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미나의 인터뷰에 따르면, 다니엘 튜더는 2002년 한국월드컵에 구경왔다가, 붉은 악마의 응원문화에 흠뻑 빠져, 한국에서 강사생활이나 해보자고 대학로 인근의 서민촌에서 자취를 하다가, MBA나 따서 금융업계에서 안락한 노후나 준비하려고 영국으로 돌아가 실제로 MBA를 마치고 스위스에서 금융업에 종사하다가 환멸을 느낄 무렵, 인턴으로 일했던 이코노미스트에서 한국특파원이나 해보라고 제안해서 한국에 왔고, 이후 한국을 바닥부터 정밀하고 구체적으로 알아가기 시작한 기자이자 작가이며 창업가다. 그를 한국에 널리 알린 기사는 ‘한국 맥주는 대동강 맥주보다 맛없다’였다고 한다. 맥주, 아니 에일의 나라 영국에서 온 사람에게 한국 라거 맥주가 밍밍했을 건 뻔한 일인데, 한국 맥주가 분명 맛이 없는건 사실이지만, 이런 음모론도 있다.
그러고 보니 대동강 맥주가 맛있다는 기사를 실은 외신이 둘 다 영국계로군요, 왠지 수상한 냄새가 납니다.맥주 하면 알아주는 영국이지만 양조장이 많은 만큼 망하는 양조장도 많은데 180년 역사의 어셔 양조장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대동강 맥주 공장은 바로 그 어셔 양조장 설비를 통째로 사 와서 2000년에 세운 정통 영국 맥주 공장입니다. 영국정부도 북한이 양조장을 사간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지만 아직 대북 제재를 받기 전이라, 별 문제 없이 어셔 양조장의 설비는 부품별로 분해돼서 북한으로 실려갑니다. 그렇게 북한에 팔린 어셔 양조장은 2002년부터 대동강 맥주를 생산하게 됩니다.정통 영국 양조 설비로 만든 맥주니 영국 언론인 이코노미스트와 로이터가 빨아줄 만도 하지요? 소스: 한국 맥주는 어떻게 북한 맥주보다도 맛이 없을까? | ㅍㅍㅅㅅ
다니엘은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 온라인 매체를 준비중이라고 하는데, 그 동안 꽤 많은 책들을 출판했다. 최근에 출판한 책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문학동네)은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튜더가 등장해 인터뷰를 하면서, 게다가 그 내용이 민주당의 무능함을 구체적으로 질타한 언급이 SNS를 떠돌면서 다시금 튜더를 유명하게 만들었다. 손석희 인터뷰에서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산 내용은, 한국의 민주당 세력이 30년 전에나 통했을 ‘반독재’ 혹은 ‘반새누리당’ 구호 이외의 어떤 철학도 부재하고 또한 무능하며, 그로 인해 언제나 진다는 것이다. 많은 한국의 평론가들과 지식인들이 비슷한 비판을 해왔으나, 아마도 튜더의 인터뷰가 화재가 되는 이유는 그의 지적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살 뿐 아니라, 그가 가진 화려한 타이틀 즉, 외국인에 기자이며 게다가 옥스포드라는 명문대 출신이라는 배경의 덕일 듯 하다. 여하튼 튜더의 셀러브리티 성향은 관심사는 아니고, 그가 어떤 책을 썼으며 그 책들은 어떻게 읽으면 좋을지 아주 간략하게 공부 차원에서 정리해두려 한다. 순수히 개인적인 목적이다.
그는 지금까지 3권의 영문 책을 썼다.
Daniel Tudor, J. P. (2015). North Korea Confidential: Private Markets, Fashion Trends, Prison Camps, Dissenters and Defectors. Tuttle Publishing.
Tudor, D. (2014). A Geek in Korea: Discovering Asian’s New Kingdom of Cool: Daniel Tudor: 8601413772694: Amazon.com: Books. Tuttle Publishing.
Tudor, D. (2013). Korea: The Impossible Country: The Impossible Country. Tuttle Publishing.
이 중 첫 번째 책 <한국, 불가능한 국가>는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로 문학동네에서 번역되어 나온 것인데, 노정태가 번역했고 정재승이 추천사를 썼다. 출판사가 문학을 다루는 곳이고, 번역이 노정태이며, 추천사는 정재승이다. 책 좀 읽었다는 사람들은 이 세 가지 정보로도 많은 것들을 읽어낼 수 있다. 이 책은 인문학 에세이고, 논객이 번역했고, 대중과학자가 추천사를 썼다라는 정도로 설명하고 넘어가자. 이번에 번역출판되어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은 위의 세 권 중 한 권의 번역이 아닌 모양이다. 튜더의 책들은 한국 출판시장의 생리를 생각할 때 곧 모두 번역될 것으로 예상된다.
튜더의 <한국, 불가능한 국가>의 영문판 서문은 이렇게 시작된다. 서양인들 대부분은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정말 개를 먹어?”라고 물어본다는 내용부터, 한국에 대해 서양인들이 지닌 편견을 집약해 보여주고 있다.
