종이 학술지의 지면 제한과 게재료라는 허구적 장벽을 박살 내고, 블록체인 등 탈중앙화된 디지털 인프라를 통해 특정 국가나 거대 자본이 독점할 수 없는 완벽한 온라인 커먼즈로 이동할 때, 비로소 특정 지역과 언어에 편중된 ‘마태 효과’의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다.1

중국과 인도, 그리고 숱한 글로벌 사우스의 깨어있는 학자들이 이미 반격의 칼을 빼 들었듯, 변화는 기존의 중심부가 아닌 주변부에서부터 요동치고 있다. 학벌과 승진의 도구로 전락한 종이 쪼가리에 학자의 양심과 과학의 미래를 담보 잡히는 이 가학적인 적자생존의 생태계에 계속 안주한다면, 더 이상의 온전한 진보는 없다.1 지식의 문지기들이 세워놓은 낡은 권위의 장벽을 부수고, 사유화된 과학 지식을 진정한 인류의 공공 자산인 ‘커먼즈’로 되돌려놓는 것, 그것이야말로 국경과 언어의 차이를 넘어 21세기를 살아가는 전 세계의 모든 ‘보통과학자’들이 즉시 수행해야 할 가장 묵직하고도 시급한 혁명이다.1

Works c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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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 글은 김우재와 구글 제미나이 프로가 함께 연구한 합작품이다. 통계 인용에 오류가 존재할 수 있으나, 전반적인 글의 기조에는 영향이 없다. 이 글과 관련하여 제미나이가 작성한 인포그래픽 “백인 남성 카르텔과 과학의 식민지화”는 여기서 볼 수 있다. https://gemini.google.com/share/bf95c0c54fd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