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Woo Jae Kim (2014-)

초파리의 문화연구

어느 정도는 농담이 섞인 말이지만, 전혀 농담인 것은 아니다. 실제로 올해 다음과 같은 논문이 발표되었고, “Spread of social information and dynamics of social transmission within Drosophila groups, Curr Biol. 2012 Feb 21;22(4):309-13.” 이 논문에 대한 간략한 해설이 “Food, “Culture,” and Sociality in Drosophila, Front Psychol. 2012; 3: 165.” 즉, “초파리의 음식, “문화”, 그리고 사회성”이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이 논문은 암컷 초파리가 다른 암컷들이 알을 낳는 패턴을 관찰하고 이를 모방한다는 결과인데, 저자들은 이러한 초파리의 행동양식이 일종의 정보가 사회적으로 전달되는 과정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사회에서 정보의 전달과정을 네트워크 관점에서 다룬 다음과 같은 논문을 위의 초파리 논문과 비교해보면 재미있다. “The Spread of Behavior in an Online Social Network Experiment, Science 3 September 2010: Vol. 329 no. 5996 pp. 1194-1197.

초파리는 꿀벌이나 개미와 같은 진성사회성(eusociality)을 갖지 않는다. 진성사회성을 지닌 곤충들은 수컷이 반수체(haploid)라는 아주 단순한 결과에 의해 해밀턴의 법칙을 따라 진화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초파리는 암수 모두 이배체(diploid)이며, 따라서 진사회성 곤충들처럼 노동의 분화, 즉 일벌, 여왕벌, 숫펄과 같은 계급이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초파리에게서도 사회적 행동들은 분명히 존재하며, 위의 연구처럼 암컷 대 암컷, 그리고 내가 발표한 논문처럼 수컷 대 수컷, 그리고 초파리 행동유전학의 가장 오래된 주제인 암컷 대 수컷의 상호작용, 마지막으로 다수의 초파리들이 모여 있는 상황에서의 상호작용이 사회적 행동으로 연구된다.

어제 트위터에서 네트워크를 연구하는 물리학자, 시스템생물학을 연구하는 생물학자, 소셜네트워크를 연구하는 학자와 함께 초파리의 소셜네트워크 연구에 관한 잡담을 하던 중에, 이런 연구가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우연인지 아닌지 오늘 아침에 초파리의 소셜네트워크를 연구한 논문이 PNAS에 발표되었다. “Social structures depend on innate determinants and chemosensory processing in Drosophila, Proc Natl Acad Sci U S A. 2012 Jul 16.” 캐나나 토론토 대학의 조엘 레빈(Joel D. Levine) 그룹이 발표한 이 논문의 요지는, 초파리 군집(12마리로 실험을 수행했다)이 ‘무작위적이지 않은 사회적 상호작용 네트워크 nonrandom social interaction networks’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곤충의 소셜네트워크 연구는 이미 꿀벌에서도 발표된 바 있지만, 이번 레빈 그룹의 연구가 흥미로운 이유는, 소셜네트워크를 유전자 수준에서 연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데 있다. 초파리는 진성사회성을 지닌 곤충은 안지만, 꿀벌의 사회성이 진화할 수 있었던 기본적인 유전자 수준의 공통성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원시적인 수준의 사회성을 초파리로 연구한다는 것이 왜 의미가 있는가. 그건, 초파리만이 유전학적 도구들을 이용해서 사회적 행동과 유전자, 그리고 신경회로 사이의 관계를 밝힐 수 있는 유일한 모델생물이기 때문이다.

벤저의 꿈이 이제 극단에 다다르려 하고 있다. 언젠가 목표가 같은 젊은 학자들과 크게 일을 벌려보고 싶은 맘 간절하다. 초파리로 문화연구를 한다니, 진정 유쾌한 복수 아닌가 말이다. 첨부하는 동영상은 레빈 그룹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로 초파리의 사회적 네트워크를 정량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youtube http://www.youtube.com/watch?v=4zoNCeHksJA]

Automatic tracking of Drosophila fl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