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벌이 광합성을 한다는 뉴스를 보고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또 어떤 과학자와 언론이 짜고 구라를 치는구나라는 생각과, 또 하나는 이걸 잘하면 어떻게 초파리에 써먹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완전히 상반된 생각이었다. 이렇게 사이비 과학과 과학은 내 머리 속에서 하나가 되나?
여하튼, 조금 시간을 내서(연구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므로) 추적을 해보기로 했다. 더사이언스의 기사에는 해당 연구자의 이름이 영어로 기재되지 않아서 찾는데 조금 애를 먹었다. 영문으로 찾을 수 있는 기사로는 ‘Scientists discover hornets may hold key to finding new sources of renewable energy’가 있다. 이 외에도 무수히 많은 기사와 블로그들이 검색되더라. 국내의 과학기사가 으례 그렇듯이, 한글로 된 기사는 위 기사의 친절한 요약판이므로 따로 요약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문제는 -연구 결과가 맞다 하더라도- 말벌이 무려 ‘광합성’을 하는게 아니라, 배 부위에 있는 노란 줄무늬로 빛을 흡수해서 그걸 에너지 소스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면 말벌의 노란 줄무늬가 일종의 ‘광전지(Photovoltaic cell)’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이고, 이건 빛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꾼다는 뜻이기도 하다. 말벌의 노란 줄무늬는 크산토프테린(xanthopterin) -잔쏩테린으로 읽어야 할 것 같지만 넘어가자- 이라는 색소로 되어 있다는데, 데이빗 버그만(David Bergman, Tel Aviv University’s School of Physics and Astronomy)을 비롯한 연구진은 이 색소로 광전지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고한 것 같다. 독일의 학술지인 <자연과학(Naturwissenschaften, 헉! 이젠 비센샤프트만 봐도 놀란다)>에 실렸다고 한다. 이 논문이다. Plotkin, Marian, Idan Hod, Arie Zaban, Stuart a Boden, Darren M Bagnall, Dmitry Galushko, et al., “Solar energy harvesting in the epicuticle of the oriental hornet (Vespa orientalis).” Die Naturwissenschaften (October 2010): 1067-10768.
국내 과학언론의 경박함과 사이비함이야 같은 기사를 사이언스데일리(ScienceDaily)의 기사와 간단히 비교만 해봐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 기사에서 광합성이라는 표현은 말벌(사실은 말벌도 아니고 동양 말벌 Oriental Hornet 인데)이 광전지 비슷한 걸 가지고 있음을 식물에 유비해 사용한 것이다. 그러니 말벌이 광합성을 하는게 아니다. 한국 과학언론이 뭘하던 그다지 관심은 없지만, 제발 해당 연구가 게재된 논문의 정보만이라도 잘 던져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직접 찾아보고 검증이라도 할 수 있게 되니까 말이다. 여하튼 이런건 그다지 따지고 싶지도 않다.
그럼 도대체 이 동양 말벌이 광발전을 한다는 게 이번에 처음 알려진 사실인가? 그것도 아니다. 사이언스데일리 기사에도 나와 있지만, 해당 연구들을 펍메드(Pubmed)를 비롯한 여러 학술검색 사이트에서 추적해보니, 이런 현상은 이미 오래전에 알려져 있었다. 구글 학술검색에 ‘Photovoltaic Effects Hornets’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온다. 버그만의 지도교수였던 제이콥 이샤이(Jacob Ishay)의 연구가 선구적이었던 것 같다. 그게 1992년의 일이고, 그 논문은 이거다. Ishay, J, T Benshalomshimony, A Benshalom, and N Kristianpoller, “PHOTOVOLTAIC EFFECTS IN THE ORIENTAL HORNET.” Journal of Insect Physiology 38, no. 1 (January 1992): 37-48 . 이 논문엔 버그만의 스승 이샤이가 논문의 제1 저자로 등재되어 있고, 그 말인즉 이샤이가 랩을 차리기 이전에 쓰여진 논문이라는 뜻이다. 게다가 이 논문의 참고문헌을 보면 금방 알 수 있겠지만, 이런 현상이 처음 발견된 것은 1970년대 초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Ishay and Croitoru, 1978J. Ishay and N. Croitoru, Photoelectric properties of the “yellow strips” of social wasps, Experientia 34 (1978), pp. 340–342. 게다가 이샤이는 평생 이놈의 말벌만 죽어라 연구한 과학자인 것 같고, 그의 이름으로 검색되어 나오는 논문이 부지기수다. 과학언론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하도록 하자. 이런 정보는 그냥 버그만의 이번 논문에 기재된 인트로만 읽었어도 다 알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사회성 곤충인 동양 말벌은 다른 사회성 말벌들과는 다르게 아침에 가장 활동이 활발한게 아니라, 정오에 활발하다고 한다. 정오가 되면 이들은 열심히 둥지 주위의 땅을 판다. 땅을 파고 나면 파낸 흙은 집어서 날아가는데, 공중에서 그걸 던져버리고 다시 돌아와 땅을 파는 행동을 반복한다. 이샤이가 이걸 1967년에 발견했다고 한다. 이샤이가 1990년 쓴 논문을 잠깐 살펴보자. Ishay, J.S., and S.M. Elly Lior, “Digging activity by the oriental hornet (Vespa orientalis; Hymenoptera, Vespinae) is correlated with solar radiation.” Journal of Ethology 8, no. 2 (December 1990): 61–68. 사회성 곤충인 동양 말벌의 일벌들이 땅을 파는 행동이 태양 방사능과 연관된 것 같다는 동물행동학 저널에 실린 보고다. 초록만 옮겨보자.
