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Flyandbee, Woo Jae Kim (2014-)

반쪽짜리 수컷은 없었다: 초파리 방에서 바로아 응애를 생각하다

보통 과학자

초파리 연구실에서 일하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같은 의식을 치른다. 마취한 파리를 하얀 패드 위에 쏟아 놓고, 붓으로 한 마리씩 굴려 가며 눈 색깔과 날개 모양과 강모를 본다. 그리고 수컷과 처녀 암컷을 고른다. 이 단순한 작업 밑에는 백 년 넘게 쌓인 신뢰가 깔려 있다. 이 동물이 유전자를 어떻게 다음 세대로 넘기는지 우리가 정확히 안다는 신뢰다. 1910년대 컬럼비아대학의 좁은 “파리 방”에서 토머스 헌트 모건과 학생들은 흰 눈 돌연변이 한 마리로 반성유전을 밝혔고, 교배 비율로 염색체 지도를 그렸다. 유전학은 결국 “누가 무엇을 누구에게 물려주는가”를 세는 학문이다.

그래서 이번 Nature Communications 논문을 읽으며 나는 조금 놀랐고, 동시에 반가웠다. 꿀벌의 천적 바로아 응애는 수십 년 동안 교과서에서 반수이배체로 소개되었다. 수정란은 암컷이 되고, 미수정란은 염색체 한 벌만 가진 수컷이 된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연구진이 모건의 방식 그대로 3세대 가계도를 직접 만들어 세어 보니, 수컷은 반쪽이 아니었다. 아들은 어미의 유전체 두 벌을 통째로 복사해 받은 클론이었다. 그리고 그 두 벌을 딸에게 반반씩, 정확히 멘델의 법칙대로 나눠 주었다. 223마리, 30개 가계, 3만 3천여 개의 변이 위치가 같은 이야기를 했다. 진화생물학에서 “덫”이라 불리던 반수이배체에서 빠져나온 드문 사례라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초파리유전학자로서 이 논문의 가장 큰 미덕은 화려한 신기술이 아니라 고전 유전학의 정직함이라고 생각한다. 바로아의 반수이배체 근거는 사실 1980년대 초의 배아 핵형 관찰 두 편과 몇 가지 정황 증거뿐이었다. 아무도 실제 교배로 확인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아는 실험실에서 키울 수 없다. 꿀벌 유충 방 안에서만 번식하기 때문에 가계도를 하나 만들려면 밀봉된 방의 뚜껑을 칼로 3–5 mm 째고 응애를 한 마리씩 밀어 넣은 뒤 다시 덮어야 한다. 초파리라면 바이알 하나로 2주면 끝날 일이다. 이 논문은 그 수고를 감수했다. 우리가 “잘 안다”고 믿었던 생물의 가장 기본적인 규칙조차 실제로 확인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사실이 이 논문의 진짜 메시지다.

유전 규칙은 방제 전략의 수학이다

이것이 왜 양봉 현장과 관련이 있는가. 바로아 방제의 거의 모든 전략이 유전 규칙 위에서 계산되기 때문이다.

살비제 내성부터 보자. 피레스로이드 계열의 타우-플루발리네이트는 응애의 전압의존성 나트륨 채널을 겨냥한다. 그런데 925번 아미노산 하나가 바뀌는 돌연변이(L925V 등)만으로 약이 듣지 않게 된다. 영국 시료에서는 약을 맞고도 살아남은 응애 모두에게서 이 돌연변이가 나왔다. 아미트라즈의 표적인 옥토파민 수용체 Octβ2R에서도 프랑스에서는 N87S, 미국에서는 Y215H, 스페인에서는 F290L이 나타났다. 지역마다 다른 대립유전자가 독립적으로 등장하는 셈이다. 이런 내성 대립유전자가 집단 안에서 얼마나 빨리 퍼지는지는 그 생물의 유전 양식이 결정한다.

초파리는 무엇을 줄 수 있나: 생체 안의 시험관

반수이배체라면 열성 대립유전자는 반수체 수컷에서 곧바로 드러나 선택을 받는다. 수컷이 어미의 이형접합 상태를 그대로 복제한 이배체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이건 이 논문이 직접 검증한 내용이 아니라 내 해석이다. 저자들도 클론 아들이 해로운 열성 대립유전자를 “가려 준다”고 해석했다. 같은 논리라면 열성 내성 대립유전자의 확산 속도와 그 예측 모델 역시 다시 따져 봐야 한다. 실제로 저자들은 유전자 드라이브 모델(Faber 외 2021)이 반수이배체를 전제로 했다는 점을 명시한다. 그 모델은 근친교배와 반수이배체 때문에 바로아에서 드라이브가 쉽게 퍼지지 않으며, 특히 생식력을 떨어뜨리는 드라이브는 확산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이제 그 계산은 새 규칙으로 다시 해야 한다.

