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주의연대를 지지하며

블로그의 첫머리에서 스스로를 몽상가라 밝혔듯이, 나는 어쩌면 생시몽, 푸리에, 오웬이 꿈꾸었던 유토피아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언젠가 한 지인은 나를 ‘현실을 꿈꾸는 위대한 몽상가’라고 불렀다.[footnote]그가 바로 YY(안용열)이다. yongyeol.com/blog/[/footnote] 하일브로너의 책을 읽으며 나에게 나도 모를 미소를 머금게 한 사상가들은 아담 스미스도, 리카르도도 마르크스도, 케인즈도 아닌 생시몽과 푸리에 그리고 오웬이었다.

나는 못난 몽상가로 자라버렸다. 나는 어떻게든 과학자로 살아남을 것이고, 나의 학문을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사용할 것이다. 나는 계몽주의자들이 실패한 지점에서, 경제학적 이상주의가 제공하지 못하는 그 지점에서, 테크노크라시의 실패를 거울 삼아 베이컨과 마르크스를 공자의 정신 속으로 밀어 넣는 꿈을 꾸는 미친 놈이다. 나의 무기는 과학이고 그것이 논객이 넘쳐나는 대한민국에서 나를 유일하게 구별 짓는 잣대라고 우기며 산다. 그렇게 나는 미친 놈이다.

나에게 좌절을 안겨준 선구적 이상주의자와의 만남

나는 오늘 매우 유쾌한 몽상가를 만났다. 26세의 젊은 나이에 이미 이상국가 ‘청해민국’을 건국한 이 젊은이는 우리가 소설 속에서나 존재한다고 믿었던 허균의 허생이 세운 청해도를 발견했다. 그는 허생이 남긴 유산을 정리해 무려 청해도의 역사를 정리하며 역사가로서의 위대한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footnote]역사가로서의 그의 면모는 그의 블로그 http://blog.daum.net/tecmo20 의 ‘청해민국 역사’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탁월한 학문적 성취다.[/footnote]
그는 청해도에 세워진 청해국 뿐 아니라 베일 속에 가려져 있던 여인국과 남해국을 비롯 괴뢰국, 메스남인국 등 역사 속의 모든 이상국가들이 실재했음을 사료로서 증명해낸다. 청해의 남성우월자들이 여인국을 점령한 후 건국한 괴뢰국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남녀평등사상이 걸어온 고달픈 역사를 그대로 서술해준다.

그는 2007년 10월 22일 청해민국의 대표자리를 사임하고 이상주의 연대[footnote]이상주의 연대 홈페이지의 대표프로필을 확인할 것.[/footnote]를 창립한다. 그의 독자적이고 고독한 행보를 모두 나열할 수는 없겠으나 간략히 나열해 보면[footnote]사실 모두 나열한 것이다.[/footnote] 다음과 같다.

2002. 11. 20. 한국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모임(약칭 한비모)를 세우고 초대 대표가 되어 본격적인 안티한국활동을 시작함.
2003. 4. 9. 한비모의 대표 자리를 지룡님에게 양도함.
2004. 3. 21. 여러가지 안좋은 일로 한비모를 떠남.
2005. 2. 15. 청해민국을 개국하고 초대 대표의 자리에 오름.
2006. 11. 29. 해동공화국을 개국하고 초대 대표의 자리에 오름.
2006. 12. 13. 청해민국 대표 자리에서 물러남.
2007. 5. 6. 이상주의모임(가칭)으로 해동공화국(나), 청해민국(헨리 대표), 토끼당자유민주공화국(개뼈 당수)이 까페통합을 함.
2007. 5. 29. 통합까페 이름을 이상주의를 위한 시민들의 모임(약칭 이시모)으로 바꾸고 초대 대표의 자리에 올라 이상주의와 안티한국 활동을 동시에 시작함.
2007. 6. 5. 구 한비모(현 민주공화국 시민으로 가는 길, 약칭 민공시)의 운영위원으로 복귀함.
2007. 10. 22. 이상주의연대를 공식 창립하여 대표의 자리에 오름.
2007. 10. 30. 민공시가 다음에 의해 강제해산되어 민공시 운영위원에서 물러남.
2007. 11. 26. 이상주의를 위한 시민들의 모임(약칭 이시모)의 대표 자리를 양도하고 대표 자리에서 물러남.
2007. 12. 25. 이상주의를 위한 시민들의 모임(약칭 이시모)의 새 지도부와 이상주의연대와의 공식 동맹을 체결하고 이시모의 집행위원 자리에 오름.
2008. 1. 30. 이상주의를 위한 시민들의 모임(약칭 이시모)의 지도부 개편으로 이시모 집행위원 자리에서 물러남.

학력사회로 치닫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감안해 볼때 그의 이력[footnote]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그는 전북 소재의 대학생이다.[/footnote]은 그가 걸어온 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말해주지 못한다. 우리는 단지 그가 왜 한 국가의 수장 자리를 과감히 버리고 대한민국의 민중을 구제하기 위해 나선 배경을 이해하면 그뿐이다.

