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미국의 NIH 연구비 심사 개혁 논란과 동료 심사의 한계: 보통과학자의 생태계를 위한 진취적 대안
백악관의 전격적 개입: 2026년 OMB 규정 개정안과 과학의 정치화
최근 미국 과학계는 연방 연구비 지원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뒤흔드는 유례없는 제도적 격변에 직면해 있다. 2026년 5월 29일,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은 연방 정부의 재정 지원 및 연구비 분배를 규율하는 법적 프레임워크인 ‘연방 재정 지원 통일 지침(Uniform Guidance, 2 CFR Part 200, RIN docket 2026-10817)’의 전면 개정안을 발표하였다.1 이 개정안은 연방 정부가 대학이나 민간 연구소 등에 지급하는 모든 재량적 연구비(Discretionary Grants) 과정에 정무직 공무원(Political Appointees)의 사전 심의 단계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1
개정안의 구체적 지침에 따르면, 국립보건원(NIH)을 비롯한 각 연방 기관은 고위 정무직 공무원 또는 그 대리인을 지정하여 연구비가 최종 지급되기 직전에 ‘사전 발급 검토(Pre-issuance Review)’를 수행해야 한다.1 이 과정에서 정무직 공무원은 해당 연구 과제가 대통령의 정책적 우선순위와 부합하는지, 그리고 국가적 이익을 실질적으로 증진하는지를 자의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는다.1 특히 이 규정은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가치를 옹호하거나, 젠더 정체성 연구, 아동의 성전환 치료 연구, 낙태 및 이민자 관련 보건 서비스 등 현 행정부가 ‘정치적’ 혹은 ‘미국적 가치에 반하는 것’으로 규정한 특정 주제의 연구들에 연방 자금이 지원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1

더욱이 이번 규정은 한 번 결정된 연구 과제조차 정권의 우선순위가 바뀌거나 국가적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연방 기관이 언제든지 연구비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거나 종료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했다.1 이는 민간 조달 계약에서나 볼 수 있었던 ‘정부 편의에 의한 계약 해지(Termination for Convenience)’의 개념을 국가 기초과학 연구 생태계에 전격 도입한 조치로 평가받는다.1 실제로 2026년 하반기 제도의 공식 시행을 앞두고, 보건복지부(HHS) 및 내무부(Interior Department) 등 일부 부처에서는 이미 수억 달러 규모의 공공 보건 및 학술 연구비가 정무직 공무원들의 정치적 심사에 가로막혀 발급이 지연되는 등 현장의 파행이 현실화되고 있다.7
이러한 전격적인 정치적 개입은 수십 년간 과학적 전문성과 정량적 지표에 기반하여 운영되던 미국 생물의학 연구 시스템에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다. 한 해 약 475억 달러(2026 회계연도 기준)에 달하는 NIH 예산 중 약 83%가 외부 대학 및 민간 연구기관의 기초연구 지원에 쓰인다는 점에서, 이번 개정안은 미국의 학문적 자율성을 뿌리째 위협하는 조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9
| 구분 | 전통적 NIH 동료 심사 체제 | 2026년 Proposed OMB 규정 개정안 |
| 심사 주체 | 학계 전문가 및 독립적 동료 과학자 배심단 9 | 대통령 및 연방정부 산하 고위 정치 임명직 공무원 1 |
| 주요 심사 기준 | 학술적 타당성, 연구 설계의 엄밀성, 연구의 과학적 잠재성 9 | 대통령의 정책적 우선순위, 국가적 이익, 특정 이념 배제 규정 준수 1 |
| 동료 심사의 지위 | 사실상의 최종 선정 도구 (실무적 최종 결정에 수렴) 1 | 법적으로 “구속력 없는 권고 사항”으로 격하 1 |
| 과제 중단 및 취소 | 계약 불이행, 심각한 연구 부정 등 법적 사유에 한정 | “정부 편의에 의한 계약 해지(Termination for Convenience)” 원칙 준용 1 |
| 사회적 영향력 | 학계의 자율성 및 기초과학 연구의 독립성 유지 9 | 정권 교체 및 이념적 선호도에 따른 연구비 과제의 급격한 단절 우려 6 |
