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프레임을 빼앗기면 끝이다

한국이 경제위기를 가장 빨리 벗어날 것이라는 뉴스가 떠돈다. 내년이면 3.5%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한다는 예측이 나오고, 장하준 교수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체감경기가 엉망이고 비정규직 실업자가 대량으로 발생하는 와중에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마냥 기쁘지 않다. 경기가 되돌아온다는 사실이 기쁘지 않은 것이 아니다. 경기회복이 정말 우리 경제의 건강성을 회복했기 때문이냐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과도한 정부지출로 얻은 경기회복이 정말 장기적인 경제의 건강성을 담보하는가. 장하준 교수의 말처럼, 아니다. 단순히 경기회복이 국민들의 먹거리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민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민노당, 진보신당 어디 하나 서민을 프레임화하지 않은 당이 없다. 문제는 이 프레임을 지배적으로 가져가고 있는 곳이 청와대라는 점이다. 대학입시에 서민이라는 프레임을 접목시킨다. 학벌사회는 기본적으로 유지하자는 말이다. 경제가 회복되어도 결국 서민들의 주머니는 사교육비로, 대학등록금으로 텅비게 될텐데, 아무도 그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학벌사회에 대한 문화적 무의식은 무서운 것이다. 국민도 정부도 이 무의식으로부터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교육이 강조되어야 할 지점은 고등학생이 아니다. 노동자들이다. 노동자들에 대한 재교육을 통해 노동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경제의 건강성을 확보하는 근본적인 정책이다. 복지국가 유럽, 모두 그런 방향으로 간다. 비정규직이 많아도 상관 없다. 사회적 안전망이 확보되어 있다면 해고 당한 노동자들은 그 기간을 자기계발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교육은 그런 것이다. 대학에 쏟아 부을 돈,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도대체 실물경제에서 대학이 차지하는 위치가 어느정도나 되는지 잘 모르겠다.

서민이라는 프레임을 이명박이 가져가 버렸다. 근 1년 반을 서민말살 정책으로 도배한 후, 아니 이제 대강의 윤곽이 잡혔는지 이제 서민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건 간식이다. 밥이 아니다. 간식거리나 던져주고 대충 마무리하자는 뜻이다. 서민들은 그런 것 상관 안한다.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배고픈 그들에게 간식과 밥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다.

4대강 사업으로 분명 단순 노동자들의 수가 늘 것이고, 잠시나마 실업율이 줄어든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무려 22조다. 이 천문학적인 돈이 투자되는데 경기가 잠시 회복되지 않을 리 없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명박이 물러난 이후, 도대체 이 4대강으로 무슨 밥벌이가 될 것인가. 차기 대통령은 4대강으로 고생 꽤나 할것이다. 근혜 공주가 대통령이 되는 것도 참 볼만 하겠다. 경기가 롤러코스트가 된 마당에 근혜공주는 다시금 경기하락을 맞보게 될지도 모르니까.

서민들에게 양극화의 분노를 심어주는 전략은 잘못된 것일까. 나는 민주당이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 국민통합이라는 반대진영의 논리가 민주당을 공격하겠지만, 정책적 일관성으로, 노블리스 오블리쥬로, 감세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제기로, 삽질 경제의 근시안적 처방에 대한 강조로 풀어야 한다. 지금으로선, 그 잔인했던 이명박의 서민우대 정책이 오히려 서민들의 마음을 움직일 여지가 크다. 그러면 끝이다. 민주당은 다시 추락하고야 말 것이다. 분노 게이지를 올려야 한다. 이 분노는 잘못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구조에 대해 국민들을 일깨울 방법은 없다. 일단은 분노로, 그 다음은 분노로 얻은 지지를 기반으로 정책적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내년 경기가 조금이라도 회복되면, 이명박을 저지할 방법은 사라진다. 나는 그게 두렵다. 경기가 회복된다 해도 그건 잠시다. 근원적인 처방이 한번도 성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시 부동산이 오르락 내리락 할 거고, 그게 독약인지 모른 채 우리는 버블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5년후, 10년후 다시 경제위기로 내몰리게 될 것이다. 이젠 말이 아니라 행동이 필요할 때다. 미디어법, 중요하다. 조중동의 사활을 건 전략, 막아야 한다. 하지만 국민들 그렇게 무지하지 않다. 국민들이 단순하게 행동할 때는 먹거리가 달렸을 때 뿐이다.

