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경 아래, 수컷 한 마리가 암컷 앞에서 날개를 편다. 사람의 귀에는 닿지 않는 그 떨림을, 암컷의 존스턴기관은 정확히 읽어낸다. 나는 이 장면을 십 년 넘게 들여다보며 살아왔다. 구애가 시작되어 교미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 그 latency 하나를 재기 위해 몇 달을 매달린 적도 있다. 초파리 유전학자의 하루는 대개 그렇게, 눈 하나와 스톱워치 하나, 그리고 인내로 채워진다.

그런데 최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린 논문 한 편을 읽다가, 나는 내가 평생 들여다본 바로 그 장면 — 수컷의 노래에 반응하는 뇌 — 이 이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관찰되고 있다는 걸 알았다. 프린스턴대학의 말라 머시, 앤드류 라이퍼, 스테판 티베르주 연구진이 만든 이 현미경(light beads microscopy, LBM)은 초파리 뇌 14만 개 뉴런 전체를 가로세로 1미크론, 깊이 10미크론 간격의 해상도로 초당 스물여덟 번 통째로 찍어낸다. 기존 압전 스캐닝 방식의 초당 2.2번과 비교하면 열두 배가 넘는 속도다. 시야를 중심뇌로 좁히면 이 속도는 초당 예순 번까지 오르는데, 바로 이 설정에서 연구진은 36밀리초 간격으로 반복되는 수컷의 구애 노래 펄스 하나하나에 뇌의 어떤 세포들이 9밀리초 만에 반응하는지를 기어이 잡아냈다.
나는 이것을 “초파리 뇌의 fMRI”라 부르고 싶어졌다. 인간 뇌과학에서 fMRI가 혁명적이었던 이유는 하나다. 몸에 칼을 대지 않고도 뇌 전체를 한꺼번에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었다는 것. 다만 그 대가로 해상도와 속도를 크게 내주어야 했다. 몇 밀리미터의 복셀 안에 수십만 개의 뉴런이 뭉뚱그려지고, 사진 한 장을 얻는 데도 1초 가까이 걸린다. 이번 논문이 보여준 건, 초파리라는 동물이 너무 작고 너무 투명해서 그 트레이드오프 자체를 건너뛸 수 있다는 사실이다. 뇌 전체를 보면서도 축삭 하나하나를 구분하고, 그러면서도 인간 뇌과학자는 꿈도 꾸지 못할 밀리초 단위의 속도를 낸다. 작다는 것이 이토록 유리한 조건이 될 수 있다는 걸, 나는 이 논문을 읽으며 새삼 실감했다.

그런데 이 기계 뒤에 놓인 이름들을 하나씩 짚다 보면 이야기는 조금 다른 결을 띤다. 이 논문의 교신저자 중 한 명인 머시는 초파리 구애 노래 지각 회로 연구로 십수 년째 이름을 알려온 사람이다. 같은 교신저자인 라이퍼는 원래 예쁜꼬마선충 전체 뇌 이미징의 전문가였다. 머시에게는 최근 몇 년간 몰두해 온 또 다른 일이 있는데, 바로 세바스찬 승과 함께 공동 창립한 플라이와이어(FlyWire)다. 2024년 10월, 초파리 뇌 14만 개 뉴런과 5천만 개 시냅스를 모두 그려낸 완전한 커넥텀 지도가 네이처에 일곱 편 가까운 논문으로 한꺼번에 실렸을 때, 나는 그것이 신경과학의 한 시대가 문을 닫는 소리로 들렸다. 지도를 완성한 사람이, 이번엔 그 지도 위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 그러니까 신경 활동이라는 ‘동영상’까지 촬영할 카메라를 손에 넣은 셈이다. 지도와 카메라를 한 실험실이 함께 쥐는 순간, 이미 리그가 달라진다.
