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medium.com/science-scientist-and-society-korean/1de78d8431a7 원글
사회성 (Sociaity) 혹은 사회적 행동 (Social behavior)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자연사 전통의 연구주제였다. 유명한 에드워드 윌슨의 <사회생물학 Sociobiology>를 굳이 예로 들지 않더라도, 윌리암 해밀턴의 친족선택과 간접호혜성 이론이 진사회성(Eusociality)을 진화생물학의 틀 안에서 설명하기 위해 고안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내가 평생 연구하고 싶은 주제도 ‘사회성’이다. 특히 곤충에서 보이는 진사회성의 분자적 기제들을 알아내고 그 기저의 원리들을 파악하고 싶다. 이건 개미와 꿀벌을 쫓아다니던 내 어린시절부터의 꿈이 구체화된 것이기도 하다.
여왕벌과 일벌의 유전체는 동일한 상동유전자들로 구성된다 (물론 생식세포분열 과정에서 일어나는 재조합이 개체들의 차이를 만들어내긴 할테지만). 이처럼 같은 유전체를 지녔음에도 한쪽은 여왕이 되고 한쪽은 일꾼이 되는 기저에는 후성유전학이 자리잡고 있다. 좀 더 구체적로 말하자면, 여왕은 여왕으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여왕으로 길러진 것이다. 벌집에 놓인 수많은 애벌레들 중 로얄젤리를 먹고 큰 애벌레만이 여왕벌이 될 수 있다. 유전체의 차이가 아니라, 로얄젤리라는 환경적 요인에 의해 유전자 조절의 조절만으로 완전히 다른 개체가 되는 셈이다 (이 로얄젤리에 존재하는 로얄렉틴(Royalectin)이라는 단백질 조각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일본 과학자 한 사람에 의해 밝혀져 네이쳐 단독저자로 논문이 나가기도 했다).
여왕으로 길러진 여왕벌은 생식의 권리를 혼자 독차지하기 위해 일벌들의 난소 활성을 저해하는 페로몬인 Queen mandibular pheromone (QMP)을 분비한다. 이 페로몬이 여왕 독식체제가 가능한 핵심적 기제이기도 하다. 꿀벌의 유전학과 분자생물학이 얼마나 발달했는지 살펴보지는 못했지만, 이 페로몬의 수용체도 어딘가엔 존재할 것이다. 당연히 여왕벌엔 이 수용체가 발현되지 않고, 일벌에서만 발현되어야 한다. 기회가 되면 한번 검색을 해봐야겠다 (검색결과 발견되지 않은 듯하다).
이 논문은 독일의 <자연과학 Naturwissenschaften>지에 실렸는데, 여왕벌의 QMP가 초파리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고했다. 특히 사회성 유전자로 유명한 forager 의 서로다른 돌연변이 계대에 QMP가 서로 다른 역할을 미친다는 것을 밝혔다. 이것만으로는 cGMP-dependent kinase인, 즉 세포 내에서 역할을 하는 for 와 QMP의 관계가 확실해지지는 않는다. 이 연구는 여왕벌의 페로몬을 초파리에 처리하는 실험만을 했는데, 나 같으면 이 페로몬을 만드는 초파리를 만들어 그 초파리가 정말 여왕구실을 하는지 실험해보고 싶다. 이런 미친 아이디어를 지원해줄 용감한 자본이 있다면 말이다.
그나저나 그림 달랑 1개로 논문은 너무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