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김우재 (2014-)

줄기세포 딜레마

이 글은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에 기고했던 글인데, 현재 그 곳의 글이 사이트 이전 관계로 가독성이 떨어지게 편집되어 있어, 블로그로 옮겨둔다. 블로그를 휴업하는 동안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했고, 캐나다에서 교수생활을 하게 되었고, 최순실이 나타났다. 영애와 인형사는 줄기세포 치료제를 자주 맞았다고 한다.


요약하자면, 줄기세포치료는 미래의 치료기술로서 상당히 기대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엔 매우 집중적으로 몇 년 동안을 연구해야만 넘을 수 있는 주요한 기술적 장벽들이 여전히 존재한다[1].

’해외원정 도박’과 ‘해외원정 출산’이 유행이라는 말이야 익히 들어 알고 있던 국민들은, 이제 그 리스트에 ‘해외원정 줄기세포시술’을 추가해야 할 것 같다. 해외원정이라는 말은 월드컵과 같은 대대적인 스포츠 축제를 앞두고 운동선수들이나 감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돈만 있으면 누구나 하는 그런 종류의 운동인 듯 싶다. 김연아가 캐나다로 해외원정을 갔다는 뉴스에서는 이 단어가 그리 혐오스럽게 들리지 않았는데, 이제 해외원정이라는 말에서 부유층의 진한 향기를 느낀다. 최근 MBC의 보도에 따르면 ‘알앤엘(RNL)바이오’라는 생명공학기업의 알선으로 많은 인사들이 중국 등지에서 줄기세포시술을 받았다고 한다. 특히 알앤엘바이오의 고객명단에는 국회의원, 공공단체 기관장 및 공직자, 연예인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2]. 이러한 해외원정 줄기세포 치료를 감행했던 한 환자가 사망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고[3], 심지어 국내에서는 불법인 시술이 암암리에 자행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알앤앨바이오로부터 불법으로 불기세포시술을 받은 이들은 8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4]. 줄기세포로 대한민국은 물론 전세계 과학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황우석 사태 이후, 또다시 대한민국은 줄기세포로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2005년부터 해마다 굵직굵직하게 터지는 사건들로 인해 우리나라 국민들은 줄기세포, 광우병, 어뢰와 선박파괴의 전문가가 되어가고 있다. 평소에는 과학에 별다른 관심이 없던 국민들조차, 언론의 계속적인 보도를 외면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곳곳에서 전문가들과 아마추어들이 논쟁을 펼치고, 때로는 과도한 음모론이 부각되기도 한다. 줄기세포 파동 때는 미국의 사튼 박사와 황우석 박사가 특허권을 두고 암투를 벌인 것이 사건의 배후라는 음모론이 널리 퍼졌었다. 광우병 사태 때는 미국산 소고기를 먹으면 괴물이 되어 죽는다는 무시무시한 고등학생들의 루머가 살포되어 정부를 긴장시켰다. 이러한 루머로 인해 그 수많은 촛불시위의 민중들이 집결했다는 음모론도 정부에 의해 널리 살포되었다. 천안함 사태의 전말은 여전히 오리무중이고, 이 와중에 다양한 음모론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고 있다. 이 와중에 과학적 지식이 좀 있다는 이들은, 국민들이 무식하다며 냉소적인 조소를 보내기도 한다.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길 가다가 번개를 맞을 확률보다도 작다는 수학적 확률론으로 무장한 주장이 활개를 친다. 광우병에 걸린 환자에게는 죽을 확률이 거의 100%에 가깝다는 상식적인 인식도 무시된다. 왜냐하면 소고기를 먹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광우병에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혹시나 모를 두려움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두려워하는 민중의 감수성은 무시된다. 