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 이 땅은 이미 윌슨의 제자 한명이 터를 잡더니만 그 밑으로 데이빗 버스와 다니엘 데닛의 제자 둘이 다시 터를 잡고는 모든 논의를 선취해 나간다. 내가 뭐 포퍼 밑에서 파이어아벤트같은 반동이 나왔다는 것을 강조하며, 윌슨의 전통에서 르원틴 같은 삐딱이는 나올 수 없는 건가라고 주장할 자격이 되는지는 모르지만서도, 어째 그 밥에 그 나물인것인지는 좀 딴지를 걸고 싶다.
윌슨의 제자분이 들어와서 여기저기를 헤집으시다가 결국은 유명해지신 게 여성문제라는 뜨거운 감자를 물고나서였다. 뜨거운 감자를 무는 걸 뭐라 하는 게 아니다. 국내의 학자들은 그분이 문 그 뜨거운 감자가 정말 제대로 문 것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역량도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사회생물학자가 여성문제를 물었다면 그런 종류의 논의가 도대체 어떻게 일파만파 퍼져나갈 것인지, 혹은 그런 종류의 논증 같지도 않은 논증(미토콘드리아는 모계유전 -> 여자가 더 중요 -> 호주제 폐지)을 받아들여 버리면 그다지도 반대하던 생물학결정론은 어떻게 해결하고 화해시킬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나와야 하는데, 나는 그런 것 본적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서는 문화니 윤리니 노후계획이니 따위의 옐로우저널틱한 주제들만 전행하는 모습이 내게는 그리 달가워 보이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그 밑에 줄선 분들은 어째 국내에 들어오자 마자 종교 논쟁에 열을 올린다. 철지난 진화론-창조론 논쟁보다는 격이 좀 있는 것인지, 종교와 과학이라는 화두로 신문지면을 -자기 이론도 아닌 서구학자들 이론을 그대로 베끼는 것인데, 그것도 편향된 관점들만 선택해서- 달구더니, 이제 또 한 축에선 도덕성과 종교를 진화론으로 설명해야만 한다고 난리다. 그 스승이 이미 터를 닦아 놓아서인가, 메이저급 신문과 고료도 비싼 몇몇 잡지를 놀이터 삼아 그야말로 국내는 Pop-Science 그것도 아주 오래되고 이제는 별로 신선하지도 않은 한쪽 편의 이야기들로 도배중이다. 게다가 올해는 다윈님께서 탄생하신 200주년이신지라 이분에 대한 거의 부흥대사경회 수준의 일들이 진행중 되시겠다.
뭐 종교 이야기 하면 안되겠나 싶지만, 이야기에도 순서가 있는 것 아니겠나 싶다. 나는 그 주류의 인물들에게서 좀 전문적인 이야기들을 듣고 싶지, 종교와 과학이니 따위의 늙은이들이나 해댈 이야기를 듣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그런건 좀 늙어서 해도 된다. 러셀이 그랬듯이 정치에 관한 책은 다 늙어서 써도 늦지 않다. 한살이라도 젋을 때 좀 지긋이 지가 박사학위 딴 학문에 대한 연구서나 한권이라도 더 쓰는 게 옳은 일 아닌가 싶다.
그래도 명색이 이 분들이 다루는 것이 ‘진화론’인데, 이 가계는 전혀 진화하지 않는 듯 싶다. 정치적으로도 그렇고, 섹시하고 쉬운 주제들만 골라서 적당히 외국학자들의 이야기를 가져다 울궈먹는 행태도 그렇고, 어떤 형태의 연구서도 내지 않는다는 점도 그렇고, 별다른 진지함 고민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다는 데에서도 그렇다.
물론 나는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별로 할 말은 없다. 단지 그래도 내가 7년을 후벼판 RNA에 대한 이야기들을 늘어 놓기 시작했고, 그 이야기가 좀 어렵고 섹시한 주제는 아닌지라 인기가 없다는 점이라던가, 그래도 광우병이나 황우석 사태가 났을 때에 나는 진지하게 입장을 표명했다라던가-그들은 조용했다 참- 뭐 그런 변명을 늘어놓을 수 있을 뿐이다.
맨날 이렇게 욕만 늘어놓다가 암살 당하는 건 아닌가 싶지만, 앨런 오의 글들을 읽으면서 화가 더더욱 나게 된다. 그래서 앨런 오의 서평들 중 대표적인 것 몇개를 모조리 번역할 생각이다. 그래야 도킨스-윌슨-핑커-데닛-리들리-버스 등이 모든 것인줄 아는 국내의 독자들도 생각이 좀 깰거고, 그런 전통에서 섹시한 주제들만 확대재생산 중인 학자들도 좀 스스로 게을렀다는 걸 인정할 듯 싶어서다. 이미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에 대한 오의 서평은 번역을 했다. 앞으로 번역할 것들은 윌슨의 <통섭>에 대한 서평, 핑커의 <빈 서판>에 대한 서평, 리들리의 <이타적 유전자>에 대한 서평, 데닛의 <다윈의 위험한 생각>에 대한 서평이다. 시간이 나면 굴드에 대한 서평도 번역할 생각이다. 굴드의 책을 제외하곤 모든 책이 국내에 참으로 빠르게 반역되어 있으니 그 책을 읽은 독자들에게도 균형을 잡아주는 데 일조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앨런 오 이 자식은 너무 어려운 단어들을 현학적으로 구사하는데다가 글들이 장난 아니게 길다. 미치겠다.
