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제 자유민주주의란 일종의 혼합정체(governo misto)이다. 투표를 통한 대의제란 말하자면 선거에 의한 귀족정이다. 자유주의란 권력은 개입하지 말라, 생활이 안정되어 있으므로 국정 따위는 내 알 바 아니다, 좋은 왕이 치안과 외교만을 담당하라는 사고방식이다. 민주주의란 모두 함께 결정하지 않으면 납득할 수 없다는 사고방식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왕정과 귀족정과 민주정을 조합시킨 것이 혼합정체로, 철인왕 같은 뛰어난 인재가 없을 경우 선택할 수 있는 차선책의 정치체제라고 보았다. 그러나 생각에 따라서는 극히 위험한 균형 위에 서 있는 정치체제이다.

그렇게 보면 대의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불만이 높아졌을 때, 데모나 사회운동이나 국민투표를 비롯한 직접민주주의로 보완해나가지 않을 경우, 사람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간혹 ‘데모나 국민투표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파괴행위’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등장한다. 그러나 대의제가 원래는 봉건제의 산물임을 고려하면, ‘데모나 국민투표는 봉건주의의 파괴행위’라고는 할 수 있어도, 민주주의의 파괴라고는 할 수 없다.” <사회를 바꾸려면> 오구마 에이지, 전형배 역, 동아시아 출판사(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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