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디컬하다는 것

네이버 사전을 뒤적거린다. 래디컬(radical)이라는 단어에 이렇게도 많은 뜻이 있었구나. 가장 먼저 나오는 뜻은 “근본적인, 기초적인”이란다. 내가 단어 선택을 잘못했나. 내가 스스로를 래디칼하다고 부를 때는 존경해마지 않는 굴드 선생을 기린 르원틴의 표현
가져다 쓰는 것이다. 분명히 르원틴은 굴드를 래디컬하다고 부르면서 래디컬은 “극단적”이라는 표현과 동의어로 사용된다고 했다. 또
래디컬하다는 것은 ” 사물을 근본 뿌리부터 고려하는 것이고 절대적인 것으로 돌아가는 것이며, 자신의 행동과 생각을 첫번째 원칙에
맞춰 재구성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래디컬하려는 욕구는 “내가 어떻게 그것을 아는가?” 또 “왜 내가 저 길이 아니라
이 길을 따르고 있는가?”라고 물으려는 욕구”라고 하셨다.

그래서 두 번째 뜻을 본다. 래디컬이란
“<사람·사상 등이> 과격한, 급진적인(extreme), 급진파의, 혁명적인(revolutionary)(⇒
progressive [유의어])”란다. 그래 이거다. 래디컬하다는 것은 급진적이고 혁명적이라는 뜻이다. 조금 나랑
맞아들어간다. 근데 뭔가 좀 부족해 보인다.

그래서 세 번째 뜻을 본다. 래디컬이란 “<개혁·치료 등이>
발본적인, 철저한, 완전한;극단적인”이란다. 발본적인이라는 말이 참 원색적이다. 발본이란 뺄 발拔에 근본 본本이다. 근본을
빼버린다는 거다. 拔이 영어로는 eradication이다. 박멸이다. 그래 근본을 박멸하는 것이 래디컬한 것인가보다.


러고보니 대충 나랑 맞는다. 나는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을 박멸하고 싶어한다. 뭐가 됐든 근본주의를 추구하는 것들은 다 내 적이다.
세상에 절대적인 뭔가가 있다고 믿는 것들은 다 내 적이다. 꼭 기독교 광신자가 아니더라도 종교적인 색채를 띠는 것들은 다 내
적이다. 인간은 원래 종교적이니 어쩔 수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종교엔 개인적인 기능과 사회적인 기능이
있다. 개인적으로 철저하게 종교적인 이들은 아름답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철저하게 종교적인 이들은 추악하다.

종교라는
게 뭐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다. 최근에 대한민국 공화국에 새로 생긴 종교단체가 하나 있는 데 아시는가? 그 종교단체의 이름은
“아이러브 황우석”이다. 언젠가 도올을 찾아간 적이 있다. 내가 물었다. 과학과 종교의 대화에 대해 어찌 생각하시느냐고. 그가
웃었다. “웃기고 자빠졌네”. 그래 나도 웃었다. 그런데 이 배신자는 그리고 얼마 후에 지 형이 쓴 “과학과 종교 사이에서”라는
같잖은 책의 서문을 썼다. 아무리 형이라도 그렇지 어린 학생들에게 그리 가르쳐놓고 몇 개월도 안돼가치관을 바꾸나. 여튼 나는
내게 해준 도올의 말만 믿는다. 과학적 세계관은 종교적 세계관의 극단에 있다. 그래서 둘은 화해할 수도 없고 대화할 필요도
없다. 둘 중 하나는 틀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학보다는 종교가 큰 틀에서 항상 더 틀렸다.

종교란 비슷한 가치관을 지닌 이들이 외부로부터의 정보를 차단한 채 움직일 때 생성된다. 그래서 얘네들은 좀비다. 뭘 안 먹어도 산다. 그리고 계속 다른 좀비들을 만들려고 한다.

과학이란 먹고 싸는 행위다. 건강한 과학은 비판에 열려 있고, 항상 변한다. 그리고 그 변한다는 현상 자체가 과학의 아름다움이다. 그러다보면 아주 가끔 소소한 진리도 발견되곤 하기 때문이다.


명이란 먹고 싸는 물질이다. 먹고 싸지 않는 것은 생명이 아니다. 그러니 종교는 생명이 아니다. 죽은 물질이다. 살아 있다 해도
바이러스나 좀비 같은 상태로 살아 있는 것이다. 죽여야 한다. 얘네들을 죽여야만 생명들이 온전히 살 수 있다. 근데 그냥 죽이면
안된다. 도킨스처럼 얘네들을 박멸하려다간 더 강한 좀비집단을 양성하게 된다. 어느 집단이던 자신들을 박멸하려는 시도에 반발하게
되어 있으니까. 조용히 밟아야 한다. 가만 냅두면 죽는 애들을 굳이 항생제 써가면서 내성 길러줄 필요 없다. 어릴 때 백신을
맞는 것처럼, 얘네들로부터 취약한 사람들만 잘 보호해 가면서 냅두면 어차피 종교는 지구상에서 박멸될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래디컬은 크게 말해 종교적이지 않은 모든 행위다. 내가 아는 종교적 행위는 이데올로기를 포함한다. 따라서 이념에 따라
몸을 움직이는 이들도 종교적이다. 스스로를 좌파네 우파네 하는 것들은 모두 종교적이다. 래디컬하다는 것은 이념이나 종교로부터
자유로운 상태를 말한다. 말해야 한다.

솔직히 촛불집회가 종교적 색채를 띠게 될까 두렵다. 분명히 그 시작은 건전한 상식이었으나 끝이 종교로 마무리될까 두렵다. 분명 전면적 재협상이라 했다. 거기까지다. 그 이후는 종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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