왜냐하면 그들은 과학을 모르기 때문이다. 과학주의자 혹은 회의주의자라고 불리는 소수의 집단은 민중의 위에서 과학적 지식의 권위로 그들을 깔아 뭉개려 한다. 도대체 누가 그들에게 과학으로 그런 권위를 부여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과학의 가장 두드러진 특성은 객관성이나 합리성이 아니라, 스스로의 오류를 지속적으로 수정해 나가는 건강성에 있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이들은 현재의 과학적 지식체계를 완벽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과학은 과학자에게 그 따위 도그마를 가르치지 않는다. 그 누구보다 위대한 업적을 이루었던 과학자들의 대다수는 과학을 도그마와 반대되는 것으로 사고했다[5]. 예를 들어 볼츠만은 물리학의 이론들조차 완벽한 것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주장하던 원자론까지 끊임없이 의심했다. 근대의학자의 아이콘 중 한명인 윌리암 오슬러는 “의학은 불확실성의 과학이며, 확률의 기예다[6]”라고 말했다.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과거의 두 가지 사건과 현재의 사건이 모두 의학과 깊이 연루되어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하지만 이보다 더 필자를 당황스럽게 만드는 것은 따로 있다. 이를 ‘줄기세포의 딜레마’라고 부르고자 한다. 첫 번째 딜레마는 이 사건을 광우병 사태와 비교하면서 드러난다. 과학과 비과학의 문제가 이 첫 번째 딜레마에 걸려 있다. 이를 ‘부자 과학의 딜레마’라고 부르도록 하자. 두 번째 딜레마는 윤리적인 것이다. 해외원정 줄기세포 사태는 분명히 해결되어야 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 한 가지 딜레마가 발생하는데, 이를 ‘착한 부자의 딜레마’라고 부르도록 하자. 부자 과학의 딜레마한국에서 ‘과학적’이라는 단어는 참 고생이 많다. 촛불시위 당시 주한미국대사였던 이는 한국인들이 ‘과학적’이지 않다며 자성을 촉구했고, 촛불시위 2주년을 맞아 대통령께서는 광우병 사태의 진실이 모두 밝혀졌다며 지식인과 의사들에게 반성을 촉구하셨다[7]. 그 분들에게 광우병 사태의 본질은 과학과 비과학의 구분에 있었던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는다고, 아니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는다고 해서 인간 광우병에 걸린다는 과학적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반대하는 민중의 목소리는 비과학적이라는 논리다. 이는 과학적 사실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과정에 대한 비판과 여러 가지 사회적 요인들이 중첩된 복합적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윗 분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시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 분들의 견해를 일단 받아드리도록 하자. 촛불시위에 나섰던 민중은 비과학적인 태도로 정부의 정책을 근거 없이 비난했다고 치자.그렇다면 이번 해외원정 (불법) 줄기세포시술을 받은 국회의원, 고위 공직자, 연예인들의 태도는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뉴스에서는 성체줄기세포시술은 아직 그 안정성과 효용이 확인되지 않은 기술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주장에는 과연 어떤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일까? 한때 국가과학자의 칭호를 받았던 황우석 박사가 줄기세포로 환자맞춤형 치료를 할 수 있다고 해외유명저널에 논문을 발표했다는데, 과학적 근거가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아니 그보다는, 비과학적인 서민들의 촛불시위를 욕하고 비난했던 이 땅의 상류층은 그들보다는 좀 더 과학적인 근거로 행동하지 않을까? 그들이 해외원정까지 가며 줄기세포시술을 받았다는 것은 이 치료법에 뭔가 과학적인 근거가 확실하기 때문은 아닐까?