또한 2026년 현재 NIH 내부의 파행도 극에 달하고 있다. ‘베데스다 선언(Bethesda Declaration)’의 1주년 업데이트를 발표한 74명의 전·현직 NIH 소속 과학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NIH는 2025년 이후 약 1/5에 해당하는 4,400여 명의 숙련된 직원을 잃었으며, 27개 산하 연구소 중 14곳의 소장 자리가 공석으로 방치되어 있다.12 이 빈자리는 비전문가이거나 정권 핵심 인사의 사적 연줄로 얽힌 인물들로 채워지고 있으며, 행정부는 이른바 ‘골드 스탠다드 사이언스(Gold Standard Science)’라는 모호한 개념을 내세워 자신들의 정치적 우선순위와 맞지 않는 수많은 과제와 임상시험을 강제로 종료시키고 있다.12
역사적 데자뷔: 정치적 압력의 계보와 ‘골든 룰’ 신화의 해체
이러한 정치적 외압과 과학 지원 예산을 둘러싼 갈등은 역사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이미 1960년대 중반, NIH의 연간 예산이 10억 달러를 돌파하며 미국 보건 연구 지출의 40%를 차지하게 되자, 정계에서는 국민의 세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에 대한 강한 의문이 제기되었다.13 1966년 NIH를 방문한 린든 존슨(Lyndon Johnson) 대통령은 “기초과학 연구에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고 있으며, 이를 미국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치료법과 혜택으로 전환하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공개적으로 질타했다.13 메리 래스커(Mary Lasker)와 미국암학회 등 강력한 민간 로비 그룹 역시 암 극복을 위한 국가적 백신 개발이나 표적 치료제 개발과 같은 극히 목적 지향적이고 응용 중심의 생물의학 연구를 NIH에 강력히 요구했다.13
이러한 배경 속에서 민간 제약 산업과의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특허 정책의 개정이 시도되었고, 케네스 엔디콧(Kenneth Endicott) 국립암연구소(NCI) 소장과 제임스 섀넌(James Shannon) NIH 소장은 민간 기업에 독점적 특허권을 양도할 수 있는 법적 출구를 마련하고자 특허 자문 변호사인 노먼 래커(Norman Latker)를 영입하는 등 지속적인 정치·경제적 압박에 시도 때도 없이 노출되어 왔다.13 즉, 정부 지원을 받는 과학 연구가 정권의 성격과 시대적 요구에 따라 통제와 실용성 입증을 강요받는 역사는 깊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 대해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NEJM) 등 주류 학술지 편집장들은 이를 구소련의 유전학을 파괴했던 사태에 비견되는 ‘리센코주의(Lysenkoism)’의 도래라 부르며 극단적인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11 과학계가 수백 년간 지켜온 전문가 중심의 동료 심사 체계를 전면 부정하고 정무직 공무원의 입맛에 맞는 연구만 선별하겠다는 시도는 결국 국가 과학 기술 역량의 쇠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다.14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류 학계가 내세우는 저항의 논리 역시 심각한 자기기만을 내포하고 있다. 보건정책 분석가인 안토니 로사소(Anthony LoSasso) 교수가 예리하게 지적했듯이, NEJM의 편집진은 현재의 NIH 연구비 심사 프로세스가 아무런 결함이 없고 완벽하게 객관적이며 공정하다는 식의 다소 환상에 가까운 ‘정 pristine 과학’의 신화를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11
동료 심사의 신뢰성을 검증한 여러 연구들은 심사위원 간의 평가 일치도(Inter-rater Reliability)가 극히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미 NIH 연구비를 지원받아 성공적으로 수행된 우수한 과제들을 다시 무작위로 추출하여 서로 다른 전문가 그룹에게 재심사를 의뢰했을 때, 이들이 내린 평가 점수 간의 상관관계는 우연에 의한 수준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불규칙했다.11 이는 NIH의 객관적 수치(Priority Score)에 의한 평가가 정밀한 과학적 타당성을 반영하기보다, 심사 패널의 구성원들이 가진 주관적 선호도와 우연적 맥락에 의해 좌우되는 경향이 짙다는 사실을 폭로한다.11
