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블로그를 시작하고 정신없이 항해를 하다가 쿨게이들을 만났다. 아주 오래전에 ‘회의주의자의 도’에서 접했던 그 회의주의가 묘하게 전승되어 가고 있다는 걸 알았다. 참으로 이상한 건, 내가 그 회의주의자들을 인간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다. 분명히 내가 극렬 회의주의자였는데 말이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생각해본다. 아마 나는 거기서 권위주의의 냄새를 맡았던 것 같다. 그리고 더불어 보수주의의 냄새도. 그게 싫었다. 과학을 ‘낮의 과학’으로만 해석하려는 아전인수적 행태에 나는 동의하기 어려웠다. 팩트? 과학사회학자들의 주장처럼 과학이 그렇게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건 아니지만, 아니라고도 이야기할 수 없다. 서구의 과학자들이 CNS를 도배하고 있는 게, 반드시 그들이 잘나서만은 아니다. 저널의 편집인과 직접 통화하고, 논문이 거부당했는데 그걸 억지로 출판하고야 마는 그런 권위주의가 이 바닥에도 있다. 그렇다고 과학이 가진 내재적 건강성이 훼손되는 건 아니다. 물론 비판할 건 해야 하지만.
이런 내 경험들과 공부가 쿨게이족에게 쏠려버렸다. 어느순간부터 나는 어설픈 창조과학자들에게 흥분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그냥 씨익 웃고 만다. 환빠들도 마찬가지다. 창조과학자들, 환빠들 어찌 보면 참 순진한 이들이다. 미친건 분명하지만 크게 사회적으로 위협이 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교과서에 창조과학을 넣자고, 현행교과서는 위헌이라고 이야기하는 조직적 시도는 나를 분노하게 한다. 내가 이야기하는 건, 그냥 개인적으로 그걸 믿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사는 것에 대해 “너는 비과학적이야”, “너 바보아냐?”라고 이야기하는 게 무의미함을, 나는 언젠가부터 알게 되었다.
과학적 합리주의로 사고하는 건 멋진 일이다. 지성의 최전선에는 그런 이들이 있다. 쿨하고 멋지다. 문제는 그렇지 못한 이들을 다루는 태도에 있다. 그들은 무지몽매한 우민인가. 여기서 나는 쿨게이들과 많이 다르다. 내 대답은 ‘그렇지 않다’이기 때문에.
그들을 교화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그런 교조적인 태도를 가진 개개인을 교화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럼 놔두어야 하는가? 놔두어야 한다. 대신 사회를 구조적으로 변화시키자. 그게 내 대답이다. 나는 쿨게이들의 태도에서 ‘가난한 이들은 그들이 게으르기 때문이다’라는 보수의 이념을 읽는다. 내 대답은 한결같다. 그렇지 않다.
최근의 이글루스나 디씨에는 나에 대한 참 안 좋은 소리들이 떠돈다. 내가 유명하다라는 생각은 별로 해본 적이 없는데, 최근 미친듯이 블로깅을 하다보니 여기저기서 비난이 쏟아지는 것 사실인 듯 싶다. 보통 그 평가라는 게 이렇다. “뭐 김우재라는 인간, 똑똑하고 논리적이긴 한데 뭔가 병맛이야.” 심지어는 “진중권처럼 안되려면 연구나 열심히 하라 그래”라는 말도 있다. 이건 황빠들도 내게 하는 말이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연구도 열심히 하려고 한다. 그런데 시국이 참 그렇다. 요즘 들어 왜 양신규가 그렇게 살았는지 절감하고 있다.
내가 쿨게이나 디씨폐인들을 깔 때, 한결 같이 하는 말이 있다. 맞장을 뜨자, 대신 좀 제대로된 글로 맞장을 뜨자. 내 말은 언제든 나를 비판해도 좋다는 말이다. 내가 틀렸다면 그걸 논증해주고, 그럼 난 그걸 읽고 또 비판하고 그렇게 합일점을 찾아보자는 말이다. 그런데 단 한번도 그런 글들이 트랙백된 적이 없다. 그냥 지네들끼리 킬킬대며 하악댈 뿐이다. 나는 그게 문제라고 주장했었다. 내가 그런 하악스러운 짧은 글에 답하지 않는 이유가 그거다.
“나는 너에게 동의하지 않아”까지는 좋다. 인정한다. 문제는 다음이다. 그럼 왜 동의하지 않는지, 그걸 내가 납득할 만한 글로 표현해주어야 한다. 그건 없고 그냥 냉소와 조롱 뿐이라면 난 대답하지 않겠다는 거다. 아니 실은 그런 하악스러운 애들은 아예 덤비지도 못한다. 겁이 나는 건지, 그냥 혐오스러워 글을 섞지 않겠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경험으로 그런 애들은 발전하지 못한다. 그냥 평생 하악거리다 끝나는 거다.