우선 이들이 시술 받았다는 ‘성체줄기세포(adult stem cell)’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가 필요할 것 같다. 황우석 박사 덕에 온 국민이 전문가가 된 ‘배아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l)’와는 달리 성체줄기세포는 말 그대로 성인에게서 얻을 수 있는 줄기세포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배아줄기세포는 수정란의 발생초기에 얻어지며,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특징을 가진 세포주를 ‘전능성 줄기세포(Totipotent stem cell)’라고 부른다. 같은 배아줄기세포라 해도 조금 더 발생단계를 진화 분화되면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읽게 되는데 이러한 상태의 세포를 ‘다능성 줄기세포(Pluripotent stem cell)’라고 부른다. 전능성/다능성의 특성을 지닌 배아줄기세포와는 달리 성체줄기세포는 ‘중복성 줄기세포(Multipotent stem cell)’라고 불리는데, 이는 특정한 계통으로만 분화되도록 운명이 결정된 상태임을 뜻한다. 따라서 성인의 몸에서 가장 쉽게 채취할 수 있다고 알려진 조혈 줄기세포(hematopoietic stem cell)의 경우, 모든 종류의 치료에 사용할 수 없다. 분화할 수 있는 세포의 종류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분화되지 않은 조혈 줄기세포를 인체의 혈관에 주사하면, 잘해봐야 림프구, 백혈구, 적혈구를 조금 더 갖게 될 뿐이다[8]. 과학자들이 세포배양 연구를 통해 줄기세포의 분화를 연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건만 잘 갖추면 이론적으로는 조혈모세포로부터 혈액을 이루는 세포의 계통 뿐 아니라, 신장, 간장, 근육, 심장, 신경세포로 분화될 수 있는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를 성체줄기세포의 ‘분화유연성(Stem Cell Plasticity)’에 관한 연구라고 한다. 하지만 성체줄기세포가 분화유연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다양한 가설과 모델들이 존재하며, 아직 연구는 초기단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쥐에서 수행된 어떤 결과들은 실험적 오차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는 증거들이 존재한다. 따라서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가 수행되어야만 한다. 그래야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 혹은 시술이 효용성 있는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9].물론 성체줄기세포시술의 장점도 있다. 배아줄기세포는 성인의 체내에 들어가서 암을 형성할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반면, 성체줄기세포는 그렇지 않다고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안정성의 측면에서 성체줄기세포는 배아줄기세포보다 뛰어나다. 하지만 우리 몸의 암세포들은 일반적으로 줄기세포로부터 비롯된다는 과학계의 추론이 존재하고, 성체줄기세포 연구가 초기단계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암으로부터의 안정성도 확신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성체줄기세포의 이용에는 ‘과학적’으로 극복되어야 할 문제점들이 산재하고 있다. 먼저 성체줄기세포가 ‘대칭 분열(Symmetric Cell Division)’ 뿐 아니라 ‘비대칭 분열(Asymmetric Cell Division)’도 한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대칭 분열이란 분열 전의 세포와 분열 후의 딸세포가 똑같은 성질을 지닌 것을 말한다. 비대칭 분열이란 분열전의 세포와 딸세포가 다른 성질을 지닌 경우를 뜻한다. 비대칭 분열에선 분열 후의 두 세포 중 하나의 세포만이 줄기세포의 원래 성질을 보유하고, 다른 한 세포는 조금 더 분화된 상태로 출발하게 된다. 따라서 비대칭 분열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게 되면 성체줄기세포시술을 위한 필수단계인 세포주의 대량생산은 거의 불가능해 진다. 자신의 몸에서 줄기세포를 채취해서 시험관 배양을 통해 충분히 불릴 수 없다면 시술은 하나마나 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아직까지 대량생산의 단계가 요원하다는 사실이다. 해외원정에서 비싼 돈을 내고 시술을 받은 국회의원들께서는 이러한 ‘과학적’ 사실을 알고 계셨을까?

