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급진적 생물학자 (2008-2011), 아카이브 (2002-2013)

꿈의 분자를 마치며

지난 2년 반동안 사이언스타임즈에 연재하던 <꿈의 분자>의 연재가 끝났다. 이 글은 마지막 글의 말미에 덧붙히려던 글인데, 편집부가 알아서 삭제를 해주셨다. (자꾸 이러면 연재고 뭐고 글을 쓸 생각이 별로 없다. 나한테 한마디 상의도 없이 글을 자르나?) 그런고로 블로그에 올린다. 개고생을 한건지, 뭔가 해내기는 한건지 자신은 없다. 책이 나올지 안나올지 지금으로서는 확신도 없고, 나온다 해도 이따위 책이 팔리는 게 웃기는 것일지 모른다. 여하튼, 하나를 시작했었고, 마무리했다는 것으로 스스로에게 격려를 해본다. 어떤 의미라도 가지기를 기원해본다.



지난 2년 5개월 동안 지루하고 무미건조하고, 산만하고, 장황하며, 게다가 유머감각이라고는 도통 찾아볼 수조차 없는 한 무명 과학자의 글을 게재해주신 사이언스타임즈의 여러 기자님들과 관계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런 재미없는 글들을 읽느라 수고하셨을 독자들에게는 사과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이런 글을 읽느라 수고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미르이야기>로 시작해서 <꿈의 분자>로 확장해나갔던 연재는 이 글로 막을 내립니다. 대단원이라는 수식어는 구차할 것 같습니다. 그런 수사를 써야 할 만큼 대단한 글들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시작했던 연재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성숙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산만하고 뒤죽박죽일 뿐입니다. 만약 이 연재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면 그것은 “혼란”이라는 말로 잘 표현될 수 있을 듯 합니다. 그저 고개를 숙이고 엎드려 삼보일배라도 해야 한다고 자책하고 있습니다.


구차한 변명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대학에 자리를 잡고 안정적인 직장을 얻은 것도 아닌 무명의 과학자이기 때문에, 연구를 병행하며 정말 말 그대로 주경야독을 해야만 했기에, 글이 산만했을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비겁한 변명일 뿐입니다. 여러분은 설경구가, 저는 안성기가 되어 마주선다 해도 할 말이 없을 듯 합니다. 마땅히 원고료를 받고 글을 썼을진대, 감당하지도 못할 글을 썼다고 스스로를 꾸짖지는 못할망정, 그런 비겁한 변명을 시도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말은 해야겠습니다.

<꿈의 분자>는 RNA에 대한 단편적인 서술이 아닙니다. 암정복이라는 인류 최대의 과제를 걸고 후성유전학에 대한 논의가 유행하고 있고, 꼬마RNA가 신약개발의 중요한 물질로 다루어지고 있지만, <꿈의 분자>는 그런 유행하는 과학에 대해 서술이 결코 아닙니다. 꼬마RNA는 과학이라는 지식체계에 대한 한 무명 과학자의 사유를 표현하기 위한 소재로 차용되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이 무명의 과학자는 긴긴 박사과정 내내 이 RNA들을 가지고 실험도 하고 논문도 쓰는 운 좋은 경험을 했던 것입니다. 작은 바람은 한국사회에서 과학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이 보잘 것 없는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또한 과학자가 진부한 에세이를 쓰는 수준을 넘어, 대중에게 과학을 소개하는 한 방식으로써 이 작업이 작은 의미를 갖게 되기를 바래볼 따름입니다. 이제 게으른 과학자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던 펜을 내려놓습니다. 참 오래도록 부끄러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무명의 과학자는 참으로 재미있는 사람이어서, 역사 속에 나타난 과학자들의 모습을 통해 한국과학의 갈 길을 모색하는 또 다른 연재를 시작한다고 합니다.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또다시 괴로우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이 경험을 토대로, 조금 더 재미있는 글들이 등장할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아무리 미워도 사랑은 돌아오는 것이니까요.



  1. 아,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됬군요. 멋지십니다. 무엇보다 본인에게 칭찬할 일!

  2. <미르 이야기> 두 번째 글까지 읽고 잠시 쉬는(응?) 독자로서 할 말은 아닌 듯하지만.

    그래도 수고 많았어요ㅎ

  3. 수고하셨고, 나중에 함 몰아서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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