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Flyandbee, 김우재 (2014-)

NIH의 오가노이드 도박과 생물학적 실재의 문제

신약개발의 생산성 위기와 전임상 모델의 패러다임 전환

2022년 12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FDA 현대화법 2.0(FDA Modernization Act 2.0)’에 서명하는 순간, 1938년 이래 80여 년간 신약개발의 성역으로 군림해온 동물실험 의무 조항이 법전에서 삭제되었다. 이 사건을 단순히 동물보호 운동의 승리나 규제 합리화의 진보로 읽는 것은 너무 안이한 해석이다. 그 이면에는 제약 산업을 수십 년째 옥죄어온 ‘이룸의 법칙(Eroom’s Law)’—무어의 법칙과는 반대로, 연구개발비가 늘어날수록 승인 신약의 수는 줄어드는—의 처절한 실패가 자리하고 있고, 전임상 동물실험을 통과한 후보물질의 90% 이상이 임상에서 좌초하는 구조적 참담함이 놓여 있다.

국립보건원(NIH)의 전략적 선택: Complement-ARIE와 1억 5천만 달러의 도박

TGN1412 단일클론항체가 원숭이 실험에서는 멀쩡하다가 인간에게 투여되자 치명적인 사이토카인 폭풍을 일으켰던 사건은, 동물모델의 예측력이 “동전 던지기”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냉혹한 사실을 상기시킨다. NIH는 이 법적 전환에 호응하여 ‘Complement-ARIE’ 프로그램을 출범시키고 10년간 1억 5천만 달러를 오가노이드, 장기 칩, 컴퓨터 모델링 등 이른바 ‘신접근법(New Approach Methodologies, NAMs)’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그것이 생물학적 진실을 향한 용기 있는 전진인가, 아니면 기술적 하이프와 정치적 편의가 뒤엉킨 또 다른 형태의 유행인가? 초파리 연구실에서 유기체 전체를 들여다보며 수십 년을 보낸 사람으로서, 나는 이 질문을 그냥 흘려보낼 수가 없다.

오가노이드 기술의 잠재력과 그 이면의 생물학적 한계

오가노이드 진영의 논리는 분명 강력하고, 일부는 실제로 설득력이 있다. 줄기세포에서 유도한 3차원 자가조직화 구조체인 오가노이드는 쥐나 원숭이가 아닌 “인간 세포”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종간 차이(interspecies difference)라는 동물모델의 아킬레스건을 직격한다. 간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독성 테스트가 기존 동물실험에서 놓쳤던 약물 유발 간 손상을 87%의 정확도로 예측해냈다는 보고, 암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PDO)가 환자 개인의 약물 반응을 90% 이상의 정확도로 예측한다는 성과는 단순한 홍보가 아니다. 여기에 영장류 실험에 드는 비용—한 마리당 최대 5만 달러, 반복 투여 독성 시험에만 수 개월—을 고려하면, 제약 기업들이 더 빠르고 저렴한 인간 세포 기반 모델을 찾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이다. FDA 현대화법 2.0의 지지자들은 동물실험 의무화가 과학적 근거보다는 20세기 초의 규제 관성과 기득권에 더 많이 기대고 있었음을 지적하며, 이번 전환이 기술적 자신감과 경제적 동기, 그리고 윤리적 요구가 마침내 일치한 역사적 변곡점이라 주장한다. ORIVA(연구혁신·검증·응용국)의 설립과 8700만 달러가 투입될 표준화 오가노이드 모델링(SOM) 센터는, NIH가 이 전환을 단순한 구호가 아닌 제도적 기반 위에 올려놓으려 한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영장류 연구의 위기와 ‘과학적 자유’의 훼손

