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의 과학과 기술

<과학과 기술로 본 세계사 강의>의 서문을 옮겨 둔다. 역사적 관점에서 과학과 기술의 복잡한 관계를 이렇게 짧고 명료하게 요약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서문의 전범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 싶다.

20세기는 과학과 사회의 관계가 운명적으로 바뀌는 것을 목격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과학자들은 모두 징집되어 참호 속에서 죽어갔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과학자들은 국가의 소중한 재원으로 징집을 면제받고 후방에 모여 비밀 임무를 수행했다. 이와 같은 변화의 원인은 쉽게 설명할 수 있다 – 정부측에서 이론적인 연구가 공업과 농업과 의학에서 실용적인 진보를 산출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된 것이었다. 항생제의 발견, 핵물리학을 응용한 원자 무기 생산 등은 그 믿음을 강화했다. 과학은 실용적인 이득과 거의 동일시되었고, 따라서 기술이 과학에 의존하는 것은 시대를 초월한 현상이라는 생각이 상식이 되었다. 과학과 기술, 연구와 개발 – 이들 두 쌍은 거의 분리할 수 없는 쌍둥이로 여겨진다. 이들은 우리 시대의 성스러운 명칭의 반열에 올랐다. 과학과 기술의 결합은 오늘날 기술을 응용과학으로 정의하는 사전적인 규정을 통해 확고해진다. ‘과학기사’란에 실리는 소식들은 사실상 과학보다는 공학의 성취를 다루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런 상식적인 믿음은 역사적인 근거 없이 20세기의 문화적 태도에 의해 강요된 인위적인 산물이었다. 물론 역사적인 기록은 파라오와 왕이 지배했던 최초의 문명들 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중앙집권적인 국가라면 어디에서나 자연에 관한 지식이 실용적인 목적에 이용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럼에도 과학과 기술이 체계적으로도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고대 그리스(이론적인 과학이 탄생한 곳이다), 중세의 스콜라 철학자들, 갈릴레오와 뉴턴의 시대, 그리고 심지어 다윈이 활동한 19세기에도 과학은 지식인의 일거리로서 그 결과들을 과학적 출판물에 기록한 반면, 기술은 교육을 받지 않은 장인들이 지닌 솜씨로 여겨겼다. 19세기 전반기까지, 대학을 나온 기술자나 장인은 극히 드물었으며, 많은 기술자들은 공식적인 교육을 전혀 받지 않았다. 반대로 대학의 과학 교육은 주로 순수수학과 이르바 자연철학 -자연에 관한 철학- 에 치중했으며, 기술자와 장인이 모르는 전문 용어와 언어로 이루어졌다.

어느 정도까지는 소망이 생각을 낳는다. 분명 과학은 이번 세기에 인류에게 참된 이득을 선사했으며, 사회적 효용을 위해 연구가 이용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었다. 그러나 과학에 대한 더 안전한 이해, 우리 시대의 문화적 편견에 덜 구속된 이해는 과학을 역사의 렌즈를 통해 바라볼 때 얻을 수 있다. 그런 역사적은 고찰 속에서 과학의 빛나는 성취뿐 아니라 오점도 보고, 때때로 불거졌던 우리의 민주주의적인 태도와 양립할 수 없는 특권층적인 거만함도 본다면, 과학에 대한 우리의 개념은 문화에 구속된 오해를 벗어나 다면적인 실체로서의 과학에 접근하게 될 것이다. 그와 동시에, 기술에 대한 더 정확한 역사적 인식은 인류가 생존한 까마득한 세월 내내 일상의 필요와 편의를 위해 재능을 발휘한 솜씨 있는 기술자들의 독립적인 전통을 정당하게 자리매김하도록 만들 것이다. 기술에 대한 역사적인 재평가는 또 많은 경우에는 과학이 기술을 지휘한 것이 아니라 기술이 과학의 발전을 이끌었음을 보여줄 것이다.

과학과 기술의 관계가 역사적인 과정이지 본질적인 동일성 관계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우리는 만나고 갈라지는 과학과 기술의 역사를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 추적할 것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기술이 응용과학이라는 상식적인 전제를 재검토하고, 20세기 이전의 역사적 상황 대부분에서는  오히려 과학과 기술이 -사회적인 측면에서나 지성적인 측면에서나- 부분적으로 혹은 완전히 분리된 채로 발전해 왔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역사적인 과정에 대한 이해는 지난 몇백 년 동안에 과학과 기술이 실제로 융합되 이유에 대해 통찰의 장을 제공할 것이다.

매클렐란 3세, 제임스 E, James E McClellan, Harold Dorn, 도른해럴드, and 전대호. 2006. (과학과 기술로 본)세계사 강의. 서울 : 모티브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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