여기서 초파리가 등장한다. 겸손하게 말하면 초파리는 바로아의 대역 배우다. 하지만 꽤 유능하다.

2021년 eLife에 실린 Guo 등의 연구는 그 좋은 예다. 저장대 연구진과 크레이그 몬텔(Craig Montell)은 아미트라즈가 꿀벌에는 비교적 안전하고 응애에는 치명적인 이유를 찾고 싶었다. 먼저 바로아의 옥토파민 수용체 네 종을 세포에서 발현시켜 보니 넷 모두 아미트라즈에 반응했다. 그래서 생체 안에서 진짜 표적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 문제를 푼 것은 초파리 돌연변이였다. 옥토파민 수용체 결손 초파리 여섯 계통 가운데 Octβ2R 결손 초파리만 아미트라즈에 무감각했다. 온도로 켜는 TRPA1 채널로 octβ2R 발현 뉴런을 인위적으로 흥분시키자 아미트라즈 중독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결합 부위의 아미노산 세 개를 찾아냈고, 이를 바꾼 수용체를 Octβ2R 결손 배경의 형질전환 초파리에 넣어 선택적 독성을 재현했다. GAL4/UAS, 열유전학, 행동 분석이라는 초파리 신경유전학의 기본 도구만으로, 응애 연구로는 답할 수 없던 질문에 답한 것이다.

내성 연구에서도 초파리는 표준 플랫폼이 되었다. 해충에서 발견된 표적 부위 돌연변이를 CRISPR로 초파리의 상동 위치에 넣으면, 같은 유전 배경에서 그 돌연변이 하나가 내성을 얼마나 만드는지, 그 대가로 적합도를 얼마나 잃는지를 깨끗하게 잴 수 있다. 니코틴성 아세틸콜린 수용체, 리아노딘 수용체, 그리고 나트륨 채널 para의 kdr 돌연변이가 모두 이런 방식으로 검증되었다. 대사성 P450 과발현과 표적 부위 돌연변이가 함께 있을 때 내성이 상승적으로 커진다는 오랜 가설도 초파리에서 기능적으로 증명되었다. 그러니 바로아의 L925V/M/I나 Octβ2R의 N87S, Y215H, F290L을 초파리 수용체에 이식하거나, 바로아 수용체 자체를 초파리에 발현시켜 효과 크기와 비용을 재는 일은 이미 손에 잡히는 연구다. 내성 진단용 TaqMan 분석이 “이 돌연변이가 있다”를 알려 준다면, 초파리는 “이 돌연변이가 그래서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려 준다.

그러나 응애는 곤충이 아니다

여기서 초파리유전학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오만이다. 바로아는 거미와 진드기의 친척인 협각류다. 곤충과는 5억 년 넘게 떨어진 계통이다.

후각을 예로 들면 차이가 분명해진다. 초파리 후각 연구의 주인공인 곤충형 후각수용체(OR)와 공수용체 Orco가 협각류에는 아예 없다. 바로아는 앞다리 끝의 감각 기관(진드기의 할러 기관에 해당)으로 숙주의 냄새와 온도와 습도를 감지한다. 그 앞다리 전사체에서 발견되는 것은 이온성 수용체(IR) 계열, 특히 가장 오래된 공수용체 IR25a의 상동유전자, 그리고 감각뉴런막단백질(SNMP) 등이다. Techer 등의 2019년 유전체 비교에서도 V. destructor와 V. jacobsoni가 서로 다른 선택을 받은 유전자군으로 이온성 글루타메이트 수용체, SNMP, 그리고 탈피와 생식에 관여하는 할로윈 CYP 유전자가 꼽혔다.

이것은 초파리 쪽에서 보면 오히려 기회다. 초파리는 IR 연구의 본고장이고, 수용체 “탈고아화(deorphanization)”, 즉 빈 뉴런에 외래 수용체를 넣어 리간드를 찾는 기술이 정교하게 발달해 있다. 응애 IR을 초파리 감각뉴런에서 발현시켜 꿀벌 유충이 내는 냄새 분자를 하나씩 대 보는 실험은 가능하다. 물론 IR은 공수용체 조합에 민감하므로 결과를 조심스럽게 해석해야 한다.

