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분을 잘 알지 못하지만, 그 분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그닥 존경할 사람이 없는 한국의 철학판에서 잠시나마 시간을 내어 그의 글들을 읽고 지낸다.
나는 이 글에서 언급하는 ‘젊은 것’들에 내가 포함되는지 아닌지 알지 못한다. 나아가 나는 그 분이 나의 이 보잘 것 없는 블로그를 들여다보고 있는지 아닌지도 알지 못한다. 어쩌면 저 글은 지난 나의 글과 아주 우연히 겹쳐버린 결과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 분이 나의 글을 읽고 글을 썼는지 아닌지 알 도리가 없다.
직감이란 무서운 것이어서, 너무나 맞아 떨어지는 요약과 상황판단과 분석에, 이 글의 표적이 내가 아니라고 도무지 말할 자신이 생기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나는 무릎을 꿇으며 성장해 왔다. 인터넷에 처음 발을 딛었을 때에도, 홈페이지를 운영할 때에도, 노스모크와 왕님을 만났을 때에도, 언제나 나는 무릎을 꿇고 복수를 다짐하며 그렇게 성장해 왔다.
내가 늙은 척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 알지 못한다. 나는 분노하고 그 분노를 표현하는 데 익숙한데, 이러한 행위가 늙은 척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 알지 못하겠다. 내가 자주 저지르는 범주오류에 대한 비판은 가슴을 쿡 찌르지만, 나의 분노가 옳지 않았던 것인지 아닌지, 정말 나는 모르겠다. 다만 나는 그 분의 말에 잠시 무릎을 꿇는다. 이건 논리나 권위에 의한 것이 아닌, 어떤 경험에 대한 직관적인 느낌 때문이다. 저 말 속에서 나는 별다른 분노를 느끼지 못하며, 오히려 인간적인 존경심에 그저 무릎을 꿇을 뿐이다.
다만 생각해 본다. 문장을 짓고, 시화를 그리고, 풍류를 즐기는 이들이 500년을 다스렸던 조선을 지나, 대한민국이라는 웃기는 국가가 탄생한 이래로, 인문학이라는 분야의 학풍이라는 것은 왜 도대체 그리도 변하는 것이 없느냐고. 성리학을 받아들이던 유생들은 이제 프랑스 철학을 받아들이는 강단철학자들이 되었고, 서구문물의 유입 속에서 실학을 주장하던 이들의 목소리는 일제를 거치며 그 목소리가 완전히 끊어져 버렸다. 그런데도 여전히 조선의 인문정신만이 교양이고 상식이며 사회의 지도철학인 듯 착각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나아가 예수를 읽기만 하고 예수를 살지 못하는 한국 기독교계의 부패와 칸트를 읽기만 하고 칸트를 살지 못하는 한국 철학계의 병폐는 다른 것인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여전히 반성조차 없는 한국의 과학계는 살아남을 가치가 있는 것인가.
생각해보면, 내가 남의 밥그릇을 빼앗을 수 있는 그런 자격은 없는 것이다. 모두가 어려운 시대에 어려운 이들끼리 학문적인 전쟁을 벌인다는 것이 정당한 일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으나, 일단 철수한다. 논의가 어리석었다거나 의미없었다고 여기지 않는다. 다만 저 꾸지람에서 나는 어떤 깨달음을 느낀 것이고, 그로 인해 잠시 물러나는 것 뿐이다. 여전히 문제는 이 꾸지람을 그 녀석이 이해할 능력이 되느냐는 것이지만.
제대로 정리도 못하면서 관련 글들을 쭈욱 따라 읽었고, 김영건님의 글을 보고 참 통렬하다고 느꼈지요.
잠시 무릎을 꿇는다는 말에 김우재님은 역시 고수이고 무서운 사람이란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은 웃음짓게 하네요. 좋은 사람같아요.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혹시 1등? 응?
두 분의 논쟁을 읽으며 느끼면서 왜 싸우는지 잠시 아연해하다가…다시 그럴수 도 있겠거니 했다가…이글 읽고는 그냥 웃게 되네요. 제 생각은 노정태라는 좌파에게 강단의 칸트가 필요했고, 김우재라는 좌파에게는 강단 밖의 칸트가 필요했던것 같아요. 뭐랄까…칸트라는 인형을 가지고 다투는 인상이랄까요? 그냥 뭐 그렇다구요. ㅋㅋ
‘여전히 반성조차 없는 한국의 과학계’에 웬지 뜨끔했습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말이었는데,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뤄서 그런가봅니다;;;;
응?;;
무슨 일인가 깜짝 놀라 링크 따라가서 읽고 왔습니다. 잠시 못들렀던 사이에 뭔 일인가 있었나보네요? 다른 건 모르겠고, 어릴적 로보트 만화보면 주인공이 쓰러지면 김박사가 나와서 더 쌘거 줘서 이기더군요. 애들 노는 모습이 젤 인간사를 잘 표현하는거 같아요, 아닌가? ㅎㅎ
전 지식이 풍부한 사람들은 자기 탑을 쌓기위해서 남의 탑도 잘 보려고 관대할 줄 알았는데, 실상 보니까 서로 마구 싸우더군요. ㅋㅋ 저로서는 그게 나쁜게 아니란걸 알게 되서 다행이라 생각해요. 에이.. 오늘은 우재 쌤한테 ‘다윈의 식탁’ 보고 와서 재밌었다고 말하려 왔었는데, 글렀네..
그냥 제가 못난겁니다.
응? ㅋㅋ
실은 과학계에 대한 혐오가 제일 큽니다.
다윈의 식탁은 읽지 않았는데(예전에 연재될 때 몇 편 지나가면서 읽긴 했음) 정리는 쵝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