이상주의 연대의 혁명적 목표

그는 이상주의연대를 창립하게 된 연원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저희 이상주의연대는 한국 사회의 극단적인 국수주의와 애국주의, 민족주의를 배격하고 진정한 이상주의를 추구하고자 하는 신좌파 동지들을 위하여 새롭게 창립하였습니다.

저희 이상주의연대는 진정한 이상사회를 추구하고자 하는 이상주의자들과 신좌파 동지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는 곳으로 거듭날 생각입니다. 그리고 한국 사회의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서 작은 힘 하나까지도 노력하는 곳이 되겠습니다.

<이상주의자 연대 소개> 중

이상주의 연대는 내가 추구하는 바와 같이 이념에 대한 무조건적인 추종을 거부하며 좌파적 세계관을 공유한다. 그는 극빈층에 대한 분배적 정의를 추구하는 현실적 이상주의자로 보인다.

이상주의 연대의 목표와 정체성은 무엇인지 궁금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들은 <이상주의 연대 창립취지문>을 통해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이곳 한국은 날이 갈수록 민주주의 국가라는 이름에 전혀 걸맞지 않게 극단적인 민족주의와 애국주의, 국수주의등 파시즘이 판을 치고 있습니다. 국익과 애국이라는 이유만으로 소수의 양심세력들의 목소리는 묻혀지고 더 나아가서 비난받고 탄압당하는 안타까운 일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한국 사회의 신좌파 동지들과 이상주의자들의 설 땅은 점점 척박해져만 가고 있습니다.

저희 이상주의연대가 이런 분들에게 힘이 되고자 합니다.

저 희 이상주의연대는 이런 한국사회에서 갈 곳이 없어 방황하는 신좌파 동지들과 이상주의자들에게 힘이 되고자 합니다. 저희 이상주의연대는 한국 사회의 극단적인 국수주의와 애국주의, 민족주의를 배격하고 진정한 이상주의를 추구하고자 하는 신좌파 동지들을 위하여 새롭게 창립하였습니다. 앞으로 저희 이상주의연대는 진정한 이상사회를 추구하고자 하는 이상주의자들과 신좌파 동지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는 곳으로 거듭날 생각입니다.

이상주의연대는 한국 사회의 극단적인 국수주의와 애국주의, 민족주의 파시즘을 철저히 반대합니다.

저희 이상주의연대는 한국 사회에서 횡횅하고 있는 극단적인 국수주의와 애국주의, 민족주의 파시즘 세력들을 철저히 반대합니다. 이들 집단들은 결코 한국이라는 나라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해악을 끼치는 집단들이기 때문입니다. 저희 이상주의연대는 앞으로 저런 파시즘세력들을 철저히 배격한 진정한 신좌파, 이상주의자들의 동지들의 공간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앞으로 이상주의연대가 나아갈 길

앞으로 저희 이상주의연대는 파시즘에 찌들어가는 한국 사회에서 고통받고 멸시당하고 배척당하는 소수자들과 신좌파, 이상주의자 동지들을 위한 곳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이상주의연대의 활동 많이 기대 바랍니다.

한국 사회에서 고통받는 신좌파, 이상주의자 동지들을 위하여…..

2007. 10. 22.

이상주의연대 창립 발기인 일동

그들은 부자노조라는 뚜렷한 한계점을 지닌 민주노총이 실패한 지점에서 모든 이념적 독선을 제거하고 고통받는 서민을 위해 일어선 위대한 이념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의 그 어느 선각자도 꿈꾸지 못했던 이념과 종교를 초월한 정치이념이며 위대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이상주의 연대의 좌절과 새로운 희망

위대한 인물에게 유독 많은 시련이 존재하는 것은, 실상 그 시련들이 위대한 인물을 다듬었다는 것에 다름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의 소위 진보라 불리는 논객들이 한심한 논쟁으로 서민을 도외시하며 권력투쟁을 하고 있을 무렵, 이상주의 연대는 현실적 이상향을 구현하기 위해 청해민국으로부터 대한민국으로 혁신을 수입해 왔다.[footnote]여전히 의문인 것은 도대체 왜 리모네 대표가 청해민국의 대표직을 사임했는지에 관한 것이다. 나는 청해민국이 멸망한 것이 아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footnote] 청해민국의 위대한 역사가 대한민국에 수입되는 것, 그것이 애국주의적 파쇼들에 의해 지배되는 대한민국 견찰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촛불정국이 한창이던 당시 견찰과 검찰이 가장 두려워 했던 것은 ‘광우병 대책 국민운동 본부’따위가 아닌 ‘이상주의연대’였다는 것은 이미 자명하게 밝혀진 바다. 견찰의 고된 탄압과 검찰의 집요한 수사망은 이상주의연대의 활동을 무기력하게 만들었고, 미디어 악법을 저지하는 데에는 혈안이 된 이 땅의 언론들은 대한민국이 청해민국이라는 이상주의적 공동체로 나아갈 절호의 기회를 무시하며 아무런 보도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역사적 비극은 베일에 가린채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나는 이상주의 연대의 꿈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감히 한 국가의 대표직을 사임했던 리모네의 위대함은 잠시 꺽인 것일 뿐 그의 사상적 행보는 지속될 것이라 기대해도 좋다. 그리고 그가 학업을 모두 마치고 다시금 대한민국을 찾는날, 청해도의 위대한 전설은 모든 이념을 거둔 아름다운 합리성의 모습으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좌파문화를 창조하게 될 것이다.[footnote]진담으로 이야기를 끝까지 읽은 분들은 가까운 병원으로…[/footnote]