반대로 초파리 도구가 닿지 않는 영역도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 협각류는 배아 미세주입이 거의 불가능했다. 거미응애(Tetranychus urticae)에서는 어미에게 Cas9을 주입하는 방식으로 2020년에야 첫 유전자 편집이 보고되었다. 이후 SYNCAS라는 제형이 개발되면서 겨우 일상적인 편집이 가능해졌다. 내가 아는 한, 실험실에서 계대 사육조차 되지 않는 바로아에서 생식세포 유전자 편집이 일상화된 단계는 아니다. 결국 바로아 유전학은 당분간 두 갈래로 갈 것이다. 하나는 이번 논문처럼 벌집 속에서 직접 세는 고전 유전학이고, 다른 하나는 초파리 같은 대리 플랫폼에서 하는 기능 검증이다.

RNA로 유전자를 끄는 시대, 그리고 내성이라는 오래된 숙제

분자적 접근이 실제 제품이 된 사례도 있다. 2025년 9월 미국 EPA는 바로아의 칼모듈린 유전자를 겨냥한 이중가닥 RNA(dsRNA) vadescana를 최종 등록했다. 일벌이 설탕 시럽에 섞인 dsRNA를 먹고 유충 먹이로 전달하면, 밀봉된 방 안의 어미 응애가 이를 섭취한다. 그러면 응애 자신의 RNA 간섭 장치가 칼모듈린 전령 RNA를 분해해 번식이 멈춘다.

  • 실험실 미니 벌통(McGruddy 외 2024, Pest Management Science): 처리군 어미 응애 한 마리당 자손이 0.13–0.16마리에 그쳤다. 대조군은 약 2.0–2.6마리였다.
  • 뉴질랜드 야외 시험(McGruddy 외 2026, Journal of Apicultural Research): 고용량군의 겨울 생존율이 45.0%로, 무처리군 7.5%보다 높았다.
  • 한계: 응애가 많은 벌통에서는 고용량만 효과가 있었다. 개발사 연구진이 참여한 2026년 리뷰조차 단독 “녹다운” 처리제라기보다 응애 밀도를 낮게 유지하는 수단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평가한다.

또 다른 흐름으로 Leonard 등(2020, Science)은 꿀벌 장내 공생세균 Snodgrassella alvi를 조작해 dsRNA를 계속 만들게 했다. 이 실험에서 그 벌을 먹은 응애는 대조군보다 빨리 죽었다. 마이크로바이옴을 전달 수단으로 쓰는 셈이다. 다만 이는 실험실 케이지 수준의 결과다.

초파리유전학자의 눈에 여기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역시 내성이다. RNAi 살충제에 대한 내성은 다른 해충에서 이미 실험적으로 선발되었다. 서부옥수수뿌리벌레에서 DvSnf7 dsRNA로 11세대를 선발한 계통은 130배 이상의 내성을 보였고, 이 내성은 단일 상염색체 유전자좌가 만드는 열성 형질로 유전되었다(Khajuria 외 2018, PLoS ONE). 리뷰 저자들도 여러 유전자를 동시에 겨냥하는 다중 dsRNA, 교대 사용, 다른 방제법과의 병행을 권한다. 그리고 내성이 얼마나 빨리 퍼질지는 다시 그 생물의 유전 양식이 결정한다. 이번 논문이 바꾼 그 규칙 말이다.

