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와서 놀란 것 중 한 가지는, 과학뉴스의 양과 질이 한국과는 다르게 놀라울 정도로 방대하고 고급스럽다는 점이다. 위챗의 모멘트 타임라인에는 과학자들이 공유한 최신 과학뉴스와 중국 과학소식 그리고 다양한 의견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위챗은 영어와 중국어 번역을 제공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텍스트 뉴스를 읽을 수 있다. 요즘엔 다른 미디어 없이 위챗으로만으로도 세계 과학계의 흐름을 쫓아갈 수 있다.
중국에서 독설가 과학자로 유명한 라오 이 Rao Yi는 내 사숙이기도 하다. 중국으로 돌아온 그는 연구에서도 두각을 나타냈지만, 중국과학계의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들을 지적하며, 중국과학계를 변화시키는데에도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 인물이다. 최근 중국에선 그와 무밍 푸 Mu-ming Poo 와의 갈등이 화제다. 자세한 이야기는 필요없을 것 같고, 라오 이의 비판은 무밍이 연구소를 운영하는 폐쇄적인 방식에 방점이 찍혀 있다. 베이징과 상하이라는 두 거대도시를 축으로 벌어지는 이들의 논전도 흥미진진하다.
오늘 라오가 EU 휴먼 브레인 프로젝트의 실패를 자세히 설명하는 기사를 공유하면서 다시 무밍의 원숭이 유전학 프로젝트를 공격했다가, 아마도 포스팅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나는 미국의 브레인 이니셔티브의 휴먼 커넥텀 프로젝트나 EU가 인간 두뇌를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하겠다는 시도 모두에 매우 부정적이었지만, 무밍의 원숭이 유전학은 아니다. 라오가 무밍에 대해 맺힌 감정이 많다는건 알지만, 무밍의 연구프로젝트는 꽤나 흥미롭고 가능해보이는 프로젝트로 보인다.
EU의 휴먼 브레인 프로젝트에 대한 한국 최신 뉴스는 2022년에 멈춰있다. 앙리 마르크람 Henry Markram이 TED강연에 나와 이야기한 수학모델로 시작되었다는 이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비판이 많았고, 실패할 운명이었다. 대중과학자의 대중강연으로 수십억 유로가 투자된 프로젝트를 만들때부터 문제가 심각한 것이었다. 결국 이 프로젝트의 리더였던 마르크람에 대한 비판과 그와 다른 연구자들 간의 갈등도 프로젝트 실패에 한 몫을 한 것 같다.
한국도 티비에 자주 나오는 과학자에게 스마트도시 건설을 맡긴 적이 있었는데, EU나 한국이나 그런 면에선 도낀개낀인 것 같다. 연구현장에 있는 과학자가 아니라 대중에게 알려진 과학자에게 연구프로젝트를 맡기는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다. 망해도 싸다.
그나저나 위챗 기사의 마지막 문장이, 중국 과학뉴스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 같아 인용하며 마친다.
O’Leary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 「 우리는 다른 HBP 프로젝트를 반복하고 싶지 않습니다. 소규모의 집중된 과학 연구와 야심 찬 통합 프로젝트를 지원해야합니다. 」
공통 목표에 중점을 둔 과학자 그룹이 HBP 프로젝트에서 태어났다는 것은 부인할 수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영원한 부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