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급진적 생물학자 (2008-2011), 아카이브 (2002-2013)

[릴레이] 나의 독서론

책도 별로 안 읽는 주제에(특히 외국에 나와 있는 요즘은 더더욱 그렇다) 읽었던 책들로 장식했던 글들 때문에 내가 다독가로 보이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Inuit님에서 시작한 릴레이가 유정식님을 거쳐 쉐아르님, 그리고 나에게 왔다. 대학시절 왕성하게 독서하던 때를 제외하곤 필요에 따라 관심에 따라 계획없이 독서하는 스타일이라 따로 독서론이라 부를만한 게 없다. 그래도 뭔가 적어보라면,

1.
독서란 욕망이다.

맛있는 음식을 보면 먹고 싶어지듯이, 나에게 독서란 미식가들이 음식에 대해 갖는 욕망 같은 것이다. 하지만 그 욕망의 기저에 전파의 욕구가 있다는 점에서 미식가들의 욕망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겠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그 책으로부터 얻은 지식들을 나의 스키마와 결합해 하나의 글과 생각으로 전파하기 위함이다. 그냥 도킨스 식으로 생각하자. 나는 밈의 전파를 위해 책을 읽는다. 그리고 이것이 나의 가장 솔직한 생각이다. 그 어떤 치장도 하기 싫다. 좋은 책을 볼 때마다 나는 엄청난 욕망을 느끼고, 그 욕망의 기저에는 그 책을 소화해서 내것으로 만들어 나중에 써먹겠다는 일념이 있다. 논어의 첫머리에 나오는 구절을 이렇게 바꾸면 나의 독서론이 완성될 듯 싶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나의 생각을 널리 퍼뜨리기 좋으니 즐겁지 아니한가.

2.
많은 것을 기대하신 분들에겐 죄송할 따름이다. 그냥 삼류에 불과한 나는 이런 독서론을 가지고 산다. 이번 릴레이의 주제가 ‘독서론’이 아니라, ‘나의 독서론’이라기에 순수하게 주관적인 상념을 적는 기회로 삼았다. 일종의 고백이 될 듯 싶기도 하다. 독서란 나에게 욕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도대체 왜 독서로부터 욕망을 느끼는 것인지, 왜 이런 변태적 욕구가 생겼는지는 나도 연구중이다.

3.
다음 릴레이는 당연히 저련님과 Curious Minds님 되시겠다. 두분다 나의 독서량을 훌쩍 뛰어넘는 분들이시기도 하지만, 모든 면에서 나보다 나아 보임에도 불구하고 그 겸손함에 내가 고개를 숙이기 때문이다. 받아주시리라 믿으며. 아잉~~(닭살. 먼산)

15 Comments

  1. 김우재님의 독서관에 강한 공감을 느낍니다. 제 마음 속에 숨겨진 욕망을 김우재님의 글을 통해 발견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김우재님의 독서관을 저의 독서관으로 수입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귀한 글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 ^^

  2. “책을 소화해서 내것으로 만들어 나중에 써먹겠다는 일념”이 저에게도 있네요. 제가 책을 읽는 이유도 그 이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릴레이 흔쾌히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3. 어디까지나 생각의 공유로서의 책의 기능을 주로 삼아서 요즘은 책을 잘 안보게 되는듯 합니다.

  4. 욕망이라.
    참 대단한 표현이네요.
    밥보다 책을 더 탐하는 제 마음이 들킨듯한 느낌입니다. ^^

  5. 그게 저도 보다가 안보다 합니다. 볼때는 미친듯이 보고 안볼때는 미친듯이 안봐요. 전 꾸준함 따위와는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

  6. 밥은 어쩔 수 없이 먹는 거고, 책은 먹고 싶어 먹는거고. 방향성이 달라서 후자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변태입니다. 이뉴잇님도 변태 당첨입니다.

  7. 혜란님한테 껄덕대지 말아야겠다는..

  8. 아니아니 장난이에요. 사정은 알레프님의 릴레이글 참조하시면 되요

  9. 여하튼 알레프씨는 껄떡대는대는 옛날부터 일가견이 있다는..ㅋ 농담입니다.

  10. 맛있는 욕망, 그 욕망의 전파…욕구. 그래서 저도 나눔을 즐기게 되었나 봅니다~ ㅎㅎ
    덕분에 오랜만에 다녀갑니다. 잘 지내시죠?