지방체, 면역, 그리고 “보통”의 연구

나는 초파리에서 신경계와 면역계가 어떻게 대화하는지를 연구한다. 그래서 Ramsey 등이 응애가 혈림프가 아니라 지방체를 먹는다는 것을 보였을 때 무릎을 쳤다. 곤충의 지방체는 Toll과 IMD 경로를 통해 항균펩타이드를 쏟아내는 면역의 공장이다. 응애는 꿀벌의 면역 공장을 뜯어먹으면서 동시에 DWV를 주입한다. 그 바이러스는 NF-κB 신호를 억눌러 면역을 더 약하게 만든다. 초파리에서 수십 년간 쌓인 Toll/IMD 지식과 초파리 바이러스 감염 모델은 이 삼각관계를 해부하는 데 바로 쓸 수 있는 지도다. 물론 꿀벌의 면역 유전자 목록은 초파리보다 짧고, 사회성 곤충은 개체 면역 위에 위생행동이라는 “사회 면역”을 하나 더 얹고 있다. VSH와 그루밍이 유전된다는 사실 자체가, 행동유전학과 신경유전학이 바로아 문제에 기여할 여지가 크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이 논문에서 내 마음에 가장 오래 남은 것은 결과가 아니라 데이터 가용성 항목이었다. 전장유전체는 SRA PRJNA794941에, RNA-seq은 PRJNA1216898에 올라 있다. 분석 코드는 Zenodo에 있고 가계도 메타데이터는 보충 자료에 담겨 있다. 이 연구가 쓴 참조유전체는 2019년 같은 연구 그룹이 공개한 것이다. 모건의 파리 방이 위대했던 이유는 천재 한 명 때문이 아니라 돌연변이 계통을 아낌없이 나눠 준 문화 때문이었다. 오늘날 블루밍턴 스톡센터와 FlyBase가 그 전통을 잇고 있다. 바로아 연구에도 그런 공유지가 쌓이기 시작했다. 공개된 유전체가 있었기에 가계도 분석이 가능했다. 공개된 가계도 자료가 있으니 누군가는 내성 확산 모델을 다시 짤 것이다. 그리고 공개된 수용체 서열이 있으니 어느 초파리 연구실은 그것을 파리에 넣어 볼 것이다.

과학은 대개 이렇게 조금씩, 보통의 수고로 나아간다. 벌집 뚜껑을 3 mm 째고 응애 한 마리를 밀어 넣는 손, 그리고 그 결과를 모두가 쓸 수 있게 올려 두는 손이 그 수고다. 반쪽짜리 수컷이 없었다는 발견은 바로 그 보통의 수고가 만든 것이다.


주의사항

  • 논문 내용의 범위: 논문 요약은 nature.com에서 직접 읽은 전문을 근거로 했다. 보충 자료(Supplementary Fig. 1의 유효집단크기 수치 등)는 확인하지 못했다. 저자 목록 일부가 접혀 표시되었으므로 최종 저자 구성은 PDF로 재확인하길 권한다.
  • 해석의 경계: “적응력·회복력 증가”는 모델링과 저자 해석에 기반한 가설이다. 실제 집단에서 측정한 결과가 아니다. 에세이에서 이배체 수컷이 열성 내성 대립유전자의 확산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쓴 부분도 논문이 직접 검증하지 않은 필자의 추론이다.
  • vadescana 근거의 출처: vadescana 관련 실험실·야외 수치는 주로 개발사(GreenLight Biosciences)와 그 지원을 받은 뉴질랜드 빅토리아대 연구진의 논문과 리뷰에서 나왔다. 일부 수치는 리뷰가 원 논문을 재인용한 것이다. 독립 연구(미국 플로리다대 시험 등)는 응애 밀도가 높을 때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보고했다. Leonard 외 2020의 생존율 수치는 Science 논문 본문이 아니라 UT Austin의 2020년 1월 30일 보도자료에 나온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DWV 표적 균주를 처리한 벌은 10일째까지 생존할 가능성이 36.5% 높았고, 응애 표적 균주를 처리한 벌을 먹은 응애는 10일 안에 죽을 가능성이 약 70% 높았다. 원문 그림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 군집 손실 통계: 미국 군집 손실 수치는 Project Apis m. 설문 기준(약 160만 군, 2025년 3월까지, 상업 양봉장 평균 62%)이다. USDA 보도는 170만 군으로 전해 출처마다 수치가 조금 다르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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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로아 감응 위생행동·그루밍 관련: Tsuruda JM 외, High-resolution linkage analyses to identify genes that influence Varroa sensitive hygiene behavior in honey bees, PLoS ONE (2012); Perspectives on hygienic behavior in Apis mellifera and other social insects, Apidologie (2020)

바로아 응애의 “수컷은 반쪽이 아니었다”: Nature Communications 2026 논문 접근 확인, 요약, 그리고 초파리유전학자의 에세이

논문은 접근 가능하다. 오픈 액세스이고 본문 전체(서론·결과·고찰·방법·데이터 공개 정보)를 읽을 수 있었다. 제목은 “Varroa mites escape the evolutionary trap of haplodiploidy”다. 핵심 결론은 이렇다. 꿀벌의 최대 천적인 바로아 응애(Varroa destructor)는 지금까지 반수이배체(haplodiploid)로 알려져 왔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암컷은 자기 유전체 두 벌을 그대로 물려받은 “이배체 클론 아들”을 낳고, 이 아들은 두 대립유전자를 딸에게 멘델 방식으로 전달한다.

