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계몽주의

아마도 토마스 핸킨스(Thomas Hankins)의 <과학과 계몽주의>가 번역된 모양이다. 18세기 화학과 물리학, 생리학의 역사를 꽤나 공부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름이 가물가물해서 다시 문서들을 뒤적거려보니, 이 논문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cfile1.uf.1850974D4E2A45BD12E4C0.pdf 기억에 그다지 인상적으로 남지는 않았었다. 내 기억에 핸킨스는 <과학과 계몽주의>보다는 <도구와 상상력 Instruments and the Imagination>으로 인상에 조금 남아 있는데, 나로서는 이 책이 훨씬 끌린다 (물론 ‘인문학’적으로 과학사를 접근하려는 이들이 읽을 만한 책은 아닌데다 그리고 당연히 읽으려고도 하지 않을 그런 책이다). 과학과 계몽주의의 관계를 다룬 책들도 많은데다, 논문만 뒤져봐도 개나 소나 다들 뛰어드는 분야이기 때문에 좀 질린 면도 없지 않다.서양인들에게 계몽주의의 역사와 과학사란 자신들의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주관이 서려 있는 경우가 있다. 주관이 반드시 찬양으로 편향되는 것은 아니고, 주로 그 영향은 극과 극의 의견으로 나타난다. 한국의 학자들은 그 둘 중 하나를 받아들이려는 수동적인 자세 외에는 취할 것이 없는 형편인 셈이고. 계몽주의와 과학의 관계를 논하면서 ‘사실과 가치’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필요한 단계이기는 하지만 사실 유치한 지적이기도 하다. ‘사실과 가치’의 문제처럼 복잡한 문제란 없는 것인데다, 인문학자가 계몽주의를 이러한 잣대로 판단할 때, 그들은 결국 역사를 현재의 관점에서 재단하고 있는 것 뿐이다. 과거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역사관을 강조하는 사람도 그러한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계몽주의는 그들에게 우선 악몽으로 다가올테니까 (‘문과출신’들의 이러한 웃기는 역사에 대한 이중잣대가 등장하는 더 심한 주제가 ‘사회진화론’이다. 우생학도 있겠다. ). 여하튼 하고 싶은 말은, 한국 학자들도 이 주제에 대해 연구하고 있고, 핸킨스의 책보다 더 의미 있는 저작도 있다는 것. 김성환의 <17세기 자연 철학: 운동학 기계론에서 동력학 기계론으로>이 그런 책이다. 물론, 핸킨스의 책 2장~5장을 읽지 못하고 지겨워하는 ‘문과’출신들은 안 읽는게 낫다. 딱 그 부분을 더욱 상세하게 해설한 책일테니까(사실 그 부분을 읽고 이해하지 못하면 과연 계몽주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데카르트는 기계론이고 생기론에 반대되며 경험론이나 합리론 같은 철학적 구도 (예를 들어 계몽주의를 단일한 사상으로 파악하는 것처럼)로 파악하려는 ‘문과출신’들은 이런 논문도 읽지 않아도 된다. ‘과학의 확장=계몽주의’, ‘사실의 가치로의 무지한 확장’이라는 간편한 구도로 18세기를 이해하려는 이들 또한 마찬가지다.  cfile3.uf.1627603D4E2A4D121A5039.PDF

뉴턴에 대한 한국 문건 중 가장 충실한 것으로는 김동원의 <뉴턴의 프린키피아>가 있다. 물론 누가 읽으려 할지는 잘 모르겠다. 뉴턴하면 과학자들이 떠올리는 것, ‘문과출신’들이 떠올리는 건 너무 유치해서 뭐 따로 해줄 말은 없다.

cfile10.uf.157081354E2A485533ADA7.pdf

추신: 핸킨스는 조지 바살라(George Basala)와도 꽤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듯 싶다. 바살라가 그의 책을 꽤나 많이 리뷰 했고, 편집도 했던 것 같다.  바살라는 <기술의 진화>가 번역되어 있고 그 책은 좋은 책이지만 ‘문과출신’들은 읽지 않을 그런 책이다. 역사고전도 아니고 무슨 철학적 대단한 화두와 연결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그래도 팔리지도 않을 좋은 책이 번역되어 다행이다.

 

과학철학
카테고리 과학 > 과학이론 > 과학철학
지은이 이상하 (철학과현실사, 2004년)
상세보기

 

과학과계몽주의빛의18세기과학혁명의완성
카테고리 과학 > 과학이론 > 과학의역사
지은이 토머스 핸킨스 (글항아리, 2011년)
상세보기

 

17세기자연철학:운동학기계론에서동력학기계론으로
카테고리 과학 > 교양과학 > 과학이야기
지은이 김성환 (그린비, 2008년)
상세보기

3 thoughts on “과학과 계몽주의

  1. 김동원 교수님의 글 소개 감사합니다.ㅎㅎ

  2. Instruments and the Imagination < library 나 학교 도서관에 검색해도 나오질 않습니다. 아마존에서만 구입이 가능한 책인가요? 김성환 교수의 책은 오래전부터 눈여겨 보았는데, 도구와 상상력 또한 궁금하여 내용을 한 번 살펴보고 싶습니다. pdf 의 형태로 구할 수 있는지 완초 과학자님께 여쭤보고 갑니다.

  3. 기가피디아에 핸킨스의 저작은 올라와 있지 않으므로 아마존에서 구입하시는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근데 여기는 은꼴 야동 블로그입니다. 이런 질문은 어울리지 않아요.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다음의 HTML 태그와 속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 <strike> <st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