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급진적 생물학자 (2008-2011), 아카이브 (2002-2013)

때론 미쳐도 미치지 못한다

경제가 어려운 것은 잘 알겠다. 그리고 그것이 전적으로 그대의 잘못만은 아니라는 것도 알겠다. 물론 종부세 폐지라던가 중과세 등등의 골때린 정책들이 난무하는 것도 다급한 그대의 심정이라 이해는 해보겠다. 그리고 과학자들에게 연구에 미치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얼마나 그대에게 돈이 궁하면 그리했을까라며 이해하고 싶다.


문제는 그대 혹은 정부의 염원과 그대 혹은 정부의 정책이 모순되어 있음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자신의 임기 내로 가져가려는 그대의 의도와는 상관 없이, 대한민국은 그대가 떠난 이후에도 굴러갈 것임을 조금은 머릿 속에 입력해 두라는 충고로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 언제나 이 땅의 모든 정책은 –
이미 전에도 말해두었듯이– 근시안적이고 임시방편적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너무나 짙다. 게다가 자칭 보수라 자처하는 사이비 보수들의 정책이 더욱 그러함은 자명하다. 이미 올림픽으로부터 시작된 이따위 근시안적 정책들은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는 이들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명예를 역사에 남기고자 하는 욕망이 국가에 대한 책임의식보다 큰 이들에게서 보이는 소아기적 발상일 뿐이다. 게다가 그대는 그러한 욕망이 그 누구보다도 큰 사람 아니었는가.

노벨상이 5년 안에 나오길 바란다고 못박은 것은, 아마도 그대의 임기가 5년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 어느 사람이라도 알 수 있을 듯 하다. 그래 노벨 문학상은 어찌 나오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고, 그것이 필요한지도 나는 잘 알수 없기에 넘겨두자. 잘 못사는 나라일 수록 문학상이 많이 나오기도 하는 것 같으니 실상 노벨 문학상이 나온다는 것은 해당 작가의 국가가 처한 급변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은 아니 해보았는지 모르겠다. 돌아가는 경제상황으로 볼 때 노벨 문학상은 곧 나올지도 모르겠다. 나라가 이 꼬라지로 돌아가다보면 별의별 사건이 다 생길테고 그 사건들은 그대로 문학의 소재로 사용되지 않겠는가? 어차피 인간의 상상력이란 현실에 제한을 받는 것이기 마련이라면, 문학의 소재가 무궁무진하게 쏟아져 나올 수 있는 매우매우 처절한 환경에서 뛰어난 문학이 피어날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노벨의 본뜻이 담긴 과학 분야의 상들은 문학상과는 그 콘텍스트가 다른 것이다. 이는 노벨 평화상과도 다르다. 노벨과학상은 기초가 튼튼한 국가에서야 비로서 등장하는 그런 상이다. 노벨상 수상자들이나 스위스 노벨위원회의 과학자들이 한국을 방문해 언제나 레파토리처럼 흘리는 말들이 기초분야를 튼튼하게 하고 기다리라는 말뿐임은 우연이 아니다. 기초분야의 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 지금 우리에게 노벨과학상은 요원한 일이다. 게다가
좋은 논문을 내는 과학자에게 사업가로 변신하라는 주문을 하는 국가의 정책하에서는 노벨상은 요원한 일이다. 거듭 부탁건데, 기초를 튼튼히 할 생각은 버려라. 어차피 그대가 그런 일을 수행할 두뇌용량이 안되는 것은 차치하고, 그렇게 해보았자 그대의 임기 내에 노벨과학상이 나올 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일은 제발 하지 말아다오. 왜냐하면 나는 그대가 훗날이라도 한국의 노벨과학상의 기초를 다진 대통령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어떤 신문에서는 노벨상에 근접한 한국인 과학자라는 웃기지도 않는 뉴스를 내보내기도 하던데, 단언컨데 이 중에 노벨상을 받을 인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조장희 박사가 최초의 업적이라는 측면과 의학에의 응용가능성이라는 노벨상 수상위원회의 결정기준에 가장 근접한 인물임에는 틀림 없다. 그런데 웃기게도 75년 개발된 PET이 아직 노벨상을 받지도 못한 시점에서 79년 개발된 MRI가 노벨상을 수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도 조장희 박사가 노벨상을 받기를 원하는 사람이지만, 상황을 예측하기는 힘들다. 그 외의 분들은 글쎄, 잘은 모르겠으나 그들이 노벨상을 받는다면 하늘이 돕는 것일게다. 오히려 이 무식한 뉴스기자의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노벨상에 근접한 여성과학자 한 명이 있다. 누군지는 비밀이다. 알아내는 기자에겐 뽀뽀해주련다.