“What ideas do exist about South Korea tend to be heavily stereotypical. When this author visits any non-Asian country, one of the first questions people ask is, “Do all Koreans really eat dog?” The idea that no pet Alsatian would be safe wandering the streets of Seoul is surprisingly common. And though South Korean per-capita GDP (by purchasing power parity) has reached US$30,000, many in the West assume that South Koreans are still the poor third-world citizens depicted in the TV sitcom M*A*S*H.” Excerpt From: Daniel Tudor. “Korea: The Impossible Country.” iBooks.
그는 분명 쉽게 이 책을 쓰지 않았다. 그가 한국을 진단하는 평가들은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내가 봐도 동의할 수 있는 것들이다. 예를 들어 그는 서양인들이 왜 한국에 대해 무지할 수 밖에 없는지를 한국을 둘러싼 국제정치적 맥락과, 분단이라는 상황으로 짚어낸다.
“Though Hyundais and Kias are commonplace on Western streets and Korean technology is found in products from smart phones to the Dreamliner, South Korea remains something of an unknown quantity. Even those with an interest in Asian cultures tend to overlook this nation of fifty million in favor of its more powerful and populous neighbors. To its west, China, a nation that exacted tribute from Korea for centuries, is a reemerging regional hegemon. To its east lies Japan, the former colonizer and cultural powerhouse that has been exciting Western imaginations for decades. And directly to the north looms the so-called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which, thanks to its nuclear weapons program and bizarre, monarchical leadership, utterly overshadows South Korea in the world’s media” Excerpt From: Daniel Tudor. “Korea: The Impossible Country.” iBooks.
그리고 김구의 저 유명한 명언, 경제강국이 아니라 문화강국이길 바란다는 인용으로 서문을 마친다. 튜더의 생각에 김구가 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을 부끄러워할 것 같다는 말로.
“Korean independence fighter Kim Gu stated that, “I do not want our nation to become the richest and most powerful nation in the world. . . . It is sufficient that our wealth is such that it makes our lives abundant.” Instead, he wanted Korea to become “the most beautiful nation in the world,” one that provides happiness for its own people and others. Were he alive today, he would probably be disappointed with some of what he saw. But even he would have to admit that this impossible country has come a long way.” Excerpt From: Daniel Tudor. “Korea: The Impossible Country.” iBooks.
사실 내 눈을 사로잡은 그의 책은 두 번째 책이다. 그는 <한국의 괴짜: 아시아의 쿨한 새로운 왕국의 발견 A Geek in Korea: Discovering Asian’s New Kingdom of Cool>이라는 책을 썼다. 이 책은 인터넷 시대에 변해가는 한국 젋은 세대의 문화를 서구에 소개하는 책이다. 일종의 여행안내서로 볼 수도 있을만큼 많은 사진들이 실려 있다. 정독할 일은 없을 것 같지만, 서문은 <한국, 불가능한 국가>와 비슷하다. 다만, 이 책은 최근 싸이로부터 한류에 이르는 한국의 아이돌 문화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현상을, 한국에 체류하며 깊히 공부했던 외국인의 눈으로 풀어내려는 시도인 듯 하다.
These were the kind of reactions I got when I first told people I was going to live in Korea. They knew about the Korean War; they knew about the dictator in Pyongyang so memorably rendered in Team America: World Police; and, they also “knew” that dog-eating was a “common practice;” “Remember, Danny: a dog is for life, not just Christmas dinner,” wrote one old friend in a card sent to me for the 2004 holiday season.
But something has changed. In the past decade or so, Korea—and by “Korea,” I am referring to the South—has become cool. Though still off the radar for many Westerners, inbound tourist numbers have rocketed; creative exports like computer games, pop music, movies, and even the odd novel, have gained international attention in a way that no one here would have dared imagine at the turn of the millennium. Excerpt from Tudor, D. (2014). A Geek in Korea: Discovering Asian’s New Kingdom of Cool: Daniel Tudor: 8601413772694: Amazon.com: Books. Tuttle Publishing.
기자였고, MBA 출신이며 사업가이기도 한 그의 책에서 학자로서의 성실한 참고문헌을 기대했던 건 무리였던 것 같다. 그의 책들엔 Reference가 따로 정리되어 있지 않다. 이런 종류의 책은 ‘에세이’로 분류되어야지, 무려 ‘사회과학’으로 포장되어 (게다가 2주간 1위라고 하니) 성실한 나머지 한국 사회과학자들까지 기를 죽일 필요는 없을 듯 싶다. 스스로 작가라고 밝히는데다, 강연때마다 자신의 말을 듣지 말라며, 한국인들은 너무 외국인의 권위에 기대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는 사려 깊은 외국인이니, 에세이는 에세이이며 한국에 대한 사회과학적 분석은 에세이를 넘어서는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정도의 조언은 해도 될 듯 하다.
여하튼 그는 훌륭한 프로파간다의 기질을 갖췄다. 손석희와 했던 인터뷰에서 그가 짧게 내뱉은 밀도 깊은 어휘들은 인상적이었다.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을 캡춰해 봤다. ‘미래, 소통, 창조’ 등의 모호한 프레임이 아니라 구체적인 구호가, 반독재, 반 박근혜 등의 부정적 프레임이 아니라, 정책의 구체화를 통해 시민에게 직접 다가가는 긍정적인 프레임이 필요하다. 이 말조차 야권이 아니라 새누리당이 주워삼킬까 무섭다. 구체적이고 긍정적이어야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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