    아래 다른 관련 글 하나 더 엮었습니다.
    읽어보시고, 김우재님도 가능하시면 동참을 부탁드립니다~~
    전파 욕구를 책 나눔으로 발휘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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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mentions

  • Fly, Hendrix, Fly 2009/06/13

    1. 나에게 독서는 ‘연애’이다. 첫 만남의 설레임으로 첫 장을 만난다. 들어가는 말부터 끝의 서지 정보(혹은 처음의 서지 정보부터 맺음말까지)까지 읽어내야 책과의 만남이 끝난다. 연애가 항상 순탄치 않듯이 책 읽기가 항상 순탄한 것은 아니다. 예쁜 여자를 보고 만나봐야지 하고 작업을 걸듯이 예쁜 표지나 어떤 느낌을 주는 표지를 보고 책을 집곤 한다. 하지만 실제로 표지의 느낌과 책 안에 들어있는 활자의 느낌은 다를 때가 많다. 어떤 연애는 끝까지..

  • 초하뮤지엄.넷 chohamuseum.net 2009/06/13

    책을 좋아하는 블로거(blogger)라면, 지금 이 시간에도 다양한 방법의 블로깅(blogging)을 통해 책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만끽하고 계실 것입니다. 또한 그런 분들의 대부분은 독서와 블로깅을 통한 “독서후기(book review) 나눔의 문화”에도 동참하고 계실 것입니다. 저도 그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선택해 읽고 그 후기들을 블로그를 통해서 나누는 지금의 독서 문화는 소수의 지극히 개인적인 자아실현이나 자기개발을 뛰..

  • 초하뮤지엄.넷 chohamuseum.net 2009/06/13

    요즘 블로그 세계에서, 특히 메타 블로그에 방문해 보시면, 이런 “나의 독서론(論,?)”이라는 글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독서론’이라는 거창한 제목으로 정말 좋은 글들이 많이 보입니다. 제 글은 감히 ‘론(論)’을 붙이기는 어렵겠지만, ‘독서에 대한 정의 내리기’ 놀이 정도로 보아주시면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저도 사실은 첫 주자가 누구였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아래 ‘오상’론과 ‘독서론’을 펼치신 Inuit님으로 보입니다…

  • Inuit Blogged 2009/06/13

    책은 좋은 친구입니다. 더 기특한건 책을 통해 파장이 맞는 사람을 알게 되는 점이지요. 요즘에도 제 책 리뷰를 통해 의견 주고 받으며 친분이 쌓여가는 블로거 분들이 많습니다. 참 즐거운 경험입니다. 전에 ‘그대 서가에는 안 읽은 책이 몇 권 있습니까’, ‘애서가의 만담’ 릴레이를 통해 책 좋아하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지 새삼 깨달은 바가 있습니다. 이제 나른한 여름도 다가 오고, 연초에 책읽기 계획을 세우고 잘 안지켜지는 분들도 있는듯 합니다. 독서의..

  • Image Generator V4 2009/06/13

    독서론 릴레이라는 것을 받게 되었다. 릴레이 규칙은 아래와 같다. 릴레이 규칙 1. 독서란 [ ]다. 의 네모를 채우고 간단한 의견을 써주세요. 2. 앞선 릴레이 주자를 써주시고 3. 릴레이 받을 두 명을 지정해 주세요. 4. 이 릴레이는 6월 20일까지만 지속됩니다. 기타 세칙은 릴레이의 오상 참조 릴레이 참여자 목록 릴레이는 Inuit님이 시작하셔서 buckshot (http://read-lead.com/blog) 고무풍선기린님 (http://w..

  • 나는 브리꼴뢰르bricoleur 2009/06/13

    상왕의 죽음에 초파리들마저 말을 듣지 않는지, 요새 파워블로거로 떠오르신 김우재님이 릴레이를 보내오시고야 말았다(http://heterosis.tistory.com/183). 듣듣보잡 블로그의 조회수가 갑자기 올라간 이유가 있었다.. 어쨌든워낙에 원론적인 문제다보니 뭔 말을 해야 좋을지 잘 모르겠다. 뭐 그래도제일 마음쓰는 일이 책 보는 일이니한 마디 써보

  • Read & Lead 2009/06/13

    부제: 독서(讀書) → 독아(讀我) → 월아(越我)inuit님께서 나의 독서론이란 주제로 릴레이 포스팅을 시작하셨다. 규칙입니다. 1. 독서란 [ ]다. 의 네모를 채우고 간단한 의견을 써주세요. 2. 앞선 릴레이 주자를 써주시고 3. 릴레이 받을 두 명을 지정해 주세요. 4. 이 릴레이는 6월 20일까지만 지속됩니다. 기타 세칙은 릴레이의 오상 참조inuit님께서 유정식님과 맑은독백님께 바톤을 넘기셨고, 나는 맑은독백님으로부터 바톤을 이어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