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의 시대다. 제자백가가 출현했던 춘추와 전국의 시절, 중국에선 다양한 학파가 등장했었다. 결국 유가가 통치철학으로 살아남았지만 그 외의 사상들도 다양한 방식으로 명백을 유지했다. 도가는 민중 속으로 파고들었다. 훗날 주자는 도가와 불가의 도전으로부터 유가를 지켜야했다. 하지만 주자의 시대, 백가쟁명은 없었다.
캄브리아기엔 대폭발이 있었다.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대부분의 ‘문’과 ‘과’들이 그 짧은 시절에 출현했다.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지만, 대멸종으로 인해 생태적 적소에 구멍이 많았다는 게 일반적인 설명이다. 역설적인 것은 당시의 생태계는 상대적으로 너그러웠다고 해석할 수 있다는 거다.
춘추전국의 시대는 지식인들을 위한 적소가 존재했다. 학문적 다양성을 위한 보루는 영토를 둘러싼 소국들의 경쟁이었다. 부국강병을 위한 다양한 철학들이 탄생했다. 난세로 불렸지만, 역설적으로 난세가 아니었다. 지식인들에게 당시의 상황은 상대적으로 너그러웠다. 절대적인 권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동아시아 천여년을 지배한 대부분의 사상이 등장했다.
난세다. 하지만 난세가 아니다. 다양한 소그룹들이 부국강병을 위해 논쟁하고 대립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말처럼 단순한 좌우의 이념대립이 아니다. 좌와 좌가, 우와 우가 대립하고 있다는 말이다. 우리가 가진 사상의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백가쟁명의 시대로 돌입한 것이다.
고대 중국에선 결국 유가가 정치철학으로 살아남았다. 그 이유를 생각해볼 때다. 공자의 사상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仁’이다. 누구나 아는 말 아닌가. 논어를 읽어보자. 어떻게 이처럼 상식적인 말들로 중국을 지배할 수 있었는지 의문스럽기 그지없다. 유교가 썩어가기 시작하는 건, 형식적 치례에 집착하면서부터다. 원래 공자의 사상이란 그렇게 복잡한 것이 아니었다. 예수도 마찬가지다. 사람이다.
사람이다. 백가쟁명의 시대, 어떤 사상이 가장 인간적인가. 어떤 사상이 가장 민중의 마음에 공명을 울릴 것인가. 아마 그 싸움이 될 것 같다. 문제는 이 다양한 백가쟁명들 속에 이론적 미사여구의 화려함은 있는데, 사람이 없다는 거다. 보수의 자유경쟁, 진보의 계급투쟁, 동아시아에서 근근히 흘러온 가치와 필연적으로 불일치한다. 새로운 철학이 필요한 시대다. 백가쟁명의 시대, 사람이 없다.
고대중국에서 유가가 살아남은 이유는 ‘천하에 도가 있으면 나가고, 도가 없으면 숨을 것이다.’에서 비롯된 뜻이 맞지 않는다면(도가 없으면) 알아서 숨어주는 권력자가 보기에 참 이쁜 부분도 있지 않았을까요.
유가의 오랜 정치적 이데올로기로써의 생명력은 지배와 피지배라는 이항대립의 구도를 ‘사(士)’라고 하는 중간 계급을 내세워 삼자구도로 바꾼데 있다고 봅니다. ‘충’을 이야기 하면서도 동시에 ‘민본’을 주장하는, 자칫 모순적이기까지한 관점을 ‘인’이라고 가치 속에서 조화시켜 낸 것이 주효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신영복 선생의 ‘강의’를 추천합니다. 이미 읽어보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글 잘 봤습니다.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역동적인 환경이 오히려 생물다양성을 보장한다는 역설로 이해할 수 있을까요? 저도 이 백가쟁명의 시대에 사람의 탈을 쓸 뿐 아니라 사람의 냄새가 나는 이상을 바라는 것이 억지가 아니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종이 분지되어 진화하듯, 인간 사회도 계속 잘게 분지되어 진화하나 봅니다.
말씀하신 것 처럼 새로운 인간, 새로운 사회에는 새로운 철학이 필요하겠죠.
정확히 표현할 수는 없지만 무엇인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이명박은 주 유왕일지, 양 혜왕일지. 양 혜왕이면 딱 그 때 변방에서 명군현상이 성장해 6대에 걸쳐 승리를 얻을 기초를 세우게 된다는.. 다만 그 나라는 진나라. 당시로서는 최선같긴 한데..
여기서는 이런 식으로 스타워즈 놀이 말고 고대사 놀이나 하면 딱일듯?! ㅋㅋ
말씀대로 새로운 철학이 필요한 시대라는데 동감합니다. 아직 나타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어쩌면 오래전부터 존재했지만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결국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을 믿습니다. 아 참. 티스토리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초대장이 부끄럽지 않도록 앞으로 저도 백가쟁명의 저 말단 변두리 듣보잡이 되어 열시미 제 블로그를 허접글로 채워보렵니다. ~
유가 철학을 현시대 관점에서 바라보면 군주에 대한 충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게 아닙니다. 그시대 관점에서 바라보면, 맹자와 같은 인물이 등장할 수도 있었다는 혁명적 철학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그게 살아남았다는 점. 하지만 유가 철학이 현대의 대안이리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유가도 이미 썩어빠졌습니다.
네 대충 읽어보았습니다. 유가를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고, 그냥 궁금했습니다. 백가쟁명의 시대, 어떤 사상이 살아남을 것인지가.
감사합니다.
네 저도 그렇습니다.
많이 쪼개지길 바랍니다. 더욱 많이
진나라가 등장한 건 비극입니다. 비그.
네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