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급진적 생물학자 (2008-2011), 아카이브 (2002-2013)

대통령이 기부했으니 보통사람도 기부해라?

개구라로 판명된 평화의 댐 사건때도 전 국민이 나서 그 독재자에게 푼돈을 내어 놓는 그런 민중이었다. 국가를 경영해야 하고 책임을 져야 할 무리들이 나라 경제를 거덜내고 국제통화기금에 의해 구제를 받아야 한다는 청천벽력의 사태에서, 그 잘못이 국민들의 과소비라는 오명을 들으면서도 장롱 속의 금을 국가에 헌납하던 그런 민중이었다.

그러면 이 땅의 부자들은 도대체 무얼 했나 한번 생각해본다. 소득 양극화가 지속적으로 심화되고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기업들의 성장률은 90년대 이후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개인의 경우 꾸준히 감소중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기부를 하건 말건 그건 개인의 자유고, 이미 대통령이 되기 위해 한 약속 지킨다는 데 딴지를 걸 필요는 없다. 그 방법이 이상하다고 딴죽을 걸어봐야 좋은 소리 못들을 건 뻔하다. 장학재단이 되었던, 어쨌던 300억원을 자신의 손에서 놓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지지율이 바닥으로 추락하는 와중에 나온 처사 아닌가. 나름대로 고민했을 거고, 이제 쓸 카드는 다 쓴거겠지만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일을 저지를 인물이 아니다. 그냥 내비두자.

내가 분노하는 지점은 이러한 기부를 두고 보통 사람들의 기부문화가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선동을 펴는 조선일보의 악랄한 짓거리다(이(李) 대통령 재산 기부로 보통사람 기부시대 열리기를). 논증을 하려면 좀 제대로 하자. 첫째, 이 대통령은 보통 사람이 아니다. 사람인지 아닌지도 헷갈리는 판국인데다가, 그를 보통사람으로 여기면 도대체 통장잔고 100만원도 없는 보통사람들은 뭐가 되는가 말이다. 게다가 이를 계기로 보통사람들의 기부문화가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논리는, IMF가 국민의 과소비 때문이었다라던 그 수구의 논리의 재탕이다.

보수는 개인에, 진보는 구조에 문제의 원인을 부여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보수가 사용하는 이상한 프레임, 즉 윤리적 프레임에 있다. ‘가난한 자들은 게으르기 때문이다’라는 윤리가 조선일보에 의해 사용될 때, 그것은 매우 당연한 윤리적 정당성을 확보한다. 게다가 대한민국이라는 농경국가의 문화를 가진 땅에선, 근면과 성실이 아주 고귀한 윤리로 각인되어 이를 가중시킨다. 사악한 일이다.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 때문에 발생한 소득의 양극화를, 단순히 다수를 점유한다는 이유로 모조리 국민에게 모든 윤리적 당위를 부여하게 되면, 거기서 빠져나가는 건 상류층 뿐이다. 지금 조선일보가 바라는 것은, 부자들이 모범을 보이지 않는 대한민국의 기부문화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핑계삼아 그 프레임을 살짝 바꾸어 보겠다는 거다. 참으로 악랄하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보통 사람들아, 제발 기부 좀 하지 마라. 지금 우리가 빼내와야 할 자본은 평범한 사람들의 지갑이 아니라, 놀고 있는 돈들, 공무원들에 의해 착복되는 돈들, 쓸 데 없는 데 쓰이는 돈들, 바로 그 돈들이기 때문이다.

구조적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비영리재단을 활성화시키고, 기업들이 거둔 그 성공,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가 좀 보통사람들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외국의 경우를 무조건 문화라고 단정짓지 마라. 사회환원과 비영리 재단 설립으로 부자들이 얻는 세금감면이나 기타 시스템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문화가 생기는 거다. 제발 그만하자. 이러다 박격포가 어디로 날아갈지 모른다.

  1. 보통사람 내는 세금도 제대로 못내는 뻔뻔한 조x일보는 성실 납세 운동부터 해야죠. 종교단체에 축적되는 눈 먼 돈들만 어떻게 잘 해보면, 사실 일반인들의 기부는 필요 없을 지도 모릅니다.

  2. 이 대통령이 재산 헌납한 것에 관한 나의 생각 (어찌하다보니 반말이…죄송)

    재산 헌납을 좋게 생각한다면. 이 대통령이 앞으로 남은 여생동안 필요한 재산만 남기고 그것으로 소박하게 살다가 죽겠다는 것이고…..나쁘게 생각한다면 이 대통령이 임기가 끝나고 장학 재단 사장으로 활동하려고 하는 것 같다. 즉, 끝까지 권력의 자리에 앉아서 죽고싶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이 대통령을 좋게 평가할 자격은 있겠지만 나쁘게 평가할 자격이 있는지 살펴보자.

    만약 내가 로또 복권 1등에 당첨되었을 때 과연 당첨금의 몇 %나 기부금을 낼 용기가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단 한푼도 내고싶은 마음이 없다. 갖고 싶은게 많고 하고 싶은게 많기때문이다. 이런 나의 솔직한 마음에서는 이 대통령의 재산 헌납에 대해 나쁘게 평가할 수 있는 자격이 없는 것 같다. 본인들의 솔직한 마음은 뒤로감춘채 사회주의 운운하는 좌빨들이 있다면 그들이야말로 개섹뀌들이다.

    결코 김우재 님을 향해 뱉은 소리가 아니다. 위의 원글은 재산 헌납이 아닌 조선일보의 기사에 대해서 말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나는 재산 헌납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그런데 여러 좌빨 게시판에 돌아다녀보면 재산 헌납조차도 욕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정말 본인들은 기부할 용기가 넘쳐나서 욕하는건지 의심스럽다. 이와 같이 당신이 재산 헌납에 대해 욕을 하고 있다면 다음과 같은 의문을 한번쯤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 사회가 나아지길 바라는 차원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욕하는건지. 아니면 본인이 대통령이 되지 못한 권력 불만족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욕하는건지…..

    ps_조선일보를 옹호하는건 아니다. 재산 헌납을 욕하는 좌빨들에게 본인들의 솔직한 마음을 생각해보자는거다.

  3. 시떡하면 국민여러븐들~ 니네들이 참으시고 니네들이 힘냅시당 하면서 삥드립 펼치는게 참.

    대-단 해요

  4. 짐작은 했지만 막상 저 통계를 보니 좀 충격적이네요. 혹시 출처 알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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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류하는 블로그 - 전신電信 2009/07/08

    ‘부자가 되고 싶다.’ 불행하게도, 오늘날 너무나 진부한 것이 되어버린 이 말은 나의 부끄러운, 솔직한 고백이다. 불행하게도 나는 많은 돈을 갖기를 원하며, 더 불행하게도, 오늘날 이것은 모두의 꿈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것은 분명한 사회문제였으나, 때때로 사회는 이것을 개개인의 도덕적 문제라는 식의 주장으로 덮어버린다. 절대빈곤이 사라진 시점에서 부자를 꿈꾸는 것은 우리가 만족을 모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포함하여, 누구도 이 훌륭한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