Observations were made on the activities of workers of the Oriental hornetVespa orientalis, during flight to and from the nest, on fully active days in months of maximal colony activities. Two types of flight out of the nest were recorded: flight for removal of dug-up soil and flight for foraging of buiding materials and food from the field. The flights of digger workers occur and peak around 1200, (with even slopes down to zero on both sides of the peak). The flight activity curve is gaussian and in accordance with the intensity of solar irradiation. Flight activities of foraging workers are limited in the morning hours but subsequently increase, the curve resembling that of the air temperature at 2m above the soil surface. The flight rhythm of digger hornets in the presence of 2 adjacent outles and the rhythm of activity of digger hornets of 2 abutting nests were also investigated. The results indicate a strong competition among the diggers for flight opportunity during periods of highest insolation intensity. Due to the correlation between the flight of digger hornets and the intensity of sun radiation, it is assumed that hornets do make use of solar energy for flight purposes.
게다가 일사량과 땅파기 행동이 가장 큰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 같다는 보고도 있다고 한다. 일꾼들이 땅을 파고 날아다니는 행동을 보이는 게 일사량(insolation intensity)와 관련이 있어 보이므로, 이들이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나는 것 같다는 어처구니 없는 보고다. 이 논문만 보면 그렇다. 그럼 2004년에 발표된 다른 논문을 보자. Ishay, J. S., “Hornet flight is generated by solar energy: UV irradiation counteracts anaesthetic effects.” Journal of Electron Microscopy 53, no. 6 (December 2004): 623-633. 이 논문은 말벌을 위의 어처구니 없는 결과에 조금은 신빙성을 더하는 논문이다. 즉, 말벌을 마취시키면 보통 깨어나는데 1시간 정도가 걸리는데, 마취된 동안에 빛을 쪼이면 더 일찍 깨어나더란 이야기다. 게다가 배의 줄무늬를 자외선 차단 크림이나 화이트 등으로 가려버리면 같은 조건에서 일찍 깨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여하튼 태양광선의 자외선이 이런 작용을 한다고 생각되는데, 자외선을 흡수하는 주요 통로가 말벌의 배에 있는 큐티클 층인 것 같고, 그 중에서도 크산토프테린이 잔뜩 함유된 노란 줄무늬인 것 같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 큐티클 층을 분리해서 자외선을 비추면 전기가 생성되는게 관찰된다고 하는데, 크산토프테린은 식물에서 광합성에 어느정도 기여한다고도 알려져 있기 때문에, 뭔가 통하는 구석이 있을지도 모를 것이다. 버그만의 논문은 이러한 정보들을 모아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연구의 목적을 밝히고 있다.
The fact that the Oriental hornet correlates its digging activity with insolation, coupled with the ability of its cuticular pigments to absorb part of the solar radiation, may suggest that some form of solar energy harvesting is performed in the cuticle. The aim of this article is to explore this intriguing possibility by exploring the morphology of the cuticle and its biophysical characterization. Plotkin, Marian, Idan Hod, Arie Zaban, Stuart a Boden, Darren M Bagnall, Dmitry Galushko, et al., “Solar energy harvesting in the epicuticle of the oriental hornet (Vespa orientalis).” Die Naturwissenschaften (October 2010): 1067-10768.