두 번째 문제는 앞에서 기술한 것처럼 성체줄기세포의 분화유연성에 분명한 한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즉, 몸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는 제한된 종류의 세포로만 분화가 가능한 운명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조혈 줄기세포를 추출해서 혹시라도 대량생산을 한다고 한들, 조혈모세포가 갑자기 피부세포로 분화하지는 못한다. 건강한 피부를 갖기 위해서는 피부세포로 분화할 가능성을 지닌 줄기세포를 추출해야만 한다. 줄기세포시술을 받은 한 여성환자분께서는 “줄기세포를 맞으면 50대 기능이 20대처럼 20~30년 젊어지고 얼굴에 맞으면 피부가 몇 십 년 정도 젊어진다”고 알고 계셨다는데 이러한 생각엔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일까?세 번째 문제는 이미 언급한 안정성에 관한 것이다. 성체줄기세포는 암발생의 위험이 비교적 적다고 알려져 있지만, 분명히 예외가 존재한다. 최근 보고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2~3개월간의 배양기간을 거친 세포들은 안전하지만 그보다 오랜 기간을 배양한 세포들은 암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한다. 여전히 줄기세포시술을 받으려면 암에 대한 위험을 감수해야만 한다. 시술을 받으신 고위 공직자 분들은 이런 ‘과학적’인 사실은 당연히 알고 계셨을 것이다. 늙어서 암에 걸려 죽으나, 줄기세포시술을 받아서 암에 걸리나 피장파장이기 때문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인간은 고전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그다지 합리적인 존재는 아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토대로 성체줄기세포를 직접 연구하고 있는 현장의 기초의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이러한 ‘과학적’ 연구가 비교적 초기적인데 반해, 최근 임상적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파일럿 연구로서 의미를 갖는 것이라 볼 수 있으며, 이들이 완성된 기술, 실용화된 의료행위로 인정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10].이게 과학자들의 ‘과학적’인 결론이다. 혹시라도 한국과학자들의 수준을 의심하는 이들이라면 좀 더 권위를 가지고 있다고 사료되는 미국립보건원(NIH)의 견해를 참고할 수 있겠다. 미국립보건원은 성체줄기세포를 임상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고 말한다.이식된 조직에서 기능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분열되어야 한다.원하는 세포 계통으로 분화가 가능해야 한다.성체줄기세포가 이식된 사람의 몸에서 살아남아야 한다.이식 후에는 주변 조직으로 잘 흡수될 수 있어야 한다.이식자의 생존 기간 동안 제대로 기능을 해야 한다.마지막으로, 어떤 식으로든 이식된 사람에게 위험을 끼치면 안 된다[11].

