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불필요한 사람 만나는 일을 줄이기 시작했다. 불과 몇 년전만 해도 캐나다와 한국에서 꽤 많은 사람을 만나며 사회를 바꾸어보겠다고 뛰어 다녔지만, 그다지 유쾌하게 남은 관계가 얼마 되지 않는다. 공동연구를 위해 만나는 연구자들을 제외하면, 내가 대화하는 상대는 아내와 딸이 거의 전부다. 얼마전엔 텔레그램도 탈퇴했고, 카카오톡도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거의 들여다보지 않는다. 페이스북도 없애려 했는데, 아내가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창구로 남기라 해서, 중국에서의 소소한 일상이나 남기는 용도로 사용한다. 이젠 페이스북에서 정치평론이나 사회비평을 하는 친구들을 봐도 무덤덤하다. 세상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은건 아니다. 하지만 과학자의 삶이 수도승처럼 단조로워야 한다는게 내가 깨달은 삶의 진리이긴 하다. 오늘 한인회를 탈퇴하고 나왔다. 전세계 한인회의 모습이 전부 혼탁해진 한국을 닮았다. 사회에 대한 끈은 놓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그것마저 놓게될까 그게 두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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