TL;DR

  • 접근 가능. Eliash, Endo, Hua, Techer, Rangel, Zheng, Economo, Mikheyev 외. Nature Communications 17권, 논문번호 10392. 2026년 9월 1일 온라인 게재(2026년 8월 13일 수락). DOI 10.1038/s41467-026-77125-8. 오픈 액세스로 전문을 확인했다. 2024년 5월에 올라온 bioRxiv 프리프린트(10.1101/2024.05.10.593493)도 있다.
  • 핵심 발견. 연구진은 30개 가계 223마리를 3세대 가계도로 추적해 전장유전체를 분석했다. 그 결과 바로아 수컷은 반수체가 아니라, 어미의 이형접합성을 그대로 지닌 기능적 이배체 클론이었다. 이 수컷은 두 대립유전자를 딸에게 같은 확률로 전달한다. 모델링에 따르면 이 체계는 형제자매 교배를 하더라도 이형접합성이 조상형 반수이배체보다 느리게 사라지게 하고, 유효집단크기를 키운다.
  • 초파리유전학자의 결론. 바로아 방제의 미래는 결국 “이 생물의 유전 규칙을 정확히 아는 것”에 달려 있다. 살비제 내성, dsRNA 방제(2025년 미국 EPA가 등록한 vadescana), 유전자 드라이브 모델 모두 유전 양식을 전제로 계산된다. 그런데 이 논문이 그 전제를 바꿔 놓았다. 초파리는 약제 표적과 내성 대립유전자를 생체 안에서 검증하는 강력한 플랫폼이다. 다만 응애는 곤충이 아닌 협각류이므로 초파리 도구를 그대로 옮겨 쓸 수는 없다. 그 간극을 메우는 것이 다음 과제다.

(1) 논문 접근 가능 여부 및 서지 정보

접근 결과: 가능(오픈 액세스, 전문 열람). 주소(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6-77125-8)에 직접 접속해 초록, 서론, 결과, 고찰, 방법, 그림 설명, 데이터·코드 가용성 항목까지 모두 읽었다. 페이지에 “Open access” 표시가 있고 저작권은 저자들에게 있다.

항목내용
제목Varroa mites escape the evolutionary trap of haplodiploidy
저자Nurit Eliash, Tatsuya Endo, Xia Hua, Maeva A. Techer, Juliana Rangel, Huoqing Zheng, Evan P. Economo, Alexander S. Mikheyev (교신저자: Nurit Eliash)
학술지Nature Communications 17권, 논문번호 10392 (2026)
수락 / 게재2026년 8월 13일 수락 / 2026년 9월 1일 온라인 게재
DOI10.1038/s41467-026-77125-8
주요 소속오키나와과학기술대학원대학교(OIST), 호주국립대(ANU), 텍사스 A&M대, 저장(浙江)대, 이스라엘 샤미르 연구소·하이파대 등
선행 버전bioRxiv 프리프린트 2024.05.10.593493 (2024년 5월)
데이터전장유전체 SRA PRJNA794941, RNA-seq SRA PRJNA1216898, 분석 코드 Zenodo 공개

참고로 nature.com 저자 목록 일부는 “…”로 접혀 표시되었다. 프리프린트 단계에서는 Spencer J. Johnston, V. R. Holmes 등이 공저자로 올라 있었으므로, 최종 저자 구성은 원문 PDF에서 한 번 더 확인하길 권한다.


(2) 바로아 응애 간략 소개

숙주 전환과 세계 확산. 바로아 응애의 원래 숙주는 동양종 꿀벌(Apis cerana)이다. 1950년대 후반 아시아에서 서양종 꿀벌(Apis mellifera)로 숙주를 바꾼 뒤 무역을 따라 전 세계로 퍼졌다. 마지막 청정 대륙이던 호주에서도 2022년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 검출되었다. 그 결과 바로아는 사실상 모든 대륙에 자리 잡았다. 자매종 V. jacobsoni도 2008년경 파푸아뉴기니에서 서양종 꿀벌로 숙주를 넓혔다. 두 종의 유전체는 염기서열이 99.7% 같을 만큼 가깝다(Techer 외 2019, Communications Biology).

