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급진적 생물학자 (2008-2011), 아카이브 (2002-2013)

이제 검찰의 이빨을 뽑아야 할 때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는 때가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검찰개혁을 위한 여론이 형성되고 있지만, 여전히 검찰은 오만하기
짝이 없다. 박연차 게이트, 용산참사, 촛불시위, 피디수첩 등등의 개개사안에 대한 문제제기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제 근본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할때다. 이제 국민들은 더 이상 검찰의 수사를 신뢰하지 않는다.


문민정부 시절부터 검찰개혁에 관한 논의가 있어왔지만, 그 성과는 보잘것 없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해주었지만, 검찰은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자신들의 자리와 이익을 지키기 위해 정치검찰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견제할 수 없는 거대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 현재의 검찰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드르면서도 누구에게도 견제받지 않는다. 시민사회의
여론이 빗발쳐도 검찰은 개의치 않는다. 구체적인 개혁방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기 전까지, 아니 국회에서 논의된다 하더라도 검찰은
콧방귀를 낀다.

검찰의 막강한 권한을 견제하고 싶다가도, 그 권력을 손에 넣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보니 정치권력도 어찌할 수 없을 만큼 ‘괴물’이 돼 있더라. (검찰개혁 굴곡진 역사 한겨례, 2009/06/12)

우리도 한때는 권력(청와대)과 가깝게 지낸 적도 있지만 결국은 끝이 좋지 않더라고. 그런데 요즘 청와대와 법원, 386들이
한통속이 돼 우리를 죽이려고 하는데 우리는 죽지 않아. 그리고 청와대와 법원간의 밀월관계도 끝이 좋지 않을 걸. (검찰개혁 제대로 하려면, 서울신문, 2009/06/19)


검찰은 괴물이 되었다. 한 국가의 전임 대통령을 자살로 몰아갈 만큼 검찰의 권력은 막강해졌다. 문민정부 이후 15년이 지났다.
또다시 개혁논의만 무성한 채 어영부영 넘길 수는 없다. 피디수첩에 대한 검찰의 무리한 수사는, 국민의 뇌속까지 파고들어 생각의
자유까지 조사할 수 있다는 검찰의 정신병적 망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참을 수 없을 때가 있다. 이건 아니다 싶은 때가 있다.


이호중 교수는 검찰개혁토론회를 위한 자료에서 검찰의 막강한 힘을 이렇게 표현했다.

검찰의 권한은 실로 막강하다. 우리나라의 검찰은 수사권과 공소제기권 및 불기소처분으로 사건을 종결할 수 있는 권한을 독점적으로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 검찰은 검사동일체원칙에 의하여 견고한 관료적 계층조직을 형성하고 있어, 시민의 눈에는 검찰이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엘리트집단으로 비춰지고 있다. 검찰의 막강한 권한과 조직의 폐쇄성으로 말미암아 검찰의 여러 결정이나 처분은 시민사회의 법담론을
담아내고 시민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이명박정부 1년의 검찰수사, 그 정치성에 대하여’,이호중)

시민사회와의 소통이 없다는 점에서 검찰은 이명박
정부와 하나도 다를바 없다. 아니 더욱 위험하다. 그들은 건국이래 지금까지 제대로된 개혁에 단 한번도 노출되어 본적 없는
권력집단이기 때문이다. 87년 민주화항쟁의 빌미를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시민들의 분노에서 비껴있었다. 언제나 정부와
국회라는 더 거대한 권력의 커튼 뒤에 숨어 검찰은 차근차근 엄청난 힘을 키워왔다. 이제 시작해야 할 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만이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국민의 죽음에 대해 용산참사에서 보여준 검찰의 잔인함을 잊을 수 없다. 그들은 괴물이 아니라
이제 악마가 되었다.

16일 국회헌정기념관에서는 검찰개혁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참석한 모두는 검찰의 무소불위적 권력을 제한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단지 검찰만이
예외였다. 여전히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검찰의 모습에서 우리는 심각한 반성의 자세를 전혀 엿볼 수 없다.
토론회에서 이중희 부장검사가 보여준 태도는 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준다.

직접 인과관계가 없는 부분까지 포함해 제도나 기구 전반에 대한 개혁을 시도하는 것은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위험이 있다. (“자백만 강요 검찰수사 안 돼” VS “실무와 괴리된 공허한 주장”, 오마이뉴스, 2009/06/16)

전혀 그렇지 않다. 대한민국은 이제 강력한 검찰이
없다는 이유로 불행한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강력한 검찰로 인해 불행하다. 중수부 폐지는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동의하는 검찰개혁의 핵심이다. 서울신문 주병철 사회부장의 말처럼, 그들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려야 한다. 필자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우리 국민들이 겪고 있는 불행의 기저에 검찰이 도사리고 있다는 의문을 떨칠 길이 없다.

권력은 부패하며, 절대권력은 철저히 부패한다. 민주주의의 건강성은 견제와 균형으로부터 나온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을 이제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묵자 상현 하편에는 이런 말이 있다.

힘이 있는 사람은 신속하게 남을 도와주고, 재산이 있는 자는 힘써 남에게 나누고, 도(道)가 있는 자는 권해서 남을 가르친다.

검찰이 서민을 억압하고, 재벌이 서민을 착취하고,
지식인들의 시국선언이 벌어지는 대한민국 사회는 불행하다. ‘덕불고 필유린’이라 했고, 관용이야말로 지휘자의 최대권력이라 했다.
법치는 덕치로 가는 여정에 불과하다. 검찰의 이빨을 뽑아야 할때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송고되었습니다.

  1. 피디수첩의 방송내용이 설령 고의적인 의도로 특정 사실을 왜곡 과장한 부분을 포함하고 있다고 해도 이것이 범죄를 구성한다고 보아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일까요? 어떤 사람들은 검찰과 같은 수사기관이 필요하면 이메일이나 전화통화 내용도 얼마든지 들여다 볼 수 있다고 말하는 데 조금 섬뜩하더라고요. 자신들의 사생활을 국가권력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들을 너무도 쉽게 포기하고 그런 권리들을 제한할 수 있는 권력의 자유를 너무 쉽게 보장해 주는 사람들의 생각들이요.

  2. 검찰이 의도적으로 싸움을 부추기는건가요? ‘PD수첩’을 둘러싼 하이에나들이 메일 내용에 꼬투리 잡고 달려들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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