재미있는 건 이 지도의 출발점이 프린스턴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초파리 커넥텀이라는 아이디어를 처음 밀어붙인 사람은 자넬리아의 게리 루빈이었다. 이십 년 전 그는 이 작업을, 기존 방식대로라면 250명이 20년을 매달려야 하는 이른바 ‘5천 인년의 문제’라 부르며, 자넬리아라는 연구소 하나를 걸고 시작했다고 한다. 2020년 자넬리아가 내놓은 헤미브레인은 뇌의 삼분의 일 정도를 그린 부분 지도였다. 완전한 전체 뇌 지도를 완성한 것은 결국 프린스턴과 케임브리지 MRC 분자생물학연구소를 중심으로 전 세계 백여 개 연구실이 함께한 플라이와이어 컨소시엄이었다. 그렇다고 자넬리아가 손을 놓은 것도 아니다. 작년과 올해에 걸쳐 그들은 수컷 초파리의 뇌와 신경절 전체를 그린 또 다른 완전한 지도를 내놓았다. 어느 한쪽이 배턴을 넘겨받았다기보다는, 두 개의 제국이 나란히 굴러가고 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다만 세상의 이목과 표지 논문은 확실히 프린스턴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여기서 나는 이 판이 완전히 불공평하지만은 않다는 것도 인정해야겠다. 커넥텀, 그러니까 뇌의 ‘지도’ 자체는 누구나 내려받아 쓸 수 있는 공공재가 되었다. 루빈 스스로도 이 데이터라면 학부생 한 명이 신경과학을 뒤흔들 논문을 써낼 수 있을 만큼 지도가 완전히 민주화되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지도 위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을 찍는 이번 카메라는 얘기가 다르다. 5메가헤르츠 레이저와 나노초 단위로 시간차를 두는 광학 공동, 그것을 설계할 줄 아는 물리학자, 그리고 켁 재단과 슈미트 테크놀로지 펀드와 사이먼스 재단, 베이조스의 이름이 붙은 신경회로 센터에서 흘러드는 자금까지 — 이 모든 걸 한곳에 모을 수 있는 실험실은 지구에 몇 곳 되지 않는다. 지도는 나누어 가졌지만 카메라는 나누어 갖지 못했다. 부익부빈익빈이라는 오래된 말이 과학의 역사에서 이렇게 정확히 재연되는 것도 드문 일이다.
그러니 이 논문이 네이처가 아니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렸다는 사실도 나는 조금 다르게 읽는다. 어쩌면 이 분야가 이미 ‘발견’의 단계에서 ‘인프라 구축’의 단계로 넘어갔다는 신호일지 모른다. 실제로 지금 미국의 기초과학 예산은 크게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NIH 예산을 최대 사십 퍼센트, NSF 예산을 최대 오십칠 퍼센트까지 삭감하겠다는 안을 거듭 내놓았고, 의회가 그때마다 상당 부분 막아서긴 했지만, 올해 초 NIH의 신규 지원 건수는 이미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초파리 뇌 연구에 앞으로도 이만한 자본이 계속 흘러들지, 나는 정말로 낙관하기 어렵다.
공교롭게도 이 지도를 처음 그리겠다고 나섰던 자넬리아는 불과 몇 주 전, 설치류 신경과학 상당 부분을 접고 어른이 되어서도 몸이 투명한 물고기 다니오넬라로 연구소의 미래를 걸겠다고 발표했다. 이 얘기는 다른 지면에서 이미 길게 쓴 적이 있어 되풀이하진 않겠지만, 한 가지는 짚고 싶다. 판을 깔았던 바로 그 사람들이, 판이 어느 정도 완성되자 이미 다음 판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초파리 뇌 지도 그리기는 어쩌면 지금이 고점이고, 이제 완만하게 내려가는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건 아직 아무도 모른다. 두고 볼 일이다.
2014년, 나는 자넬리아가 만들어낸 초파리 행동학과 뇌과학 연구들 앞에서 완전히 압도되었다. 그 압도감이 실은 내 연구의 방향을 바꾸어 놓았다. 그로부터 십 년이 넘게 흘렀고, 나는 여전히 하얼빈의 작은 실험실에서, 베이조스의 이름이 붙은 센터도 슈미트의 펀드도 없이, 초파리 한 마리 한 마리의 구애와 교미와 추위 적응을 들여다보며 지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런 논문을 읽어도 이제는 예전 같은 부러움이 일지 않는다. 그들이 초당 예순 번 찍는 동안 나는 여전히 눈 하나와 스톱워치 하나로 충분하다. 해상도가 다르다고 해서 거기서 보이는 것의 의미까지 다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것이, 보통 과학자로 십 년 넘게 버틴 끝에 겨우 얻은 유일한 자산인지도 모르겠다.
참고: Gauthey, W. et al. High-speed whole-brain imaging in Drosophila. Nature Communications 17, 5810 (2026). https://doi.org/10.1038/s41467-026-72437-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