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고 초파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보통 과학자 · heterosis.net · 2026년 8월 21일 · 공부용 리포트
0. 들어가며 — 하나의 기사에서 시작하는 공부
오늘(2026년 8월 21일) The Transmitter에 「Climate neuroscience needs ‘integration’ and ‘guided’ research」라는 기사가 올라왔다. 사이먼스 재단이 발행하는 이 신경과학 매체에서, 과학기자 세라 디위어트(Sarah DeWeerdt)가 쓴 약 7분 분량의 피처 기사다. 부제가 인상적이다 — “한 획기적인 논문이 나온 지 5년, 이 젊은 분야는 조각난 연구들을 넘어설 수 있을까?(Five years after a groundbreaking paper, can a young field move beyond piecemeal studies?)” Marder, E., & Rue, M. C. (2021). From the neuroscience of individual variability to climate change. The Journal of Neuroscience, 41(50), 10213-10221.

이 기사가 말하는 “획기적 논문”은 2023년 Nature Climate Change에 실린 Doell 등의 「Leveraging neuroscience for climate change research」다. 기사의 핵심 논지는 단순하고 뾰족하다. 기후 신경과학은 지금 여러 하위분야에 흩어진 채 “조각난 연구(piecemeal studies)”로 존재하며, 이제 두 가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나는 통합(integration) — 환경신경과학, 사회·정서신경과학, 신경경제학, 환경심리학, 그리고 변화하는 생태계의 세포·회로 신경생물학까지 흩어진 갈래들을 엮는 일. 다른 하나는 인도된 연구(guided research) — 그저 서로 무관한 일회성 연구를 쌓는 대신, 현실의 쓸모가 방향을 잡아주는, 이른바 use-inspired 연구다.
나는 이 기사를 읽으면서 익숙한 감각을 느꼈다. 초파리 유전학이 지난 100년간 겪어온 것과 똑같은 질문이기 때문이다. 흩어진 것을 어떻게 엮을 것인가, 순수한 호기심과 현실의 쓸모를 어떻게 한 실험대 위에 올릴 것인가. 그래서 이 리포트를 쓴다. 네 개의 축으로 — 역사, 필요성, 기존 신경과학과의 차이, 그리고 초파리(그리고 곤충)가 기여할 수 있는 자리.
1. 역사 — 흩어진 갈래들이 하나의 이름으로 모이기까지
기후 신경과학은 한 사람이 창시한 분야가 아니다. 서로 다른 방에서 자란 여러 전통이 2020년대 들어 하나의 이름 아래 모였다. 그 계보를 정리하면 대략 이렇다.
환경신경경제학(Environmental neuroeconomics), 2021. 스탠퍼드의 닉 소(Nik Sawe)와 키란 촐라(Kiran Chawla)가 Current Opinion in Behavioral Sciences에 「Environmental neuroeconomics」를 발표한다. 신경경제학의 도구 — 가치 계산, 시간할인, 보상 회로 — 를 환경 의사결정에 적용하자는 제안이었다. 소는 이미 2015년 Knutson과 함께 자연자원의 신경적 가치평가(neural valuation of environmental resources)를 연구했고, 이 흐름이 환경신경경제학으로 이어졌다. 소는 오늘날 스탠퍼드 환경의사결정·신경과학 연구실을 이끈다.
뇌기록으로 기후 반응을 읽기, 2021. 같은 해 수지 왕(Susie Wang)과 베리 판 덴 베르흐(Berry van den Berg)는 Current Opinion in Psychology에서 뇌 기록(EEG 등)이 기후변화에 대한 인간 반응을 어떻게 밝힐 수 있는지 정리했다.
