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급진적 생물학자 (2008-2011), 아카이브 (2002-2013)

내 예술적 감수성: 시작도 끝도 유재하

그러니까 내 음악적 감성이라는 건, 초등학교 시절 유재하를 듣던 그 순간에 그대로 멈춰버렸다. 나의 첫 음악도, 마지막도 그냥 유재하, 나는 거기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클래식도 들어보려 애썼고, 가끔은 베토벤을 들으며 감흥에 젖기도 하지만, 여전히 내 가슴을 움직이는 음악은 유재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는 너무 일찍 죽었다. 그가 죽고, 그의 음반을 몇 백번은 돌려 들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시절에 김현철의 ‘동네’를 듣고 유재하의 감성을 다시금 느꼈다. 1집 시절의 김현철은 유재하를 닮았다. 유재하만큼의 풍부하고 감미로움은 없었지만, 그 소소하고 풍경을 떠올리는 음악들은 내가 김현철과 그 동류들에게 빠지도록 만들었었다.

그러다가 어느 때던가, 라디오에서 우연히 흘러나오던 오석준의 ‘우리 둘이 함께 있는 밤’을 들었다. 보사노바 리듬만이 아니었다. 그 음색이 어쩌면 그렇게도 유재하와 비슷하던지, 나는 유재하가 살아돌아온 줄 알았다. 그리고는 오석준 1집을 또 세차게 돌려 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라는 게 있다는 걸 알았다. 1회에서 금상을 받았던 조규찬의 ‘무지개’는 내게 어떤 음악보다도 유재하적 감성을 되새겨주는 그런 음악이었다. 조규찬의 정규1집보다 나는 그가 만들었던 ‘새 바람이 오는 그늘’이라는 앨범을 자주 들었다. 나에게 음악은 유재하의 향수를 느끼게 해주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에, 나는 그런 음악들에 탐닉했다.

물론 대학 시절, 팝송 동아리에 들어가며 전문(?)적인 뮤지션 생활을 좀 해보긴 했지만, 내겐 올드팝이라는 것도 유재하의 감성 밑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게 음악이란 유재하에서 시작해서 유재하로 끝나는 것이다. 그 이상의 음악은 없다.

예술이라는 것에 대한 고급 감성을 나는 갖고 있지 못하다. 내게 음악적 감성이란 그 시작도 유재하요 끝도 유재하다. 베토벤이던 바하던 모찰트던 나는 모른다. 그냥 내겐 유재하, 그것이면 족하다.

원래 과학자가 이렇게 저질 감성을 지닌 것인지는 모르겠다. ㅋ

18 Comments

  1. 아까 부르신 노래에서 유재하의 감성을 조금 느꼈달까 : )

    서울 비 엄청 많이 옵니다. 다음에 또 뵈요

  2. 유재하 키드들이 꽤 많다능 심야 라됴에선 ㅇㅇ

  3. 전 자우림.

    매직 카펫 라이드 “인생은 한 번뿐. 후회하지 마요. 진짜로 가지고 싶은 걸 가져요. 용감하게! 씩씩하게!”
    하하하송 “사람들의 시선에 맘 쓸 것 하나 없네. 용기없는 자들의 비겁한 눈초리에.”

    명가사가 너무 많아요.

  4. 미안하지만, 내가 젤루 이해못하는 게 자우림 음악임. 개인적으론 음울해서 싫어함.

  5. 크나큰 실수를 범하셨군요..
    잠을 제대로 못주무셔서 그럴꺼에요~

    그러니깐 밤에 방송하지 마시고 잠좀자세요~ ㅎㅎ

  6. 유재하키드인것은 자랑스러워해도 돼요! 소녀시대 ‘음악’이 최고라는 사람도 실재로 존재하니까요.
    저는 언니네이발관.

  7. 나는…

    정태춘에서 장사익으로…

    그러나 이런 음악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8. 헐 쌤, 저 방금 알았는데 연세대 나오셨어요? 선배님이시네 @_@;;
    그것도 그렇고 왠 방송이래요. 어디서 방송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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