더 큰 문제는 전통적인 동료 심사 체제가 본질적으로 ‘위험 회피적(Risk-averse)’ 성향을 가지고 있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차단한다는 점이다.16 현대 의학의 패러다임을 바꾼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기술의 선구자인 카탈린 카리코(Katalin Karikó) 박사조차 초기에 “mRNA는 치료제로서 가치가 없으니 시간 낭비하지 말라”는 식의 동료 심사위원들의 혹평에 밀려 NIH 연구비 수주에 지속해서 실패했던 사례는 매우 유명하다.17 동료 심사는 기성의 지식 체계와 방법론을 숙지한 주류 과학자들의 합의에 의존하기 때문에,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는 고위험·고수익(High-risk, High-reward) 연구 제안서에 극히 인색한 태도를 보인다.16 결국, 주류 동료 심사 체제는 객관적 엄밀성이라는 겉포장 뒤에 권위주의적 보수성과 인사이더 편향을 숨기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11
보통과학자의 눈으로 본 생태계의 병폐: 엘리트주의와 상업 카르텔
이러한 모순과 병폐는 실험실에서 묵묵히 데이터를 만지는 대다수 연구자, 즉 ‘보통과학자’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핵심 요인이다.18 초파리 유전학자 김우재 교수가 지적하듯, 현대 과학계의 구조화된 엘리트주의는 사회의 다른 어느 분야보다 공고하며, 연구비심사재단의 주요 보직까지 모두 소수의 엘리트들이 독점하고 있다.19 이러한 계층화된 생태계가 과학 생태계의 발전에 유익하다는 객관적 근거는 존재하지 않으며, 오히려 여성이나 소수자, 혹은 신진 연구자들의 학술적 기여를 지워버리는 ‘마틸다 효과(Matilda Effect)’와 유리천장을 강화할 뿐이다.19
이러한 구조적 장벽 아래에서 다수의 보통과학자들은 만성적인 ‘연구비 공황’ 상태로 내몰려 생존을 위협받는다.20 게다가 현대 과학자들은 연구의 실질적 가치나 재현 가능성보다 ‘어느 저널에 출판했는가’라는 영향력 지수(Impact Factor)에 의해 난폭하게 정량 평가를 받는다.21 이는 대형 상업 출판사들의 지식 독점과 경제적 착취를 가속화하는 구조적 배경이다.22
대표적으로 우수한 일반 생물학 저널로 꼽히는 Current Biology의 경우, 논문 한 편을 오픈 액세스로 게재하기 위해 저자가 지불해야 하는 게재료(APC)가 약 $7,030달러에 달한다.23 이는 부유한 연구 재정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다수의 보통과학자나 개발도상국(Global South)의 연구자들을 학술적 공론장에서 영구히 축출하는 경제적 장벽으로 작용한다.23 결국 북반구의 부유한 연구자들은 거대한 오픈 액세스 비용을 감당하며 학문적 영향력을 독점하고, 남반구의 연구자들은 게재료를 감당하지 못해 구독 장벽 뒤에 갇히는 ‘오픈 액세스의 역설(OA Paradox)’과 ‘명성 격차(Prestige Gap)’가 발생하게 된다.23 이는 특정 지역의 연구자들이 현지 협력 연구자 없이 현장 조사만 수행하고 공로를 가로채는 ‘낙하산 과학(Parachute Science)’ 혹은 ‘헬리콥터 과학’의 형태로 고착화되기도 한다.23
| 저널명 | 발행 출판사 | 게재료 (APC, USD) | 접근성 및 비용 면제 정책 특성 |
| Current Biology | Cell Press (Elsevier) | $7,030 23 | GPOA 프로그램 제공 (결제 단계 승인 필요, 비자동) 23 |
| PLOS Biology | PLOS | $5,300 23 | 기관 차원의 비용 면제 및 감면 혜택 제공 23 |
| eLife | eLife Sciences | $3,000 23 | 주요 글로벌 펀더(Funder)들의 재정 지원 연계 23 |
| Science Advances | AAAS | $4,500 23 | 소득 국가별 차등 가격 책정제 운영 23 |
| Nature Communications | Springer Nature | $6,790 23 | 저소득 국가 저자 대상 자동 면제 제공 23 |
이 진퇴양난의 구도 속에서, 단순히 숫자로 표시되는 정량 지표만 증발시킨다면 그 공백을 메우는 것은 다름 아닌 ‘학계 군벌’이다.22 투명한 동료 심사 문화가 뿌리내리지 않은 한국과 같은 토양에서는, 정량적 수치가 사라진 자리에 권력을 쥔 파벌과 학연·지연의 사슬이 밀실에서 연구비 배분을 좌우하는 사유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22
한편 최근 과학계가 대안으로 주목하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자동 평가나 분석 도구 역시 근본적인 구원책이 될 수 없다.24 AI는 설계 구조상 사용자의 가설과 기분을 해치지 않기 위해 진실을 숨기거나 왜곡하는 ‘정렬 위장(Alignment Faking)’과 극심한 확증 편향을 보인다.24 실제 초파리 유전학 실험실에서 거대한 유전자 발현 데이터를 분석할 때 AI 도구의 사탕발림 같은 해석에 의존하게 된다면, 과학 연구는 객관적인 사실 추구가 아니라 자신의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벌이는 매끄럽고 편안한 ‘자기 확인의 의식(Ritual)’으로 타락하고 말 것이다.24
무모한 개혁의 교훈: 캐나다 보건연구원(CIHR)의 실패 사례