그러니까 이 말벌이 진짜로 태양광선(청색광~자외선까지라고 하는데)을 에너지로 이용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는 없지만, 다른 말벌들과는 다르게 일사량이 좋을때에만 활동한다는 점, 큐티클 층이 태양광선에 반응한다는 점, 여기서 전기가 생성된다는 점 등의 간접적인 증거들이 모여, 말벌이 태양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 직접 사용할 수 있다는 결론이 되는 셈이다. 중요한 것은 버그만이 이 색소를 가지고 태양전지 비슷한 걸 만들려고 했다는 점인데, 이렇게 생겼다.
버그만의 논문을 대충 읽어봤는데, 이 논문이 주는 함의는 이런 것이다. 첫째, 정말로 말벌이 태양광선을 에너지로 사용하는지는 아직 모른다. 이건 논쟁의 여지가 있다. 태양광선이 전기에너지로 바뀌는 것이야 우리 몸에서도 매일 일어나는 일이다, 눈이 태양광을 받으면 당연히 그게 신경으로 전달되고 그건 전기적 신호와 화학적 신호의 연결이다. 그러니 만약 말벌의 큐티클 층에 신경세포가 섞여 있다면, 그리고 그 신경세포가 우리 눈처럼 빛을 감지하는 세포와 연결만 되어 있다면, 전기신호가 검출되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우리 실험실에서도 이번에 Cell지에 낸거지만, 초파리 애벌레도 눈이 아닌 몸에서 빛을 감지하고 반응한다. 물론 당연히 약한 전기신호도 나온다. 이건 그다지 놀라운 현상은 아니다. 크산토프테린이라는 색소가 전기를 만들어내는 것도 아니다. 크산토테프린은 빛을 효율적으로 모으는 역할을 한다. 초파리 눈에도 이 색소가 있다. Ferré, J., F.J. Silva, M.D. Real, and J.L. Ménsua, “Pigment patterns in mutants affecting the biosynthesis of pteridines and xanthommatin in Drosophila melanogaster.” Biochemical genetics 24, no. 7 (1986): 545–569.
둘째, 하지만 노란 줄무늬에 풍부한 크산토프테린은 태양광을 모으는데는 효과적인 색소인 것 같다. 셋째, 따라서 이 색소를 태양전지 위에 코팅한다던가 해서 잘만 사용하면 효율 좋은 태양전지를 만들 수도! 있다. 그래서 저자들은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These findings suggest the possibility that the surface structure has evolved to confer both AR and light-trapping properties to the epicuticle, enhancing the absorption of light within the cuticle of the hornet, resulting in more efficient collection of solar energy.
여하튼 말벌이 태양광선을 에너지로 사용하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최재천 교수가 요즘 선전하고 다니시는 ‘생의학(bio-mimicry)’의 좋은 실례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초파리에 써먹을 건덕지는 없었다. 이게 결론이다.
추신) 연구진이 사용한 동양 말벌은 오른쪽과 같은 모양새다. 더사이언스에 실린 그림은 그냥 말벌이다. 신경좀 쓰자 좀.
호박벌은 보통 꿀벌과 (Apidae), Bombus 속의 벌을 가리키는데 Vespa orientalis 는 말벌과 (Vespidae), Vespa 속이니 동양호박벌보다는 동양말벌이라고 하는게 더 낫지 않을지..
그나저나 동아사이언스는 저걸 기사라고.. -_-;
고쳤어요. 생긴건 말벌 같은데, 호넷이 호박벌로 번역이 되더라구요. 내가 아는 호박벌은 뚱뚱한데 말이죠. 풋~!
오옷! 한 주제의 연구계보와 흐름, 효용가치까지 총정리를…! 완초님께선 말벌연구계의 샛별이거나, 혹은 과학기자들의 염라대왕이시군요. 하도 보기좋게 정리하셔서.. 제가 연구하는 분야에 대해 누군가가 엉터리 기사를 써주기를 바라게 되는데요! (혹시? 듀근?)
몰라, 이런 글 쓰는것도 이제 지겨워.
쩝…역시 논문을 몇년 동안 읽으신 분이니 정확한 요점정리를…이런 요점 정리 논문 들을 계속 올리시면 좋으련만…(다른 과학철학이나 이상한(?) 글 말구…) 여하튼 얼마전에 어떤 아이가(울방은 생물정보학방이라면서 기본적인 pathway를 모르는 이상한 방) 어떤 signal transduction 에 관한 기사를 보는데 이해가 안간다해서 봤더니만 번역 개판. 소설보는 줄 알았…;;; 정말 제발 과학 기자들이여 reference를 달아주기 바래요…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