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medium.com/science-scientist-and-society-korean/4e6e30f053df 원글
사이언스誌 Science, 미국과학진흥협회(AAAS)가 발행하는 주간 과학 잡지다. 매주 투고되는 논문은 1만여편, 온라인 포함 1년 구독자수가 100만명을 넘는다. 1880년 언론인 존 미첼스에 의해 창간 된 이후 폐간과 재창간을 반복했다. 토마스 에디슨이나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 등의 당시로 보면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급의 인물들이 꽤 많은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네이처誌 Nature, 사기업인 네이처출판그룹(npg)가 출판하는 잡지다. 온라인 포함 1년 구독자수는 400여만명, 홈페이지 월평균 방문자는 700만명에 달한다. 1869년 영국의 물리학자 노먼 로키어가 출판인 알렉산더 맥밀런에게 새로운 과학 잡지를 제안하면서 창간됐다. 1999년 맥밀런 출판사에서 독립해 현재의 네이처출판그룹그룹으로 독립했다. 1990년대부터 네이처 자매지들을 만들기 시작해 현재는 34개에 이르고, 잊을만 하면 또 자매지를 만드는 수법으로 브랜드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사이언티픽 어메리칸을 비롯, 무려 100개에 달하는 학술지를 출판하고 있는 학술지계의 삼성이다.
셀誌 Cell, 네덜란드의 거대출판기업 엘스비어 소유의 생물학 전문 학술지다. 네이처나 사이언스와는 달리 잡지가 아니라 전문저널이다. 학술지영향평가 지표인 임팩트팩터가 셋 중 가장 높으며 이로 인해 CNS 라는 별칭에서 가장 앞에 서는 영광을 누린다. “셀은 1974년 1월 생명과학자 벤저민 르윈이 미국 MIT출판사 후원을 받아 창간했다. 1986년 ‘셀 프레스’를 설립하면서 독립했지만, 1999년 셀 프레스는 과학·의학 전문 출판사 엘스비어에 매각된 뒤 현재 ‘몰레큘라셀’ ‘뉴런’ 같은 생명과학전문 자매지 30여 종을 내고 있다”고 한다. 섹시하고 대중적으로도 인기를 끌만한 논문을 선호하는 네이처나 사이언스와는 달리, 생물학 교과서에 실려도 무방할 긴 호흡의 연구논문들을 싣는다. 격주간으로 발행되며 논문 내기 정말 힘든 학술지다.
미국국립과학원회보 PNAS (aka프나스), 미국국립과학원(NAS)의 회보인데 이 바닥에서는 전문학술지 수준의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NAS 는 1863년 정부가 당면한 과학기술 문제 해결을 위해 미 의회 법령으로 만들어진 과학자 단체로, 영국의 왕립학술원(Royal Society of Science)이나 한국의 한림원 같은 곳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역시 이 곳의 회원이 된다는 것은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다. 회보란 단체에 관련된 일을 회원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는 정기 간행물이다. 따라서 PNAS 에 나오는 논문들은 특별한 트랙으로 나뉘어 있다. NAS회원들은 일년에 몇편의 논문을 별다른 심사 없이 게재할 수 있다. NAS 회원의 추천을 받은 논문도 그다지 어렵지 않은 형식적인 리뷰만으로 논문게재가 가능하다. 앞의 둘과는 완전히 다른 트랙은 여타 학술지와 같은 방식의 심사를 거쳐 논문 게재가 결정되는데, 특이한 점은 논문 심사위원은 무조건 NAS 멤버가 한다는 점이다. 프나스는 말 그대로 원칙적으로 NAS 의, NAS 에 의한, NAS 를 위한 학술지를 빙자한 회보인 셈이다. 그러니까 프나스에 실린 논문은 양극단을 달린다는 점을 생각하고 봐야 한다. 그리고 사실 동아일보가 왜 프나스를 명품저널의 반열에 올렸는지는 잘 모르겠다. 과학자들 사이에서 프나스의 영향력은 액티브 액스 잔뜩 깔린 한국은행 웹사이트를 할 수 없이 이용해야 하는 수준으로 생각하면 된다. 울며 겨자먹기로 두고 보는 셈이다.
이들 학술지의 영향력이 큰 이유는 이들의 SCI Impact Factor 가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SCI(과학인용지수: Scientific Citation Index)는 도대체 무엇인가. 우선 2007년 한국과총에서 이에 관한 특집을 <월간 과학과 기술>에 실은 바 있으니 그 지면을 소개한다. 한글로 된 이 정도의 문서가 있고, SCI 의 문제점에 대한 많은 글들, 예를 들어 이정호의 다음과 같은 글이 있으니 SCI 만으로 무차별적인 계량평가를 하는 것이 관료주의의 또다른 얼굴임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듯 싶다.