어찌되었든 좋다. 어차피 강만수가 10조원을 퍼부을 돈은 있어도 과학자들에게 줄 돈은 없는 나라에서 -10조원이면 몇년의 과학예산을 넘는 돈일텐데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냥 그대가 밀고 있는 대로 가 주길 바란다. 건설업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큰 국가에서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산업을 재편해야하는 것이 순리임을 알면서도, 그대가 건설업자 출신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건설업을 부양시켜-집이 남아도는데도-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는 것이 그대의 전략이라면, 과학에 대한 장기적이고도 전략적인 정책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임에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그대가 할 수 있는 말이 ‘과학자들은 연구에나 매진하라’는 것임은 분명 열악한 상황에서도 세계를 놀라게 했던 황교주와 같은 과학자가 나와주기를 기대하는 기대심리임이 분명할진데, 어쩌면 좋은지는 몰라도 과학분야에는 그런 헝그리 정신이 통하지 않는다. 불쌍하고 또 불쌍한 이 땅의 과학자들은 외국에 나와 경험을 쌓고도 월드클래스 대학인지 뭔지 때문에 고국에 돌아가지 못하는 미아 신세가 될 운명에 처해버렸다. 이제 막 그래도 국내에서 박사를 마친 인재들이 외국에서 경험을 토대로 빈약한 대한민국의 과학을 발전시킬 순간인데 그대는 너무나 기가막히게도 그 시점에 그 물꼬를 막아버렸다. 너무나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기가막히게도 한 나라의 과학을 끝장내 버리는 그대의 솜씨는 참으로 귀신 같다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의 이 말을 듣고 어느 무엇도 바꿀 생각일랑 하지 말아주기 바란다. 그냥 그대로 그대가 원하는 그대로 청계천처럼 가라. 그리고 함께 이 나라에서 과학이 사라지고 다시금 우리가 조선시대로 돌아가는 꼴을 지켜보자. 미치면 미친다는데, 한 국가의 수장이 지닌 수준이 바닥이면 미쳐도 미치지 못하는 듯 하다. 그리고 나는 분명히
그대의 대선공약을 기억한다. 언제나 일어나는 일이지만 그대의 공약은 날거짓이었다. 오늘 쥐를 한마리 잡아야겠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미칠듯 하다.

  1. 연구에 ‘미친’터라 블로그에 조금 소홀했습니다. 초파리가 저를 ‘미치게’ 하는 터라 그랬습니다. 이젠 대통령이 저를 아주 ‘미치게’ 합니다. 정말 미치게 미치겠습니다.

  2. 설사 노벨상을 탈만큼의 업적을 이룰수있게 되어도 저는 이민가서 받을랍니다. 저는 저치들의 약력에 한줄 추가하기 위해서 공부하는게 아니니까요

  3. 남들이 죽도록 고생한 업적에 괜히 가서 한다리 걸치는게 정치 소인배들의 생존전략인건 익히 알고 있지만…..건설 바닥 출신의 천박한 마인드를 국가적으로 적용하려고 하니 국가 수준이 천박해지는거에요. 임기 끝나기를 기다리기가 힘듭니다 ;

  4. 국가지도자로서의 최소한의 사유 정도만이라도
    좀 보여주었으면… 철학은 바라지도 않는다.

  5. 우리나라만큼 과학자의 활동이 어려운 국가는 없을 것 같네요, 모든분야에서 기술직이 천대받고 있고, 선생님 말대로 지방에서도 임기내 업적이 우선시 되는 상황에서 기초과학이 발전하기는 모든이의 희망일 뿐인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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