그러나 나는 바로 이 지점에서 멈추어 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가노이드에 회의적인 진영—일선의 신경과학자들과 기초 의학자들—의 목소리는, 단순히 기득권을 지키려는 보수적 반발이 아니다. 그들이 제기하는 문제의 핵심은 오가노이드가 본질적으로 “파편화된 모델”이라는 데 있다. 현재의 뇌 오가노이드는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microglia)도, 혈관 시스템도, 내분비계와의 상호작용도 결여되어 있으며, 설령 전기적 신호가 발생하더라도 그것은 태아 단계의 발달 수준에 머물러 있어 알츠하이머나 파킨슨처럼 수십 년에 걸쳐 진행되는 노인성 질환을 모델링하기에는 생물학적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더 근본적으로, 신약이 실제 환자에게 투여될 때 일어나는 현상은 단일 장기가 아니라 면역계, 혈관계, 신경계, 내분비계가 서로 맞물리며 작동하는 전신적 시스템의 반응이다. 배양 접시 위의 오가노이드는 그 복잡성의 극히 일부만을 포착할 수 있을 뿐이다. 비인간 영장류(NHP) 연구자들의 위기감은 특히 절박하다. 네덜란드 국립 영장류 센터는 2030년까지 영장류 실험 자금을 전면 중단하라는 명령을 받았고, 오레곤 국립 영장류 센터도 동물 보호구역으로의 전환을 협상 중이다. “영장류 연구 없이 뇌과학의 미래는 없다”는 그들의 선언은 과장이 아니다. 30년간 관리된 고령 마카크 원숭이 코호트가 정치적 압력에 의해 안락사되거나 연구에서 배제된다면, 그것은 과학적 자원의 회복 불가능한 손실이다.

2025년의 정치경제학: 연구비 삭감과 국립보건원의 생존 전략

여기서 나는 이 논쟁을 더 불편하게 만드는 맥락을 짚지 않을 수 없다. 2025년, NIH의 뇌과학 관련 신규 연구 과제 선정 건수는 이전 9년 평균 대비 37% 급감했다. BRAIN Initiative 예산은 최고점 대비 절반으로 쪼그라들었다. DOGE(정부효율부)의 압박과 RFK Jr.가 주도하는 반(反)동물실험 기조 속에서, 동물을 이용한 연구는 예산 삭감론자들에게 가장 손쉬운 표적이 되었다. 이 상황에서 NIH의 급격한 NAMs 투자가 순수한 과학적 진보의 갈망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연구 예산을 지키기 위한 생존 전략이자 정치적 타협의 산물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과학이 정치의 시녀가 될 때 어떤 비극이 일어나는지, 우리는 역사에서 충분히 배웠다. 국가 정책 기조를 충실히 따르는 과학은 그 외양이 아무리 진보적이더라도, 본질에서는 과학적 자유의 훼손이다. 그리고 오가노이드를 둘러싼 윤리적 지뢰밭도 아직 제대로 해소되지 않았다. 뇌 오가노이드가 고통을 느끼거나 원시적 의식의 징후를 보인다면 우리는 그것을 어떤 존재로 규정해야 하는가? 인간 뇌 오가노이드를 이식받은 쥐가 행동 변화를 보인다는 보고는 이미 존재한다. 동물을 구하려다 더 복잡한 윤리적 심연을 열고 있는 것은 아닌가?

결론: 동물과 오가노이드를 가로지르는 하이브리드 리얼리즘의 필요성

초파리 유전학자의 시선으로 이 모든 논쟁을 바라보면, 나는 결국 하나의 오래된 경구로 돌아온다. 지도는 영토가 아니다. 오가노이드는 생명이라는 영토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가 그린 새로운 지도—더 정교하고, 인간에게 더 가까운—임에는 틀림없다. 그 가치는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초파리 유전학이 100년 넘게 강력한 힘을 발휘해온 이유는, 그것이 단순하지만 “살아있는 유기체 전체”로서 기능하며, 유전자에서 신경회로, 행동으로 이어지는 인과 관계를 닫힌 계(closed system) 안에서 검증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유전자는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으며, 행동은 환경과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속에서 발현된다. 배양 접시 위의 오가노이드가 보여주는 전기 신호와 유전자 발현 패턴이 실제 인간의 병리 현상을 완벽히 대변한다고 믿는 것은, 지도를 영토로 착각하는 위험한 비약이다. 진정한 해결책은 동물모델의 폐기도, 오가노이드로의 전면 전환도 아니다. 오가노이드는 초기 독성 스크리닝과 인간 특이적 메커니즘 탐구의 필터로 쓰고, 동물모델은 전신적 독성 확인과 복잡한 행동 생리 연구를 위해 보존하는, 각 모델의 인식론적 한계를 정직하게 인정한 하이브리드 체계가 필요하다. NIH의 1억 5천만 달러 투자가 “올바른 결정”으로 기록되려면, 예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생물학적 진실성에 대한 엄격함이다. 유행을 좇는 과학이 아니라, 실재를 증명하는 과학. 그것이 내가 초파리와 함께 실험실에서 보낸 시간이 내게 가르쳐준 단 하나의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