내가 싫다는 사람들에게 뭐라고 하지 않는다. 그냥 내가 왜 싫은지, 내가 뭐가 잘못되었는지 말해달라. 자기 생각을 담아 완결된 구조로 나에게 트랙백을 걸어라. 그게 싫으면 그냥 닥치는 거다. 김동인의 ‘붉은 산’에 삵이라는 주인공이 나온다. 그는 자기 앞에서 욕을 하는 이들은 정신 없이 패는데, 뒤에서 욕하는 이들은 때리지 않는다. 비겁하기 때문이다. 상대할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보는 쿨게이들의 가장 큰 문제가 그거다. 비겁하다. 여러가지 측면에서 비겁하다. 우석훈이나 진중권을 까려면 그들과 같은 방식으로 글을 써야 하는건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논쟁을 벌이는 것도 언제나 자신보다 약한 상대들 뿐이다. 그것도 열심히 댓글로 배틀을 한다. 비겁하다.
이글루스를 꽤 정확히 꽤뚫어 보신듯 합니다.? 저도 대충 그렇게 느꼈기 때문에.. 흠;;;
쿨게이는 선민의식을 공유하며 그 안에서 뭉치는 듯 보이더군요.
지켜보고 있노라면…. 재수없지요;
남들이 손가락질하든 말든 지금처럼 사심없이 쭈욱 나아가시면 더욱 좋은 모습 보여주시리라 믿습니다. 늘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쿨게이라는 단어를 보니 맥루헌의 예지가 참 대단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으론,
이글루스나 디씨의 폐인들이 일종의 “집단 강박신경증(obsessional neurosis)”을 겪고 있는것 같습니다.
최근에 읽고 있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책에 그들과 흡사한 환자의 예가 보이더군요..
프로이드 얘기 나왔으니 아이추판다 출동해야겠네
김우재님의 글들 공부하듯 치열하게 읽어봐야 할듯 하네요.
반갑습니다.
뭐저도 대충.
그렇지요
손가락이 아니라 달을 보려고 합니다.
맥루한 프로이드 몰라서 패스~
출동
아이고. 영광입니다.
http://www.cs.tut.fi/~jkorpela/wiio.html
윌로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는데, 우연에 의한 것을 제외한 모든 의도적 소통은 실패 한다는 내용입니다.
종교적 사고방식에 지배받는 인민들을 계몽(이 단어 자체도 문제의 소지가 있습니다만)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저도 많이 느꼈습니다.
불현듯 저 윌로의 법칙이 생각나네요.
번역좀 해줘요 ㅡ.ㅡ
그냥 앞뒤 잘라서, 위에도 썼지만,
“인간이 시도하는 모든 소통 행위는 (우연에 기댄 것 이외에는) 반드시 실패한다”
는 겁니다.
궤변에 가까워도 보이고 이게 뭔 소린가 싶기도 한데, 사실 사람은 자기 듣고 싶은 말만 듣고 싶어한다는 걸 멋지게 풀어 쓴거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FROSTEYe/ 월로의 법칙에서 SYMBOL은 알파벳에 국한되있더군요. 그러니까 그같은 정의에서는 “AN APPLE IS RED”는 메세지라 할 수 있지만 #%@#%@!!#%은 메세지라 할 수 없습니다.
다시말해 그러한 법칙은, 유한개의 알파벳 기호가 문법을 통해 메세지를 형성한다는 전제하에 적용되는 법칙입니다. 정보 처리죠.
하지만 그러한 SYMBOL은 인간의 의사소통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님께 “@%@%@#%#”라고 쪽지를 보내면 님께선 “이 쉑뀌 지랄하고 자빠졌네”라는 반응을 보일 것입니다. 그럼 저는 가운데 손가락을 올리는 반응을 하겠죠. 즉, 알파벳이 아닌 것도 메세지 기능을 합니다. 그렇기때문에 월로의 법칙은 인간의 의사소통에 적용하기에는 부적합하다고 보여집니다.
깊이 들어가면 제 무식이 탄로납니다. 여기서는 wiio가 중요한 것이 아니니 그만 pass -_-
그럴때는 천천히 번역을 해보는 겁니다. 이해가 깊어지니까요,
어디가서 하악대지 않으려고 블로그에 적으신 글보고 열심히 탐독하고 있습니다..아직은 내용이 어렵긴 합니다만..
즐거운 하루 보내시구요..
계속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쿨게이보다는 확실히 시골의 멋모르고 ‘ㅎ’ 당을 찍어주는 촌로들이 더 인간적이죠.
감사합니다
인간적인게 중요한데 말이죠..
디씨를 언제부턴가 안보기시작했는데 정신건강이 나아진것 같습니다. 이글루스야 뭐 딱히 설 자리가 없어서 임시로 만든거지만요. 어찌됐든 쿨게이는 인간미가 없어서…
멋있게 사는게 어렵죠. ㅎ
어려워요 어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