생활사. 암컷 응애는 두 단계를 오간다.

  • 분산기: 성충 벌에 붙어 지내는 시기다. 과거에는 “phoretic phase(편승기)”라 불렀지만, 이번 논문은 이를 “dispersal phase(분산기)”로 부른다.
  • 번식기: 번데기가 되기 직전의 유충 방이 밀봉되기 직전에 그 안으로 들어가 번식한다. 밀봉된 방 안에서 먼저 아들 하나를 낳고 이어서 딸들을 낳는다. 딸들은 방 안에서 오빠와 교미한 뒤 새 벌이 우화할 때 함께 밖으로 나온다. 형제자매 간 근친교배가 생활사에 원래 새겨져 있는 셈이다.

먹이: 혈림프가 아니라 지방체. 40년 넘게 바로아는 벌의 혈림프를 빨아 먹는다고 여겨졌다. 2019년 Ramsey 등(PNAS)이 이를 뒤집었다. 혈림프와 지방체에 서로 다른 형광 염료를 표지하자, 응애의 장에서는 지방체 염료가 검출되었다. 상처 부위에서는 체외소화된 지방체 조직이 관찰되었다. 인공 먹이 실험에서는 지방체를 먹은 응애가 더 오래 살고 알을 더 많이 낳았다. 지방체는 곤충의 간이자 면역기관이며, 해독·영양 저장·항균펩타이드 합성을 맡는다. 그러니 응애에 감염된 벌이 왜 면역력과 농약 내성이 떨어지는지가 자연스럽게 설명된다.

바이러스 매개. 바로아가 가장 무서운 이유는 바이러스, 특히 날개기형바이러스(DWV)를 옮기기 때문이다. 하와이에서 응애가 유입된 섬을 비교한 연구가 있다(Martin 외 2012, Science). 이 연구에서 DWV 유병률은 약 10%에서 100%로 뛰었고, 바이러스 역가는 백만 배 증가했으며, 바이러스 다양성은 크게 줄어 단일 변이주가 우세해졌다. Nazzi 등(2012, PLoS Pathogens)은 응애가 숨어 있던 DWV를 빠르게 증식하는 살인자로 바꾸며, 이 과정에 NF-κB 계열 면역 전사인자의 강한 발현 저하가 동반된다고 보고했다. 응애가 바이러스를 옮기고, 바이러스가 면역을 억제하고, 억제된 면역이 다시 응애 번식을 돕는 악순환이 군집 붕괴로 이어진다는 것이 현재의 표준 그림이다.

군집 손실. 바로아와 바이러스는 여러 국가에서 겨울철 군집 손실의 주요 생물학적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에서는 Project Apis m.이 양봉가 842명(196만 군, 미국 전체 군집의 약 72%)을 설문했다(2025년 4월 3일 업데이트 보도자료). 그 결과 2024년 6월부터 2025년 3월 사이 약 160만 군이 손실되었고, 상업 양봉장의 평균 손실률은 62%였다(USDA 보도는 170만 군으로 전했다). 원인과 관련해 USDA-ARS 꿀벌연구소의 Lamas, Rinkevich, Evans 등은 붕괴한 군집에서 채집한 응애의 아미트라즈 내성을 검사했고, “Miticide resistance was found in all collected Varroa”라고 보고했다(bioRxiv 2025.05.28.656706). 다만 이 연구는 동료심사 전 프리프린트다.

현재의 방제 수단.

  • 합성 살비제: 아미트라즈(amitraz), 피레스로이드 계열의 타우-플루발리네이트(tau-fluvalinate)와 플루메트린, 유기인계 쿠마포스(coumaphos)
  • “유기” 방제제: 옥살산·개미산 같은 유기산, 티몰 같은 정유 성분
  • 새로운 작용기작: 2025년 9월 25일 미국 EPA가 dsRNA 활성성분 vadescana(상품명 Norroa)를 최종 등록했다. 응애의 칼모듈린(calmodulin) 유전자를 RNA 간섭으로 억제해 번식을 막는 방식이다.

살비제 내성의 분자적 실체.