신경외과의사의 책, 2022. 하버드대 출판부에서 앤-크리스틴 뒤엠(Ann-Christine Duhaime)의 『Minding the Climate: How Neuroscience Can Help Solve Our Environmental Crisis』가 나온다. 소아신경외과의였던 저자의 논지는 이렇다. 인간의 뇌는 오랜 자원 결핍의 시대에 진화하여 단기 생존과 즉각적 보상을 우선하도록 배선되었고, 그 보상 시스템은 기후변화처럼 느리고 추상적인 위협에 근본적으로 부적합하다는 것. 그러나 뇌의 가소성 덕분에 우리는 새로운 보상을 학습할 수 있다고 그는 낙관한다.
랜드마크, 2023. 킴벌리 도엘(Kimberly Doell)과 클라우스 람(Claus Lamm)을 비롯해 마크 버먼, 그레고리 브랫먼, 브라이언 넛슨(Brian Knutson), 지모네 퀸(Simone Kühn), 닉 소, 제이 밴 바벨, 토비아스 브로슈 등 열한 명의 국제 저자가 Nature Climate Change에 「Leveraging neuroscience for climate change research」를 발표한다. 이 논문은 “환경 → 뇌”와 “뇌 → 환경”이라는 양방향 관계를 제시하고, 신경과학이 기후변화 연구에 기여할 네 갈래를 정리했다: (1) 기후변화가 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규명, (2) 적응 방법 탐색, (3) 친환경/반환경 결정의 신경 기질 이해, (4) 소통·개입 전략 설계. 무엇보다 이 논문은 “신경과학자들이여, 이 싸움에 동참하라”는 행동 촉구(call to action)였다. 흥미롭게도 저자들은 자기 분야의 탄소발자국도 정직하게 지적한다 — 이 논문의 원문에 따르면 “지멘스 3테슬라 MRI 스캐너를 주 5일 돌리면 미국 가정 18채의 연간 에너지와 맞먹는 양을 소비하며(running a Siemens 3 Tesla MRI scanner five days a week uses approximately the same amount of energy as 18 US homes per year)”, 2022년 미국신경과학회(SfN) 학회 참가자 2만 명의 이동 탄소발자국은 미국 가정 5,857채의 연간 에너지 사용량에 해당한다.
환경사회신경과학(Environmental social neuroscience). 람, 아니카 뷔스(Annika Wyss), 브로슈, 토도로바, 도엘 등은 친사회적 행동의 사회신경과학을 친환경 행동으로 확장하는 하위분야를 정식화했다(Kühn 편 Environmental Neuroscience, Springer 2024). 여기서 멘탈라이징(mentalizing), 조망수용(perspective-taking), 세대 간 의사결정이 핵심 주제로 떠오른다.
중심 리뷰, 2025. 이 리포트의 중심 문헌이다. 보리아나 토도로바(Boryana Todorova), 막시밀리안 슈타이닝거, 클라우스 람, 킴벌리 도엘이 Current Opinion in Behavioral Sciences에 「Neuroscience and climate action: intersecting pathways for brain and planetary health」(63권, 101522)를 발표했다. 이 리뷰가 실린 특집호 「Behavioral Science for Climate Change」는 마달리나 블라스체아누(Madalina Vlasceanu)와 그레이스 린지(Grace Lindsay)가 편집했다. 이 논문은 “뇌를 위한 기후행동”과 “기후행동의 원동력으로서의 뇌”라는 두 축으로 이 분야를 재정리했다. 아래 2·3장은 상당 부분 이 리뷰를 따라간다.
신경학·정신의학 쪽의 합류. 2024년 Sisodiya 등은 Lancet Neurology에 「Climate change and disorders of the nervous system」을 발표하며 기후변화가 다양한 신경·정신질환의 발생과 중증도를 높인다는 증거를 종합했다. 같은 해 Metzen과 Ocklenburg의 『The Psychology and Neuroscience of the Climate Crisis』(Springer)가 출간되어 심리학과 신경과학을 통합했다.