에스씨아이(SCI)라는 말이 한국의 대학 사회 내지는 사회 전반에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1995년 무렵이다. 문민정부시절 신경제 5개년 계획에 발맞추어서 한국 과학기술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는 하나의 정책적 방안으로 유럽, 미국, 일본의 과학자 사회가 동료심사(peer review)하는 논문을 내는 것을 아주 중요한 성과로 취급하기 시작한 것에서 유래하였다. 그 이후 국민의 정부, 참여 정부를 지내면서 국가 연구개발비가 획기적으로 증대되었는데, 특히 대학에 지급되는 연구비의 배분이나 교수 및 연구원 승진에서 가장 중요한 잣대로 사용되기 시작하였고, 현재는 그 폐해를 걱정할 정도가 되었다. 출처:네이처, 사이언스만이 해답인가
53-57 특집 I「SCI」를 해부한다 (1) 한국 과학기술 연구경쟁력 현주소 김경원
58-60 특집 I「SCI」를 해부한다 (2) SCI는 무엇 김희일
61-63 특집 I「SCI」를 해부한다 (3) 한국 저널의 SCI 등록 현황 및 사례들 박진배
64-66 특집 I「SCI」를 해부한다 (4) SCI와 상업저널 정현식
67-70 특집 I「SCI」를 해부한다 (5) SCI의 빛과 그림자 황석원
71-74 특집 I「SCI」를 해부한다 (6) 평가현장의 제언 임한조
75-77 특집 I「SCI」를 해부한다 (7) 연구현장의 제언 유룡
78-81 특집 I「SCI」를 해부한다 (8) 학술정보유통의 새로운 패러다임 ‘오픈액세스’ 황혜경
인용지수와 논문의 영향력은 통계적 상관성만을 지닌 것으로 반드시 비례관계에 있지 않다는 점, 인용지수는 네이처 등의 자매지간 밀어주기 전략으로 얼마든 부풀려질 수 있다는 점 등은 사족에 불과하다. 2008년 카이스트와 같은 연구기관에서도 두달간 해외저널을 온라인으로 볼 수 없었던 적이 있다. 2009년 당시 카이스트가 온라인 저널 구독료로 6억원을 지불했다고 한다. 같은 해 종이책 구입 예산은 7억원이었다. 미국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스탠포드대학과 같은 명문대 도서관도 온라인 저널 구독료는 골치덩이다. 매년 10%씩 인상을 거듭해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맥커리가 공공 인프라는 독점하고 요금을 매년 인상하는 작태와 그닥 다르지 않다.
이런 명품 학술지들의 횡포에 저항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오픈 액세스 저널들이다. 오픈액세스 운동은 과학의 공공도서관(PLoS) 로 대중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1989년 노벨 의학상 수장자인 해롤드 바무스 박사와 미국 스탠퍼드대의 패트릭 브라운 박사, <셀> 편집인 출신 비비안 시겔 박사는 2000년 10월 ‘공중과학도서관’(PLoS)을 온라인 상에 설립해 모든 논문을 무료로 공개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창간사에서 “인류 전체의 업적인 과학논문은 혈액처럼 유통돼야 하며 과학의 성과를 모든 과학자 및 일반인들과 공유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들은 과학잡지 산업이 연간 100억달러의 막대한 이윤을 올리며 과학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을 막아 이익을 취하는 현실을 강하게 비판했다. 공중과학도서관은 2003년 과 2004년을 잇따라 창간했다. <과학지식 상업적 독점의 벽을 깨라>
대강의 역사는 다음과 같다.
상업 저널에 대한 저항운동은 미국 대학에서 시작됐다. 1998년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칼텍)을 중심으로 결성된 대학도서관 연맹체인 스팍(SPARC)은 연구자들에게 자신의 논문에 대한 저작권 양도를 유보하고 출판사에는 이용 허락(라이센스)만을 주도록 권고하고 나섰다. 이 자유로운 학술정보 유통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통칭해 ‘오픈 액세스’(정보공유)라고 불린다. 이상호 한국과학정보연구원 정보포털실장은 “국가에서 연구자들에게 연구하라고 돈을 주고, 연구결과물을 보라고 또다시 돈을 주는 상황에 대한 반성이 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픈 액세스 활동은 2002년 2월 ‘부다페스트 선언’(BOAI), 2003년 6월 ‘베데스다 선언’, 같은해 10월 ‘베를린 선언’ 등이 잇따라 공표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들 선언의 공통점은 출판 때 온라인 상에서 정보를 즉시, 무료로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공공저장소에서 영구히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2003년 미국 의회에는 ‘과학에 대한 공중접근’ 법안이 제출됐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는 2004년 공공기금으로 제작된 연구데이터에 대한 자유로운 이용을 장려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과학지식 상업적 독점의 벽을 깨라>
오픈 액세스 운동의 실천은 크게 두가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한가지는 PLoS 와 같은 무료논문공개 전략이고, 한가지는 셀프아카이빙이라 불리는 것으로 논문을 출판한 저자가 자신의 논문을 직접 공개하거나 오픈액세스 공개서버에 논문을 공개하는 방식이다. 이에 관해서는 <오픈 액세스 운동의 동향과 학술적 이해관계자의 대응전략>와 같은 논문이 도움이 될 것이다.
버클리의 2013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랜디 셰크먼이 앞으로 CNS 에는 논문을 싣지 않겠다는 보이콧 선언을 했다. 셰크먼은 HHMI 등이 출판하는 오픈액세스 저널 eLife 의 편집인이기도 하다. 그나마 노벨상 수상자가 이런 혁명적인 선언을 했으니, 아무리 시스템이 개판이라도 이 판에 조금은 균열이 가기 시작할 것이다. 문제는 한국이다. 세계의 과학자들은 천천히 과학의 건강성을 되찾고 과학을 제자리에 되돌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한국의 과학자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 그게 내 고민이다. 이 글은 그런 문제의식을 훗날 글로 풀어내기 위한 준비작업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