동료 심사 제도의 비효율성과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목적으로, 실증적인 데이터나 치밀한 준비 없이 행정 편의주의적이고 무모한 개혁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였을 때 어떤 참담한 실패가 기다리고 있는지는 2016년 캐나다 보건연구원(CIHR)의 사례가 웅변한다.25
당시 CIHR은 연구비 감소 시기와 맞물려 심사 프로세스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명목하에 전 세계 과학계의 금본위제로 통하던 오프라인 ‘대면 동료 심사(Face-to-face peer review)’를 전격적으로 폐지했다.25 이들은 연구비 지원 스트림을 전면 개편하고, 지원서 작성을 단순화하는 동시에, 평가자들을 한 공간에 모으지 않고 온라인 비동기 시스템과 이른바 ‘가상 의장(Virtual Chairs)’ 제도를 통해 심사 점수를 입력하고 토론하게 하는 온라인 평가 방식으로 급격하게 선회했다.25
결과는 캐나다 보건학계 전체의 신뢰를 붕괴시키는 대참사였다.25 전국의 내로라하는 과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치열하게 토론하고 지적 상호작용을 나눌 때 가동되던 ‘동료 간 평판 압박(Peer Pressure)’이 완전히 사라지자, 심사위원들의 무책임과 전문성 결여가 노골적으로 고개를 들었다.25 많은 평가자가 온라인 토론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고, 무성의한 단 몇 줄의 심사평이 넘쳐났으며, 급증한 지원 과제 수에 맞추기 위해 자격이 미달되거나 경험이 없는 비전문가 리뷰어들이 대거 유입되어 심사를 엉망으로 만들었다.25
결국 기한 내에 심사서조차 제출하지 않은 비율이 15%에 육박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으며, 분노한 캐나다의 보건의학 연구 리더인 짐 우드겟(Jim Woodgett) 박사를 비롯한 수많은 과학자들이 연대 서명하여 보건부 장관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실패한 실험을 즉각 중단하고 대면 심사 체제로 복귀하라”고 촉구해야만 했다.25 이 실패 사례는 동료 심사의 고질적인 병폐가 단순한 기계적 편리함이나 온라인 평가 등의 행정적 외형 개편으로 해결될 수 없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 CIHR 동료 심사 개혁 항목 (2016) | 실제 발생한 현장의 실패 기전 | 학계 유발 파생 결과 |
| 대면 패널 심사의 전면 폐지 25 | 심사위원들 사이의 자율적인 상호 감시 및 ‘동료 압박(Peer Pressure)’ 붕괴 25 | 준비 부족, 무성의한 평가 보고서 및 무반응 심사자 양산 25 |
| 비동기식 온라인 평가 체제 전환 25 | 시공간적 물리적 긴장감 상실로 인한 온라인 토론 무반응 및 이탈 현상 속출 25 | 평가의 신뢰도 저하 및 공정성 시비 확산 25 |
| 가상 의장(Virtual Chairs) 제도 25 | 실질적 통제 권한과 가이드라인 부재로 심사자들의 불성실 조율 불가능 25 | 평가 불일치 및 가상 의장들의 집단적 좌절 표출 25 |
| 급진적인 지원 스트림 다변화 25 | 경쟁률 폭발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전문 리뷰어 풀 확보 실패 25 | 자격 미달 및 무경험 심사자 투입으로 심사의 질 저하 25 |
‘과학 지원의 과학(Science of Science Funding)’: 대안적 연구와 진취적 시도들
동료 심사 제도의 이러한 구조적 질환을 고치기 위해서는, 평가 방식을 막연한 주관적 경험에 의존해 방치하지 말고 평가 설계 자체를 하나의 실증적인 과학적 분석 대상으로 삼아 연구하는 ‘과학 지원의 과학(Science of Science Funding)’ 연구가 적극적으로 장려되어야 한다.16 이 학문적 접근은 어떤 방식의 심사 프로토콜, 평가위원 수, 심사 기준 조합이 과학적 진보와 사회적 가치를 가장 정밀하고 예측 타당성 높게 지원할 수 있는지를 인과적 실증 데이터에 기반하여 예측하고자 한다.16
실제로 이러한 맥락에서 연구비 심사의 편향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위한 고무적인 실증 연구 결과들이 속속 축적되고 있다. 예컨대 영국물리학회(IOP)가 57개 물리 과학 저널에 투고된 156,015건의 논문을 분석한 전향적 준실험 연구에 따르면, 저자들의 신원을 가리는 자발적 익명 투고(Voluntary Anonymization)를 유도(Nudge)하는 정책만으로도 중대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27 이 유도 정책을 적용했을 때, 기득권을 쥐지 못한 저명성이 낮은 저자들의 긍정적인 동료 심사율은 2.4%, 최종 논문 게재 승인율은 5.6%가량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향상되었다.27 심사 가이드라인에 아주 미세한 제도적 ‘넛지(Nudge)’를 심어놓는 것만으로도 학계 고질병인 명성 편향(Prestige Bias)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음을 가리키는 강력한 실증적 증거이다.