“환경 의사결정 신경과학”의 명명, 2026. 2026년 1월, 베른대학교의 다리아 크노흐(Daria Knoch)와 아니카 뷔스가 Nature Reviews Neuroscience(27권 151–152쪽)에 「Environmental decision neuroscience connects the brain to climate action」을 실었다. 이들은 이 하위분야가 지속가능한 행동의 핵심으로 굳어지고 있는 세 가지 신경 기제를 정리했다. 베른 그룹은 이 계보에서 인과적 도구(뇌자극)를 사용하는 축을 대표한다.
그리고 오늘, 2026년 8월. The Transmitter의 디위어트 기사가 나온다. 5년치 조각들을 어떻게 하나의 분야로 엮을 것인가를 묻는다.
여기서 짚어둘 것이 있다. 위 계보는 압도적으로 인간 중심이다. fMRI, 뇌자극, 정책 개입, 63개국 메가연구. 그러나 같은 시기 완전히 다른 방에서 또 하나의 “기후 신경과학”이 자라고 있었다. 카블리 재단(Kavli Foundation)의 앤지 미카옐(Angie Michaiel)이 2021년부터 구축한 Neurobiology and Changing Ecosystems Initiative가 그것이다. 미카옐이 이 분야에 눈뜬 계기가 상징적이다 — 해수온 상승이 게(crab)의 위장신경절(stomatogastric ganglion)이 리듬 발화를 멈추는 “크래시” 온도를 바꾼다는 2021년 논문(J. Neurosci.)이었다. 브랜다이스의 이브 마더(Eve Marder)는 갑각류 신경회로의 개체 변이를 연구하다가 자기 데이터 속에 숨은 해수온난화의 흔적을 발견했다. 이 계보는 인간의 정책이 아니라 뉴런과 회로가 환경 변화에 어떻게 반응·적응하는가를 묻는다. 나는 이 두 계보가 아직 제대로 만나지 못했다고 본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 초파리가 있다(4장).

2. 필요성 — 왜 이 분야가 필요한가: 상호적 관계
기후 신경과학의 존재 이유는 뇌와 기후가 양방향으로 얽혀 있다는 데 있다. 토도로바 등의 2025년 리뷰는 이를 세 겹으로 풀어낸다.
2-1. 기후변화는 뇌를 해친다
리뷰의 Table 1은 기후변화 관련 환경요인과 신경·정신·사회인지 기능의 연관을 정리한다.
- 폭염(Heat): 편두통, 허혈성 뇌졸중 위험 증가, 다발성경화증 증상 악화. 조현병·물질사용·기분장애 등 정신질환의 급성 발현과 응급실 방문 증가. 정신건강 관련 사망률 증가. 인지수행 저하. 대인폭력 증가(Hsiang 등 2013, Science). 위험 감수적 의사결정 증가.
- 대기오염(Air pollution): 신경염증(neuroinflammation), 허혈성 뇌졸중, 알츠하이머병 등 신경퇴행성 질환. 불안장애·물질남용·우울·조현병. 인지·의사결정 손상(특히 고령층). 범죄·비윤리적 행동 증가. 미세먼지는 해마 부피 감소와 연관(Balboni 등 2022).
- 기타 극한기상(허리케인·홍수·가뭄): 재난 후 PTSD·우울 증가, 불안·ADHD 증가, 기분장애·물질사용장애. 작업기억 결손, 주의력 결손, 전반적 인지기능 손상.
리뷰의 Table 2는 여기에 구조적 증거를 더한다. 기후불안(climate anxiety)은 중대상피질(midcingulate) 회백질 부피 감소와 연관되고(Carlson 등 2024, J. Anxiety Disord.), 아동기 한랭·고온 노출은 백질 미세구조 발달에 지속적 영향을 남긴다(Granés 등 2024, Nature Climate Change).
