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시스템은 모든 시민이 기자가 되고, 편집권은 오마이뉴스 측에서 제공하는 방식인데, 기본적으로 오마이뉴스의 대표께서 블로그에 매우 회의적이신지라 오마이뉴스가 블로그와 연계되기는 힘들 듯 하다. 어쨌든 우리에겐 수 없이 많은, 다양성의 측면에서 임계점을 초과한 블로거들이 있고, 현재의 메타블로그는 문화생산자로서의 블로거들을 언론에 종속된 존재로 만드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블로고스피어라는 생태계를 조직화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메타블로그가 가진 한계를 반드시 뛰어넘을 필요가 있다. 그것이 블로거들도 살고, 이에 기생하는 메타블로그들도 사는 길이다.
문화생산자로서의 블로거들이 살아남기 힘든 이유 중 하나는, 메타블로그들이 제공하는 ‘태그’들이 지나치게 협소하고 제한적인 데서 비롯된다. 자신의 글이 더 많이 읽히기를 바라는 블로거들의 기본적인 속성은 메타블로그가 제공하는 태그들에 쉽게 종속될 수 밖에 없는 결과로 나타난다. 쉬운 말로 이야기하면, 생산적인 글쓰기를 하느니 이미 메타블로그에 제공되어 있는 태그로 글을 쓰는 것이 더 많이 읽힐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시국선언’이 대세인 마당에 생뚱맞게 ‘대한민국 지식인들의 소모임’이야기를 해봐야 기본적으로 자신이 소유한 독자들 이외의 블로거들에게 읽힐 가능성은 없는 셈이다. 결국 시사적인 이슈와는 별개로 소중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묻혀버린다. 어떤 주제들은 뉴스와는 상관 없이 오래도록 지속될 가치를 지니고 있음에도 말이다.
예를 들어 블로고스피어에서 자주 발생하는 ‘릴레이’가 그렇다. 당시의 시점과 관계없이 블로거들의 생각을 듣고 비교해보는 ‘릴레이’는 블로그라는 독특한 매체가 생산하는 소중한 현상이다. 문제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릴레이를 모두 쫓아다니는 것이 쉽지 않다는 데에 있다. 누군가는 이를 편집하고 한데 모아주어야 하는데, 현재의 메타블로그는 그런 일을 하지 않는다. 메타블로그들은 언론이 내어 놓은 떡밥들에만 관심이 있지, 블로거들이 소중하게 내어놓는 ‘릴레이’ 같은 소중한 일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블로그에서 흔히 일어나는 논쟁도 좋은 예다. 댓글 논쟁이야 해당 블로거와 블로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내부적인 순환이라고 쳐도, 트랙백을 이용해 벌어지는 논쟁은 누군가 정리해 주지 않는다면 매우 복잡한 연결망을 헤집고 다니는 수고를 해야만 한다. 역시 메타블로그는 이처럼 소중한 논쟁들을 정리할 생각이 없다. 따라서 중요한 논쟁들이 묻혀버린다. 특히 트랙백만으로 연결되는 논쟁은 트랙백의 임계치만큼의 효용, 혹은 생명을 갖는다. 다양한 각도에서 벌어지는 논쟁을 정리하는 일은 그 자체가 하나의 작업이다. 이는 논쟁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입체적으로 논쟁의 지도를 보여주고, 이를 평가하는 전문성을 요구한다. 또 한가지 부연하자면, 논쟁이 어디에선가 정리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논쟁의 질이 높아지고 논쟁의 지속기간이 길어지게 된다. 누군가 쳐다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논쟁에서 살짝 빠져버리는 얌체짓을 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결국 ‘릴레이’와 ‘논쟁’이라는 문화생산적인 현상들은 메타블로그라는 시스템으로도, 트랙백이라는 시스템으로도 제대로 조직화하기 힘들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렇다면 새로운 매체가 요구된다. 그 새로운 매체는 블로고스피어라는 생태계를 항해하는 데에 능숙하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블로거들간의 네트워크를 조직화 할 수 있는 전문가에 의해 편집되는 시스템이다. 릴레이를 정리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하나의 주제를 놓고 벌어지는 논쟁을 정리하고 조직화하고 업데이트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당연히 전문 편집인이 필요하다. 그 편집인은 그것 자체가 직업이 되고, 또 지금처럼 조회수에만 만족하는 착한 블로거들에게 일정한 형태의 수입을 제공함으로서 블로그에 올라오는 글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그리고 편집인은 독선적이어서는 안된다.