필자가 보기엔 이번에 해외에서 원정시술을 받은 분들의 태도는 -위의 과학적 근거들에 준한다면- ‘비과학적’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태도에 대해 비과학적이라고 비난하는 이들이 없는 것은 참으로 희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광우병 사태 당시 거리로 뛰어나온 민중들에게 따라붙던 ‘비과학적’이라는 수식어는 왜 이 분들에게는 따라다니지 않을까? 그들이 그 비싼 시술비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상류층이기 때문일까? 상류층은 과학적 지식이 좀더 많은 것일까? 과학은 보편적인 지식을 추구하는데 왜 누구는 비과학적이고 누구는 과학적이라는 말을 들어야만 하는 것일까?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 아니라, 서민이 하면 비과학이고, 부자가 하면 과학이 되는 세상. 그것이 ‘부자 과학의 딜레마’다.착한 부자의 딜레마착한 부자의 딜레마는 과학적인 문제가 아니라 윤리적인 문제다. 한 하버드 교수의 ‘정의’에 관한 책이 날개 돋친 듯이 팔리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정의와 윤리 혹은 도덕에 관한 논의들이 넘쳐나고 있는 듯 하다. 또한 트위터에서 뜨거운 감자가 된 ‘이마트 피자논쟁’은 이념적 소비라는 개념을 만들어내며 온 국민에게 윤리학적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 난해함에도 불구하고 베스트셀러가 되어버린- 하버드 교수의 책을 읽은 독자라면, 바로 이 줄기세포 딜레마로부터 하버드의 교수가 강의했던 것보다 더 심오한 윤리적 딜레마를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이번 해외원정 줄기세포시술은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분명히 불법이다. 또한 줄기세포시술의 안정성과 효용성은 아직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하지만 시술을 받은 이들은 자발적으로 시술에 참여했다. 따라서 이들은 법의 규정에 의하면 엄연한 피해자가 된다. 하지만 무려 8,000 명이나 되는 이들이 시술을 받았다고 한다면, 이번에 시술을 받은 이들을 역학적으로 추적해서 현단계에서의 성체줄기세포의 안정성과 효용성을 거의 확실한 수준으로 증명할 수 있다. 더 많은 자발적 시술자들이 등장하게 된다면, 더 확실한 수준의 증명이 가능해 질 것이다. 이는 매우 귀중한 과학적인 자료로 봉사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들의 자발적 시술참여를 막기만 해야 할 것인가? 법의 논리에 따른다면 답은 당연히 부정적이다. 하지만 요즘 여기저기서 논의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의 도덕적 의무를 따른다면 이러한 부자들의 착한 행위는 권장해야 마땅한 것이 된다. 부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향후 불치병 혹은 난치병 환자들이 사용하게 될 임상실험을 도와주고 있다. 이는 명백한 윤리적 딜레마의 상황이다. 누구도 부자들의 자발적인 행위를 욕할 수 없다. 경제적 양극화가 심각해지고, 부자와 대기업에 대한 증오가 하늘을 찌르는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행위는 어쩌면 장려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하지만 성체줄기세포시술의 과학적 불확실성을 잘 아는 전문가들에게는 다시 한번 윤리적 딜레마가 발생한다. 부자들의 착한 소비를 장려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시술의 위험성을 권고해야만 하는 의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과학자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필자는 매우 심각한 고뇌의 상황에 처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침묵하고 있어야만 할 것인가? 건설적인 방향으로 논의를 진전시켜, 시술을 받은 8,000 명에 대한 역학조사 예산을 편성할 것을 주장해야 할 것인가? 필자는 광우병 사태 당시에, 광우병에 대한 촛불 민중의 태도를 비과학적인 잣대로 평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그것이 과학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시 필자는 만일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희박하다 하더라도, 이처럼 다수의 민중이 그것을 반대한다면, 정부는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12]. 정부가 과학적 권위를 내세워 이들을 비난할 권리는 없다고 필자는 주장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필자는 부자들의 선택을 존중한다.

김우재 heterosis.kim at gmail.com 트위터 @RevoltScience

[1] 미국립보건원(NIH)의 줄기세포 관련 안내문 중, 성체줄기세포에 관한 문서 중에서. “What are the potential uses of human stem cells and the obstacles that must be overcome before these potential uses will be realized?” http://stemcells.nih.gov/info/basics/basics6.asp

[2] 헬스코리아뉴스, 줄기세포 불법시술 현직 국회의원 연루. 2010년 11월 06일.

[3] MBC뉴스, “줄기세포 치료‥원정시술 사망?”, 2010.10.22.

[4] MBC뉴스, “[단독보도] ‘줄기세포’ 국내에서 불법시술”?, 2010.11.07.

[5] 이상하, “볼츠만의 도그마 없는 과학”. http://heterosis.egloos.com/773364

[6] Elliott, Perry, and William McKenna, “The science of uncertainty and the art of probability: syncope and its consequences in hypertrophic cardiomyopathy.” Circulation 119, no. 13 (April 2009): 1697-9.

[7] 김우재, “[시각] 대통령님, ‘촛불’ 핵심은 과학의 문제가 아니에요”, 한겨례 사이언스온, 2010.05.15.

[8] 이민철, “줄기세포의 개념: 배아 줄기세포와 성체 줄기세포”, 보건연구정보센터.

[9] 오일환, “줄기세포 연구의 최신동향”, 보건연구정보센터.

[10] 김영인, “오일환, 성체줄기세포의 세포학적 특성”, 대한의사협회지.

[11] 미국립보건원(NIH)의 줄기세포 관련 안내문 중, 성체줄기세포에 관한 문서 중에서. “What are the potential uses of human stem cells and the obstacles that must be overcome before these potential uses will be realized?” http://stemcells.nih.gov/info/basics/basics6.asp

[12] 김우재, “인간광우병, 걱정 말라고?”, 시사인, 2008.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