참으로 위대한 성과가 하나 있다면 리모네의 홈페이지에서 링크를 타고 들어간 ‘트로하임의 은둔자‘라는 블로그에서 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의 월드북 시리즈라는 엄청난 기획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헤겔의 600페이지에 달하는 <역사철학강의>가 8820원이다. 심지어 1124쪽에 달하는 토인비의 <역사철학연구>가 10,400원이다. 이건 미친거거나 사기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월드북 시리즈를 구입해 보신분은 이글 보는 즉시 댓글 달아주셔야 한다. 지금 구입을 기다리는 책들이 줄을 섰기 때문이다. 번역이 개판이라 도저히 읽을 수 없다는 판단이 든다면 당연히 구입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칸트나 데카르트, 스미스와 마르크스 및 헤겔의 저작들의 번역자들은 믿을만한지 그런 정보를 좀 부탁한다.

19 thoughts on “이상주의연대를 지지하며

  1. 오랜만에 댓글 남깁니다. 월드북 시리즈 죽 훑어 봤는데요, 역자들 면면을 보니 아마도 예전에 다른 출판사(혹은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됐던 도서들을 디자인만 바꿔 재간행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시리즈물이나 총서는 그런 경우가 왕왕 있거든요. 그래서 가격이 저렴한지도 모르겠네요. 이상 제 추측이었습니다. 시리즈 중에 < 종의 기원>도 있던데 저는 그거부터 확인해 봐야겠습니다. ^^

  2. 아하하하 ^^;; 제가 글을 허접하게 써서 그래요. 속으셨다면 저도 다단계 수장으로 뛰어들어야 할 듯.

  3. …청해민국 관련 카페나 블로그를 몇 개 찾아서 들어가 봤는데… 대체 청해민국이라는 게 ;; 정체가 뭐죠?! 그냥 재미삼아 만든 가상 공간인가요. 아니면 (….) 진짜로 이문열의 ‘황제를 위하여’ 식의 계룡산 정도령인가요?

  4. 인터넷상의 국가로 보입니다만…ㅡ.ㅡ;; 이 글이 너무 진지하게 읽힌 것은 무조건 저의 불찰입니다.

  5. 하하하하~ 아니에요. 누군지 모르고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죠. 읽어 내려가면서 글이 살짝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요. ㅋㅋ

    황우석이나 이재율 류의 유명인사를 이런 식으로 꼬셨다면 더 크게 웃을 수 있었을지도요.

    오히려 마지막 주석에서 “!”할 수 있어서 더 재미있었답니다. ㅎㅎㅎ

  6. 음…

    ‘섬을 하나 사서 나라를 만들었나?’라고 고민하고 있었는데….

    -_-;;;

  7. 같이 병원으로… 어쨌든 몽상가 좋지 않습니까, 밑져야 본전도 못 챙기지만 좀 덜 추하게 본전을 못 챙기니…
    우재님 추천한 시리즈는 요즘 호시탐탐 입맛을 다지고 있는 놈들인데 당최 머리를 여기저기 굴릴 여유가 안 나서… 열린북스란 놈들은 더 대단한 게 도스토예프스키 전집을 내고 있는 것 같던데 무려 6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7800원에 팔더군요, 이 나라가 불황이라 미친건지, 도서출판사들이 개념을 챙긴 건지…

  8. 문맥에는 맞지 않는 질문일지 모르지만 여기서 링크타고 들어갔던 삶의 닻 블로그가 사라졌네요 혹시 어찌된 일인지 아시는지?

  9. 상당히 고학력이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분이 ‘전북의 대학’ 운운하며, 비꼬시는거 같아서 보기엔 좋지 않네요.

    100만불씩 받는 MD가,
    아, 글쎄 하워드 휴즈 어쩌구라고 그래서 가 봤더니, 파리를 쪼물락 거리고 있더라구…하핫.
    ….
    뭐 그런거죠.

  10. 전북소재의 대학이라는 표현에서 비꼴 의도는 없었는데 그렇게 읽혔다면 사죄해야죠. 하워드 휴즈 따위에서 파리 만지고 있는 주제에 사실 제가 그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거 맞습니다. 지적 감사드립니다. 학력사회를 비판하면서도 이런 표현에 주의하지 못했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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