블로그래픽에서 이러한 논의를 하고 있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더 이상 다음 뷰온이나 올블로그 등의 메타블로그의 태그구름에 종속된 블로그들을 보는 게 참으로 안타깝기에 이런 제안을 해본다. 블로거들은 충분히 이슈를 생산하고 언론을 종속시킬 힘을 지니고 있다. 문제는 이들을 조직화해 줄 시스템이다. 나는 ‘릴레이’나 ‘논쟁’을 잘 편집하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메타블로그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된다면 메타블로그만 쳐다보면서 키보드를 두들기던 블로거들이 점점 새로운 문화를 구성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것을 ‘블로거 독립’이라 부르고 그 날을 ‘블로거 독립기념일’로 삼자.
깊이있는 통찰 잘 봤습니다.
다만 다소 현실적으로는 구현키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일단 자본주의 사회 최대의 문제, ‘돈’이 안 될 것 같아요;
제가 그동한 참여한 릴레이만해도 집단 지성이라 불릴만한 괜찮은 것들이 꽤 있었지요. 말씀하신데로 그 포스팅들만 모아도 괜찮은 볼거리가 될 것입니다. 이 제안을 보고 누군가 어떻게 구현할까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수령동무가 제안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생각할 꺼리를 던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상당히 공감이 가는 내용입니다.
가능하다면 많은 분들과 이에 대한 토론 혹은 논의를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제 생각에는 충분히 이런 기능을 구현해볼 가치가 있고, 또 가능성 또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상업적으로는 그다지 현실성은 그다지 많지 않을 지도 모르겠지만요.
혹시 토론이나 논의가 진행된다면 참여하고 싶습니다. 연락 부탁드리겠습니다. 🙂
정말 훌륭한 아이디어에 눈이 번쩍띄였습니다. 의제설정이 언론에 종속된다는 지적도 탁월한데다가 블로고스피어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이슈들-릴레이나 트랙백논정- 을 모아주는게 필요하다는 대안도 멋집니다.
아마도 괜찮은 수익모델만 있다면 누군가 뛰어들 사업자가 있을거라 생각됩니다.
저는 누군가가 편집권한을 가지게 되면 언론이 의제설정을 독점해서 생기것과 마찬가지의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의제설정이 자생적이지 못하고 편집인의 의도가 담기된다는 것이죠. 때문에 저는 생태계의 자생성을 독려하는 방안을 고민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자동적으로 트랙백을 타고 해당 논쟁이나 릴레이를 모아주는 시스템같은게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기계적으로 모아진 페이지를 이용 독자들중 누군가는 관전평 혹은 정리논평을 만들어 붙일수 있고요..
한동안 릴레이나 논쟁과 같은 블로그 링크를 따라 움직이는 정보와 지식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치 않았던 것 같습니다. 김우재님 글 덕분에 다시 한번 진지한 고민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웹의 힘의 원천은 처음도, 현재도 바로 링크인데 말입니다. 좋은 insight 감사합니다.
메타쪽에 관심 끊은지 1년이 넘어가니 포스팅도 잘 안하게 되는;;;
확실히 좋은 생각입니다. 사측에 진지하게 건의해 보는게 어떤지요. 답이 있을려나?
블로고스피어의 이슈들만 정리해도 상당히 의미있는 작업일 것 같네요.
언론사의 편집권에 놀아나는 기사와 기사에 놀아나는 블로거…요즘 메타를 멀리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돈이 안되면 아무도 달려들지 않을 듯..
그르게요.
암것도 아닙니다.
뭐 저는 그냥 아이디어나 제공할 뿐..
구체적인 방법은 웹개발자들의 몫일 듯.
그르니까요.
저는 여전히 메타에 매달려 삽니다. 속물이라. ㅋ
사측이라면? ㅋ
뜻있는 사람이 있기를..
많이 공감합니다.
지금 제 글에 엮인 그 수많은 사상과 느낌, 친밀감이 더 확장되는 플랫폼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게 진정한 블로거로서의 소통과 시너지일텐데 말입니다.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태그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겠네요. 릴레이에 참여하는 블로거들이 ‘릴레이’라는 태그와 그 릴레이의 주제가 되는 단어를 공통 태그로 사용하면, 메타블로그에서 그 태그를 검색해서 뿌려줄 수 있습니다. 물론, ‘블로그 릴레이’ 같은 메뉴를 마련해준다면 더욱 좋겠지요. 이 방법은 현재 메타블로그에서 기술적인 추가 작업이 거의(사실상 전혀) 없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군요.
태터앤미디아나 기타 인터넷 신문 혹은 다음 측에서 추진을 한다면 동참할 여력은 조금 있습니다.
그래봐야 메타의 중심은 언론에서 내놓는 떡밥이 될 것 같습니다. 구조적으로 메타와 다른 시스템이 되어야 합니다. 웹진의 형태가 될 수도 있고, 여하튼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웹전문가들이 플랫폼을 생각해주셔야 합니다.
мне кажется: превосходно!! а82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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