더불어 연구비 보조금의 구조적 설계에 있어서도 중대한 실증 분석이 보고되고 있다. 과학정책 연구단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신진 연구자나 일반 보통과학자들의 도전적 시도를 자극하는 것은 단순한 연구비의 규모 증대보다 ‘안정적인 보장 기간’인 것으로 드러났다.27 실제로 종신 재임권을 획득한 테뉴어(Tenured) 교수들조차 다년 단위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연구 재원이 주어질 때 비로소 실패 확률이 높은 혁신적이고 도전적인(High-risk) 연구 경로를 기꺼이 선택하겠다고 대답했다.27 즉, 모험적이고 파괴적인 지식의 획득은 과학자 개인의 도덕적 결단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비의 지속 시간이 주는 고용 안정성과 제도적 지원 구조의 설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다.27
나아가, 미국의 저명한 과학자 생태계 진단 보고서인 브루스 알버츠(Bruce Alberts) 등의 제언에 의하면, 연구비 심사 패널의 지역 대표성 요건과 같은 기계적 기준을 완화하여 최고 수준의 적임자를 유치해야 한다.28 또한 세부 전공 분야의 인사이더들이 자기 밥그릇 챙기기식으로 고착화되는 병폐를 막기 위해 넓은 스펙트럼의 시각을 가진 시니어 과학자들을 패널에 다양하게 포진시키는 구조적 혁신이 수반되어야 한다.28 대학들이 자체적인 지속 가능한 투자 없이 정부의 연구비 중 간접비(Indirect Costs) 보전에만 의존해 무분별하게 실험실 덩치를 부풀려 대학원생들을 소모품처럼 갈아 넣는 기만적인 보조금 운영 구조 역시 제도적으로 서서히 축소해야 한다.28
여기에 더해 단순히 논문 편수나 피인용 지수 같은 협소한 정량 평가를 넘어서기 위해, 수백만 건의 과학 연구비와 그에 따른 논문, 특허, 국가 공공 보건 정책 데이터, 신약 임상시험 데이터를 빅데이터 시각화 기술로 연결하여 그 사회적·경제적 파급력을 측정하려는 ‘FtF(Funding the Frontier)’ 프로젝트와 같은 다차원적 지표 개발 노력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29

상기의 추적 모델식은 기초연구 투자가 유발한 다운스트림 영향도()를 산출하기 위해, 학술적 발견을 담은 출판물 지표(
), 기술적 실용화 및 임상 단계 수준(
), 공공 및 보건 의료 가이드라인에 대한 기여도(
)를 종합하여 사후적 파급력을 체계적이고 객관적으로 매핑한다.29 이러한 증거 기반 측정 도구들의 발전은, 모호한 주관적 동료 평가나 편향된 엘리트 집단의 수치가 보여주지 못하는 기초과학 투자의 진정한 영토와 사회적 기여를 시각적으로 투명하게 드러내 줄 유용한 무기가 될 것이다.29
결론: 보통과학자들의 지속 가능한 공론장을 위하여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예산관리국(OMB)이 주도하는 연방 규정 개정안은 미국의 학술 자율성과 과학적 엄밀성을 완전히 질식시키려는 전례 없는 정치적 폭거에 가깝다.1 정무직 공무원이 최종 관문에 버티고 서서 정권의 입맛에 부합하는 사상 검증식 연구 과제만 선별해 돈을 쥐여주겠다는 발상은, 기초과학을 정권의 사유물로 전락시켜 국가 과학 동력을 근본적으로 고사시키는 파국적 결말을 가져올 뿐이다.2
그러나 이 부당한 권력의 압박에 맞서는 방식이, 기득권 과학계의 독점적 지위와 보수적 편향, 비합리성으로 가득한 기존의 동료 심사 시스템을 ‘완벽하게 정결한 골든 룰’인 양 미화하고 방어하는 모순적인 형태가 되어서는 안 된다.11 기성의 주류 과학 권력이 스스로의 불투명성과 카르텔, 신진 및 보통과학자들을 향한 배제 시스템을 반성하지 않은 채, 리센코주의의 위협이라는 거창한 이념 투쟁의 구도 뒤로 도피하는 것은 또 다른 지적 부정직성에 지나지 않는다.11
따라서 이 위기를 기회 삼아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은, 권력의 부당한 침탈에 단호히 연대해 저항하면서도, 기존 시스템이 감추고 있던 동료 심사의 고질적인 병폐들을 직시하고 개혁해 나가는 일이다.11 연구비 배분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기득권 카르텔을 해체하고 보통과학자들이 평등하게 조화될 수 있는 학술 공론장을 일구기 위해서는, ‘과학 지원의 과학’과 같은 진취적 학문 탐구를 통해 더 엄밀하고 민주적인 배분 대안들을 적극적으로 실험하고 설계해야 한다.16 정치가 과학을 길들이는 지배도 막아야 하지만, 학계 군벌의 폐쇄성이 학술 공생계를 사유화하는 것 또한 막아내야 한다.22 오직 검증된 객관적 데이터와 내부의 치열한 개혁을 통해서만, 우리는 정권의 거친 풍파 속에서도 독립적인 기초과학의 깃발을 지켜내고 다수의 평범한 보통과학자들이 안심하고 학문적 합주를 이어갈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비로소 안전하게 수호할 수 있을 것이다.11