먹거리. 진보진영은 먹거리에 올인해야 한다. 이미 그 프레임을 명박에게 빼았겼고, 지금 또 다시 빼앗기고 있다. 오로지 먹거리다. 먹고 살만해야 진보가 승리할 자리가 마련된다. 대한늬우스의 부활? 언론악법? 웃기는 말이다. 중요한 건 먹고 사는 일이다. 근원적인 문제에 정서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당이 거리로 나갈 수록, 국민들은 돌아선다. 차라리 총사퇴를 해라. 국회에서 막을 자신이 없으면 아예 모두 옷을 벗고, 3년 반 어떤 짓거리를 할지 지켜보는 편이 낫다. 그런데 민주당은 총사퇴할 깡은 있는가?

19 thoughts on “서민프레임을 빼앗기면 끝이다

  1. 글세요 민주당의 행보를 봐선 국민을위한단 생각은 안듭니다. 서민을 위한 정당이 있다면 그정당은 생겨나지도 못하고 생겨나도 몇일 가지 못한다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노블리스오블리주가 아니라 수많은 외압이 그들을 기다릴테니.

  2. 좌파의 집권이 불가능할거란 불안감 보다는 좌파가 집권하여 뭔가 손을 써보기도 전에 너무 많은 가능성을 상실하게 될까 두려운 것이죠.

  3. 명박이가 찾아온 서민 프레임, 경기도 교육청에서 날리는구나. 명박은 참 안티가 많아..

  4. 이명박이 서민 프레임을 가져오긴 했어도, 말씀하신 경기도 교육청 위원들도 그렇고 프레임의 허를 스스로 드러내고들 있으니 마음대로 해먹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5. 그 이후가 중요합니다. 대안을 내놓지 않으면 프레임은 의미가 없어져버립니다. 모든 걸 다 버릴 그런 정치인은 이제 없는걸까요

  6. 핑백: My Eyes on You
  7. ‘아무도 그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
    안타까운 일이지요.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이해도 갑니다. 구조을 뜯어고치는 일은 그 누구도 단기간에 그럴싸하게 해낼 수가 없는 일인데요. 우리나라 사람들 절대 긴 시간 기다리지 못합니다. 성과중심이잖아요. 이러니 구조를 거론해야할 좌파들이 불리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로지 먹거리다. 먹고 살만해야 진보가 승리할 자리가 마련된다’ –
    글쎄요. 저는 사람들이 ‘나 지금 먹고 살만하구나/이쯤이면 만족’ 이라고 할 날이 있을지 의문입니다ㅋ
    서민들 중 상위 몇퍼센트에 자신을 무의식적으로 동일시(그렇게 되고픈?)하는 사람들이 절대다수 같아 보이거든요.
    (쌍용 문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동정’을 그리고 사측에 대해서는 ‘쟤들도 어쩔수 없지 않나’ 식의 이해심 넘치는 발언을 보내는 걸 봤습니다. 솔직히 좀 역겹더군요.)

    저희 부모님은 동아일보를 읽으시고 kbs 뉴스를 보십니다.
    두 분 다 못 배우신 분들이 아닙니다. 가끔은 차라리 부모님이 배움이 부족하셔서 저러는 거였으면 싶기도 합니다; 자식들 말보다 mb 말을 믿으니 원;
    두 분 다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으신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저는 먹고 사는 문제 보다 언론 문제,
    또 장기적으로는 교육문제가 제일 심각하다고 봐요.
    사교육비 문제보다도 저한테는 그 교육의 ‘내용’이 심각하게 다가옵니다.

    좋은 글 읽고 괜히 주절주절 쓸데없는 소리만 늘어놨네요^^;
    죄송합니다~!

  8. 혁명은 먹고 사는 문제로부터 시작되니까요. 구조적 모순, 이 정부에 대고 말해봐야 실행될리 없습니다. 그러니 정권탈환. 그것밖에 없습니다.

  9. ^^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정치협잡꾼들 덕에 민초들이 고생이지요.

    (몇 편 읽을 때마다 말씀드리기 뭣해 그냥 지나쳤읍니다만… ^^; 눈에 자꾸 밟혀서 말이죠. 죄송…
    먹거리 → 먹을거리)

  10. 먹거리가 더 듣기도 좋고 쓰기도 좋고, 말도 통하고. 저는 짜장면주의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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