2-2. 뇌는 기후행동의 원동력이다
동시에 뇌는 기후를 완화할 수 있는 바로 그 행동의 원천이다. 즉각적 자기이익과 장기적 집단이익 사이의 긴장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가 —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어떤 개입도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동기, 정서반응, 인지통제, 조망수용의 신경 기제를 이해하는 일이 개입 설계의 전제가 된다. 뒤엠의 책이 지적한 “즉각적 보상에 매인 뇌”의 문제가 바로 이 지점이다.
2-3. 공편익(co-benefits) — 기후행동은 뇌에 직접 이롭다
리뷰의 가장 독창적인 축은 “뇌를 위한 기후행동”이다. 기후에 이로운 행동이 동시에 뇌에도 이로운 win-win 시나리오를 강조한다.
- 능동적 이동(active transport)·운동: 걷기·자전거는 배출을 줄이는 동시에 뇌혈류·혈관화를 늘려 산소·영양 공급을 개선하고, 신경발생(neurogenesis)을 촉진하며 신경염증을 줄이고 도파민·세로토닌 분비를 늘린다.
- 자연 노출(nature-based solutions): 자연 속 한 시간 산책이 두려운 표정과 사회적 스트레스에 대한 편도체(amygdala) 반응을 낮춘다(Sudimac 등 2022, Mol. Psychiatry). 자연 노출은 정서 관련 영역이 아니라 통각(nociception) 관련 처리에 작용해 진통 효과를 낸다(Steininger 등 2025, Nat. Commun.).
- 저탄소 식단: 식물 위주 식단은 인지기능과 연관되고, 섬유질이 풍부한 지속가능한 식단은 장내 미생물총을 건강하게 하여 장–뇌 축(gut–brain axis)을 통해 단쇄지방산 생성·인지·신경발생을 돕는다.
- 집단행동(collective action): 지역사회 환경 프로젝트·기후 옹호 활동은 사회적 연결과 집단효능감을 키워 고립감과 기후불안을 줄인다(Schwartz 등 2023).
- 간접 효과: 배출 감소 → 깨끗한 공기, 완화·적응 → 폭염과 극한기상 감소. 모두 뇌 건강을 지킨다.
리뷰의 Box 1은 여기서 전략적 함의를 끌어낸다. 이 공편익을 강조하는 소통이 자기이익을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 실제로 공중보건 프레임이 기후 프레임보다 기후정책 지지를 더 효과적으로 끌어냈다(Walker 등 2018; Dasandi 등 2022).

3. 기존 신경과학과의 차이 — 무엇이 이 분야를 새롭게 만드는가
전통 신경과학이 주로 기제(mechanism) 그 자체를 목표로 한다면, 기후 신경과학은 애초에 쓸모에 인도되는(use-inspired) 지향을 갖는다. 디위어트 기사가 말한 “guided research”가 바로 이것이다. 몇 가지 구체적 차이를 정리한다.
(1) 집단 수준 예측 — 신경예측(neuroforecasting). 전통 신경영상이 개인의 뇌 지도를 그렸다면, 여기서는 소수의 뇌 반응을 모아 인구 수준의 선택을 예측한다(Knutson & Genevsky 2018). 소 등(2022, NeuroImage)의 친환경 라벨 연구가 대표적이다 — 에코라벨이 붙은 전구를 평가할 때 개인의 보상 시스템 활성이, 유사 지속가능 제품에 대한 전국 소비자 수요를 예측했다. Falk 등(2011)은 금연 메시지에 대한 뇌 활성이 자기보고보다 실제 금연 성공을 더 잘 예측함을 보였고, Chan 등(2023, PNAS)은 신경신호가 문화를 가로질러 행동을 더 신뢰성 있게 예측함을 보였다.
(2) 암묵–명시 불일치의 폭로. 사람들은 친환경 광고를 선호한다고 “말”하지만, Vezich 등(2017)의 “단순 녹색 효과(mere green effect)” 연구에서 녹색 광고를 볼 때 보상·가치평가 영역(내측전전두피질 vmPFC, 복측선조체)의 활성은 오히려 낮았다. 자기보고로는 잡히지 않는 간극을 신경과학이 드러낸다.