  • 피레스로이드: 표적인 전압의존성 나트륨 채널(VGSC)의 925번 위치에 kdr형 돌연변이가 생긴다. 영국 시료에서는 L925V가 타우-플루발리네이트 처리 후 살아남은 응애 모두에게 있었고, 무처리 대조군에서는 8%에만 있었다(González-Cabrera 외 2013, PLoS ONE). 미국 남동부에서는 L925M과 L925I가 새로 발견되었다. 프랑스 연구(Almecija 외 2022)는 L925V가 내성의 대부분을 설명하지만 다른 기작도 관여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 아미트라즈: 표적인 β2-아드레날린성 유사 옥토파민 수용체(Octβ2R)에 돌연변이가 생긴다. 프랑스에서는 N87S, 미국에서는 Y215H가 치료 실패와 연관되었다(Hernández-Rodríguez 외 2022, Journal of Pest Science; Rinkevich 외 2023). 스페인에서는 F290L이 새로 보고되었다. 해독 효소 과발현 같은 대사성 내성도 함께 거론된다.

꿀벌 쪽 저항성 형질.

  • 바로아 감응 위생행동(VSH): 일벌이 응애가 번식 중인 밀봉 유충 방을 찾아내 뚜껑을 열고 번데기를 제거하는 행동이다. 미국 USDA 배턴루지 연구소가 이 형질로 육종 계통을 만들었다.
  • 그루밍: 자기 몸이나 동료의 몸에서 응애를 떼어내는 행동이다.

두 형질 모두 유전되지만, 효과가 작은 유전자 여럿이 관여하는 다유전자성 형질로 보인다.


(3) 논문 요약

질문: 침입 기생자는 어떻게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하는가

침입종은 유입 과정에서 병목을 겪어 유전 다양성이 줄어든다. 그런데도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한다. 이것이 이른바 “침입의 유전적 역설”이다. 바로아에서는 이 역설이 특히 심하다.

  • 동양종 꿀벌에서 서양종 꿀벌로 넘어갈 때 병목을 겪었다.
  • 새 벌통에 들어갈 때마다 다시 병목을 겪는다.
  • 한 방 안에서 남매끼리 교배한다. 보통 수컷 하나가 자매 한두 마리와 교미한다.

게다가 반수이배체라면 수컷은 어미 유전체의 절반만 받아서 전달하므로 유효집단크기가 더 작아진다. 그런데도 바로아는 숙주를 쉽게 바꾸고 살비제 내성을 빠르게 진화시킨다. 연구진은 바로아의 유전 양식이 직접 검증된 적이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반수이배체라는 근거는 1980년대 초 배아 핵형 연구 두 편(반수체 n=7과 이배체 2n=14 배아 관찰)과, 미교미 암컷이 수컷만 낳는다는 관찰 같은 간접 증거뿐이었다.

접근법: 3세대 가계도와 전장유전체 분석

  • 가계도 구축(OIST, 오키나와, 2020년 7–11월): 자연 감염된 방에서 어미(F0)와 그 아들·딸(F1)을 채집했다. F1 딸은 먼저 번데기 위에서 1–4일 “숙성”시키고, 이어 보모벌 위에서 3일간 분산기를 모사했다. 그런 다음 막 밀봉된 5령 유충 방의 뚜껑을 3–5 mm 절개해 한 마리씩 넣었다. 10일 뒤 방을 열어 F1 어미와 F2 자손을 회수했다. 성공한 인공 감염 78건 가운데 표식 없는 응애가 함께 들어간 이중 감염 14건은 제외했다. 최종적으로 30개 가계 223마리를 얻었다.
  • 유전형 분석: 개체별로 Illumina 전장유전체를 시퀀싱했다. Techer 외 2019 참조유전체에 매핑했고, 7개 염색체에서 엄격한 필터를 거쳐 33,925개 변이를 남겼다. 일부 유전형은 Sanger 시퀀싱으로 교차 검증했다(4개 가계 14마리, 3개 유전자의 6개 변이 위치).
  • 발현 수준 확인(저장대, 2024년 11월): 다섯 가계의 어미-아들 쌍(총 10마리)으로 RNA-seq을 수행해, 수컷이 두 대립유전자를 모두 발현하는지 확인했다.
  • 수리 모델링: Sewall Wright의 경로계수 방법으로 세 가지 체계(반수이배체, 이배체 산웅단위생식[diploid arrhenotoky], 완전 이배체)에서 이형접합성이 세대마다 얼마나 줄어드는지 유도하고, 근친 유효집단크기로 환산했다.