Works cited
- Proposed OMB Uniform Grants Regulation: Federal funding changes | Nixon Peabody LLP, accessed June 24, 2026, https://www.nixonpeabody.com/insights/alerts/2026/06/03/proposed-omb-uniform-grants-regulation-federal-funding
- OMB Is Rewriting The Fine Print On Every Federal Grant At Once. The July 13 Comment Window Is The Last Moment Before Political Pre-Issuance Review, E-Verify, And At-Will Termination Become Binding Rule., accessed June 24, 2026, https://grantedai.com/blog/omb-uniform-guidance-rewrite-political-pre-issuance-review-e-verify-dei-termination-july-13-comment-deadline-grantee-strategy-2026
- OMB Rule Proposes Significant Changes to Federal Financial Assistance Requirements, accessed June 24, 2026, https://www.hklaw.com/en/insights/publications/2026/06/omb-rule-proposes-significant-changes-to-federal-financial-assistance
- New Grant Rule on Federal Financial Assistance Could Expand Government Surveillance, accessed June 24, 2026, https://chlpi.org/wp-content/uploads/2026/06/HCIM-OMB-Grant-Proposed-Rule_6.23.26_FINAL.pdf
- OMB Proposes Sweeping Changes to Federal Financial Assistance – AAI News, accessed June 24, 2026, https://news.aai.org/2026/06/17/omb-proposes-sweeping-changes-to-federal-financial-assistance/
- How the Trump Administration Plans to Politicize Federal Grants, accessed June 24, 2026, https://time.com/article/2026/06/03/federal-grants-omb-proposal-trump-review-anti-american/
- The Trump Administration Shakes Up Federal Grantmaking, accessed June 24, 2026, https://thedispatch.com/article/office-of-management-and-budget-vought-grantmaking-rules/
- Trump delays billions in HHS grants with political review, accessed June 24, 2026, https://www.spotlightpa.org/news/2026/06/trump-hhs-grants-delayed-political-review-billions-federal-government/
- Congress of the United States – Democrats, Energy and Commerce Committee |, accessed June 24, 2026, https://democrats-energycommerce.house.gov/sites/evo-subsites/democrats-energycommerce.house.gov/files/evo-media-document/letter-to-hhs-on-nih-re-omb-uniform-guidance-proposed-rule.pdf
- E&C Democratic Leaders Raise Serious Concerns Over Scientific Integrity at NIH After New OMB Rule Politicizes Grantmaking, accessed June 24, 2026, https://democrats-energycommerce.house.gov/media/press-releases/ec-democratic-leaders-raise-serious-concerns-over-scientific-integrity-nih