(3) 지속가능성에 적용된 인과적 도구. 상관을 넘어 인과로 간다. 랑엔바흐 등(Langenbach 등 2022, Cortex)은 우측 측두두정접합(TPJ)을 경두개직류자극(tDCS)으로 자극해 세대 간 지속가능한 의사결정을 증가시켰다. 뷔스 등(2024, Front. Hum. Neurosci.)은 좌측 배외측전전두피질(dlPFC)에 억제성 HD-tDCS를 가해 지속가능한 선택을 변화시켰다. 베른의 크노흐 그룹은 이 인과 축을 대표한다.
(4) 뉴런에서 개입으로의 스케일업. 크노흐 그룹의 초기 연구는 멘탈라이징·조망수용 영역(TPJ)의 구조·기능적 연결성이 세대 간 지속가능 행동을 예측함을 보였다(Guizar Rosales 등 2022; Baumgartner 등 2023). 이후 TPJ 자극으로 인과성을 확인했고(Langenbach 2022), 마침내 블라스체아누 등의 63개국 개입 토너먼트(Vlasceanu, Doell, Bak-Coleman 등, 2024, Science Advances 10(6):eadj5778, 2024년 2월 7일 게재; 참가자 59,508명)에서 “미래 세대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게 하는” 멘탈라이징 기반 개입이 11개 개입 중 가장 효과적인 축에 들었다. 뉴런 → 개인 → 집단 → 전 지구로 이어지는 스케일업의 실례다.
(5) 실제 결과가 걸린 패러다임의 요구. 가설적 선택만 묻는 실험은 생태적 타당성이 낮고 친환경 행동을 과대추정한다는 비판을 받는다(Lange & Dewitte 2019). 그래서 이 분야는 실제 비용·결과가 걸린 패러다임을 요구한다. 뷔스 등(2024)은 참가자가 금전적으로 유리하지만 오염을 유발하는 선택과, 개인적 비용이 드는 탄소중립 선택 사이에서 결정하게 하고, 실제 탄소배출권 구매·소각으로 결과를 현실화했다.
(6) 방법론적 도구상자(Table 2). 구조적 MRI, 기능적 MRI·EEG·PET, 뇌자극(TMS·tDCS), 그리고 미래 방향으로서의 정신약리학(도파민·오피오이드 보상회로, 옥시토신·테스토스테론 등 호르몬). 정신약리학은 아직 대체로 “미래 방향”으로 제시된다는 점을 정직하게 짚어둔다.
(7) 학제성. 기후과학 + 의학 + 행동과학 + 신경과학의 결합. 그리고 전 지구적 뇌 건강 격차(Moguilner 등 2024의 “brain clocks”)를 고려하는 지구적 인구신경과학(global population neuroscience). 디위어트 기사의 “integration” 요구가 바로 이 지점을 겨눈다.

4. 초파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 비어 있는 무척추동물의 자리
여기까지가 현재의 기후 신경과학이다. 그리고 여기서 나는 이 분야의 가장 큰 사각지대를 지적하려 한다. 지금의 기후 신경과학은 거의 전적으로 인간 중심이다. fMRI, tDCS, 63개국 설문, 정책 프레이밍. 이 모든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인간 연구가 원리적으로 줄 수 없는 것이 있다 — 회로 수준의 인과적 기제, 세대를 압축한 진화 실험, 생태에 뿌리박은 신경유전학. 바로 그것을 무척추동물이, 특히 초파리가 준다.