핵심 결과

  1. 수컷은 어미의 유전형을 그대로 복제한다. 이형접합(AB) 어미와 동형접합(AA) 수컷의 교배에서, 풀링한 자료 기준으로 F2 수컷 유전형의 97%가 어미의 이형접합성을 유지했다. 반대로 동형접합 어미와 이형접합 수컷의 교배에서는 F2 수컷이 어미처럼 동형접합이었다. 아들은 아버지의 기여 없이 어미 유전체 두 벌을 모두 받는다.
  2. 수컷은 두 대립유전자를 모두 발현한다. RNA-seq에서 어미와 아들의 이형접합 위치 비율은 차이가 없었다(평균 차이 0.022, 짝지은 t-검정 p = 0.672, n = 5 가계).
  3. 수컷은 두 대립유전자를 딸에게 같은 확률로 물려준다. 이형접합 수컷의 딸들은 AA와 AB가 대략 1:1로 나타났다. 전형적인 멘델 분리다. 딸은 정상적인 유성생식(감수분열과 수정)으로 만들어진다.
  4. 집단유전학적 결과. 조건을 같게 두면 이배체 산웅단위생식은 반수이배체보다 근친교배에서 이형접합성을 더 천천히 잃는다. 차이는 새 숙주를 개척하는 초기, 즉 집단이 작고 병목 상태일 때 가장 크다. 집단이 수용 한계에 가까워지면 차이는 줄지만, 여전히 꾸준히 바로아 쪽이 유리하다.

해석과 의의

  • “진화의 덫” 탈출: 반수이배체는 한번 진화하면 되돌아가기 어려운 진화적 종착점(“evolutionary trap”)으로 여겨져 왔다. 이론상 산웅단위생식에서 이배체로의 역전은 알려진 사례가 없었다. 바로아는 그 드문 예외로 제시된다. 연구진에 따르면 바로아는 이배체 아들의 생산과 성비를 모두 암컷이 통제하게 함으로써 이론적 장애물을 우회했다.
  • 단기 이점: 연구진은 클론 아들이 해로운 열성 대립유전자나 새로 생긴 치사 돌연변이가 아들에게서 드러나는 것을 막는다고 해석한다. 또 F1 번식 병목에서 유전적 부동에 대비하는 일종의 “위험 분산” 역할을 한다고 본다.
  • 성결정 기작에 대한 함의: 이 결과는 고전적 상보적 성결정(CSD)과 맞지 않는다. CSD라면 이형접합 이배체 개체는 암컷이 되어야 한다. 연구진은 후성유전적 변형, 유전체 각인, 내공생체, 암컷의 수정·배수성 복원 통제 같은 모계 요인이 관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 응용적 함의: 연구진은 살충제 대응, 내성 꿀벌 육종, 감수분열 드라이브 같은 대응 전략을 평가할 때 그동안 바로아의 반수이배체가 전제되었다고 지적한다. Faber 외 2021의 유전자 드라이브 모델이 그 예다. 이 전제가 바뀌었으니 해당 모델들도 다시 계산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계와 주의할 점

  • 배아 핵형과의 긴장: 과거 두 연구는 수컷이 될 시기의 배아에서 반수체(n=7)를 관찰했다. 연구진은 수컷 발생 초기에 체세포 배수성이 일시적으로 바뀔 가능성을 열어 두면서도, 현재 자료로는 결론을 낼 수 없다고 명시한다. 발생 중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별도 연구가 필요하다.
  • 기작 미해명: 미수정란에서 이배체 아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중앙 융합인지, 말단 융합과 역전 감수분열인지 등)는 아직 모른다.
  • 표본의 범위: 가계도는 오키나와의 한 양봉장, 그것도 근친 정도가 높은 집단에서 나왔다. F0 수컷의 유전형은 알 수 없었다. 다른 지역 집단이나 수벌방 번식에서도 같은 양식인지는 검증되지 않았다.
  • RNA-seq 자료의 한계: RNA-seq은 다섯 쌍으로 표본이 작다. 고유 매핑률도 약 5.9–15.7%로 낮았다. 업체 보고서에 변이 필터 기준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은 저자들 스스로 밝혔다.
  • 모델링의 성격: 유효집단크기가 늘어난다는 결론은 생활사 매개변수에 의존하는 이론적 결과이며, 실제 집단에서 직접 측정한 값이 아니다. “적응력이 높아진다”는 것은 저자들의 해석이자 가설로 읽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