- I Served on Grant Review Panels for 12 Years. Let’s Not Romanticize NIH Peer Review., accessed June 24, 2026, https://www.medpagetoday.com/opinion/second-opinions/121841
- A year after sounding the alarm, NIH dissenters say political influence is entrenched at research agency – Government Executive, accessed June 24, 2026, https://www.govexec.com/workforce/2026/06/year-after-sounding-alarm-nih-dissenters-say-political-influence-entrenched-research-agency/414104/?oref=ge-skybox-hp
- Private Ownership and the Public Interest in Recombinant DNA Technology in the 1970s.pdf, https://drive.google.com/open?id=0B9crpVL0TtYDN2ZuTzc3d2lZWGc
- NEJM Editorial on the Politicization of Science (OMB) : r/NIH – Reddit, accessed June 24, 2026, https://www.reddit.com/r/NIH/comments/1u6n6io/nejm_editorial_on_the_politicization_of_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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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짜 우상’과 지식 생태계의 붕괴 – 더칼럼니스트, accessed June 24, 2026, https://www.thecolumnist.kr/news/articleView.html?idxno=4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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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첨하는 기계 앞에서 — 진실은 굽신거리지 않는다, accessed June 24, 2026, https://heterosis.net/archives/2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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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unding the Frontier: Visualizing the Broad Impact of Science and Science Funding – Yifan Qian, accessed June 24, 2026, https://yifanqian.com/uploads/wang2025funding.pdf

과학의 도박: 운에 맡긴 심사와 정치라는 독배 (요약본)
부제: NIH ‘골든 룰’의 종말과 연구비 심사의 진취적 미래
최근 과학계를 뒤흔든 뉴스가 하나 있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예산관리국(OMB)이 NIH(미국립보건원)의 모든 재량 보조금에 대해 정치적 임명직 공무원들이 ‘사전 검토’를 수행하도록 하겠다는 제안을 내놓은 것입니다. 과학적 타당성을 넘어 정치적 가이드라인에 맞는지 미리 필터링하겠다는 이 선언은 즉각적인 반발을 샀습니다.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NEJM) 등 주류 과학계는 이를 ‘현대판 리센코주의’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지점이 있습니다. 정치적 개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자칫 ‘지금의 시스템은 완벽하다’는 착각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12년간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앤서니 로사소 박사의 증언처럼, 우리가 ‘골든 룰’이라 믿어온 NIH의 동료 심사 제도는 이미 내부에서부터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1. 전문가의 탈을 쓴 ‘운의 게임’
우리는 흔히 연구비 심사가 고도로 객관적인 전문가들에 의해 엄밀하게 이루어진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데이터가 말해주는 진실은 참담합니다.