나는 이 주장을 최근 내 블로그에 쓴 「초파리에서 곤충의 세계로」(heterosis.net, 2026년 8월 20일)에서 이미 펼쳤다. 지난 100년간 초파리 유전학의 정당화 논리는 “초파리는 작은 인간”이었다. 인간 질병 유전자의 약 75%가 초파리에 상동유전자를 갖는다는 저 유명한 숫자 — 그 원출처는 Reiter, Potocki, Chien, Gribskov & Bier(2001, Genome Research 11:1114–1125)로, 인간 질병 유전자를 초파리 유전체와 교차 분석한 결과 “광범위한 질환을 아우르는 인간 질병 유전자의 75%가 초파리에 상동유전자를 갖는다”고 밝힌 데서 나왔다 — 는 통계라기보다 의과대학과 제약회사의 문을 통과하는 여권에 가까웠다. 나 자신이 그 전략의 수혜자다. 그러나 우리는 곤충 한 마리를 빌려 인간을 이해하는 동안, 정작 곤충에 대해서는 할 말이 별로 없는 사람들이 되었다. 기술된 동물 종을 보면 이 편향이 얼마나 기이한지 드러난다 — Stork(2018)의 집계에 따르면 곤충은 약 95만~100만 종으로, 기술된 진핵생물 전체(약 180만 종)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나는 「초파리는 곤충이다」(주간경향 ‘김우재의 플라이룸’ 52회)에서도 같은 말을 했다 — “초파리는 곤충이다. 하지만 초파리 연구자들은 초파리가 곤충이길 원하지 않는다.”
기후 신경과학은 이 오래된 편향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그러나 기후위기의 가장 급한 신경생물학적 문제들은 인간의 두개골 안이 아니라 생태계 안에 있다. 그리고 그 생태계의 다수는 곤충이다.
4-1. 초파리 온도감각 회로 — 이미 밝혀진 기제의 보고
기후변화의 핵심 변수는 온도다. 그리고 초파리는 온도를 어떻게 감각하고 어떤 온도를 선호하는지가 분자·회로 수준에서 가장 정밀하게 밝혀진 동물이다.
- TRP 채널과 Gr28b. TRPA1은 뇌의 전방세포(anterior cell, AC) 뉴런에서 ~25°C 이상의 온난을 감지하는 내부 온도센서로 작동하며, 얕은 온도구배에서 서서히 발달하는 선호 반응을 제어한다(Hamada 등 2008, Nature). 반면 가파른 온난 구배에서의 빠른 회피는 TRPA1이 아니라 미각수용체 Gr28b(D)가 말초 온도감각세포에서 담당한다(Ni 등 2013; Garrity 연구실). 미각수용체가 온도감각을 한다는 것은 예상 밖의 발견이었다.
- 냉감각의 IR 삼총사. 더듬이의 냉각세포(cooling cells)에서 IR21a, IR25a, IR93a가 냉수용체를 구성한다(Gallio 연구실; Ni 등). 유충에서도 이 세 IR이 초기 유충의 냉회피와 온도선호 전환을 좌우한다(PLOS Genetics 2021).
- 온도선호 리듬(TPR). 성체의 온도선호는 하루 주기로 변동하는 리드미컬한 과정이며, 여기에는 시계뉴런과 도파민 회로, 그리고 예측적(anticipatory) 온도 회로가 관여한다. 온도감각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온도의 하루 리듬을 예측해 행동을 조절한다.
이것이 핵심이다. 인간 기후 신경과학은 “폭염이 인지를 손상시킨다”는 상관을 보고할 수 있을 뿐, 어떤 뉴런의 어떤 채널이 그 손상을 인과적으로 매개하는지 말하지 못한다. 초파리는 말할 수 있다. Table 2가 인간 뇌자극에서 “미래 연구가 폭염으로 인한 인지손상을 외부자극으로 완화할 수 있는지 검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미래형으로 적은 바로 그 질문을, 초파리에서는 유전학으로 지금 당장 인과적으로 해부할 수 있다.