조기앨런 오 오른쪽에 있는 박스에 담긴게 초파리 키우는 병이다. 연구실에서 찍은 사진인듯.
생물학적 지식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건, 나눠서 번역을 해 보죠. 은근슬쩍 저련님한테 하나 쯤 떠 넘겨도 번역해 주실 거 같구요, 저도 하나 정도는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먼산)
그럼 좋죠. 예를 들어서 핑커 책에 대한 서평이나 그외 앨런 오의 홈페이지에 있는 다른 서평들 http://www.rochester.edu/College/BIO/labs/ORRLAB/pubs.html#Reviews 에 보면 종교라던가 지적설계(이건 제가 안하려고 합니다. 워낙 이 바닥에 유능한 인재들이 대한민국에 넘쳐나는지라)에 관한 서평을 번역해주시면, 시리즈가 될 수도 있겠네요. 재미있을 듯. ^^
큰 기대 하고 있겠습니다! 두근두근.
어떤 블로거분은 “진화심리학의 결론들을 부정하는건 다윈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선언하기까지 하더군요. 한국에선 자기 스승이나 권위있는 지식에 대한 맹종이 유난히 심한것 같아요. 동아시아 문화의 한계인건지..
오~~이 번역의 가치를 아신다는?
누군지 좀 저한테 알려주시죠. 요즘에 진화심리학과 마르크스주의를 융합한다는둥 뭐 어쩌구 하는 이상한 사람들도 많던데. 그런 사람한테 당하신거 아니신지? 알려주시면 바로 응징 들어갑니다. 다윈을 부정하는 게 얼마나 쉬운데요. 판게네시스라던가 게뮬이라던가…다윈을 부정하면 뭐 큰일나는 줄 아는 자칭 진화론자들은 죄다 진화론 광신자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거의 개독 수준..
전 블로그나 보고 번역된 글이나 읽을랍니다 쿨럭
http://fischer.egloos.com/4098702
어쩌면 아실지도 모르는 분인데, 아마 화학을 전공하면서 진화론은 오타쿠적인 취미로 공부하는 분 같습니다. 글에 달린 답글을 보면 “진화심리학의 연구 방법 및 논리를 욕한다면 진화론 욕하는 거하고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씀하고 있죠. 개인적으론 저런 취미인들을 일일이 상대하시기 보다는 학자로서의 연구성과 자체로 반박해주시는게 더 좋지 않을까 합니다.
와! 점점 흥미진진 ^^
개인적으로는 핑커의 서평이 기대됩니다…
복 받으실 겁니다…..
음.. 리처드 도킨스한테 무작정 열광했던 제 좁은 사고를 터 주심에 그냥 감사하고 감.
님 싫은데 제가 먼저 재수없는 소리 해 놓고 악플로 도배하는 것도 면목이 없는거 같아서 그냥 감
그 블로그 잘 압니다. 방법론 이야기라면 크게 틀린 건 아닙니다만, 진화심리학의 논리와 방법론이 진화생물학의 그것과 동치일 수는 없습니다. 다윈을 부정한다는 말은 없네요. ㅎㅎ 어부님의 글들은 가끔 읽는데 국내의 회의주의자들이 흘러간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을 뿐입니다. ^^
응원해주시길. ㅋ
핑커는 맨 나중이 될 듯. 우선 윌슨부터 해야겠다는…그럴 이유가 있음. 오늘 중으로 올라갈듯.
오..열린 사고. ㅋㅋ
그저 감지덕지할 따름 입니다…..감사합니다
굴드 책은 참 인상깊게 봤었는데, 굴드 까는 사람들을 보고 깜짝 놀란적이 있었어요.(읽어는 보고 까는건지..비판 내용들보니까 도킨스 글 복사던데..)
/학자라면 당연히 청출어람이 목표여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좀 어처구니 없네요./번역 기대하겠습니다. 짧은 영어 실력을 부끄러워 하며..
내가 요즘 이쪽에 영 관심이 떨어져서 그런지…
사진 속 ‘전도사’가 누군지 모르겠는데?
장X익
굴드도 까일 건 많다는..문제는 누굴 까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어떻게 까느냐..
여기서도 동감 한 번 더. 😀
으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