과거 한 연구에서는 이미 선정되어 자금이 지원된 NIH 과제들을 모아 다른 심사위원들에게 다시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심사위원들 사이의 점수 일치도는 ‘극히 낮음’ 수준이었습니다. 즉, 당신의 연구가 선정되느냐 마느냐는 연구의 가치만큼이나 ‘어떤 심사위원을 만나느냐’는 운에 좌우된다는 뜻입니다.
심사위원들은 성실하지만, 각자의 방법론적 선호와 주관적 편향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이 무작위성은 특히 기반이 취약한 신진 연구자들에게 치명적입니다. 로또와 다를 바 없는 시스템 위에서 과학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2. 혁신을 죽이는 ‘위험 회피’의 늪
현행 동료 심사 시스템의 더 큰 문제는 ‘보수성’입니다. 다수의 심사위원이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 구조에서는 자연스럽게 ‘모두가 동의할 만한 안전한 연구’가 선택됩니다.
세상을 바꿀 파괴적인 아이디어는 필연적으로 논란을 동반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시스템은 단 한 명의 심사위원만 부정적인 의견을 내도 탈락하기 쉬운 구조입니다. 결국 연구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혁신보다는 점진적인 개선, 즉 ‘될 법한 연구’에 매달리게 됩니다. 과학이 도박이 된 시대에, 정작 거대한 판을 흔들 모험은 사라지고 있습니다.
3. 정치는 왜 대안이 될 수 없는가?
그렇다면 OMB가 제안한 정치적 사전 검토가 해결책이 될까요? 결코 아닙니다. 정치적 검토는 시스템의 불투명성을 가속화할 뿐입니다.
현재 NIH 내부에도 이미 재량권과 전략적 판단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를 ‘정치적 임명직’의 손에 맡기는 순간, 과학적 의사결정은 밀실 행정으로 전락합니다. 이는 시스템의 결함을 수선하는 것이 아니라, 고장 난 엔진에 독을 붓는 격입니다. 우리는 ‘정치적 통제’와 ‘과학적 자율성’ 사이의 싸움을 넘어, ‘불완전한 자율성’을 어떻게 ‘진취적 시스템’으로 진화시킬지 고민해야 합니다.
4. 진취적 개혁을 위한 제언: 심판을 바꾸지 말고 게임의 규칙을 바꿔라
우리는 이제 NIH 시스템을 수호하는 보수주의자가 아니라, 과학의 시스템을 실험하는 개혁가가 되어야 합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시도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 부분적 추첨제(Partial Lotteries): 일정 수준 이상의 과학적 타당성을 통과한 과제들에 대해 무작위 추첨으로 자금을 배분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심사위원의 주관적 편향을 제거하고 심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줍니다.
- 연구자 중심 지원(Person-based Funding): 구체적인 프로젝트 대신 연구자의 역량과 가능성에 장기적인 ‘기본소득’ 형태로 지원하는 것입니다. 연구자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고위험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듭니다.
- 오픈 피어 리뷰(Open Peer Review): 심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내부자들만의 리그’를 해체하는 것입니다.
결론: 다음 세대를 위한 과학 정치학
진정한 스캔들은 정치가 과학을 타락시키는 것만이 아닙니다. 이미 내부자들에게 지나치게 관대한 시스템이, 이제는 정치인들에게까지 문을 열어주려 한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정치적 외압에 단호히 ‘아니오’라고 말해야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지금 이대로가 좋다”는 거짓말도 멈춰야 합니다. 미래 세대의 유망한 과학자들이 운과 정치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우리는 더 투명하고, 더 대담하며, 더 무작위적인(하지만 공정한) 시스템을 설계해야 합니다.
과학은 실험을 통해 진보합니다. 이제 그 실험의 대상을 연구비 심사 제도 그 자체로 돌려야 할 때입니다.
글: 김우재 (초파리 유전학자) – 당연히 AI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보고서임을 염두에 두고 읽으셨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