4-2. 온난화가 곤충의 뇌·행동·번식에 미치는 영향
온도는 변온동물(ectotherm)의 신경기능을 직접 좌우한다. 미세한 온도 변화가 시냅스 소포 방출과 시냅스전 가소성 기제를 크게 바꾸고, 온도 상승은 막 특성을 바꿔 신경 흥분성, 활동전위의 생성·전파속도·지속시간을 변화시킨다. 변온동물의 뇌는 발생기 온도에 놀랍도록 가소적이지만, 온난화가 어떤 임계값을 넘으면 뉴런 발달에 해롭다(“변온동물의 뇌는 온난화에 취약한가?”, Trends Ecol. Evol. 2021). 곤충의 열 반응에 대한 생리·진화·생태를 종합한 리뷰(González-Tokman 등 2020, Biological Reviews)는 이 문제의 폭을 보여준다. 곤충 개체군의 급격한 감소 — 그 원인과 규모에는 논쟁이 있으나 방향에는 논쟁이 거의 없다 — 에는 신경과학적 차원이 있으며, 이는 지금까지 거의 탐구되지 않았다.
4-3. 기후 관련 신경적응의 기제 모델로서의 초파리
초파리는 기후 적응의 진화를 실험실에서 압축해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동물이다.
- 위도 클라인(latitudinal cline)과 계절적응. 시계유전자 period의 3′ UTR에 있는 dmpi8 인트론의 온도민감 스플라이싱이 한낮의 시에스타 길이를 조절하고, 미국 동해안·호주 동해안의 야생 개체군에서 이 스플라이싱 효율의 자연변이가 위도에 따른 클라인을 이룬다(PLOS 계열). timeless, cryptochrome, Clock의 polyQ 등 여러 시계유전자에서도 기후구배와 연관된 자연변이가 보고된다(2026년 bioRxiv 포함). Drosophila littoralis에서는 신경펩타이드 PDF의 발현·진동 패턴이 위도 클라인을 이루며 계절적 휴면(diapause) 타이밍과 연결된다(Open Biology 2025).
- 냉·열 경화(hardening)와 내성 유전학. 극지방 유래 초파리 종일수록 냉내성이 높고 저온에서 K⁺ 균형을 더 잘 유지한다. 저온 순화된 D. melanogaster는 극한 한랭에 더 잘 견딘다. 곤충의 냉내성은 말피기관과 직장의 저온 기능 유지에 달려 있으며, 이는 신경내분비 조절 아래 있다.
- 신경펩타이드 스트레스 회복력. 이것이 내 연구와 가장 가깝게 만나는 지점이다. 코라조닌(corazonin)은 삼투·냉스트레스 생리를 조율하는 신경펩타이드로, CAPA 이뇨호르몬 방출을 억제해 건조내성과 냉혼수(chill-coma) 회복을 조절한다(PLOS Genetics 2021). sNPF와 코라조닌을 공발현하는 뇌 뉴런(DLP)이 인슐린 생산세포를 조절해 스트레스 반응과 대사를 통제한다(Kapan 등 2012). 침입해충 D. suzukii에서는 CAPA가 건조·냉스트레스 반응 유전자로 작동한다(Pest Manag. Sci.). 나는 이 흐름을 온도·영양 스트레스 하 곤충의 펩타이드성 신호에 관한 “신경내분비 회복력(neuroendocrine resilience)” 틀로 정리해 왔다.
4-4. 나 자신의 연구가 놓이는 자리
나는 하얼빈공대 HIT 생명과학센터에서 초파리 수컷의 교미시간(mating duration)과 분 단위 시간지각(interval timing)을 신경펩타이드 회로의 관점에서 연구한다. 경쟁자 노출이 교미시간을 늘리는 LMD와 사회·성적 경험이 교미시간을 줄이는 SMD를, PDF/NPF 시계뉴런 회로(Kim, Jan & Jan 2013, Neuron)와 SIFamide 중심의 신경펩타이드 릴레이(central–peripheral relay)로 설명해 왔다. SIFamide, sNPF, ITP, 코라조닌으로 이어지는 펩타이드성 뇌–기관 축, 신경–교세포(glia) 상호작용을 통한 에너지 균형, 그리고 추위 적응 유전학이 내 실험대 위에 함께 있다.
