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급진적 생물학자 (2008-2011), 아카이브 (2002-2013)

박근혜를 이기려면

굳이 인터넷에 떠다니는 이 글(박근혜가 대통령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링크하는 이유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 글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이 글은 노무현이 그렇게도 타파하고 싶어하던, 그의 정치적 숙명이던 지역주의 타파의 현실적 이유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인제가 없었다면 김대중은 대통령에 당선되지 못했을 것이다. 노무현이 영남출신이 아니었다면, 그의 당선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은 지역주의와 싸우려 했다. 스스로 지역주의로부터 호혜를 받았음에도, 그는 그것이 사라져야 대한민국의 정치가 한단계 발전한다고 믿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참으로 요원한 일이다.

둘째, 광우병과, 촛불과, 용산참사와, 노무현 서거에 이르기까지, 이 모진 풍파에서 비껴나 있는 한 존재가 있다. 박근혜다. 박근혜가 조용히 이명박을 가끔씩 씹으며 칩거하는 이유는, 그것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유가 있을리 없다. 어차피 이대로 가면 대통령은 박근혜다. 우리에겐 이제 노무현과 같은 듣보잡도 없고, 든든한 영남표심을 지닌 박근혜는 그냥 가만히 있으면 대통령이 된다. 움직일 이유가 없다. 그런거다.


그럼 우린 뭘해야 할까. 진보가 단합한다고 해서 간단히 해결될 일이 아니다. 대선에서 승리하는 일은 지극히 복잡한 정치적 고려 속에서도 불가능한 그런 것일지 모른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거다. 진보진영엔 아무런 대안이 없다. 게다가 박근혜는 여자다. 대한민국에서 미국보다 먼저 여자대통령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아귀가 딱딱 맞는다. 내가 두려운 것은 이것이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어 다시 5년을 우리가 이 꼴통들 속에서 썩어야 한다는 이 사태다.

오히려 우리는 명박에게 희망을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아무리봐도 명박은 박근혜씨에게 정권을 양보하고 싶지는 않은 눈치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욕심이 많은 이 분이 한 5년 하고 물러날 정도의 위인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더 하고 싶으신거다. 언론을 괜히 대기업과 조중동에 팔아먹으려는 게 아니다. 뒤를 준비하시는 거다. 그것도 박근혜씨가 아닌 자신을 위한 뒤를.

그러면 이 두 진영간에 지금보다 더 피말리는 전투가 일어날지 모른다. 그럼 운이 아주 좋으면, 다시 이인제 같은 꼴통이 등장해서 표를 나눠먹던 일이 발생할지도 모르고, 그러면 또 엉겁결에 정동영이 대통령이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참 한심하지 않은가. 남이 사분오열하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우리 처지가.

그럼 대안은 무엇인가. 나는 그것이 이번 사태를 촉매로 하는 ‘선거구제’ 개정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걸 중대선거구제로 해서 권역별로 2~3위까지 뽑던,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하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하건, 뭐건간에 노무현의 유지를 받아 그의 죽음을 걸고 개혁할 수 있는 것들 중, 정권탈환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이 참에 선거구제를 개편해버리는 것이다. 노무현의 평생 숙원이었다. 그의 죽음을 걸고 지역주의타파를 내세우는 데, 명분은 충분하다. 문제는 현재의 민주당이 이걸 할 수 있을만한 역량이 되느냐겠지만.

그리고 지금 시작해야 한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는건 차치하고라도 또다시 국회까지 장악해버리면 그때 정말 이나라는 끝장이다.

  1. 저도 박근혜라는 괴물이 더 걱정됩니다.
    참….. 답답한 이 가슴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답답한 마음에 몇자 적은 글이 있어서 트랙백 걸어봅니다.

  2. 박근혜를 막기위해 ‘각하’께 희망을 걸어야 한다는게 참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그 영악한 부류가 위기를 자초할 것 같지도 않으니 암울하고,
    (제발 각하께서 먼저 저질러 버리시기를..)
    반 한나라 진영에서 대안이 언제 나올지 모르겠으니 답답하네요..

  3. 노무현도 헤맸는데, 정동영이 뭔가 변화를 줄 수 있을지 의문이네요.
    당장 최악은 막아야겠지만, 비판적인 관심을 통해 합리적인 대안세력을 만들어가는 것도 필요할 것 같네요.

  4. 이번 국회보궐선거에 지역색을 배경으로 비굴하게 국회의원이 된 정동영씨가 과연 대안으로의 자격이 될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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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mentions

  • 상자 속에 들어있는 것 2009/06/09

    머리나 식히려던 웹서핑 도중 마주친 섬뜩함. 아, 정말 어떡하지?

  • krucef's me2DAY 2009/06/09

    박근혜를 이기려면

  • 리카르도의 선형적인 게슈탈트 2009/06/09

    A. 대연정에 대한 허무한 논쟁들 고 노무현 전대통령님를 비판하는 사람들중에 대연정에 대해 조금은 부정적인 견해를 펼치는 분들이 없진 않습니다. 초당적인 협력으로 국가를 이끌어 나가는 시대를 앞선 견해였다는 주장과, 똘똘 뭉쳐서 자기들 밖에 모르는 한나라당에게 연정을 제안한건 타당하지 않았다 등의 이야기들이 설왕설래 하고 있는걸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양쪽의 의견을 다 듣고 있자니 갑자기 세상이란게 허무해 보였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만약 그게 성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