이 주제들은 얼핏 기후와 무관해 보인다. 그러나 다시 보라. 교미시간과 시간지각은 온도에 민감한 대사·펩타이드 상태의 함수다. 코라조닌·CAPA·sNPF는 냉·건조 스트레스 회복의 핵심 노드다. 내가 재는 latency 하나, 내가 들여다보는 펩타이드 회로 하나가, 실은 “온도와 영양 스트레스 아래 곤충의 뇌가 어떻게 항상성을 지키는가”라는 기후 신경과학의 질문과 곧바로 이어진다. 스톱워치 하나와 눈 하나로도 이 질문에 다가갈 수 있다.
4-5. 큰 그림 — “변화하는 생태계 속 뇌와 신체 생리”
이 무척추동물의 자리는 이미 학계가 준비하고 있다. Nature Neuroscience를 비롯한 네이처 계열 저널들은 Communications Biology, Nature Communications, Scientific Reports와 공동으로 「Brain and body physiology in changing ecosystems」 컬렉션을 열어, 환경 스트레스(온도·빛·pH·오염물질)에 대한 뇌·신체 반응을 분자·세포·회로 스케일에서 다루는 연구를 모으고 있다. 실제로 이 컬렉션에는 지질효소가 이온성 수용체 발현을 조절해 초파리 유충의 냉회피를 유지한다는 논문이 포함되어 있다. 미카옐과 에이미 버나드의 「Neurobiology and Changing Ecosystems」(Front. Neural Circuits 2022; J. Neurosci. 2023)는 이 프로그램의 선언문이다 — 신경계가 급변하는 생태계에 어떤 회로는 회복력을, 어떤 회로는 취약성을 보이는지 예측할 틀이 아직 없다는 것.
바로 여기에 초파리의 자리가 있다. 인간 쪽 기후 신경과학(정책·개입·fMRI)과 생태 쪽 신경생물학(회로·적응·진화)이 아직 만나지 못한 그 빈 경계면 — 디위어트 기사가 말한 “통합”이 가장 절실한 곳이 바로 여기다. 초파리는 이 둘을 잇는 다리다. 기제적 신경과학과 행성 규모의 변화생물학 사이의 다리.

5. 맺으며 — 곤충의 날개를 단 기후 신경과학을 위하여
디위어트의 기사는 인간 기후 신경과학이 조각들을 어떻게 통합할지를 묻는다. 나는 거기에 한 가지를 더하고 싶다. 통합의 지도에는 무척추동물이라는 대륙이 통째로 빠져 있다. 인간 연구는 상관과 예측, 정책 설계에서 강하다. 그러나 “온도가 정확히 어느 뉴런의 어느 분자를 통해 인지와 행동을 바꾸는가”, “한 개체군이 수십 세대 만에 기후에 어떻게 적응하는가”라는 인과·진화의 질문 앞에서는 초파리가 압도적으로 강하다.
모건과 브리지스의 플라이룸이 20세기 유전학의 공유지(commons)였듯이, 초파리는 기후 신경과학에서도 공유지가 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유전학 도구상자 — GAL4/UAS, CRISPR, 광유전학, 커넥톰, 단일세포 전사체 — 를 손에 쥔 공동체가, 이제 그 도구를 인간의 대리인이 아니라 곤충 그 자체를 위해, 그리고 변화하는 행성을 위해 돌릴 때다.
기후 신경과학이 진정으로 통합되려면, 인간의 fMRI 옆에 초파리의 온도감각 회로가 놓여야 한다. 그것이 이 젊은 분야가 “조각난 연구들을 넘어서는” 한 가지 길이라고, 나는 하얼빈의 작은 실험실에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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